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118화 (118/250)

로엔의 마나뱅크 1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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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광장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분수대는 거의 인공호수 수준의 넓이를 자랑한다. 직경이 50미터나 되는데, 그것은 세 단계의 깊이로 나뉘고 외곽지역은 얕아서 아이들이 헤엄을 치고 놀 수 있고, 중간 지역은 오리보트를 타고 주변을 돌며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안쪽은 사람이 들어가는 게 금지되어 있지만 마을을 수호하는 동상과 분수가 있어 사람들이 심심하면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기도 했다.

이렇게 중앙광장은 모든 이들의 놀이터 화 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런 사람들 자체가 마법진의 구성원 중 하나다. 광장의 보도블록을 통해 땅으로 힘이 축척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수호의 동상을 보며 기원을 한다. 동상 아래쪽에 있는 공간에는 물이 가득 차 있고, 그곳에 바로 민민브이가 들어가서 모든 마나를 흡수하는 중이다.

이 모든 작업을 3개월 만에 끝낸 나는 역시 천재임에 틀림없다. 이것으로 우리 영지는 엘프의 숲 수준의 방어력을 지니게 되었다. 덴판 제국이 총력을 기울여 쳐들어와도 몇 년간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마족의 후계자가 기습을 가한다고 해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수준은 되는 것이다.

“축하드려요.”

실비아 공주가 샴페인이 든 잔을 내밀며 말했다. 지금은 중앙호수의 완성 기념식이다. 그 사이 우리는 정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기에 예전보다는 훨씬 가까워졌다.

우선 나는 실비아 공주에게 영지의 보호를 일임했다. 미리아도 한몫 거들겠지만 실비아 공주는 민민브이의 가동권한까지 부여했다.

호수의 건설을 위해서는 그녀에게 비밀을 밝힐 필요도 있었지만 어차피 혼약을 할 거면 그녀가 만든 이 영지의 안전을 맡겨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실비아 공주와 샴페인 잔으로 건배를 한 후 시원하게 한 모금을 마셨다. 역시 최고급 샴페인의 톡 쏘는 맛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준다.

“이제 영지 방어에 대해 안심을 할 수 있으니 당분간은 마법 연구에 몰두해야겠어요. 다른 마족의 후계자가 발견될 때까지 말이죠.”“풋, 렌 경은 정말 조금도 쉬지 않고 마도를 탐구하는군요.”

“아, 원래는 그럴 생각이 아닌데, 습관이 그렇게 들어 버렸네요.”

실비아 공주가 환기시켜주자 나는 손으로 뒷머리를 긁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진짜 원래 내가 원하는 것은 마법연구는 대충하고 청춘을 마음껏 즐기는 것인데, 실제 생활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연애보다는 연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개월 동안 실비아 공주와 깊은 관계가 될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한번 골렘제작이라는 일에 착수를 하니 다른 게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끝나니 다시 마법 연구를 하겠다고 나도 모르게 말하는 것이다.

안 되겠다.

지금은 마법 연구 따위를 할 때가 아니다. 눈앞의 여자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하자.

“그리고 우리 혼약식 말입니다만.”

“아, 예. 말씀하세요.”

내가 너무 뜬금없이 말을 꺼냈나? 어쨌든 내친 김에 할 말은 하자.

“공주께서 괜찮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서 석 달 뒤에 정식으로 식을 올리는 게 어떨까 합니다. 덴판 제국으로부터 이미 양해를 받았기에 더 이상 문제될 것은 없을 겁니다.”

“그건…렌 경의 뜻대로 하세요. 저는 따를 게요.”

실비아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진행시키겠습니다.”

공주와의 혼약식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석 달은 걸린다. 대륙 곳곳에 인맥이 생긴 지금 소식을 전하는 데에만 한 달은 걸릴 것이다.

나이가 차서 혼약식을 하면 일 년 이내에 결혼식을 올려야 하니 당분간은 이 일에 전념해야겠다.

전생에서는 평생 결혼도 못했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제때에 하는구나.

내가 결혼을 하게 되다니!

이건 정말 백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이 결정되니 가슴속에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황이 아주 안정적이지는 않다.

저 죽일 놈의 마족의 후계자들 때문에 우리는 항상 목숨의 위협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영지 내에서는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 직접 공격하지 않고 암살자를 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비도 충분히 되어 있다.

암살자에게 당할 정도라면 고위 마법사라 할 자격이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암살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까? 정보조직은 이미 만들어서 돌아가는 중이니 그것들을 이용하면 암살자 조직과 접촉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겠지.

나는 이것저것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며 영주관으로 돌아갔다. 실비아 공주 역시 나와 함께였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영주관의 지하로부터 호수의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 민민브이가 있는 호수 아래쪽에 도착했다. 크리스털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민민브이의 머리 부분을 볼 수 있는데, 민민브이는 우리가 접근하자 눈에서 약한 빛을 발하며 우리를 보았다.

“안녕, 민민.”

“어서 오세요. 렌 경.”

“답답하지는 않아?”

“기분이 좋아요. 이 물들이 나에게 힘을 보내주고 있어요.”

“그래, 가능하면 여기서 새로운 육체에 적응을 하다가 정 움직이고 싶으면 마리포즈의 육체를 조금 빌리던가 해.”

“그럴게요. 제작을 하고 싶을 때는 역시 언니의 육체가 좋으니까요.”

“그래, 이번에도 네 도움이 컸다.”

“제가 제 몸을 만드는 데 도울 수 있어서 기뻤어요. 단지.”

“단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니?”

“조금 어린 모습으로 만들었으면 했어요. 민민은 어리니까요.”

“미안, 신장 10미터의 어린 아이 형태의 골렘은 아닌 거 같다. 지금이 딱 어울려.”

