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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74화 (57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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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74

“진짜 좀 지라고요. 어떻게 선봉 나가면 다른 사람한테 기회를 안 줘요?”

“뒷사람도 좀 생각해 줘요. 엄마가 저 언제 나오냐고 진짜 대회 나간 거 맞냐고 전화 왔어요.”

“우리 집도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오늘도 5:0으로 경기를 끝냈거든.

선봉으로 출전한 선수는 이영우.

빈틈이 보이는 순간 자비 없이 경기를 끝내 버렸다. 한 경기당 10분은 걸렸나? 광고 시간과 준비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승자 연전 방식보다 정규 리그 방식이 우리에겐 더 낫다. 경기를 할 확률이 훨씬 높으니까.

선봉으로 출전한 이영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미국 선수 다섯을 쓰러뜨렸다. 그때마다 격하게 리액션 하는 선수들과 미국 팬들을 구경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괜히 헐리우드 액션이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들썩이고 키보드에 얼굴을 파묻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 손을 하늘 위로 올린 후 뭐라 중얼거리는데 영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니 스스로의 플레이를 탓하는 것 같았다.

눈물을 보인 선수도 있었다.

세 번째로 출전한 패트릭이 그 주인공이다.

일본에 마츠다가 있다면 미국엔 패트릭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는 선수다. 종족이 나와 같은 용족이라 마음이 더 갔다.

놀라운 전략으로 이영우를 궁지까지 모는 데 성공했지만 유리함을 이어가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다. 패배한 패트릭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쉬움과 스스로에 대한 분함이 뒤 섞여 그런 거겠지.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남은 선수들은 이영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깔끔하게 올킬로 경기가 끝났다.

“자. 그럼 이제 결승전 제비뽑기를 해 볼까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욕할지도 모르지만 결승전 출전은 이렇게 정하기로 했다. 모두 나가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제비뽑기가 가장 공평한 방법이 되어 버렸다. 상대 선수에 따라, 전장에 따라 출전 하는 게 당연한 거지만 이번 대회에선 그게 상관없거든.

심지어 감독님조차 관여하지 않으신다. 본인 스스로 ‘날로 먹고 있다.’, ‘꿀 빨고 있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니. 뭐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 무조건 나가고 싶다. 진짜.”

“올킬 때리고 영웅 되고 싶다. 경기 안 해서 손이 근질근질한데.”

“와. 힘들게 이긴 건 우린데. 왜 형이 날로 먹으려고 해요?”

“마지막이니까 좀 봐줘라.”

“이건 저도 양보 못해요!”

큰 욕심 없던 선수들도 이번엔 출전을 간절히 바랐다. 믿지도 않는 신의 이름까지 부르며 난리다. 난리.

그래. 한일전이니 무조건 나가고 싶겠지.

한 경기도 안 나갔어도 한일전에서 올킬을 해 버리면 이번 대회 주인공으로 기억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영웅 되는 거지. 나중에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풀 것도 많아지고.

패배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있긴 하겠지만 그건 굉장히 작을 거다. 패배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우니까.

물론 예외도 있었다.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거기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제발 내가 뽑히지 않게 해 달라고.

“자. 그럼 뽑습니다.”

오늘 올킬을 기록한 이영우가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다. 오늘 가장 운이 좋은 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자. 뽑았습니다!”

거침없이 제비 하나를 뽑아낸 이영우가 모두가 보이도록 제비를 높게 들어올렸다.

“헐. 대박.”

“주인공 운명은 미리 정해져 있었네.”

“와. 부럽다. 부러워.”

될 놈은 된다는 말은 누가 만든 말일까?

정말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제비에 적혀 있는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단 한 경기로 나서지 못했다가 결승전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어제 일이 없었다면 감사하게 받았겠지만.

“나 이거 다른 사람한테 줘도 되는 거죠?”

아쉽게도 지금은 아니다.

“상관없지. 본인 마음이니까.”

큰 형인 병호 형이 깔끔하게 정리를 해 줬다.

내 말에 눈을 반짝이는 선수들. 미안하지만 그쪽 몫이 아니랍니다.

“영민아.”

내가 자신을 선택할 거란 걸 본능적으로 느꼈나 보다. 애써 시선을 피하는 영민이를 불렀다.

“……네?”

“네가 한번 나가 볼래?”

화들짝 놀라는 영민이. 다른 선수들도 의외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영민이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다.

영민이는 대답을 망설였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당장 답을 내놓으라는 건 너무 잔인한 거다.

“원하지 않으면 안 나가도 돼. 당장 답을 줄 필요도 없고. 경기 엔트리 내기 전까지만 알려 주면 돼.”

모든 결정은 영민이의 몫이다. 거부한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

****

-드디어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몇 시간 후면 월드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이 탄생합니다.

