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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9화 (56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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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69

-아. 임동주 선수 상황이 안 좋아요. 완벽하게 수를 읽혔습니다.

-역시 이영우는 이영우네요. 3:0으로 뒤지고 있는데 전혀 긴장하지 않습니다.

-본인은 0:0이거든요! 아직 지지 않았거든요!

경기가 시작된 지 7분가량이 흘렀다.

긴장한 탓일까?

임동주는 앞서 출전한 세 명의 선수와 달리 준비해 온 걸 온전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초반 정찰이 그렇게 완벽하게 들어갈 줄이야.

-설마 그렇게 빙 둘러 올 거라 예상하지 못한 거죠.

정찰부터 이영우는 달랐다. 첫 번째 일꾼으로 정찰을 완료한 이영우. 일꾼에 마견이 붙자 바로 두 번째 일꾼을 내보냈다. 일꾼이 향한 곳은 1시와 11시 쪽, 그러니까 임동주의 본진인 7시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

지금은 타 스타팅에 확장을 할 타이밍이 아니다.

이영우도 안다. 지금 정찰 역시 확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예약 정찰.

쉬프트 키로 다른 곳을 찍어 놓은 후 마지막에 상대 본진 철광을 찍어 놓으면 시야가 사라져도 다른 유닛을 통과해 본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꾼의 이동 속도에 맞춰 이동 경로를 지정하면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정찰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이영우가 보여 줬다.

정찰로 마수의 모든 상황을 훤히 눈으로 확인했다. 경우의 수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이영우의 선택은 2화통도감.

상대가 그슨대 계열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확인했으니 지뢰를 개발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신기전을 생산하며 대장간을 건설했다.

정확히 닷발귀가 날아올 타이밍에 맞춰 신기전 4기가 생산되었고 앞마당과 본진 주요 위치에 화살탑이 건설되었다.

닷발귀로 피해를 입힐 수 없게 된 것이다. 본진으로 온 닷발귀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아까 화차에 피해를 입은 게 너무나도 뼈아픕니다.

-어떻게 타이밍이 딱 그렇게 맞아떨어지나요? 앞마당 화면을 보고 있었다면 그렇게 화차 난입을 허용하진 않았을 텐데요.

단순히 정찰을 허용한 것만으로 이렇게 경기가 꼬이지 않는다.

중간에 피해를 한 번 더 받았다.

이게 결정적이었다.

첫 번째 화통도감을 완성시킨 이영우가 화차 1기를 찍어 바로 마수의 앞마당으로 보냈다. 두 번째 정찰 일꾼으로 마견이 4기밖에 없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최승원 해설의 말처럼 임동주가 앞마당을 보고 있었다면 화차 견제 정도는 무난히 막아 냈을 거다. 가시 촉수 하나가 지어지고 있었기에 마견과 일벌레로 화차의 길을 막아 시간을 끌면 화차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화차가 들어오는 걸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고 그사이 화차는 마견을 지나쳐 본진으로 들어갔다.

그 후에 가시촉수가 완성되었지만 의미가 없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지금의 가시 촉수는 예방의 차원이지 지금처럼 수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하필 그때 임동주는 다른 것을 하고 있었다.

뒷마당으로 이어진 길에 일벌레를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꽤 집중을 요하는 작업이다. 한 번에 넘어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두세 번은 해야 넘어간다. 여기에 집중하다 미니맵을 잠깐 놓친 것이다. 일벌레를 넘기긴 했지만 받은 피해가 훨씬 더 심하다.

무려 화차에게 7킬을 허용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본진 일벌레가 일을 하지 못하고 화차를 따라다녔고 막 생산된 닷발귀가 환국 본진으로 바로 날아가지 못하고 화차를 잡고 출발했다.

평소보다 적게 생산되고 늦게 출발한 닷발귀.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영우 선수가 도감을 앞마당에 지으며 길을 딱 막고 시작했거든요. 궁금하죠. 이영우 선수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그걸 보기 위해 일벌레 1기를 뒤로 넘겨 확인하려 했는데 그때 딱 화차가 앞마당으로 올 게 뭡니까.

