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99화 (99/250)

로엔의 마나뱅크 99화

서피가 칼론 2세와 세리아 공주의 몸 안에 들어가 있던 주얼 버그를 모두 삼키고, 이반 경이 미리아와 함께 그들의 몸속에 남아있는 마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칼론 2세는 약 일주일 정도면 마기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세리아 공주는 한번 몸 안에 백마법의 보호마법을 제거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제재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어느 정도 걸릴까요?”

“적어도 일 년은 걸린 것 같습니다.”

일 년이면 너무 길다. 제국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머물 수는 없는데…….

내가 고민하는데 미리아가 말했다.

“그냥 내 숲에 데려다 놓자. 거기 있으면 정화시간이 두 배는 빨라질걸? 따로 치료를 안 해도 점점 마기가 빠질 거야.”

“오호, 그러네. 미리아의 숲이라면 정화력이 장난 아니겠는데?”

미리아야. 네가 그동안 키워준 보답을 톡톡히 하는구나. 엘프의 숲이 좋긴 좋아. 어쩌면 마족의 후계자와 싸우는 데 엘프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는걸.

“그렇다면 일단 칼론 2세만 치료하고 세리아 공주는 같이 영지로 데려가서 천천히 치료를 하도록 하죠.”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칼론 2세가 깨어나는 즉시 우리는 돌아가도록 해요. 마리야, 마차는 준비 됐지?”

“예, 렌 경이 이동하면서도 절대안정을 할 수 있도록 해 놨어요. 마차를 렉스가 직접 끌 거예요.”

“잉? 렉스가 마차를 왜 끌어?”

“미리아 님이 렉스와 대화를 했는데, 렉스가 렌 경이 아프다고 자기가 품고 침으로 치료를 해주겠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한참 설득한 끝에 이동할 때 돕는 쪽으로 타협 봤어요.”

“허걱, 품고 침으로 치료를?”

그동안 렉스가 몇 번이나 내 머리를 핥아서 흠뻑 젖게 해준 게 생각난다. 이거 알고 보니 나를 치료하려 한 거였군.

감동과 함께 오한이 밀려온다. 이놈이 내 전신을 침으로 도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구나.

“미리아가 마법으로 마차가 절대 흔들리지 않게 해 놨다고 설명해도 렉스가 마법을 이해 못 해요. 안 흔들리게 끌어주겠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말릴 수는 없었데요.”

“그래, 렉스가 그렇게 생각하면 끌게 해 줘야겠지.”

쩝, 조금 뭉클한 느낌도 나네.

내가 감상에 빠지려 하는데 마리포즈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렉스가 렌 경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키웠기 때문에 거의 자식과 같다고, 절대로 아파하는 걸 보고 싶지 않데요.”

“자식? 개의 자식?”

이걸 좋아해야 해? 말아야 해?

이반 경이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참으며 화제를 돌렸다.

“미스릴 우산은 다 만들었니?”

“잠시 만요. 제가 민민에게 물어볼게요.”

마리포즈가 직접 말해도 되지만 민민포즈가 직접 보고하게 하고 싶은가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기다렸다.

마리포즈는 한쪽 눈에 차고 있던 안대를 떼어 반대 눈을 가렸다. 그러자 감겨 있던 민민의 눈이 떠지며 목소리가 바뀌었다.

“하나 완성됐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미스릴의 양으로는 네 개를 더 만들 수 있고, 제작기간은 하나당 12시간이에요.”

“민민이구나. 지금 마리는 봉인된 건가?”

“예, 마리 언니의 육체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둘 중 한명만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렌 경이 마나뱅크와 접속할 때하고 따로 매일 세 시간의 작업시간동안 마리 언니가 저에게 육체를 빌려주기로 했어요.”

“그래, 3시간 정도면 적당하구나. 넌 아직 어려서 육체를 너무 오래 제어하면 자아의 형태가 굳어져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넓은 공간의 제어는 너에게 꼭 필요하니까 말이야.”

“예, 제가 원래 있어야 할 영역은 마나뱅크의 안, 항상 명심하겠습니다.”

“착하구나.”

나는 손으로 민민포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릴 때에는 이게 최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인격 형성에 최고의 효과를 준다.