-무적의 팀 한국과 이를 위협하는 일본의 대결!

-절대 질 수 없는 매치죠. 뭐든 다 이겨야 합니다. 뭐든!

월드 챔피언십 결승 중계는 양대 방송사에서 동시에 송출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온게임 TV 쪽을 시청했다.

엄전김.

역대 최고의 감정이입 중계진이 뭉쳤기 때문이다. 순수 경기 내용 분석과 예측 면에선 능력이 떨어질지 몰라도 지켜보는 관중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기엔 이들보다 나은 조합이 없었다.

결국 일본과의 결승전이 만들어졌다.

한일전의 힘은 대단했다. 신들의 전쟁에 관심이 없던 사람조차 들여다볼 정도였으니까.

-우리 한국 팀에선 김영민 선수를 선봉으로 내세웠습니다.

-조금 의외이긴 하죠. 결승전 그것도 한일전에서 선봉으로 나선다는 건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떠안고 시작하는 거거든요.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패배한 선수가 있다면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확률이 높다. 아니 100% 들을 거다.

이미 사례가 있다. 과거 중국과 교류전을 했을 때 유일하게 패배한 임주혁 감독은 꽤 오랫동안 조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엔 한일전이다. 한중전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자리.

한 세트조차 내주지 않고 올킬로 경기를 마무리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인지 김영민의 출전을 의아해하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현재 김영민의 월드 챔피언십 성적은 5승 3패.

3패나 했다. 무려 3패나.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패배 선수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결승전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며 올킬을 해 줄 선수가 출전하길 바랐다.

이승우라든가. 이승우라든가. 이승우라든가.

국내 선수들마저 쉽게 압도한 이승우라면 일본에 절망감을 안겨 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김영민이 출전했다.

이에 대해 대놓고 실망을 드러내는 이들도 꽤 있었다.

-팬들의 반응이 썩 좋은 건 아니거든요. 이 사실을 김영민 선수도 알 겁니다.

-그럼에도 나왔다는 건 자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어지간한 자신감 아니면 나오기 힘든 자리다.

-칭찬해 줘야 할 부분이죠. 오늘 같은 경우는 상당히 부담되는 자리거든요? 결승. 거기다 한일전! 시청자들의 피가 가장 뜨거운 경기입니다. 한 세트라도 패배한다? 이거 느낌 좋지 않거든요. 이걸 선수들도 잘 알 겁니다. 김영민 선수가 나왔다는 건 올킬 할 자신 있다는 거예요. 과거 최고의 기량으로 최정상급 선수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던 김영민 마인드로 나온 겁니다!

엄재웅 해설의 포장이 슬슬 시작되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전부 끝낸 엄재웅 해설의 얼굴에 뿌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사이 선수들의 준비가 끝났다.

-지금 바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1세트로 떠나 보겠습니다!

****

부스에 앉은 김영민이 숨을 골랐다. 그리고 경기장에 오기 전 이승우가 해 줬던 말을 떠올렸다.

-하고 싶은 대로 해. 손이 가는 대로.

막연한 말. 하지만 김영민에게 확신을 준 말이다.

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닌 하고 싶은 경기를 하라는 말.

그렇게 생각하니 손도 떨리지 않았다. 마음도 편안해졌다.

-지면 어때? 항상 이길 수 있나. 질 수도 있는 거지.

지면 안 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다르게 말해 줬다. 져도 된다고. 지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놀라웠다. 바뀐 건 하나였는데 모든 게 달라졌다. 부담이 사라졌다. 그리고 평온하게 모니터를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럼 한번 해 보자.’

자세를 바로 잡는 김영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

-신출귀몰! 김영민 선수 움직임이 대단합니다!

-상대 선수 당황해하는 것 좀 보세요.

-완벽합니다. 얼마 전 패배했던 김영민은 없어요!

-아. 진짜 완벽합니다.

크. 역시.

영민이는 재능이 있다니까. 하나를 말해 주면 열을 알잖아.

“와. 이게 뭐야? 대박이네.”

“영민이 경기력 엄청 살아났는데?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놀란 건 중계진과 팬만이 아니었다. 함께 출전한 다른 선수들도 크게 놀라고 있었다.

눈에 띄게 달라졌다.

느리고 뻔했던 움직임이 빠르고 예측할 수 없게 바뀌었다. 100%의 모습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며칠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아졌다.

-GG!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GG를 선언합니다.

-이렇게 몰아치면 진짜 없던 멀미도 생기겠어요!

-벌써 4킬입니다. 4킬! 이제 올킬까지 단 1킬밖에 남지 않았어요. 1승만 더 해내면 월드 챔피언십 초대 우승국이 되는 겁니다!

