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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의 마나뱅크-32화 (32/250)

로엔의 마나뱅크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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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들로부터 알아낸 정보로는 디스포탄 성채에 남은 웨어울프들이 주둔하고 있다고 했다. 디스포탄 성채의 별명은 쌍둥이 성채로써 하웰 강을 끼고 두 개의 똑같은 성채가 건설되어 있다.

그 중 왼쪽에 있는 성채에 웨어울프들이 머물고, 반대편에는 인간 병사들이 머무는 것이다.

웨어울프의 왕은 샤날 퍼보트라는 이름이다.

그자는 원래 몰락해가는 백작가의 가주인데, 행방불명 됐다가 3년 만에 웨어울프로 변해 나타났다고 한다.

샤날 백작은 나타나자마자 얼마 안 남은 자기 집안사람들을 모두 동족으로 만들었고, 그 뒤에는 영지민까지 모두 깨물어 버렸다.

그 후 샤날 백작은 아도리아의 왕을 찾아가 자신이 웨어울프의 왕이 되었음을 알리고, 인간시절 조국이었던 아도리와 왕국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욕심 많은 아도리아의 왕은 샤날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보름달이 뜬 날 난민들을 속여 숲으로 유인한 다음 샤날 백작에게 그들의 운명을 맡겼다.

이만이나 되는 사람이 단 하룻밤 사이에 웨어울프에게 물렸고, 그들은 삼일 만에 변화를 끝내고 샤날 백작의 충실한 백성이 되었던 것이다.

“디스포탄에서 꼭 샤날 백작을 처치해야 합니다. 만약 그자를 놓친다면 나중에 또 다시 웨어울프의 대군과 싸워야 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웨어울프 일만에 병사 3만이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카탈라난 전대가 있으니 그들이 웨어울프를 상대하는 동안 우선 반대편에 주둔한 인간 부대를 처리하고 샤날 백작을 잡기 위한 포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적측에 마법병단이 있다고 했지?”

“예, 많지는 않지만 마법사의 수가 50은 된다고 합니다.”

“야전이라면 부족하겠지만 수성에는 충분한 수로군.”

롤랜드 장군은 공성전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몇 번이나 저쪽의 병력상태를 확인했다.

50명의 마법사가 방어를 신경 쓰지 않고 성 위에서 공격마법을 사용한다면 이쪽은 백 명 이상의 마법사가 막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이쪽은 성채에 공격마법을 써도 별 효과를 볼 수 없으니 그냥 병사들에게 강화마법을 걸어주는 정도로 끝이다.

디포스탄 성채의 방어 마법진은 7서클, 한 마디로 최고급 방어진이라 할 수 있다.

“상대는 웨어울프입니다. 집단을 이룰 수는 있어도 수성전처럼 정교한 전술을 펼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성전이 되면 오히려 더 쉽게 전투가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건 그렇겠군.”

“적들이 생각이 있다면 아마 그 전에 성에서 나와 야전을 벌일 것입니다. 어쩌면 밤에 야습을 감행해 올지도 모릅니다.”

“야습에 대비하면서 미리 군을 나누어 진군한다면 동시에 두 성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

군사 회의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이미 이곳까지 오는 동안에 밤마다 적적한 대응책을 논의했기에 정식 회의에서는 마지막 점검 수준으로 논의를 하고 작전을 결정했다.

롤랜드 장군의 명이 떨어지자 아군은 군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하웰 강을 건너갔다. 군을 둘로 나누는 것은 위험한 행위이지만 싸우는 동안 도강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그 상태로 다시 하루를 진군했다. 그러자 드디어 눈 앞에 디스포탄 성채가 나타났다.

야습을 당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면 우리의 승리는 거의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롤랜드 장군을 비롯한 참모들의 입가에 이겼다는 의미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미소를 비웃기라도 하듯 정탐을 나갔던 수색대원들이 돌아와 보고를 했다.

“뭣! 이미 성이 비워져 있다고?”

“두 개의 성채에 모두 병사가 없습니다. 병사뿐 아니라 일반 백성, 하다못해 기르는 가축도 전혀 없습니다.”