“렌 경이 좋아하시면 따를게요. 이 몸도 싫은 것은 아니에요.”

“새 몸을 얻으니 자아가 조금 활발해 졌네. 하지만 알고 있지? 마나뱅크의 관리를 위해서는 너무 감정적이 되어서는 안 돼.”

“예, 명심할게요.”

“그래, 네가 이런 저런 육체를 옮겨 다닐 수 있는 것은 마나뱅크의 서브관리자이기 때문이니까, 잘 조절하도록 해.”

“마나뱅크의 서브관리자 역할도 좋아요. 마나뱅크 오빠는 무뚝뚝하지만 좋은 자아에요.”

“오빠라고 부르고 있는 거니? 너 의외로 사교성이 있구나.”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네. 나는 안심을 하고서 살짝 옆으로 비켜서 실비아 공주가 안을 보도록 했다.

“전에도 인사 했지? 중앙광장과 인공호수를 관리하는 실비아 공주야. 내 혼약자고, 너와 함께 이곳 영지를 지키는 역할을 할 거야.”

내가 다시 소개하자 실비아 공주는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안녕.”

“실비아 공주 언니.”

“공주는 빼고 그냥 실비아 언니라고 불러줄래?”

“그럴게요. 실비아 언니를 제 서브 관리자로 등록할게요.”

“고마워.”

이것으로 대충 마무리가 된 셈이다. 그런데 막상 만들어 놓고 시험가동을 안 하니 뭔가 허전한데?

나는 이 점을 실비아 공주에게 말했다. 그러자 실비아 공주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험가동을 했다가 도시 사람들이 보면 무서워 할 지도 몰라요. 중앙광장 근처에서 안 살려고 할지도요.”

“음, 아무도 모르게 움직일 방법은 없을까요?”

“그건 마법사인 렌 경이 더 잘 아시겠지요.”

“알았어요. 이번 그믐날에 한번 시험기동을 해 보죠. 광장 전체에 암흑 마법을 걸고, 주변에 소음방지 마법도 걸고 말이죠.”

“꼭 하시겠다면 그날은 공사를 핑계로 사람들의 접근을 제한할게요.”

“좋아요. 그럼 며칠 후에 공지를 하죠. 그믐 날 밤에 광장을 폐쇄한다고요.”

“예, 알았어요.”

나는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민민브이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민민브이도 몸을 움직여 보고 싶다고 좋은 반응을 보였다.

약간 즉흥적이지만 이렇게 민민브이의 시험가동이 계획되었다. 기왕 시험을 하는 마당이니 이것저것 제대로 해 봐야겠지? 모의 전투도 포함해서 말이야.

*

그믐날이 되었다.

오늘은 낮부터 계획대로 광장 전체에 공사용 차양을 치고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그리고 해가 지자마자 바로 여러 가지 마법으로 시야와 음파를 차단해 버렸다.

민민브이의 존재를 아는 멤버는 크리드 경과 이반 경, 미리아, 실비아 공주, 몰던, 그리고 마리포즈 뿐이다.

그 중에서 크리드 경과 이반 경, 그리고 몰던은 말만 들었지 실제로 민민브이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정말 거인 크기의 골렘이 이 안에 있단 말이지?”

“예, 그것도 여성형 골렘이에요.”

“보통 골렘은 뚱뚱하지 않아? 그래야 안정감이 있잖아.”

“원래는 그래야 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인간형에 맞췄어요. 대신 영지 내에서만 활동할 수 있어요.”

“영지 내에서는 정말 인간처럼 걷고 뛸 수 있는 거냐?”

“그럼요. 영지의 땅 전체가 민민브이에게 도움을 주니 충분히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밸런스도 잃지 않고 말이에요.”

“그것 참 대단하군.”

몰던은 진심으로 감탄했지만 그건 이반 경이 놀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반 경은 나한테 설계도 좀 보여 달라고 거의 애걸하는 수준으로 몇 번이나 부탁을 했지만 나는 아직 이르다고 보여주지 않았다.

인간형의 대형 이족보행 골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크기가 커지면 그만큼 하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기가 어렵다. 그런데 그걸 10미터나 되는 크기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니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눈앞에 있다. 실제로 콜레스 2세도 처음에는 3미터 정도였다가 숲의 저주를 카운터하면서 10미터 정도까지 커졌다. 그 몸으로 잘도 돌아다녀서 나를 자극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모여서 흥미진진한 눈으로 수호의 동상이 있는 중앙호수를 지켜보았다.

“그럼 가동할게요.”

실비아 공주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목에 걸고 있던 황금의 열쇄를 꺼내 두 손에 쥐었다. 그리고 시동어를 외치자 드드드 하고 땅이 진동하며 수호의 동상이 뒤로 움직이며 호수의 수면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오오!”

촤아아아아

거대한 골렘이 호수아래쪽으로부터 솟아올랐다. 기본이 돌로 되어 있기에 엄청난 무게를 지니고 있지만 마나의 방출을 이용해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허리 위쪽까지 솟아오른 민민브이는 두 손으로 분수대 가장자리를 잡고 기어올랐다.

첨벙, 첨벙

물을 밟으며 걸어 나오는 민민브이의 모습은 하늘을 가리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거대했다. 이거 가까이서 보니 콜레스 2세보다 조금 더 크네. 내 무의식이 경쟁심리를 느껴서 더 크게 만들었나보다.

“좋아, 그럼 북쪽 숲의 공터로 가자고.”

내가 방향을 가리키니 실비아 공주가 다시 지시를 내렸다. 이동 경로에 따라 마법으로 은폐가 되어 있기에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땅의 진동도 느끼지 못하고 푹 잘 수 있으리라.

우리는 조심스럽게 민민브이의 뒤를 따라 실험을 위한 공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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