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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40화 (140/250)

로엔의 마나뱅크 140화

“끄아아아악!”

하얀 섬광 속에서 거의 재로 변한 듯 한 다스 페론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다스 페론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순간적으로 슉 하고 사라지듯이 움직여 싸움의 권역을 벗어났다.

안타깝다.

공격마법을 쓰느라 크리드 경이 살짝 물러났기에 다스 페론의 움직임을 막을 자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크리드 경이 다스 페론의 퇴로를 차단하고 완전히 도망치지 못하게 막는 데에는 성공했다.

카캉

크리드 경의 공격을 다스 페론은 자신의 팔로 막아냈다. 몸의 대부분이 심하게 손상을 당했는데 하나 남은 팔로 크리드 경의 공격을 막아내다니, 다스 페론도 인간을 초월한 정신력의 소유자라 아니 할 수 없다.

“크크크, 나를 여기까지 몰아붙이다니. 대단하구나.”

아직 여유가 있는 건가?

다스 페론은 웃고 있다. 크리드 경의 검격을 하나뿐인 팔로 막으면서 계속해서 밀렸지만 정작 몸은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정말 달이 없는 밤에 뱀파이어와 결판을 내려면 한순간에 소멸을 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알고는 있었지만 평소라면 끝난 상황에서 적이 다시 회복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더럽다.

역파장은? 오히려 안정되었다. 다스 페론은 한 번 당하는 순간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고 역파장에 자신의 의지를 실지 않고 그냥 본능이 느끼는 대로 마법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적응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만약 저자가 뱀파이어가 되기 전이었다면 내가 제자로 받을까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만한 특이한 재능이다.

그러나 지금은 적이다. 어떻게든 제거해야 하는 타협할 수 없는 적.

“에칭!”

“크으읏!”

전신이 가렵지? 몸이 재생되어가는 느낌에 극심한 가려움이 섞이니 아무리 참을성이 강한 다스 페론이라고 해도 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역파장이 원래대로 되면 흑마법의 변형으로 괴롭히면 된다. 충분히 크리드 경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자가 완전히 회복되면 아무리 크리드 경이라고 해도 위험할 수 있다. 지금 끝을 내야 한다. 어떻게든 전투불능 상태를 만들어 안개로 변하게 만들어야 오늘의 전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저도 계속 공격하겠습니다.”

이반 경도 지금이 승부처라는 것을 아는 듯 급격히 마나를 모으며 말했다. 그러나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대기요. 이미 역파장이 안정화 됐어요.”

“알겠습니다.”

말도 잘 듣는다. 이반 경은 내 한마디에 바로 경계태세만 유지하며 싸움을 관망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쓰는 흑마법의 변형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역시 배우고 싶은가 보지?

나는 계속해서 다스 페론에게 저주를 걸었다. 간지러움은 물론이고 몸이 굳거나 재채기가 나오는 저주도 걸었다.

거의 직접적으로 대미지를 주는 마법이 아니라 가벼운 상태이상을 일으키는 마법이다. 그것만으로도 크리드 경은 착실하게 다스 페론에게 검자국을 남길 수 있다.

다스 페론의 재생력과 크리드 경의 공격력이 거의 균형을 이루는 듯하다. 다스 페론도 이제는 초조한 듯 발악을 하는 표정으로 연신 고함을 지르며 싸웠다.

뿌우와 렉스는 퇴로를 차단한 상태다. 크리드 경은 둘의 위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다스 페론이 절대로 몸을 빼지 못하게 만들며 싸웠다.

이대로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인간의 체력은 무한이 아니다.

크리드 경은 전력으로 싸우고 있는데, 아무리 단련된 자라고 해도 저렇게 싸우면 두 시간도 버티기 힘들다.

“날이 밝으려면 세 시간은 남았죠?”

내가 이반 경에게 묻자 그는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크리드 경이 그때까지는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마법으로 강화를 할 수도 없다. 그나마 크리드 경은 지금 물의 정령으로 스스로를 강화한 상태라 지금의 전투력을 낼 수 있는 거다.

“이반 경, 땅의 정령으로 다스 페론의 열두시 방향에 흙을 모아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이반 경은 땅의 정령을 쓸 수 있고, 다스 페론은 정령은 약화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땅의 정령이 직접 전투에 가담하는 것보다는 마지막 한 방을 노리기로 했다.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반 경은 즉시 내가 시킨 대로 사방의 흙을 모아 작은 언덕만한 흙더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스 페론은 흙더미가 신경 쓰이는 듯 싸우는 와중에도 힐끔힐끔 그것을 보았지만 지금은 크리드 경을 막기에도 바쁘지. 몸에서 재생과 파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그 고통만 해도 장난은 아닐 거다.

“그런데 렌 경, 역파장이 조금 약해진 것 같은데 지금 집중공격을 가하면 다시 한 번 마나고갈 상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오, 이반 경도 드디어 역파장을 느낄 수 있게 되었구나. 내가 감지하는 것을 보고 집중해서 노력을 했나 보네.

“저자의 성격 상 마나 고갈 상태는 다시 안 빠진 것 같아요. 정말 기운이 빠지면 역파장을 더 이상 쓰지 않거나 하겠죠. 지금 저자는 역파장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반 경이 마나를 다 써서 역파장 하나 제거하면 계산이 안 맞아요. 일단 아껴두세요. 새벽이 되면 마법 쓸 일이 많을 거예요.”

