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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30화 (130/250)

로엔의 마나뱅크 130화

“역파장, 발산합니다.”

파지지지지

마리포즈의 몸 주변으로 검은 스파크가 튀었다.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파장이 대기 중의 마나와 반응하며 생기는 현상이다.

저 안은 이미 마법무효화 지대의 효과가 나타나 있을 터, 7서클 이상의 마법이 아니면 모두 소멸되어 버린다.

그런 상태의 마리포즈가 역파장과 함께 다스 페론의 권역으로 들어갔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여 둘의 파장이 겹쳐지는 순간을 보았고, 내가 예상한 대로의 현상이 일어나자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파싯, 파싯, 파싯

마리포즈의 역파장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건 정식 마법이 아니라 마리포즈와 내가 임의로 조절한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마나흐름제어다.

다스 페론이 아무리 마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 해다. 모든 것을 바로 이해하는 것은 아닐 터, 기존 형식과는 다른 복잡한 마나구조의 역파장을 한순간에 약화시킬 수 없다는 게 지금 확인되었다.

마리포즈의 접근속도는 역파장의 해소속도보다 빠르다. 드디어 마리포즈와 다스 페론의 간격이 서로의 권역에 포함될 만큼 가까워졌고, 그곳은 순간적이나마 다스 페론의 힘이 아닌 마리포즈의 역파장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이반 경, 지금!”

“배니시먼트!”

팟, 즈즈즈즈즈

하얀 백광이 이반 경의 앞쪽에 구슬처럼 형성되어 쏘아져나갔다. 그것은 묘한 파장을 띠고 있었는데 일견하기에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빛의 속도로 무조건 적을 향해 날아가기 때문에 절대로 피할 수 없다,

“이놈!”

다스 페론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양팔을 교차하여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하나 더 알았다. 머리가 약점이구나. 몸은 레베카와 공유할 수 있어도 머리는 그게 안 되나보다.

소멸을 시키려면 머리를 시켜야 한다는 거네.

나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서 싸우는 크리드 경도 그것을 느꼈는지 배니시먼트가 터지려는 순간에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어 다스 페론의 목을 치려했다.

렉스는 본능적으로 강한 백마법에 두려움을 느끼는 듯 뒤로 물러섰지만 완전히 빠지지는 않고 다스 페론의 퇴로를 차단했다.

명중이다. 확실하게 효과가 나타난 게 보인다.

다스 페론의 두 팔이 소멸되었다. 그리고 목에 크리드 경의 검이 박혔다,

“기능저하 시작, 뒤로 빠집니다.”

마리포즈는 배니시먼트가 터지자마자 얼른 몸을 빼서 내 옆으로 돌아왔다. 역파장이 소멸되는 순간 자신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느낀 모양이다.

“크으으,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면 그렇게 되는 거다. 모든 마법을 약화시킨다고? 난 너의 그 능력을 약화시켜 보이겠다.”

“약화고 뭐고, 지금 목을 날려버리겠다.”

크리드 경이 마지막으로 외치며 다스 페론의 목에 박힌 검을 힘주어 비틀었다.

팍, 파드드드

다스 페론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나갔지만 그것은 곧 수십 마리의 박쥐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몸통 역시 마찬가지로 박쥐가 되어 일단 흩어졌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역시 목을 베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머리 자체를 소멸시켜 버려야 한다.

“이반 경, 다시요.”

나는 급하게 외치면서 나 역시 박쥐가 모이는 지점을 향해 주문을 시전 했다.

“플레임 필드!”

화르르륵

박쥐 날개에 불이 붙는다. 저놈이 박쥐 분열 상태에서는 역파장을 쓸 수 없구나.

하지만 박쥐도 슈퍼 박쥐인지 플레임 필드 안에서도 불이 붙은 채 계속 뭉쳤다.

“배니시먼트!”

박쥐 몇 마리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이반 경의 배니시먼트를 몸으로 막았다. 그 사이 다스 페론의 몸이 다시 만들어졌다.

두 팔은 여전히 없고, 몸도 조금 너덜너덜해진 모양이지만 그는 여전히 강했고, 이번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지 못했다.

“젠장,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8서클 마법을 두 번이나 썼는데 저렇게 멀쩡하다니…….”

이반 경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듯 했다. 그는 지금 8서클 마법을 딱 4번 쓸 수 있다. 마나뱅크가 사라진 이후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나로만 마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이반 경 역시 많이 약화된 상태다.

그런데 이미 두 번을 썼으니 남은 마나를 모두 써도 다스 페론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마법을 상대하는 데 특화된 괴물이니 어쩔 수 없다. 약화가 안 되어도 바로 다른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게 바로 다스 페론이다.

어쨌든 두 팔은 확실하게 날렸고, 박쥐도 몇 마리 태웠기에 다스 페론의 얼굴에도 이곳저곳 패인 부분이 보인다. 아마 몸통도 그런 식이리라.

“몇 번이고 목을 쳐 주마!”

크리드 경이 달려들었다. 렉스도 다시 싸움에 뛰어들어 맹렬하게 다스 페론을 공격했다.

“일단 저 둘에게 맡겨요.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다스 페론이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데 주력하면 될 거예요.”

“그게 낫겠군요.”

어쨌든 팔 두개를 소멸시켰다. 배니시먼트가 무서운 게 정통으로 맞으면 소멸되고 스쳐도 스친 부위부터 서서히 백마법의 기운이 침투하여 전신으로 퍼진다.

