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70화 (570/575)

00570  Game No. 570  =========================================================================

Game No. 570

이제 풍운청이 올라가는 이영우.

-옵니다! 와요!

-아. 이대로 본진 장악당하나요?!

땅굴을 타고 마수의 병력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8기의 가시귀. 2기의 망태할배를 빼면 전부 마견이었다. 사실 2금광으론 한계가 있다. 뒷마당 철광 확장이 있어 그나마 지금의 병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뒷마당 언덕부터 흑운을 치며 내려온 마수의 대규모 병력들.

그걸 확인한 이영우가 몸을 들썩이며 크게 놀랐다.

‘이게 어디서 온 거지?’

단순 견제 병력 규모가 아니었다. 거의 전 병력이 이리로 온 것이다.

도대체 이 병력이 어디서 나온 걸까?

이영우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전진배치 되어 있던 병력을 뒤로 돌렸지만 이미 가시귀가 군데군데 자리를 잡았다.

멀리서 포를 쏘아 낼 천자총통도, 천독연을 걸어 줄 해모수도 없다. 흑운 안에 들어간 가시귀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건물이 불타오르고 있어요!

-시간 주지 말아야죠. 시간 주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환국이 마수보다 자원을 2배 더 먹고 있거든요!

-몰아쳐야 합니다. 숨 쉴 틈 없이 폭풍처럼 끊임없이 몰아쳐야 합니다!

지뢰를 매설하려 했지만 가시귀와 마견에 방해를 받았다.

우르르 무너지는 본진 건물들.

생산 기반 시설과 함께 창고가 대다수 파괴되었다.

-인구수가 역전됐습니다! 역전!

-한참 앞섰는데 이젠 마수가 더 많네요.

환국이 1.5배 많았던 인구수다. 어느새 마수가 환국보다 인구수가 더 많다. 지금도 쉼 없이 마견이 땅굴을 타고 넘어오고 있었다.

본진을 넘어 앞마당까지 초토화가 되었다.

3시와 1시에 화통도감과 창고를 늘리며 버티려 애썼지만 임동주는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간 쌓인 울분을 제대로 폭발시켰다. 수비 병력이 적은 3시엔 마견과 망태할배 1기를 보냈고 나머지 전 병력을 1시 쪽으로 보냈다.

지뢰가 있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시가 들렸고 뒤이어 1시도 타격을 받았다. 이영우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절대 질 수 없던 경기가 뒤집어진 거다.

-끈기의 임동주! 의지의 임동주! 이런 수가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틴 겁니다.

-경기가 이렇게 되네요. 이래서 신들의 전쟁이 전략 시뮬레이션인 겁니다. 단순히 누가 더 많이 생산하고 자원 많이 먹고 그걸 겨루는 싸움이 아니에요. 전략! 전략이 정말 큰 힘을 발휘합니다. 임동주 선수가 이런 기막힌 전략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겠죠.

-반대로 이런 전략이 있으니까! 마수를 상대로 최강의 위용을 보여 주는 이영우를 무너뜨리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이래서 신들의 전쟁이 좋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이런 전략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이영우. 아쉬움에 경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아. 이건 너무 기울었죠.

당하는 입장이나 CT를 응원하는 팬들에겐 최악의 기분이겠지만 아스트로의 팬이나 이 두 팀이 아닌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에겐 온몸이 짜릿해지는 순간이다.

역전극은 언제나 짜릿하다.

결승전, 그것도 이영우를 상대로 신예 선수의 대역전극이라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임동주 선수 웃고 있어요!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합니다. 문자 온 휴대전화처럼 들썩입니다!

-그럴 만하죠! 이영우입니다. 이영우! 일어나서 춤을 춰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합니다!

임동주는 지금 태어나서 가장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손이 가볍다. 모든 것이 뜻대로 움직인다. 웃음이 절로 나는 상황.

연습 때조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을 가장 큰 무대에서 겪고 있었다. 그렇게 임동주는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었다.

-GG! 이영우 GG!

-아스트로가! CT를 꺾고!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야. 4:0! 4:0으로 아스트로가 CT를 꺾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것도 이승우 없이요.

-최약체로 평가 받던 아스트로는 이제 업습니다. 2년 연속 프로리그를 지배하는 팀을 누가 약하다고 한단 말입니까?

-약점이 없어졌어요. 모든 선수가 제 역할을 합니다. 이게 바로 우승팀의 힘이죠!

이제 기록으로도 최강의 팀이 된 아스트로.

이를 축하하기 위한 꽃가루가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동시에 아스트로 벤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무대 위로 뛰어 올랐다. 두 손을 번쩍 들며 포효를 하는 이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다양한 모습이었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

〈와 ㅎㄷㄷㄷ 쩐다. 개 소름.〉

〈이영우 잡으려면 이 정도 전략은 들고 나와야 하구나. ㅅㅂ〉

〈천리안 다 찍어보고 있었는데 왜 의심 안했을까...〉

〈아니지 게임해 보면알지 어? 머지? 멀티가없네 거의 포기한가보네? 이런 느낌으로 하고있는데 갑자기 뒷마당 가시귀, 망태할배오면 개 멘붕〉

〈ㅇㅇ 실제로 게임해 보면 저상황이면 그냥 뭐 흑운으로 조금씩 나오면서 어떻게든 9시 가져가려고 하겠지 이런 생각 듬. 상대가 신예라서 얼었구나 생각 했을수도.〉

〈너무 참신한 전략이라 예상을 못한 듯.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진짜 매력 개오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경기 장난 아니다. 꼭 봐야 되는 경기 ㅎㄷ〉

4세트 경기가 끝나는 순간 수많은 글과 댓글이 〈신 이야기〉를 뒤덮었다. 극찬이 절로 나오는 환상적인 전략이었다. 4세트 전략도 전략이지만 스코어 자체도 놀라웠다.