“으음, 설마 그들이 도망을 갔다는 말인가?”

롤랜드 장군이 신음성을 흘릴 만 하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진군을 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리아스 왕성에서 퇴각 명령을 받을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아직 도리아스 왕성까지 패전보고가 전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들이 왕의 명령도 없이 임의대로 요충지 성채를 포기하고 물러난 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일단 성채를 접수하고, 정보를 모으는 게 좋겠습니다.”

파우스 스승님이 롤랜드 장군에게 말했다.

이 성채만 접수해도 꽤 넓은 영지가 우리 볼스테아 왕국으로 넘어오는 셈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무리할 필요는 없다.

롤랜드 장군도 같은 생각인지 파우스 스승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비어 있는 디스포탄 성채에 군을 주둔시켰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을 무렵, 드디어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웨어울프들이 도리아스의 왕성을 향해 몰려갔다고?”

“옛, 수는 약 4만, 그리고 웨어울프 뿐 아니라 흉측하게 변한 말과 소, 돼지, 개 등도 같이 있었다고 합니다.”

“병사들은? 도리아스의 병사들은 어디로 간 거지?”

“웨어울프의 수를 보아 아무래도 도리아스의 병사들은 이미 웨어울프가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다면 샤날 백작이 배신을 한 건가!”

사람들의 안색이 하나같이 창백해 졌다.

웨어울프의 왕이라는 샤날 백작이 아군 병사들을 공격해서 동족으로 만들었다면 이미 도리아스 왕국에 대한 충성과 맹약을 지킬 마음이 없다고 봐야 한다.

“왕성의 사람들이 위험합니다!”

참모 중 한 명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나를 비롯해 파우스 스승님과 롤랜드 장군, 그리고 참모들 중 몇 명이 하고 있는 생각을 한 듯하다.

“그래, 그들이 왕성으로 몰려갔다면 목적은 하나겠지. 왕성의 사람들을 모두 동족으로 만들려는 거야.”

롤랜드 장군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거의 50만에 달한다. 그들이 모두 웨어울프에게 당한다면?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애초에 음모였군요. 샤날 백작은 세상을 점령할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공포에 질려갔다.

나는 그들의 표정 변화를 냉정하게 살피다가 말했다.

“웨어울프 중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자는 그 샤날 백작 밖에 없는 거랬죠? 나머지는 그냥 명령에만 충실히 따르는 거고요.”

“정보로는 그렇다.”

“그러면 그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겠네요. 지금이라도 재빨리 각 마도가문에 도움을 요청하고 마법사들로 포위망을 구축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에요. 가능하면 그들이 왕성에 도착하기 전에 대처를 해야 해요.”

“그렇군. 그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웨어울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이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이런 식으로 무한정 늘어난다면 정말 인간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로 뭉쳐서 다녀야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커진 후에는 한계가 있게 된다.

아마 샤날 백작은 왕성을 먹은 뒤 그 다음으로 큰 도시를 습격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에는 또 다시 인접한 도시를 하나씩 털어먹으려 하겠지.

사건은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났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국가 간의 전쟁이라는 규모를 벗어나, 인류 전체의 재앙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륙의 마법사들을 동원해서 그들의 진로를 막고 포위, 섬멸해야 한다. 그게 이 비인간적인 난을 막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다행히 스승님과 나는 이미 체프코트 가문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그들이 나름대로 조사에 착수했다면 어쩌면 이미 이 상황을 알아차렸을 지도 모르니 생각보다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일이 해결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회의 끝에 일단 성채의 방비를 굳건하게 하고 이곳에 대기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웨어울프들이 이쪽으로 온다면 성채를 의지해서 우리가 막아야 한다.

충격이 하루가 지나고 밤이 되었을 무렵, 북쪽하늘로부터 커다란 새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익숙한 실루엣, 전에 본 레드 드레이크의 모습이다.

파우스 스승님은 나를 데리고 체프코트 가문에서 온 사람을 배웅하러 갔다.

“마이어 경.”

“파우스 경이시군요. 연락은 받았습니다.”

“사태가 심각해 졌습니다. 웨어울프들이 자국 병사들을 공격해서 수를 늘린 후, 아도리아의 왕성 쪽으로 진격했다고 합니다.”