-그걸 이영우 선수가 알 리도 없는데 말이죠. 이래저래 운이 따라 주는 이영우 선수입니다.

닷발귀를 완벽히 막아 낸 이영우가 체제를 전환했다. 뒤늦게 도감을 늘려 바이오닉 병력을 모은 것이다.

다수의 신기전과 바이오닉 부대.

현재 마수의 병력으로 상대하기 버겁다. 아니 불가능하다. 닷발귀가 뒤에 있는 소수 병력을 끊어 주고 있지만 이걸로 부족하다. 상황이 된다면 그대로 뚫어 버릴 거다.

가시귀를 생산할 여력이 없기에 임동주가 가시촉수를 무리하게 늘리며 수비 라인을 구축했다. 이러면 당장 수비는 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언 발의 오줌 눈 것에 불과하다.

가시촉수를 9개나 지었네?

당장 공격할 생각 없다는 거네?

그럼 들어갈 필요 없네. 시간은 나의 편이다. 급하게 할 필요 없다. 3시에 확장이나 해야겠다.

이게 이영우의 지금 생각이었다.

“망했네.”

“그냥 망한 게 아니라 개 망한 거 같은데? 마수 2금광밖에 없잖아.”

“그래도 군락 가긴 하네.”

“그냥 있으면 답 없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가는 군락이다.

어차피 가시촉수 라인은 언젠가 뚫린다. 길을 열려면 군락 체제, 그중 망태할배를 생산해야 한다. 흑운 안에 들어간 유닛을 신기전과 바이오닉 병력을 죽일 수 없으니까.

물론 이 사실을 이영우는 다 알고 있었다.

천리안으로 군락을 확인한 이영우가 뒷마당 대신 3시 금광 확장에 군영을 가져갔다. 동시에 일부 병력을 돌려 11시와 1시 쪽을 정찰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모를 몰래 확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꼼꼼하다.

실수가 없다.

유리한 경기를 굳히는 방법을 안다.

이영우는 지금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마수는 겨우 2금광. 어딘가에 몰래 확장을 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있는 통로는 앞마당 입구밖에 없다. 그 입구를 꽉 틀어막고 9시와 6시에 시야를 밝혀 드랍이 오는 것만 체크하면 마수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앞마당을 걷어내는데 온 힘을 쏟다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거다.

-얼마나 상황이 좋으면 환국이 안전한 뒷마당을 먹는 게 아니라 대놓고 9시 확장에 군영을 짓겠습니까?

-문어발식 확장이 또 나오네요! 3시에 이어 1시까지 가져갑니다!

이영우는 3시를 가져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마수가 나오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1시 본진까지 군영을 지었다.

-틈을 주지 않아요. 모든 전장을 장악했습니다!

-확장을 가져감과 동시에 정찰까지. 점점 승리를 굳혀 가는 분위기입니다.

-망태할배라도 빨리 띄우기 위해 군락을 가고 있지만. 아. 이것도 참 암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길이 막혀 있습니다. 정면밖에 없어요. 당장 환국의 병력이 망태할배에 취약한 조합이지만 천리안으로 군락 가는 거 봤거든요? 망태할배가 나와서 ‘이제 한번 나가 볼까?’ 할 때쯤 정면은 지뢰로 꽉 막혀 있을 겁니다.

마수의 상황이 점점 더 암울해졌다.

밀봉.

그대로 본진에 갇혔다.

마수의 미래가 보였다. 끊임없이 앞마당 라인을 뚫으려 하다 막히고 지는 것.

그때 중계진뿐만 아니라 관중들과 시청하는 팬들이 전부 놓치고 있는, 임동주와 아스트로만이 알고 있는 마지막 희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상황이 좋지 않다.

초반부터 많이 꼬였다.

“하필 그 타이밍에 들어올게 뭐냐?”

“재수 진짜 없다. 이건.”

“그래도 아직 이영우 모르는 거 같은데? 아직 해 볼 만하지 않나.”

그래도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이영우 몰래 일벌레 1기를 뒷마당 쪽에 넘기는 데 성공했으니까.