그 기세를 몰아 영민이는 4킬을 해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일본 선수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영민이가 선봉으로 나왔다는 말에 여유 있는 척하더니. 지금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혼이 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겠지.

3패나 한 선수니까.

미안하지만 우리에겐 패시브 스킬이 하나 있단다. 일본 상대 시 모든 능력치 2배. 뭐 이런 거? 영민이는 한 3배쯤 강해진 거 같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선수.

마츠다뿐이었다.

****

전 세계인이 궁금해하던 대결이 펼쳐졌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 준 마츠다가 한국 선수를 만나면 어떨까?

의견은 분분히 갈렸다. 이긴다는 이도 있었고 이길 수 없다는 이도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설전을 펼칠 필요가 없다. 그 결과가 지금 막 나오고 있었으니까.

일본의 자존심을 걸고 출전한 마츠다도 기세 오른 김영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거리 재기가 환상적입니다!

-마츠다! 김영민의 속도에 휘둘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요!!!

-빠릅니다. 너무 빨라요! 왼쪽을 치는 것 같아서 그쪽으로 병력의 무게 추를 이동시키면 어느새 반대편으로 돌아옵니다. 같은 종족으로 싸우는데 왜 이렇게 정보 차이가 납니까?!

초반부터 김영민이 주도권을 잡았다. 자리 잡기 싸움에서 마츠다를 당황시키더니 이내 유리한 자리를 잡아 버렸다. 그리고 모든 공격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막아 냈다.

빌드가 갈렸거나 초반에 실수가 있었다면 차이가 벌어지는 걸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같은 빌드와 운영을 택했는데 이렇게 되었다.

근본적으로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땀으로 도배된 마츠다와 달리 평온한 얼굴로 경기를 하는 김영민.

-움직임 하나하나가 매섭습니다. 마츠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요!

-이번 공격은 막기 힘들겠는데요?

-여태까지도 막아 왔다고 말하긴 힘들죠. 그냥 어거지로 버틴 거예요!

김영민이 쐐기를 박았다. 전진 된 마츠다의 병력을 잡아먹음과 동시에 2개의 확장 기지를 날려 버렸다. 마츠다의 자원 줄을 끊어 버린 것이다.

-아. 마츠다. 안색이 어두워졌어요.

-화통도감 노는 것 보세요. 자원이 없어요!

마츠다의 낯빛이 거멓게 죽었다. 이리저리 바쁘게 손을 움직여 봤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

-GG!

-김영민 올킬! 올킬로 일본을 격침시킵니다!

-아. 진짜 대단합니다. 마지막 경기는 올해 결승에 올랐을 때 김영민을 보는 것 같았어요!

-아. 김영민.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부진을 이어 가나 싶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깔끔하게 씻어 내네요.

-다섯 경기가 모두 완벽했습니다. 빈틈이 없었어요. 이렇게 운영을 하면 이길 수 없죠!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 올킬을 달성한 김영민이 부스 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왔다.

“김영민! 김영민!”

“쩔었다!”

모두 김영민의 이름을 외쳤다. 이 무대의 주인공이었으니까.

우승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든 한국 선수단이 무대로 올랐다. 그중 김영민이 가장 먼저 찾은 건 이승우였다. 이승우를 발견한 김영민이 그에게 힘껏 안겼다. 이승우도 김영민을 뼈가 으스러져가 세게 안았다.

참으로 훈훈한 풍경이었다.

-2016 월드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한국이 일본을 꺾고 정상에 오르는 순간입니다!

꽃가루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그렇게 월드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은 한국으로 결정되었다.

****

2주간 전 세계 신들의 전쟁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월드챔피언십이 끝났다.

모두의 예상대로 한국의 높은 벽을 실감하는 자리가 되었다. 각오를 다지고. 다승왕은 마츠다가 차지했지만 그 외의 것은 모두 한국 팀의 것이 되었다.

결승 MVP는 김영민이 받았다. 경쟁 상대가 없었다. 홀로 나가 올킬을 했으니까. 4강까지 5승 3패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킬에 힘입어 10승 3패로 월드 챔피언십을 마무리했다.

팬들의 반응도 좋았다. 전 경기의 직관이 유료로 진행되었음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나게 표가 팔려 나갔다. 이벤트성 대회가 아닌, 매년 열리는 대회로 자리 잡을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벌써부터 내년 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첫 대회 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누적 시청자가 2억 명을 돌파했고 결승전은 무려 2천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월드 시리즈 7차전 시청자 수와 미국 프로농구 결승전 시청자수에 비견 되는 수치였다.

평균 시청자 수가 가장 높았던 건 역시 한국 팀의 경기였다. 수준 높은 경기력에 전 세계 팬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뻔한 결과가 나왔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월드 챔피언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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