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35화 (35/250)

로엔의 마나뱅크 35화

4장 사랑의 도피?

세상을 지배하려하는 마족의 계약자!

웨어울프 킹 샤날 퍼보트의 등장은 순식간에 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거의 10만에 가까운 인명이 희생되어 웨어울프가 되었기에 참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웨어울프 킹 사태에 참가했던 10대 가문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지독한 전투를 경험했고, 사태가 정리된 이후에도 상당수가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세계정복을 노리는 고위 마족의 계약자가 또 있다는 정보는 그들에게 커다란 분노와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어쨌든 이번 일로 대륙의 모든 사람이 마족의 침공을 알게 되었고, 10대 가문에서는 마족과 계약한 자를 찾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도리아 왕국은 이번 사태로 거의 파산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우리가 노린 대로 새로운 국경은 쌍둥이 요새 성채인 디스포탄으로 확정되어 볼스테어 왕국은 광대한 평야지대를 얻게 되었다. 기존 국토의 절반 가까이나 식량 생산량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또한 아도리아 왕국은 웨어울프 킹 사태에 대한 책임도 져야했기에 10대 가문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기로 했다. 왕궁 창고를 탈탈 털고도 모자라 향후 30년간은 계속 빚을 갚아야 한단다.

왕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왕의 동생이 새로 즉위했지만 병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기에 이제는 왕국이라 부르기도 애매할 정도다.

쯔쯔, 남의 왕국 함부로 먹으려다가는 체해서 이미 뱃속에 든 것까지 다 쏟아내게 되어 있다니까.

이번 사태로 가장 유명해 진 사람은 다름 아닌 미스틱 엑스다.

마이어 경은 미스틱 엑스의 편지를 10대 가문에 공개했다. 마족의 계약자가 또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이다. 더불어 그동안 있었던 미스틱 엑스의 행적을 모두 공표했다.

생애를 걸고 마족과 싸우기로 맹세한 성전사!

정령을 부리고 대규모 생체 마법진을 창조해 내는 8서클 추정 마도사!

그러면서도 실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배후에서 모든 일을 조종할 정도의 음모가!

미스틱 엑스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고공행진을 해서 당대 최고의 마도사인 아론 체프코트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웃기는 게 볼스테어 왕국에서는 미스틱 엑스에게 구국의 영웅이란 칭호와 함께 백작 작위를 내리고 그에 어울리는 영지까지 내렸다.

모습도 한 번 보이지 않고 작위를, 그것도 영지까지 더불어 받은 사람은 미스틱 엑스 밖에 없다고 한다.

왕성에서 8서클 마도사로 추정되는 인물과 인연을 맺고 싶어서 일방적으로 벌인 일이겠지만 조금 뻘쭘한 기분이긴 하다.

허 참, 이러려고 가공인물을 만든 건 아닌데 말이지.

어찌되었든 그 덕분에 우리 콘돌스핀 마탑 문제는 잘 넘어가게 되었다. 락티움 마탑은 당분간 탑을 봉인하고 전쟁 영웅이자 마도병단의 책임자인 파우스 스승님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 그롬웰 마탑 역시 파우스 스승님을 가문의 새로운 가주로 추대하는 데 동의했다.

생체 마법진을 공개하고 정령에 대한 연구도 공유를 해 주겠다는 나와 스승님의 말에 그들은 충성을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시라브 마탑이야 말할 것도 없다. 원래 이용만 당하다 희생되었어야 하는 운명이었기에 그들은 스승님을 은인이라 생각한다.

결국 파우스 스승님은 10대 가문의 동의를 얻어 정식으로 콘돌스핀 가문의 세 마탑을 총괄하는 가주가 되었다.

1서클 가주라. 거 참, 느낌 있네. 내 20대 대마법사가 꿈인데 이거도 장난 아닌 걸?

