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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114화 (114/250)

로엔의 마나뱅크 114화

5장 새로운 후계자

“크와아악, 넌 뭐냐?”

드디어 콜레스 2세가 나의 존재를 눈치 챘다. 다른 섀도우 드루이드들은 의식이 완성됨과 동시에 모두 죽었다. 원래는 수장인 와테스만 살아남아 숲의 힘을 써서 콜레스 2세와 싸우게 되어 있었는데, 그가 죽으면서 완성자가 내가 된 것이다.

위잉, 퍽

콜레스 2세는 물어보면서 발을 들어 나를 찼다. 대답은 들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내가 그걸 맞아줄 의리는 없다. 나는 살짝 옆으로 이동해 콜레스 2세의 발길질을 피했다.

“애꿎은 바위를 부수지 마라.”

나는 지팡이 창으로 콜레스 2세의 발목 부분을 찔렀다. 파지직 하고 뇌전의 기운이 흘렀지만 콜레스 2세의 몸에 닿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창날 역시 조금도 박히지 않았다.

지독하게 단단하다.

그러나 콜레스 2세의 발길질에도 깨어지지 않은 드루이드 링의 거석도 단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손을 뻗어 기둥바위 중 하나에 댔다. 그러자 드루이드 링의 힘이 나와 연결되었다. 당연하다 의식의 완성자가 나인만큼 드루이드 링은 당분간 내 의지대로 움직인다.

“저놈의 머리통을 깨버렷!”

드드드드드

내 명령을 받은 25개의 바위덩어리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는 정말로 차례대로 콜레스 2세의 머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까가가가가강

콜레스 2세의 머리는 그 큰 바위와 부딪쳐도 깨지거나 찌그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게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것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이때다. 대지의 정령!”

쑤우우욱

땅을 조금 부드럽게 하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물체는 평소보다 훨씬 깊게 파묻힌다. 그리고 그 위로 드루이드 링의 바위들이 계속 번갈아가며 절구처럼 내리찍으니 곧 콜레스 2세의 몸은 흙속에 완전히 파묻혀 버렸다.

나는 대지의 정령과 물의 정령을 이용해서 계속 땅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진흙탕이 되자 콜레스 2세는 완전히 가라앉듯 파묻혔고, 바위가 때리는 방향이 조금 틀어지자 아예 몸이 뒤집혀 버렸다.

나는 드루이드 링의 힘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쓸 수 있을 때 몰아쳐서 빨리 승부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한 이상 콜레스 2세를 땅속 깊숙이 묻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드디어 진흙탕 수준에서 늪지대 수준이 되었다. 드루이드 링의 바위 역시 땅속에 들어가 이제는 콜레스 2세를 중간에 끼고 이리저리 돌기 시작했다.

이제 콜레스 2세는 어디가 땅위와 아래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큰 덩치로 허우적대는 게 바위를 통해 느껴졌다.

그러나 바위를 밀쳐내도 다시 달라붙으며 계속해서 땅속으로 끌어내리고, 두 정령이 그걸 도우니 콜레스 2세는 마땅히 대항할 방법이 없는 듯 했다.

드드드드

땅이 갑자기 울린다.

콜레스 2세가 뭔가 반격을 하려나보다. 나는 급히 바위를 모두 빼며 뒤로 물러났다.

연못에 큰 바위를 던진 것처럼 땅거죽이 하늘로 튀어 올랐다. 반경 수십 미터에 달하는 지역이 전부 뒤집혔다.

“저건 무슨 기술이지?”

땅속에서 쓴 거라 내가 알 방도는 없다. 적어도 마법은 아니다.

충격파 계열인가?

하지만 늪지대가 된 땅을 다 뒤집어 업어도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다. 그리고 위로 올라간 땅거죽은 다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집중공격!”

나는 드루이드 링의 바위들을 조종해서 쏟아지는 땅덩어리들과 함께 공격을 하게 했다.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치고 콜레스 2세가 중심을 잡게 해서는 안 된다.

“묻을 수 있는 최고의 깊이까지 묻어주지.”

쿠루루루룩

콜레스 2세는 뭔가 외치려 했지만 결국 다시 묻혀버렸다. 확실히 전투에 능한 자는 아니다. 힘이 아무리 강하고 엄청난 위력의 기술을 쓴다고 해도 실전 경험이 적으니 이렇게 발밑을 공략함으로써 쉽게 대응할 수 있다.