민민포즈는 내가 쓰다듬어 주는 동안 살짝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손을 거두자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배꼽인사를 하고 안대를 고쳐 썼다.

마리포즈가 인사하는 것을 가르쳤구나. 그래도 배꼽인사는 너무 정중한데 말이야. 하하하.

곧 마리포즈가 돌아와 말했다.

“민민과 육체의 제어를 교환할 때 0.5초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그때는 육체가 무방비 상태로 됩니다.”

“알았어. 전투 중에는 조심하도록 하자.”

“예.”

“미스릴 우산을 가져다 줘. 지하 연습실로 가서 시험해보자.”

“은닉의 결계를 설치한 연습실이군요. 그쪽으로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래.”

마리포즈는 먼저 방을 나가 공방으로 가고 나는 렉스와 함께 지하 연습실로 향했다. 그런데 이반 경이 일을 처리하러 가지 않고 나를 졸졸 따라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구경하려고요?”

“꼭, 구경하고 싶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뒤처리나 도와줘요.”

강력한 공격마법을 개발했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이반 경의 눈빛이 빛나긴 했지. 이쯤에서 이반 경도 궁극마법급의 공격력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특별히 보여주도록 하자.

땅의 정령이 있으면 뒤처리 할 때 편하니 괜찮네.

잠시 후, 지하연습실에 온 나는 마리가 미스릴 우산을 가지고 오자 그것을 받아들고 지팡이에 장착을 했다.

“마리야, 이반 경을 보호해 줘.”

“저는 방어막을 치겠습니다.”

이반 경이 무슨 보호냐는 눈빛으로 말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은닉의 결계를 발동시켰다. 체프코트 가문의 연습실이니 이런 비장의 수법을 시험해 보려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중요하다.

결계가 발동되면 외부에서는 마법적으로 감시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나는 결계가 완전히 발동 된 것을 확인하고는 이반 경에게 말했다.

“이번 공격마법은 발동되는 순간 발생하는 충격파가 모든 마법적인 효과를 정지시켜요. 보호마법은 해제되고 마법무구도 일시적으로 기능이 정지되니 오직 물리적인 방어막만이 충격파를 막을 수 있어요.”

“아, 그래서 그런 우산을 만든 거군요.”

이반 경은 놀랍다는 눈으로 얼른 마리포즈의 뒤에 숨었다. 그 뒤에 렉스가 웅크리고 앉았는데 이건 마리포즈와 이반 경이 충격파로 날아가는 것을 몸으로 막아주기 위함이다.

나 역시 튕겼을 때 렉스의 몸 쪽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잡고 지팡이를 땅 쪽으로 겨누었다.

이미 땅이 십 미터 정도 파여 있어서 충격파의 여파가 최대한 적게 해 놓았다. 그리고 천정 쪽에는 강철판을 두껍게 설치해 반사된 충격파가 천정을 뚫고 지상을 파괴하지 않게 보호했다.

“그럼 갑니다.”

나는 지팡이의 보조 장치를 눌렀다. 그러자 안에서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미리 끼워놓은 또 하나의 지팡이가 앞으로 일 미터 쯤 튀어나갔다.

뿌우가 지팡이에서 튀어나와 얼른 렉스 뒤로 숨었다.

“어억, 뿌우 넌 왜 나와?”

가뜩이나 마나고갈 상태에서 렉스의 목띠로 마나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건데 뿌우가 나오니까 힘이 좌악 빠진다. 다리가 후들거려.

“쏠 때는 꼭 말을 해랑. 나 저거 다시 맞긴 싫당.”

“윽, 네가 나오면 마나소모가 장난 아닌데.”

이론 상 지팡이 속에 있으면 괜찮을 텐데, 그때 죽을 뻔 한 기억이 있어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나 보다.

나는 이를 악 물어 정신을 집중하고 마나뱅크의 게이트를 열었다.

그러자 곧 드드드 하고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몰려온다. 지금 느끼는 거지만 이게 거대한 마나가 움직일 때 내 감각이 발신하는 경고 신호구나.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속으로 셋을 세었다. 전에 이 정도 타임에 터졌으니 이번에도 같은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아악!”