거기에 왕국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고 영지는 못 받았지만 봉록을 받게 되었다. 봉록이란 수도에 사는 작위 귀족에게 왕성에서 매년 급여를 지불하는 것인데, 자작의 영지에서 나는 소출을 평균내서 그 금액만큼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이것으로 브로스마이어 자작가는 기존의 상단과 더불어 풍족한 자금을 보유하게 된 셈이야.

그리고 나는, 우후후훗.

콘돌스핀 가문과 브로스마이어 자작가의 공동 후계자란 말씀. 그것도 경쟁자 하나 없는 유일한 후계자라는 거.

뿐만 아니라, 난 미스틱 엑스의 비공식 제자 취급도 당하고 있거든. 정령을 공유하고 생체 마법진 50개를 완벽하게 이해한 천재니까 말이야.

10대 가문에서도 파우스 스승님은 그냥 형식적으로 축하만 하고 오히려 나한테 관심을 보이더라고, 심지어 정령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가문 차원에서 나를 적극 후원해 주겠다고 제안도 했는데, 난 거절했어.

미스틱 엑스 경이 시킨 대로 해서 정령 공유는 했는데, 정령에 대한 지식은 일절 없다고 딱 잡아 땠지.

안 그랬으면 이 자들이 날 납치하려 했을지도 몰라. 마법사들에게 있어 정령 지식은 그 정도로 절실한 거니까.

아무튼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는 사이에 한 달이 후딱 지나가고 파우스 스승님과 난 겨우 쉴 틈을 얻었어.

그런데 말이야.

“이게 다 청혼장이라고요?”

난 박스에 담겨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편지들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예물은 따로 놔두고 편지만 담아서 가져왔는데, 그게 한 박스라니.

대충 보니 한 삼백 장정도 되네.

“어떻게 할 거니? 네가 생각이 있다면 내가 적당한 곳과 추진을 하도록 하마.”

“그냥 다 거절해 주셨으면 해요. 전 아직 어리고 당분간은 마법 수련에 전념하고 싶어요.”

아아,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거 다 물러야 한다. 내가 원하는 청춘은 사교계에 나가서 짜릿하고 풋풋한 연애를 하는 거지 청혼장 받고 얼굴도 모르는 여자와 약혼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그게 문제가 좀 있단다. 그냥 거절하기 어려운 곳에서 온 청혼장도 있어서 말이다.”

“거절하기 어려운 곳이요?”

“여기 따로 분류해 놓은 이것들, 이것들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좀 당황스럽구나.”

난 스승님이 가리킨 부분의 청첩장들을 꺼내 보낸 사람들을 확인했다.

-볼스테어 왕가, 소피아 제 삼 공주.

-아도리아 왕가, 실비아 제 일 공주.

아 놔, 앞에 두 장 부터 사람 기를 죽이네. 나보고 부마하라 이거냐? 그런데 볼스테어 왕가는 그렇다 치고 아도리아 왕가는 갑자기 왜 들이대는 건데?

황당해 하고 있으니 스승님이 내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피아 공주와 약혼하면 미스틱 엑스 경의 영지를 네가 대신 관리하게 하겠다더구나. 그 위에 너에게도 공주의 약혼자에 걸맞은 작위와 영지를 내리겠다고 적혀 있었다.”

“.....”

“그리고 실비아 공주의 경우는 정식으로 왕위 계승권을 주고 후일 왕정 마법사의 자리를 약속하겠다고 한다. 동시에 아도리아는 우리 콘돌스핀 가문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말이다.”

흐미, 아도리아에서 크게 나왔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미스틱 엑스 정도 되는 거물의 힘이 있어야 나라가 안 망할 거란 생각이군.

아도리아가 콘돌스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기존에 그쪽에 있던 마법사들이 모두 콘돌스핀 가문에 속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게 왕 혼자 정할 수는 없고, 그쪽 마법사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렇게 정식으로 제안을 한 거 보면 이미 합의가 된 모양이다.

흠, 이건 꽤 괜찮은 조건이긴 하네. 정략적으로 보면…아니지. 난 정략결혼 안 할 거라고! 가문이고 뭐고 내 청춘을 희생하면서까지 키울 생각은 없다고. 그렇게 안 해도 때가 되면 알아서 클 테니까 말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음 장을 넘겼다.