“저놈이 못 나오게 할 수 있나?”

크리드 경이 내 옆으로 와서 물었다. 방금 땅거죽을 뒤집는 것을 보고는 걱정이 되었나보다.

“무한한 힘은 없어요. 그리고 콜레스 2세가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도 그건 숲의 마법진이 막을 거예요.”

그러니까 난 콜레스 2세가 지진을 일으키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깊이까지만 묻으면 된다. 그 뒤로는 숲이 콜레스 2세를 봉인하는 셈이니 절대 나올 수 없을 거다.

이반 경도 옆에서 쉬면서 내 말이 맞는다는 듯 끼어들었다.

“일단 저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위치까지 묻으면 그 위에 드루이드 링을 박아서 고정하면 될 겁니다. 어차피 저자는 저주로 탄생한 트레저 골렘이고 언데드에 속하니 몇 년 만 봉인하면 알아서 수명이 끝날 겁니다.”

“응, 내가 장로에게 말해서 못 나오게 하라고 할게.”

미리아도 동의했다. 이걸로 콜레스 2세는 묻히는 분위기다.

쩝, 한 가지 아쉬운 건 마나파동포를 써 먹지 못한 거다. 내가 꼭 콜레스 2세에게 마나파동포를 써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기왕 묻었으니 계속 묻자.

나는 드루이드 링의 조종에 집중했다. 땅의 정령은 이반 경이 직접 조종해서 콜레스 2세의 발아래를 계속 파게 했다.

그렇게 다시 10분 정도 작업하니 거의 정령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한계거리까지 콜레스 2세를 묻을 수 있었다. 드루이드 링의 바위도 그곳까지는 갈 수 없기에 나는 이미 땅위로 바위들을 불러서 위쪽을 굳히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다시 콜레스 2세가 아까의 기술을 썼나보다. 하지만 이번에는 땅거죽이 뒤집히지 않았다.

“성공이군요.”

이반 경이 웃으면서 말했다. 이대로 땅을 굳히고 드루이드 링을 그 위에 박아 봉인하면 끝날 거 같았다.

나는 드루이드 링의 바위들을 원래대로 땅에 박아 넣었다. 처음 위치와는 조금 달라서 지맥의 힘과 연결하려면 며칠 걸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콜레스 2세가 무슨 수를 써도 땅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뒤쪽에서 급격하게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피해욧!”

나는 급히 미리아를 끌어안아 감싸며 지팡이에 장식된 미스릴 우산을 폈다.

콰콰콰쾅

이것은 8서클 공격마법인 매스 익스플로젼. 그런데 이게 폭발력이 장난 아니다. 거의 세 배에 가까운 위력이다.

나는 결계로브와 미스릴 우산 덕분에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미리아는 크게 부상을 당해 의식을 잃었다. 그나마 내가 늦지 않게 끌어안아 감싸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크리드 경도 완전히 피하지 못했는지 두 다리가 까맣게 탄 채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이반 경 역시 제대로 된 방어막을 칠 마나가 없었기에 온몸이 너덜너덜해져서 쓰러졌다. 그나마 내가 제때 피하라고 외쳐서 최소한의 방어를 할 여유는 있었기에 아무도 죽지 않았다.

크르르르

렉스가 웅크리고 앉아서 으르렁대고 있다. 가죽과 털이 불에 타지는 않았지만 폭발의 충격에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는지 반격을 하려 하지는 않았다.

서피는? 렉스의 목걸이로부터 서피가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게 보인다. 저놈만 멀쩡하게 피했구나.

마리포즈 역시 몸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상처를 입었다. 마리포즈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중심으로 뛰어들어 주변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 아니기에 반나절만 지나면 몸이 재생되어 멀쩡해질 것이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돌려 공격해 온 자를 보았다.

적의 기습은 아주 치명적이고 지독했다. 한 방으로 우리 대부분을 무력화 시켰다. 내가 기습을 해도 이정도로 확실하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지? 8서클 마법으로 기습을 할 수 있는 적은?