역시 이 타임이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외치며 뒤로 튕겼다. 몸이 부서지는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푹신한 감각은 렉스의 배털이구나.

할딱, 할딱

머리위에 느껴지는 끈적미지근한 느낌은 렉스의 혀로구나. 얘가 내가 날아오자 열심히 치료를 해 주는 거구나.

겨우 정신이 든다.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옆쪽에 이반 경이 처박혀 있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 마리포즈가 있네.

“이반 경, 괜찮아요?”

“으윽, 팔다리가 쑤십니다.”

“쑤시다는 건 떨어져나가진 않았다는 거네요.”

내가 농담처럼 말을 할 때 마리포즈가 일어나 나를 일으켜 주었다. 그러자 렉스도 따라 일어나서 내 머리 핥기를 계속했다.

“으윽, 나도 목하고 허리에 무리가 갔나보군.”

손으로 목을 주무르니 부드득하는 소리가 났다. 에고고, 미리아에게 목만이라도 치료해 달라고 해야지.

“결과는 어떻게 됐지?”

“성공적으로 발사됐어요. 반사된 충격파로 강철판 중 네 개가 부서져서 교체가 필요하네요.”

“그래, 근데 정말 땅속으로 쏴서 충격파가 훨씬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빡세긴 빡세다.”

나는 혀를 차며 구멍 앞으로 갔다. 옆에는 이반 경도 따라와 같이 구멍을 확인했다.

“헛, 구멍 속이 안 보입니다.”

“어디까지 뚫렸죠?”

“잠시만 기다려 보시지요.”

이반 경은 곧 대지의 정령을 소환해서 구멍의 깊이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50킬로미터 정도 된다는군요. 지반이 완전히 뚫려서 조금만 늦었으면 대지진이 일어날 뻔 했답니다.”

이반 경의 대지의 정령은 긴급히 지면복구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한다.

“헉, 이거 땅에 쏘면 광역재난마법이 되는 거였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마법인가요?”

“마나파동포라는 건데, 현재 제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궁극마법급 공격마법이에요.”

“궁극마법급이라니! 역시 그렇군요. 이런 힘은 9서클로도 불가능하죠.”

이반 경은 진짜로 흥분한 듯 보였다.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쯔쯔 찼고 그는 곧 아! 하면서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 어떤 경우라도 흥분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벌써 몇 번 째야.

“이거 원래 남한테 공개하면 안 되는데 이반 경이 궁극마법에 대한 감을 잡으시라고 보여드리는 거예요. 만약 같이 싸울 때 내가 이거 쓰면 알아서 대처하세요.”

“옛,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미스릴 우산, 저도 하나 얻을 수 없을까요?”

“그러네요. 비상용으로 다들 하나씩 만들어서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겠네요.”

나는 내 미스릴 우산을 지팡이에서 빼며 말했다. 그리고는 마리포즈에게 우산을 건넸다.

“마리야. 이거 분석해줘. 손상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야 몇 번 정도 쓸 지 견적이 나오니까.”

“예, 정밀분석을 해 봐야 정확한 손상도를 알겠지만 지금 단순계산으로는 네 번에서 다섯 번 정도인 것 같아요.”

“하하하, 마리야. 네가 이제는 대충 계산하는 법도 깨달았구나.”

정말 인공자아답지 않은 계산법이다.

어쨌든 그 정도라면 안전을 위해서 네 번 쓰고 갈아 끼워야 하겠군. 연속해서 사용하는 게 아니면 고쳐서 쓰면 되고.

결국 마나파동포를 쓸 때 꼭 사용되는 것은 발사대, 그러니까 내장형 지팡이 뿐이군.

이정도면 큰 손해는 아니지. 위력을 생각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거고.

나는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반 경에게 말했다.

“보셨으니 알겠지만 이거 발사할 때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러니 우리가 같이 싸울 때 이반 경은 상대를 붙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준비해 주세요.”

“그렇군요. 확실한 것으로 몇 개 준비하겠습니다.”

“좋아요. 이걸 꼭 콜레스 2세에게 먹여 주도록 하죠.”

업그레이드는 끝났다.

콜레스 2세! 보고 있나? 넌 내 눈에 뜨이는 순간 소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