우리가 싸우는 자는 다스 페론 한명이 아니다.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사방에서 공격을 하고 있고, 어둠 속에 얼마나 더 많은 자들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저들을 상대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체프코트 가문의 마법사와 덴판 제국의 기사들이다.

하지만 새벽이 되어 저들이 물러날 때, 단숨에 적의 저지선을 뚫고 추적을 하려면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반 경은 그때를 위해 남겨두자. 다스 페론을 상대하는 것은 나와 크리드 경만으로 어떻게든 된다.

나는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고, 크리드 경의 움직임에서 피곤함이 살짝 느껴졌다.

고수의 싸움에서 약간의 차이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더 이상 크리드 경을 다스 페론과 싸우게 해서는 안 된다.

“뿌우야, 크리드 경을 띄워!”

나는 급하게 외치며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흙더미를 향해 주문을 시전 했다.

“어스 크랙!”

콰드드드득

지반에 균열이 생기며 흙더미 한쪽이 땅속으로 무너져 들어갔다. 그러자 흙더미의 균형이 깨어지며 흙이 거대한 파도처럼 다스 페론을 향해 쏟아지듯 무너져내려갔다.

“뭐냐!”

다스 페론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이 몸을 위로 날렸다. 마족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흙더미를 쌓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설마 정말로 흙더미를 무너뜨려 공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등에 난 날개는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고, 날자마자 균형을 잃고 다시 추락해 버렸다.

역시 저자는 본신의 힘을 익숙하게 쓰지 못한다.

사람의 모습을 한 자가 날개를 얻으면 마법의 힘에 의해 날 수 있게 되지만 본성이 육지생물이라 날개를 신체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가 날개를 다치면 날려 하지 않지만 날개달린 인간은 날개를 잃어도 그걸 까먹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원래 없었던 부분이라 그런 것이다.

“크읏,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스 페론은 흙더미에 묻히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평을 터뜨렸다. 그러나 난 이미 다스 페론이 흙더미에 파묻힐 것을 예상했기에 냉정하게 코웃음을 치며 외쳤다.

“렉스야. 밟아!”

컹!

렉스는 아예 다스 페론이 파묻힌 곳 위에서 몸을 이리저리 굴렸다.

잘 한다. 우리 렉스. 다스 페론을 그대로 묻어 버리자고.

“크리드 경, 물 부어요. 물.”

“알았네!”

이럴 때 우리 팀은 정말 손발이 잘 맞는다. 역시 목숨을 걸고 몇 번이나 같이 싸운 보람이 있다니까.

크리드 경은 물의 정령을 이용해서 허공에서 작은 비를 만들어 냈다.

곧 땅이 촉촉하게 젖고, 그 위를 렉스는 계속 뒹굴며 땅을 다졌다.

도중에 흙이 볼록하게 튀어나오려 하면 앞발로 탁탁 두드려서 다스 페론이 흙을 파헤치고 나오지 못하게 했다.

다스 페론은 빠르기는 무지 빠르지만 아무래도 힘은 렉스보다 뛰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일단 흙에 파묻히면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렵다. 파도에 휩쓸리듯 흙더미에 묻혔으니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도 헷갈릴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이 수면을 찾지 못하고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뿌우야, 벼락! 계속 쳐!”

“알았당. 오늘 힘 한 번 써 본당.”

꽈드드드등

뿌우도 다스 페론에게 쌓인 게 많았나보다. 정령과 소환자는 어느 정도 감정과 지식을 공유하니 지독한 상대라는 느낌이 나를 통해 뿌우에게도 흘러들어간 듯 정말 최선을 다해 뇌전을 소환하고 있다.

물에 젖은 땅에 뇌전의 기운이 흘러들어갔다.

렉스는 끼잉, 낑 하며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뇌전을 피하려 하지 않고 여전히 땅을 다졌다.

“이대로 한 시간만 버티죠. 어쩌면 그 안에 저자가 안개로 변할 수도 있지만요.”

나는 이반 경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흙의 압력은 둘째 치고 뇌전의 기운이 계속해서 흘러들어가니 재생을 하기는 힘들 거고, 날이 밝아버리면 곤란하니 아마 그 전에 안개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가만, 안개로 변했을 때에는 역파장이 작동을 안 했지?

아직 시간은 있다.

나는 급히 지팡이로 땅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마법진의 수식을 새겨 넣기 시작했다. 흙 위에 그리는 마법진이라 효능은 크지 않고 일시적인 효과밖에 못 내지만 안개로 변한 다스 페론을 엿 먹이기에는 충분하다.

“이반 경, 도와줘요. 20분 안으로 완성시켜보죠.”

“무슨 마법진입니까?”

“오염의 마법진이요. 안개 속에 불순물을 잔뜩 섞어 버리면 아마 본신을 돌아오기도 어렵고, 돌아와도 몸에서 지울 수 없는 악취가 날 거에요.”

이 또한 흑마법이다. 원래는 공기나 물을 오염시키는 마법인데, 이거 안개에도 효과가 있다.

다스 페론, 넌 이제 아무리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악취에 시달리게 될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악취를 추적할 거고. 렉스가 좀 싫어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안개에 향수를 섞는 마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렉스에게는 악취나 향이나 그게 그걸 거다.

나는 다스 페론이 마음을 비우고 안개로 변해 도망가기 전에 마법진을 완성시키려는 일념으로 미친 듯이 땅에 수식을 그려댔고, 이반 경 역시 외곽의 기본 수식을 빠르게 채워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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