생각해보니 바로 답이 나온다. 예상대로 내 시야에는 아론 경의 모습이 잡혔다.

“아론 경! 진짜 콜레스 2세와 손을 잡은 겁니까?”

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론 경의 몸에 흐르는 마기가 보인다. 저건 어설프게 조종당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식으로 마족과 계약을 맺은, 그러니까 마족의 후계자가 된 자의 마기다.

“후후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 어차피 나와 폐하는 수십 년 동안 같이 제국을 키웠지 않나? 이제 같이 세상을 정복할 때도 되었지.”

“믿기 어렵군요. 마족과의 계약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아실 분께서.”

“아니, 이번에는 꽤 조건이 괜찮아. 난 책임이 없거든. 그저 폐하께서 계약을 완성하도록 도우면 된다네.”

“책임이 없는 계약이라…….”

그걸 믿냐? 이 멍청한 마법사야.

나는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내가 보기에 아론 경은 힘에 대한 욕망 때문에 이성을 잃은 것 같다.

하긴, 콜레스 2세가 상대를 회유, 세뇌하는 능력을 지닌 것은 나도 겪어봐서 안다. 하지만 8서클씩이나 되는 마법사가 그거에 당하기는 힘들다. 아론 경은 자신의 욕망에 의해 스스로 세뇌당해 버린 것이다.

마나뱅크와의 링크가 끊어지고, 몸 안에는 마나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래도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계약을 함으로써 지금 눈으로 보이는 것처럼 전신에 넘쳐나는 마나를 얻었을 것이다. 콜레스 2세의 마기를 나누어받고 그것을 마나로 바꿀 수 있게 계약을 했겠지.

아론 경은 이미 넘어서는 안 되는 강을 건넜다. 이제는 그와도 결판을 내야 한다.

나는 동료들의 상태를 다시 살펴보았다.

무리인가? 서피이외에는 모두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러니까 도움이 되기는커녕 내가 그들을 보호하며 싸워야 한다는 거다.

“서피, 이리 와.”

샤아아아

서피는 명을 받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나한테 와서 팔뚝에 감겼다. 그리고 뿌우 역시 내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알아서 아론 경의 머리 위쪽으로 날아갔다.

나는 땅에 박아 넣은 드루이드 링에 다시 손을 댔다. 아직까지는 이것들을 조종해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드루이드 링은 일단 방어적인 목적으로 써야 한다. 우리 일행이 모두 이곳에서 벗어나기 전에 아론 경이 또 범위 공격을 쓰면 그걸 막게끔 했다.

“렉스야,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

꾸웅, 꿍

렉스는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는 있기에 내가 말하자 신음성을 발하며 일어나 사람들을 하나씩 물어서 등에 태웠다.

“크크크, 드루이드의 힘을 손에 넣다니. 렌 경은 정말 대단하군. 시간이 지나 경이 8서클의 경지에 도달하면 아마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것이야.”

시간 안 지나도 너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거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문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7서클에 도달한 후 처음으로 싸우는 상대가 8서클의 아론 경이라는 것은 조금 의외지만 지금은 져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드드드드

다시 땅이 울린다. 콜레스 2세가 또 기술을 쓴 모양이다.

곤란하다. 아직 땅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았고, 드루이드 링으로 봉인도 하지 않았다.

아론 경은 득이만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폐하를 봉인하려 해도 내가 있는 한 쉽게는 안 될걸. 나는 폐하와 마법을 공유할 수 있으니 말이야.”

“마법전이군요. 그렇다면 지금 콜레스 2세는 열심히 땅을 파고 있겠네요.”

마법으로 땅을 파면 한번에 10미터 이상의 굴을 만들 수 있다. 그다지 높은 수준의 마법도 아니다. 알고보면 세상에서 땅굴을 제일 잘 파는 존재가 마법사다.

“잘 아는군. 길어야 30분이면 폐하께서 다시 올라올 거다. 그 사이 넌 나에게 잡히거나 죽을 거고.”

“예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그렇게 안 되도록 최선을 다해보죠.”

나는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주문을 시전 했다.

“뇌운 소환!”

구르르릉

검은 먹구름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드루이드 링을 이용해 드루이드 마법을 사용했다. 이걸로 최소한의 싸움 준비는 끝났다.

아론 경, 결판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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