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엔의 마나뱅크-31화 (31/250)

로엔의 마나뱅크 31화

3장 웨어울프 킹

“웨어울프의 왕이 아도리아 왕가와 손을 잡았다고!”

포로들을 심문한 참모의 보고를 받은 롤랜드 장군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믿기 어렵다.

웨어울프에 왕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말이야.

그놈들이 그렇게 사회적인 집단이 아니거든.

종족번식을 짝을 지어서 하는 게 아니라 깨물어서 하는 데, 애초에 종족번식 의지 자체가 없어. 그냥 먹다가 흘린 것들이 알아서 종족이 되는 거라고.

그리고 지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아. 인간이 변해서 됐다고 인간 지능을 가지는 게 아니라니까. 그냥 늑대야, 늑대. 그것도 미친 늑대.

“파라스 경, 이 점에 대해 전례가 있습니까?”

스승님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고, 그 사이 참모는 조사해 온 내용을 계속 보고했다.

“이번 전투에 참가한 웨어울프는 전부 일만으로, 아도리아 왕국에서는 이들을 만들기 위해 난민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난민을 이용해 웨어울프를 늘릴 수 있다는 소리겠군.”

“예, 지금 일만 정도가 더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나는 참지 못하고 롤랜드 장군에게 말했다.

“아도리아 왕국에서 난민을 강제로 웨어울프로 만들었다면 정말 나쁜 짓이잖아요. 스승님, 이런 거 마도가문에서 두고 보나요?”

“렌의 말이 맞습니다. 제 2차 마도회합에서 민간인을 강제로 희생시키는 실험은 금지했고, 인간의 생체개조를 대량으로 실행해서 병기로 사용하는 것은 모든 마법사들이 적극 대응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파라스 경, 그 문제에 대해서 적의 수장인 폰스키 후작에게 이미 확인을 했습니다만.”

“뭐라고 해명했습니까?”

“이건 마법사들과는 관계없는, 그러니까 웨어울프라는 마수와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일이니 마도회합의 조약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으음, 그렇게 주장한다면 반박하기가 쉽지는 않겠군요.”

이런, 마법사가 한 짓이 아니라면 난민이 희생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건가?

난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듯 한 분노를 느꼈다. 엄밀하게 말하면 나도 고아이기 때문에 난민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힘이 없어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슬픔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각국의 마도가문에 이 사실을 알린다고 해도 기껏해야 더 이상 난민을 희생시키지 말라는 정도가 한계겠군요.”

파우스 스승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 사이 우리가 전쟁으로 입은 피해는 보상받을 수 없겠군.”

“아마 아도리아도 그 점을 노렸을 겁니다. 문제가 되기 전에 재빨리 우리 볼스테아를 점령할 생각이었겠지요.”

“다행히 이전 전투에서 우리가 승리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졌으면 큰일 날 뻔 했겠군.”

“아무튼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적들이 남은 웨어울프를 동원해서 다시 쳐들어온다면 결코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입니다.”

“남은 웨어울프만이라면 몰라도, 난민을 더 희생시켜서 수를 불린다면 확실히 위험합니다.”

“파우스 경, 웨어울프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방법이 있소?”

“병사들의 무기에 은을 씌워야 합니다. 은으로 된 무기로 급소를 찌르면 웨어울프를 단번에 죽일 수 있으니까요.”

“병사들을 모두 지원하려면 은이 얼마나 필요한 지 짐작도 가지 않는구려.”

“전원이 무리라면 소대장 급은 은을 입힌 무기를 소지하고, 다른 병사들이 제압한 웨어울프에게 결정타만 날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될 것입니다.”

“그건 가능하겠군.”

“또 아군이 물렸을 때를 대비해서 울브스베인을 대량 준비해야 됩니다. 울브스베인으로 치료약을 만드는 법은 제가 알고 있으니, 약제술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총 동원해서 최대한 많이 만들어 두는 게 좋겠습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회의가 끝나고, 긴급 전령이 왕궁을 향해 떠났다. 볼스테아 왕실에서는 이 보고를 받자마자 대륙의 각 마도가문들에게 아도리아 왕국이 비인간적인 행태를 알리고 심판을 받게 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전투를 피하는 게 좋겠구나.”

회의실을 나오면서 파우스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적들도 상황이 긴급해 졌다는 것을 아는 만큼 바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그래, 네 말에도 일리가 있구나.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어쨌든 이번 전투에서 이긴 건 우리니까, 빠르게 진군을 해서 아도리아 왕국을 최대한 압박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면 전황이 좋아질까?”

“적은 미처 군대를 모으지 못하고 일단 급한 대로 남은 웨어울프를 동원해 우리를 막으려 할 거에요. 반대로 우리가 여기서 기다리면 적들은 충분한 군세를 확보하는 한편 그 사이 더 많은 웨어울프를 만들어내겠죠.”

“시간싸움인 것인가.”

“예, 웨어울프 일만 만이라면 우리 카탈라난 전대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어요.”

“알았다. 내 롤랜드 장군과 상의해 보마.”

파우스 스승님은 결단을 내리고 몸을 돌려 다시 장군의 막사로 들어갔다.

나는 이번에는 따라 들어가지 않고 혼자 내 숙소로 와서 렉스에게로 갔다.

“렉스야. 잠깐 조사를 해야 하니 네 피 좀 뽑아갈게.”

꾸웅, 꿍.

렉스는 내가 바늘로 발등을 살짝 찌르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움찔했지만 발을 빼진 않았다. 난 시약병에 렉스의 피를 조금 받아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마리, 웨어울프의 피를 줘봐.”