그 뒤 열장은 십대 마도 가문의 청혼장이었다. 그 뒤 몇 장도 십대 마도가문에는 들지 못해도 그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가문의 것이었고.

“애매하네요.”

“그렇지. 네가 공주와 약혼하는 것은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10대 가문과 인연을 맺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좋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거절하면 압박을 가해 올 거 같은데요.”

“나도 그게 걱정이다.”

마법사들의 속성은 내가 잘 알지. 하나같이 속이 좁아서 무시를 당하면 두고두고 앙심을 품고 뒤에서 찌질 하게 괴롭힌다고. 10대 가문인 자신들이 청혼장까지 보냈는데 변방의 하급 가문인 우리가 거절한다면 마구 자존심 상해할걸?

그 중 하나를 택한다면 바람막이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모두 거절하면 알게 모르게 왕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할 마음도 없었지만 공주와 약혼하려고 해도 힘들겠네. 10대 가문의 힘은 우리 볼스테아 왕국보다 강하고, 그들이 앙심을 품는다면 가문뿐 아니라 왕국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

이건 내가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야. 그렇다고 10대 가문과 싸울 수도 없으니까.

나는 진심으로 고민을 했다. 사실 공주와 약혼은 말하자면 남자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10대 가문의 딸은 절대로 안 된다. 정략적인 문제로 절대 안 되는 거다.

어떻게 한다?

잠시 생각하던 나는 또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파우스 스승님께 말했다.

“어쩔 수 없이 도망가야겠네요.”

“도망?”

“미스틱 엑스 경 핑계를 대고 마족을 찾아 대륙을 떠돌아다니는 걸로 해야겠어요. 뿌우를 나와 공유한 이유가 내가 미스틱 엑스 경대신 이 일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하고요.”

“설마 정말 그런 약속을 한 거냐?”

“아니요. 마족 이야기는 이번에 저도 처음 알았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마족을 찾으러 다닐 생각은 아예 하지 말거라. 혹시 만날 거 같으면 도망가는 게 옳다.”

“그럼요. 전 오래 살고 싶어요. 아무튼 그렇게 핑계를 대고 미스틱 엑스 경과의 약속이 끝날 때까지 개인적인 일은 다 미룰 수밖에 없다고 정중히 거절하면 될 거 같아요.”

마족 찾으러 다닌다는 사람에게 약혼 안 해준다고 뭐라 하지는 않겠지. 암. 그러면 욕도 먹고 미스틱 엑스와 척까지 질 테니 말이야.

내가 생각해도 미스틱 엑스는 참 잘 만든 거 같아. 가공인물이니 마음 놓고 나 편하게 핑계를 댈 수 있잖아. 거기에 실체가 없으니 수틀리면 난 잘 몰라요 해버리면 되고 말이야. 후훗.

“그럼 그렇게 거절한다 치고, 넌 어디로 갈 거냐?”

“모습을 바꾸고 여행을 좀 다닐게요.”

“그럼 렉스는? 렉스는 안 데리고 다닐 거니?”

“렉스를 데리고 가면 모습을 바꾼 보람이 없어서 곤란해요. 렉스는 당분간 아도리아 국경지대에 남아있는 웨어울프 잔당을 사냥하게 놔두는 게 좋겠어요.”

웨어울프 보약 빨고 무럭무럭 커라 렉스야.

“렉스도 없이 널 혼자 보내기에는 안심이 안 되는구나.”

“저 3서클이에요. 스승님. 제 안전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요.”

사실은 4서클이지만요.

“마도사가 아닌 이상 혼자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단다.”

“그렇다면 마리포즈를 데리고 갈게요. 마리포즈와 뿌우가 있으면 위험한 일은 없을 거예요.”

“아, 그녀가 있었구나.”

겨우 스승님을 납득시키고 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사교계에서 멋진 데뷔를 하는 것은 당분간 힘들겠지만 여행도 나쁘지는 않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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