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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19화 (119/250)

로엔의 마나뱅크 119화

*

숲의 공터에는 여러 가지 시험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해 놓았다.

우선 가장 처음 봐야 할 것은 완력이다.

숲의 바위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공터 중앙에 놓여 있었다.

내가 눈짓을 하자 실비아 공주는 바로 민민브이에게 말했다.

“민민, 저 바위를 들어 올려 봐.”

“예.”

드드드드

민민브이가 바위를 양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자 땅에 반쯤 박혀있던 게 가볍게 쑥 뽑혀 올라갔다. 예상보다 힘이 세군.

“힘의 소모로 인해 마나가 3% 줄었어요. 마나증폭식의 부하가 오렌지까지 올랐어요.”

마리포즈는 이미 민민브이의 시스템 코드에 접속을 해 있다. 민민브이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건 인간으로써는 무리고 같은 자아인 마리포즈의 역할인 것이다.

“이런, 예상보다 힘이 센 게 아니라 그만큼 마나를 때려넣은거군.”

“도시 안에서는 마나증폭식의 영향을 받도록 설계했잖아요.”

“그렇다면 수치적으로 레드까지 가면 어느 정도 무게를 들 수 있는 거지?”

“저 바위의 두 배 정도겠네요. 땅에 박혀있는 것을 빼낼 때 부하가 확 올라가요.”

“순간 부하면 레드가도 상관없지?”

“예, 블랙만 아니면 되요. 하지만 레드가 유지되면 육체에 영향을 미칠 거예요.”

“좋아, 힘 측정은 이정도로 하고 다음에는 파괴력을 보자고. 그 바위를 부술 차례에요.”

“예.”

내가 직접 명령을 내려도 되지만 지금은 실비아 공주에게 모두 맡기기로 했다. 민민브이가 실비아와 호흡을 맞추려면 실비아의 목소리에 익숙해 져야 하는 것이다.

실비아 공주는 목걸이를 손에 쥐고 민민브이에게 말했다.

“바위를 부서 줘.”

“알았어요.”

민민브이가 바위를 내려놓고 이번에는 주먹으로 내려치니 굉음이 울렸다. 그러나 바위는 부서지기는커녕 금도 가지 않았다. 사실 바위에는 내가 드루이드 링의 거석을 흉내 낸 방어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내구성은 거의 드루이드 링 수준이다.

쾅, 쾅

민민브이는 생각대로 되지 않자 양손으로 같은 곳을 계속 내리쳤다.

“내구 부하 오렌지, 스스로의 타격으로는 레드까지 가지 않도록 제한을 건 게 유효하네요.”

“하지만 그걸로는 저 바위를 깰 수 없을걸. 내가 그렇게 계산해서 마법진을 설치했으니까.”

“리미트 브레이크를 시킬까요?”

“한번 해 보자. 실비아 공주, 부탁해요.”

“예, 민민브이, 한계를 풀고 풀 파워를 써 줄래?”

“리미트 브레이크 승인. 레드 존까지 파워를 주입합니다.”

쩌저적

“어허, 한 방이군.”

“하지만 방금은 위험했어요. 거의 블랙 근처까지 갔어요.”

“힘 조절에 문제가 있는 건가? 하긴, 한 번도 연습을 안 했으니 처음부터 정확할 수는 없겠지.”

“아무래도 몇 번 더 연습을 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실비아 공주도 민민브이를 조종하는 게 기분 좋은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이 여자가 대형골렘 조종에 취미를 가지려나? 하하하.

“한번 생각해 보죠. 우선 시험을 계속하고요. 다음은 기동성 훈련이에요. 좌우로 번갈아서 뛰게 해 봐요.”

골렘이 점프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민민브이는 지금 자신에게 힘을 주는 마법진 위에서 움직이는 셈이기 때문에 동작이 무척 가볍다. 마치 중력이 3분의 1밖에 안 되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저중심 설계가 아닌 완벽한 인간형 몸체를 유지한 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곧 민민브이는 지시한 대로 좌우로 점프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쿵쿵쿵 하고 땅이 울렸지만 숲 바깥쪽까지 진동이 퍼지지는 않았다. 이것도 예상했던 수치가 충분히 나왔는데, 작은 건물 하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수준이다.

“다음은 내구성. 마리야. 부탁해.”

이번에는 실비아 공주가 아닌 마리포즈에게 부탁을 했다. 그러자 마리포즈는 커다란 철퇴를 들고 민민브이의 발목을 강하게 후려쳤다.

캉, 캉, 캉, 캉

몇 번을 때리자 철퇴가 깨어져버렸다. 발목 부위는 조금도 흠이 나지 않았다.

“손상 마나 2%, 타격에 가장 취약하니 다른 병장기로는 거의 손상이 없을 거예요.”

“그럼 공성병기는?”

“지금 시험해 볼게요.”

드드드드

마리포즈가 공터의 한쪽 구석에 있는 투석기를 조작해서 민민브이를 겨냥했다. 곧 퉁 하고 무거운 소리와 함께 커다란 바위가 날아가 민민브이의 몸통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과연 이정도 충격에는 그대로 서 있을 수 없는지 민민브이는 뒤로 넘어갔지만 곧바로 손을 땅에 집으며 일어났다.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은 모양이다.

“손상 마나 8%, 순간 타격이라서 생각보다 마나소모가 크진 않아요.”

“내구도 한계는?”

“얠로우에요.”

얠로우면 오렌지 아래단계니 공성병기에 맞아 파괴될 염려는 없는 거군.

“다음에는 원소 공격, 뿌우야. 가랏.”