결국 스쳐도 사망이라는 소린데, 다스 페론은 침투하는 효과를 없앤 모양이다.

하지만 재생은 되지 않는지 팔이 없는 상태로 크리드 경과 렉스를 상대하고 있다.

다행히 순간재생의 능력은 없거나 지금 쓰지 못하나보다.

약간의 우위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크리드 경은 지금이 기회라는 듯 쉬지 않고 공격을 가했고, 다스 페론은 특유의 빠르기로 거의 대부분의 공격을 피했지만 크리드 경이 마음먹고 한 공격 몇 개는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크으으, 이놈들이!”

“빠른 것 이외에 검술이나 체술 쪽으로의 경지는 아직 멀었다.”

크리드 경은 냉정하게 지적하며 다시 세 번 연속해서 공격했다. 그것은 그대로 다스 페론의 무릎 아래쪽에 적중했고, 결국 다스 페론은 땅에 쓰러졌다.

크왕

렉스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다시 페론의 몸을 물었다. 그리고는 통째로 삼켜버리겠다는 듯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고 몇 번이나 다스 페론의 몸을 콱콱 씹었다.

“렉스야, 삼키지 마! 가랏, 서피.”

잘못 삼켰다가는 소화를 시키기는커녕 렉스의 배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나는 얼른 렉스에게 지시를 하며 서피를 보냈다.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기회주의적 마수 서피는 이때다 하고 빠르게 날아가서 다스 페론의 양 발목을 휘어 감았다.

마기를 빨아먹으며 즐거워하는 서피는 무척 사악해 보였지만 마수에게 뭘 바라겠는가? 전력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한 번 목을 베어주마.”

크리드 경이 크게 외치며 두 손으로 검을 잡고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정말로 정확하게 다스 페론의 목을 잘라냈다.

팍, 파드드드드

다스 페론의 머리와 몸이 또 다시 박쥐로 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반이 렉스와 서피에게 삼켜졌다.

이것 역시 사전에 논의된 바 있는 작전이다.

만약 한 방에 다스 페론을 죽일 수 없다면 힘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간다. 렉스와 서피가 다스 페론의 몸과 그 안에 담긴 마기를 최대한 흡수할 수 있게 싸움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다스 페론은 목이 두 번 잘렸고, 박쥐 무리 변신도 두 번 했다.

그리고 지금 합쳐진 모습을 보니 정말 몸 절반 정도가 없는 느낌이다. 어깨나 배 부분이 움푹 패인 게 보인다.

반면 렉스는 마기를 듬뿍 먹고 힘과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 듯 초승달을 보며 마치 보름달인 양 크게 포효했다.

서피 역시 은색의 비늘에 검은 기운이 돌면서 크기가 두 배쯤 커졌다.

역시 마수에게 있어 마족의 후계자는 최고의 보양식이 맞나보다.

이제 조금만 더 싸우면 승부가 나려나?

문제는 저놈도 나름 승부수가 있을 텐데, 그게 뭔가 하는 거지.

나와 이반 경은 긴장을 한 채 다스 페론을 주시했다. 이대로 당해주면 좋지만 만약 적이 반격을 한다면 바로 이 시점이라고 우리는 생각했고, 그것은 틀리지 않은 예측이었다.

“크크크, 정말 대단하군. 좋다. 내 본체로 상대해주지.”

아니 저기, 지금 와서 그런 멘트는 좀 그렇지 않아? 변신 따위는 진부하니까 하지 말라고!

나는 속으로 외쳤지만 이미 흥분한 다스 페론은 인간의 외형 따위는 버리겠다는 듯 등에서 커다란 날개가 돋아나고 피부가 파충류의 그것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이 된 다스 페론의 육체는 방금 전과는 전혀 달라보였다. 거의 처음 싸울 때처럼 강해보였고, 살기는 몇 배나 더했다.

팔도 다시 돋아나 있었는데, 손톱이 10센티는 되어 보인다. 손이 곧 흉기인 셈이다.

저것이 본체로군. 마족의 형태. 저건 목을 베면 박쥐로 변신 못 하겠지.

“크리드 경, 부탁해요.”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로군.”

“크와앙!”

“샤아아아.”

오, 서피까지 달려드네. 저놈이 마기 좀 빨았다고 예전 성격이 나오는구나.

“마리야. 가서 렉스 목띠의 마나를 서피에게 몰아줘라. 다스 페론이 날아서 피하지 못하게 위쪽을 봉쇄하라고 해.”

“옛.”

마리포즈는 바로 달려가 렉스의 등 뒤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목띠를 잡고 서피에게 힘을 주었다.

“기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10초 후 물러섭니다.”

다행이다. 10초 정도는 여유가 있구나. 그렇다면 저 본체가 마법약화 기능은 인간형을 때보다 조금 약하다는 소리네.

크리드 경을 비롯한 우리 편과 다스 페론은 격렬하게 싸웠다. 하지만 나와 이반 경은 서두르지 않고 냉정하게 다스 페론의 약점을 관찰하고 파헤치려 했다.

마법사란 이런 직업이다. 동료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동안 냉정하게 구경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마지막 일격만 가하는, 어떻게 보면 조금 얌체 같은 성격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무리 우리가 만반의 준비를 해 왔다고 해도 다스 페론이 저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리가 없는데? 너무 작전이 잘 먹혀 들어가.

또 변신까지 해 놓고 전투상황이 처음 싸울 때의 수준이라니?

나는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일방적으로 이기니 좋긴 한데, 뭔가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뭘까? 내가 뭘 빼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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