〈4:0으로 끝날 줄이야.〉

〈심지어 이승우는 나오지도 않았음; 이승우 없이 4:0 나온 거임. ㅇㅇ〉

〈아스트로 개 무섭네. 저번 시즌엔 에결 안가고 끝내고 이번엔 아예 이승우조차 나오지 않고.〉

고무적인 건 이승우 없이 결승을 치렀다는 것이다.

이제 이승우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아스트로 선수들이 가지게 되었다. 또한 다른 팀들은 이승우가 없는 아스트로도 강하다는 걸 확실히 각인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댓글처럼 지금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아스트로의 시대였다.

****

GG를 선언한 이영우가 그대로 무너졌다.

본인의 손에서 경기가 끝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그렇게 키보드에 얼굴을 묻은 이영우는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CT의 동료들이 부스로 들어와 이영우를 위로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도 잘못했다고.

앞서서 이런 전략에 당하지 않았다면 3:0 코너에 너를 내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이정훈 감독도 이영우를 다독였다.

그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번 결승전에서 패배한 건 선수들 때문이 아니라 감독의 잘못 때문이라는 것을.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

감독과 코치가 만든 판을 실현시켰을 뿐이다.

‘대단하구나.’

무대를 장악한 아스트로 선수단을 이정훈 감독이 바라봤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예술이다. 적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는 판 짜기.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다.

‘다음 시즌엔 꼭.’

상대를 인정하는 것과 굴복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결승전은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이다.

****

“됐다!”

“잘한다. 동주!”

“크! 회심의 한 방! 와. 저 팔 좀 보세요. 여기 소름 돋는 거 보이죠?”

동주! 역시 동주!

내가 믿었다니까?

본진과 앞마당이 밀린 이영우.

1시와 3시에서 살아나려 했지만 동주가 허용할 리 없지. 폭풍 같은 공격으로 아예 경기를 끝내 버렸다. 이영우의 GG를 본 동주가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중앙 화면으로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뜨거운.

만감이 교차할 거다.

프로게이머란 꿈을 가진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여태껏 있었던 모든 일들이 떠오를 거다.

기특한 녀석.

내가 뭐랬어?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가진 걸 제대로 다 보여 줬구나. 이제 아스트로에 임동주라는 마수가 있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거야.

“우승이다! 우승! 다 나가자!”

도 수코님의 잔뜩 흥분한 외침도 들렸고.

“우승 했으니까 회식 메뉴는 돼지고기인가요? 그냥 기분 좋게 소고기 먹으면 안 되나요?”

모두 흥분한 가운데 홀로 숙연한 승대.

저게 무슨 말이냐고?

승대는 참 순수한 거 같다.

경기 전 감독님께서 긴장 풀라는 의미로 지면 소고기로 회식하고 이기면 돼지고기로 회식한다는 농담을 던졌었다. 그걸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다.

“그건 그냥 긴장 풀라고 한 말이다. 무조건 소지! 소!”

“감사합니다. 감독님!”

거짓말처럼 활기를 되찾은 승대가 우승 기념 티셔츠를 들고 무대로 뛰어올랐다.

나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무대 위로 달려갔다. 양손에 크고 아름다운 샴페인이 2병을 든 채로.

이영우의 본진이 장악 된 순간부터 챙겨 뒀던 거다.

왜 챙겼냐고?

항상 우승할 때마다 나를 샴페인 범벅으로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내가 진짜 오늘만을 기다렸다.

자. 모두 기대하시라!

****

시상식에 앞서 두 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패배한 CT에겐 위로의 박수가, 승리한 아스트로에겐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다.

아스트로 주장 박현우의 인터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승우 선수 없이 이기고 싶었습니다. 자격지심이나 외부의 시선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항상 모든 걸 짊어진 승우에게. 언제까지 기댈 수는 없잖아요. 우승했다는 사실보다 이제 그 짐을 나눠 들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그렇게 말하는 박현우의 얼굴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머쓱한 얼굴로 애먼 곳을 바라보는 이승우와 묘한 대비를 이뤘다.

MVP엔 임동주가 선정되었다.

가장 중요한 4세트에서 CT의 에이스 이영우를 놀라운 전략으로 잡아내며 팀에 우승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견은 없었다. 모두 입을 모아 임동주의 MVP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MVP를 받은 임동주는 전략을 함께 만들고 보완해 준 감독, 코치, 팀원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덧붙여 팀원들이 힘을 주지 않았더라면 결코 이길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뒤이어 아스트로의 우승 시상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쥔 이재명 감독이 말없이 선수단과 관중을 둘러보았다.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여기서 일일이 말하기엔 너무 많기에 개인적으로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짧고 굵게 소감을 마칠까 합니다.”

앞으로 살짝 나선 이재명 감독이 만세를 부르며.

“저희가 또 해냈습니다!”

힘 있게 외쳤다. 이게 전부였다.

본인의 말처럼 짧고 굵은 소감이었다. 그 모습에 팬들이 환호했다.

-이제 마지막 시상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웅장한 음악이 깔리고 무대 가운데서 트로피가 위로 올라왔다. 트로피 앞에 아스트로 선수단이 섰다.

-2016 프로리그 영광의 우승팀은! 아스트로입니다!

박상철 캐스터의 외침이 관중석 끝까지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이재명 감독이 우승컵을 양 귀를 잡고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올렸다.

-팟.파바밧!

아스트로를 상징하는 꽃가루가 터지며 무대를 가득 매웠다.

========== 작품 후기 ==========

프로리그까지 끝났습니다.

완결이 점점 다가오네요.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감기가 또 도졌네요.

날씨가 참. 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