“뿌우!”

파지지직

시험은 계속되었다.

거의 새벽이 될 때까지 우리는 민민브이의 능력과 내구력에 대해 가능한 한 세밀하게 살폈고, 사이사이 민민포즈가 민민브이의 몸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동작을 시켰다.

또한 실비아 공주가 각 상황에 맞춰 적절한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가상의 상대를 등장시켜 모의 전투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는데, 실비아 공주는 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해 나갔다. 특히 마법에 대한 공부도 상당히 했는지, 마법에 대한 대처가 빠르고 정확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날이 밝을 것 같자 나는 일단 테스트를 중지하고 모두와 함께 민민브이를 원래대로 인공호수 중앙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것으로 첫 기동테스트가 끝났다.

우리는 모두 밤을 새며 상황을 지켜봤기에 아침을 먹으며 토론을 했다.

“5시간 정도 움직인 거지? 마나 손상도는 78%고.”

“네, 거의 전투상황으로 마나를 소모한 셈이니 5, 6시간 정도는 연속해서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와요.”

“아주 격렬한 전투라도 3시간은 버티겠네. 그럼 마나를 다시 채우는 데에는 얼마나 걸리지?”

“78%면 일주일 정도예요.”

“괜찮네. 효율이 좋아.”

“자기 영역 안에서 싸우는 거니까요. 제가 연구실 안에서 지내면 거의 마나소모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마리포즈는 보고를 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동생인 민민포즈의 새로운 육체가 상당히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놓이는가 보다.

“그래, 그럼 다음 달에 다시 시험을 해 보자고. 만약 내가 없으면 실비아 공주께서 알아서 진행해 줘요.”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말이야. 저거 유사시에 병사들이 보면 놀라지 않을까?”

몰던이 말했다.

“그러게요. 하지만 미리 이야기 해 줄 수는 없어요. 비밀이 새어나가면 적들도 대비를 할 테니까요.”

“그럼 첫 실전까지는 비밀병기로 놔뒀다가 그 뒤에 훈련을 해야겠군.”

“그러게요. 병사와 민민브이가 조화를 이루면 전투력 자체는 올라갈 테니까요. 하지만 첫 기동때에는 아무래도 병사들과 떨어져서 혼자 싸우는 게 나을 거예요.”

“카탈라난을 쓰면 병사의 동요를 막을 수 있지 않아요?”

“카탈라난 상태라면 병사들은 괜찮지. 하지만 지휘를 하는 기사가 동요하지 않을까?”

지휘자가 동요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게 카탈라난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지휘자의 동요만 막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을 것 같다.

“과연, 민민브이를 기동시킬 때에는 미리 병사들에게 카탈라난을 가동하도록 해야겠군.”

“지휘자의 동요를 막을 방법이 있나요?”

“정신력을 강화하는 투구를 하나 만들어 놓자고. 지휘자에게는 그걸 쓰게 하는 게 좋겠어.”

“좋네요. 평소에도 그걸 쓰면 안정감이 더 늘어날 거예요.”

“응, 카탈라난 지휘자용 투구는 무조건 필요하겠어. 그리고 평소에 렉스와의 합동훈련을 진행시키면 대신 민민브이가 들어가도 어느 정도는 익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것은 병사들이 대형기체와 같이 움직이면서도 명령에 따라 착착 움직이게 하는 거다. 그게 되면 이쪽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역시 실제로 움직여보니 여러 가지 전술이 쉽게 떠오른다.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정신안정용 투구의 설계도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그런데 그때, 마리포즈가 말했다.

“민민이 하고 싶은 말이 있데요.”

“뭔데? 말해 봐.”

내가 허락을 하자 곧 마리포즈의 눈빛이 바뀌며 민민포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렌 경, 무기가 필요해요.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는 거보다 저한테도 무기를 만들어 주세요.”

“오! 맞아. 무기도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무슨 무기가 좋을까?”

“대형도끼로 할래요. 렌 경은 창이고, 마리 언니는 대검이니 전 도끼가 좋아요.”

“헛, 대형도끼는 조금 과격해 보이지 않아?”

“크면 클수록 좋아요. 과격해 보이면 적에게는 더욱 위협적으로 보이겠지요.”

“알았어. 대형도끼를 한 번 만들어보자고.”

민민포즈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얘가 원하면 원하는 걸로 만들어주는 게 좋겠지.

나는 민민포즈에게 제대로 된 마법의 대형도끼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다.

다행히도 7서클이 되어 상당히 뛰어난 마법무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그 크기가 몇 미터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재료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한 달만 기다려. 그때까지는 만들어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다음 훈련 때에는 무기술 테스트도 할 수 있겠네요.”

민민포즈가 미소를 지었다. 거의 무표정에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었는데, 미소 짓는 법만큼은 마리에게 배웠나보다.

그래, 아무리 마나뱅크의 서브 관리자라고 해도 미소정도는 지어야 인간미가 있지.

나도 민민포즈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한 달 동안, 나는 민민브이가 쓸 대형도끼의 제작에 들어갔다. 그것은 굳이 말하자면 도끼창의 형태라 할 수 있었는데, 대신 도끼머리 부분이 인간이 쓰는 도끼창의 머리보다 몇 배나 컸다. 거의 민민브이의 몸통만한 크기랄까?

이걸로 싸우면 리미트 브레이크를 하지 않고도 최고 파워와 비슷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대한 도끼창을 든 신장 10미터의 여전사 골렘이다.

완성시켜놓고 보니 내가 엄청난 것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이정도 쯤은 되어야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의 예술품을 세상에 내 놓은 기분이다.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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