“여기 있어요. 렌 님.”

나는 마리에게 미리 확보해 놓으라고 시켰던 웨어울프의 피를 받아들고는 렉스의 피와 나란히 놓았다.

그리고는 품속에서 마법 거울인 진실의 이면을 꺼내 두 시약병을 차례로 비추었다.

진실의 이면의 가장 큰 효능은 바로 분석 마법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

곧 거울 표면에 두 피의 성분이 나타났다.

“이런! 이건 또 뭐야? 웨어울프의 독이라니.”

웨어울프의 병이 아닌 독이다. 이거 전에 한 번 경험한 거 같지 않아?

스펠 플래그의 병이 아닌 독이었잖아!

이건 좀 예상 외다.

원래는 렉스를 변화시킨 병균과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웨어울프의 병균을 비교해 보려고 했었거든.

둘 다 정상적인 웨어울프의 병균이 아니니까 말이야.

개인 렉스에게 웨어울프의 병균이 옮아서 몸이 변했을 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웨어울프 킹이 웨어울프를 대량생산해서 군대화 시킨 것은 말이 안 되잖아?

그래서 같이 조사를 했는데, 뜬금없이 결과가 독이라니!

“그렇다면 빈츠가 쓴 독도 그 웨어울프킹이라는 놈과 연관이 있다는 소린데…….”

일이 복잡해졌다.

빈츠는 현재 우리 볼스테어 왕국 최고의 마도 권위자이자 가문의 수장이다.

그런 만큼 우리 쪽에서 아도리아 왕국의 웨어울프 건을 주장하려면 빈츠를 통해야 한다.

그런데 빈츠가 그쪽과 연관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

만약 빈츠가 매국노라면…볼스테어 왕국에 치명적인 결과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미스틱 엑스의 이름을 또 빌리기로 했다.

한참을 기다리니 스승님이 롤랜드 장군과의 대화를 끝내고 돌아왔다.

나는 급히 스승님께로 가서 그 사이 써 놓은 편지를 건네며 말했다.

“스승님, 제가 전투가 끝난 직후 뿌우를 통해 웨어울프의 피를 미스틱 엑스님께 보냈거든요. 그런데 지금 회신이 왔어요.”

“어서 보자꾸나.”

스승님은 얼른 편지를 펴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읽어 내려가면서 점점 스승님의 안색이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런, 그분이 웨어울프의 피를 분석했는데, 이것도 병균이 아닌 독이라는 구나. 아무래도 빈츠가 아도리아와 한통속일 가능성이 높으니 조심해서 대처를 하라는 내용이다.”

난 스승님이 건네 준 편지를 읽는 시늉을 한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분의 말씀이 틀림없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간구해야 될 거에요. 그냥 놔두었다가 잘못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겠어요.”

“그래, 빈츠가 만약 아도리아와 내통한다면 우리는 크게 고생을 하게 될 거다.”

나는 잠시 생각을 하는 척 하다가 퍼뜩 떠오른 게 있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체프코트 가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떨까요? 어차피 그 가문이 현재 대륙 최고니까 아도리아의 행위를 막으려면 그들이 나서야 할 거 같아요.”

“체프코트 가문의 힘을 빌리자고?”

스승님은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이곳은 콘돌스핀의 영역인데 다른 가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자존심 상하시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 스승님.

난 모른 척 하고 계속 말을 했다.

“이미 체프코트 가문은 스펠 플래그 독 때문에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웨어울프 독도 따지고 보면 스펠 플래그 독과 연관이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니 그들도 알아야 할 거에요.”

“네 말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콘돌스핀 가문은…….”

“수장이 이런 대담한 음모에 관여 됐으니 가문 전체가 무너질까 두려운 거죠?”

“그렇단다.”

“괜찮을 거에요. 진실을 숨기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터뜨리고 이 기회에 빈츠를 매장해 버리자고요. 그리고 콘돌스핀 가문은 스승님이 계승하고요.”

“내가?”

“아마 다들 찬성할 거에요. 스승님과 저는 마법진과 정령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 가문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체프코트 가문에서 그걸 용인할까?”

“그 부분은 제가 미스틱 엑스님께 따로 부탁을 드려볼게요. 아마 그분이 도와주신다면 체프코트 가문에서 우리를 핍박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래, 네 말대로 된다면 그게 최선이겠구나.”

그럼요. 복수도 하고 스승님이 마도가문의 수장까지 되는 거니 최고죠.

역시 사람은 필요하다 싶으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치를 해야 돼.

빈츠 이놈. 네놈을 그냥 쳐 죽이기에는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는데, 아주 제대로 걸렸구나.

너 같은 놈은 그냥 죽는 거보다 아예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고 모든 것을 빼앗아야 되거든. 아주 제대로 된 절망을 느끼게 해 주마.

난 내 청춘을 복수로 이를 갈며 수련하는 것으로 낭비하기는 싫다. 할 수만 있다면 빨리 정리해 버리고, 애초의 계획대로 즐거운 청춘을 보내는 게 좋지 않겠어?

이번 일이 내 생각대로만 진행된다면, 전쟁이 끝난 후 난 왕국의 실세인 스승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소년 전쟁영웅으로 사교계에 화려한 데뷔를 할 수 있을 거야.

스승님, 우리 잘 해 보자고요.

콘돌스핀과 브로스마이어. 두 가문도 빵빵하게 키우고 말이에요.

나는 스승님의 이름으로 체프코트 가문에 보내는 편지를 작성해서 뿌우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그리고 삼 일 후, 최대한 전장의 정리를 끝낸 우리 군은 아도리아 왕국의 국경을 넘어 진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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