“이미 그 보고도 받았습니다. 가주이신 아론 경께서는 십대 가문에 동원 요청을 했고, 오천 명의 마법사가 왕성 앞쪽에 모이기로 했습니다.”

“다행이군요.”

“하지만 웨어울프들은 도중에 착실히 수를 늘려 이미 8만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흉폭화 된 동물들도 거의 비슷한 수만큼 있다고 하는군요.”

흐미, 도합 16이냐! 정말 그냥 놔뒀으면 왕성 하나를 통으로 잡아먹고 대재앙 수준의 일을 벌였겠구먼.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마이어 경도 이 사태에 대해 기가 막히는 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우스 경께서 한 발 먼저 정보를 알려줘서 우리가 더 늦지 않게 대처를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전 약속된 바를 지킨 것뿐입니다. 그런데 스펠플래그 균과 웨어울프 균의 비밀을 밝혀졌습니까?”

“스펠 플래그 균은 분석이 끝났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에는 상위 마족의 힘이 깃들어 있더군요. 그 점을 역이용해서 정화마법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네. 병이 아닌 독이고, 그게 마족의 힘이라면 정화마법으로 독이 제거된다. 알고보면 진짜 스펠 플래그 병보다 훨씬 간단하게 치료가 되는 거네. 역시 9서클 마법은 좋아. 치료법까지 대충 나온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웨어울프도 마찬가지일까요?”

“비슷할 것이라 예상합니다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아론 가주께서 다시 한 번 궁극 분석 마법진을 설치하고 계시니 일주일 쯤 후에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만.”

아론 체프코트 경, 고생하네. 아무리 마법진의 힘을 쓴다고 해도 9서클 마법을 자꾸 사용하면 몸에 충격이 좀 올 텐데 말이야. 뭐, 그걸 감안해서 시간 여유를 두는 거겠지만.

나는 모른 척 했다.

8서클이 9서클 마법진을 가동시키는 것은 7서클이 8서클 마법진을 가동시키는 것보다 몇 배는 어렵고 자금도 무지하게 들어가지만 그걸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그런데, 이 소년입니까? 미스틱 엑스 경으로부터 정령을 이어받았다는 사람이?”

마이어 경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역시 그것 때문에 온 거군.

나는 두 말 없이 지팡이를 잡고 집중하는 시늉을 하며 외쳤다.

“뿌우 소환!”

뿌우~

야, 좀 적당히 하면 안 되겠냐? 꼭 허공을 몇 바퀴나 돌다가 내려와야겠니? 이제는 효과음도 만들고 말이야.

나는 뭐라고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보는 사람이 많아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뭐냥? 너 힘드니까 카탈라난 쓸 때 말고는 안 부르는 게 좋당.”

“으, 그건 아는데, 여기 마이어 경이 좀 보고 싶어하셔.”

나는 정말 힘든 척 했다. 이래야 언제든지 소환해제를 해도 욕 안 먹으니까.

마이어 경은 얼른 앞으로 나와서 뿌우에게 말했다.

“대단하군. 그대의 주인이 정말 이 소년과 그대를 공유한 것인가?”

“그렇당. 미스틱 엑스와 렌은 남이 아니당. 어느 쪽이든 나를 소환할 수 있당.”

“소환 공유가 확실하군. 혹시 미스틱 엑스 경께 나를 데려다 줄 수 있겠나?”

“없당. 알아서 찾아가랑.”

뿌우가 거절하자 마이어 경은 나를 보고 다시 물었다.

“렌 경, 가능한가?”

“죄송합니다. 그분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뿌우를 통해 연락만 할 뿐입니다.”

“그런가.”

마이어 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들 돌렸지만 눈치를 보니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당분간 감시를 당할지도 모르겠네.

여하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상위 마족의 힘이란 말이지?

웨어울프 킹 샤날 퍼보트, 너 마족하고 계약했구나?

나도 모르게 이가 갈린다. 내가 전생에 마족과 계약한 제자한테 죽었잖아.

마족과 관련 있는 놈들은 아주 씨를 말려 버려야 해.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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