여전히 이영우는 자신의 뒷마당에 일벌레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그리고 뒷마당을 먹는 대신 3시와 1시 본진을 가져갔다. 자신이 엄청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병력이 전방 배치되어 있다.

즉 뒷마당에 시야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본진은 무주공산이다. 지키는 병력이 전혀 없다.

여기서 다가 아니다. 빠르게 확장을 가져가고 체제전환을 두 번이나 하느라 테크도 느리다. 테크가 느린 것이 뭐가 대수냐고?

그래. 정말 이영우의 생각처럼 전장을 ‘완벽히’ 장악했다면 상관없지. 해모수가 늦은 것쯤이야 지뢰로 앞마당 지역을 촘촘하게 장악하면 그만이니까.

드랍? 걱정 할 필요 없지. 마수가 병력을 드랍 해 올 정도면 해모수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두 가지 경우의 수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겠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아까 말했잖아. 일벌레 1기가 뒷마당 쪽에 몰래 숨어 있다고.

“자. 이제 반격 시작이다.”

관중 분들 눈 동그랗게 뜨고 잘 보세요.

방금 말한 ‘아주 재미있는 광경’이 시작될 테니까요.

****

-어? 저게 뭐죠? 이영우 선수 뒷마당 쪽에 임동주 선수의 색깔이 보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승원 해설.

옵저버가 바로 그 지역으로 향했다.

그 순간.

-어? 이게 뭐죠?

-소굴!!!

-화차에 피해를 받으면서도 일벌레를 넘겼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겁니까?!

이영우의 뒷마당 길목에 임동주의 소굴이 지어지고 있었다. 확장의 의미일 리가 없다.

-이건 공격형 소굴이에요!

-아. 이건 이영우라도 까마득하게 모를 수밖에 없죠.

“헐. 개 반전이다.”

임동주가 준비한 비장의 수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전진된 소굴에서 병력을 생산해 견제를 가는 것도 좋지만 견제로 끝날 수밖에 없다. 임동주가 생각한 건 소굴이 펴짐으로써 생긴 우토에 땅굴을 지어 공격을 가는 거다.

본진을 초토화 시킬 수 있는 힘을 지는 공격.

이러면 희생을 감수하며 앞마당 라인을 뚫을 필요도, 드랍 개발을 해 병력을 싣고 갈 필요도 없다. 다이렉트로 빠르고 쉽게 이영우의 본진에 병력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아. 이건 순간 이동이죠. 순간 이동. 가장 빠른 러시 거리입니다. 공간을 격하고 뒷마당에!

-진짜 이 한 수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왜 힘드냐? 이영우 선수가 너무 유리해서 생각하기 힘들어요.

무난히 뒷마당을 가져가는 운영을 했다면, 전장 주도권을 지금처럼 꽉 쥐고 있지 않았더라면 저쪽에 시야가 밝혀져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필살기를 준비해 왔네요. 임동주!

-버틸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GG를 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거 땅굴 뚫리면 이영우 선수도 위험합니다. 테크가 너무 느리거든요!

9:1 아니 그 이상으로 기울었던 경기가 알 수 없는 안개 속에 빠졌다. 모든 걸 포기하고 있던 아스트로 응원석이 활기를 띄었다.

어느새 땅굴이 뚫리기 시작했다.

확장도 없고 본진 3소굴만으로 운영하는 마수의 움직임이 꺼림칙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지지만 여전히 뒷마당 쪽으로 병력을 보내진 않는다.

자원은 많지만 아직 망태할배를 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는 유닛들이 나오기 전이다.

이대로 5분이 지나면 펑펑 쏟아져 나오겠지만 그보다 임동주의 러시가 먼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 이영우. 확장과 마수 앞마당에 지뢰를 꼼꼼하게 매설하고 있어요.

-임동주에겐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그 길 안 쓰거든요! 갈 생각도 없습니다!

1차 수비 라인이 무의미하다.

지뢰를 들고 옮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 땅굴이 전부 뚫렸습니다! 일제히 변태하는 가시귀알!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 최대한 숨겨서 만들고 있죠. 아. 이거 넘어가면 난리 납니다!!!

이제 자리에 앉아 있는 아스트로 팬들은 없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임동주의 이름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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