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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7화 (56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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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67

-아. 고강원 본진에 세 번째 소굴 펴 주면서 일벌레 찍어 주고 있습니다.

-상대가 도감 더블이면 굳이 마견 많이 찍을 필요 없죠. 올인 아니면 말이죠!

-근데 한민규는 올인입니다.

-그렇죠. 그게 문제죠. 불꽃 러시에 그대로 당하겠는데요? 출발 할 때 발견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아.

-광폭 사용하고 달려오면 가시 촉수 지어지기 전에 도착합니다.

3분 30초 만에 의방이 완성되었다. 적어도 지금 가시촉수 2개가 지어지고 추가로 하나가 더 지어져야 이 러시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리 만무했다.

마수가 가시촉수를 짓는 시점은 한참 뒤다. 이 사실을 한민규는 일꾼으로 다 확인하고 있다. 슬그머니 올라가는 한민규의 입꼬리.

-갑니다! 벌써 러시가 가요!

-마견 4기만 뽑은 거 봤잖아요. 무서울 게 없죠. 그냥 궁병이 먼저 출발합니다!

-이거 그냥 뚫리겠는데요?

-아! 이제 봤어요!

-화들짝 놀라는 고강원!

-늦어요. 늦습니다!

고강원이 한민규의 의도를 알아차린 건 진출 병력이 센터를 지났을 때였다. 놀란 고강원이 빠르게 촉수 3개를 동시에 지었지만 늦었다.

광폭을 사용해 단숨에 마수의 앞마당에 도달한 환국의 병력.

10기의 궁병과 2기의 의원.

조촐한 병력이지만 지금의 마수에겐 200 병력을 마주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결승전 1세트에! 이런 전략을! 혀를 내두르게 만드네요. 한민규!!

-과감해요! 과감합니다. 지금 마수의 건물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게 이정훈 감독의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짜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진짜 한민규! 그리고 이재명 감독! 어마어마하네요.

-함정을 아주 크게 팠어요. 그 함정이 고강원이 제대로 걸려듭니다!

입술을 질끈 깨무는 고강원. 일벌레를 전투에 동원하고 마견을 생산했지만 이미 광폭이 개발되고 의원이 붙어 있는 궁병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건 막을 수가 없습니다.

-발업 안 된 마견과 일벌레가 광폭 개발 된 궁병을 무슨 수로 잡습니까!!!

-쐐기를 박네요. 마견 잡아먹는 싸울아비가 불꽃처럼 일렁이는 눈빛으로 의원과 달려오고 있어요!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GG! 고강원 GG를 선언합니다!

-단 오 분 만에 1승을 챙기는 아스트로.

-한민규 선수 표정 보세요. 싱글벙글. 본인이 해야 할 일 이제 완벽히 끝났다 이겁니다!

고강원이 GG를 선언하며 경기가 끝났다.

***

이정훈 감독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당했다.’

초반 전략을 생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스트로 벤치를 바라보는 이정훈 감독의 두 눈에 불꽃이 튀었다. 선수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 진짜 이렇게 지면 엄청 화나는데.”

“아무것도 못해 봤네. 허무하다.”

“거기서 2도감을 할 줄은 몰랐네.”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한민규의 전략은 정교했다. 이미 궁병 2기가 앞마당 입구를 단단히 지키고 있던 터라 일벌레를 다시 넣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 러시를 막으려면 생산한 마견 전부를 죽든 말든 앞마당으로 들이밀어 군영의 유무를 확인하거나 처음부터 마견 올인을 준비해 빌드가 맞물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경기를 펼치는 와중에 갑자기 이건 꼭 해야 한다는 직감이 오지 않은 한, 순간 미친놈 소리 듣는 행동이다.

일벌레를 째면서 부유하게 운영하는 마수이기에 첫 마견 4기를 살려 두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상대 일꾼을 끊어 주거나 진출 타이밍을 확인하는 용도로 끝까지 살려야 한다.

후자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 아스트로의 환국이 정석 위주로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단단한 운영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

박현우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한민규 역시 이런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0번 중 1번 전략을 쓰는데 하필 그날이 오늘이었다. 상성 종족전이니 가장 자신 있는 운영을 꺼내 들 거라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이는 선수의 잘못이 아니다. 오롯이 이정훈 감독의 잘못이었다. 수 싸움에서 이재명 감독이 이겼다.

아주 쉽게.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어요. 빌드가 아예 상성으로 맞물렸는데.”

“그냥 잊어. 아직 1세트다. 1세트.”

“그건 진짜 이제운 형이 와도 못 막아요.”

어깨를 축 늘어뜨린 고강원을 선수들이 위로했다. 진 건 어쩔 수 없다. 과거에 발목이 매여 있어 봤자 좋을 것 없다.

“제가 꼭 이기겠습니다.”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김대형이 무대로 향했다.

***

쩔었다. 쩔었다!

잘했다. 잘했다!

우쭈쭈쭈. 격하게 안아 줄 테니까 얼른 일로 와.

1세트 출전이라 많이 떨렸을 텐데 본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네가 해낼 줄 알았다니까!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팀원들의 손길에 이끌려 자리에 앉는 민규.

“아. 너무 기뻐서 세레모니를 못했어요.”

나름 준비한 세레모니가 있었는데 경기에서 이기는 순간 머릿속에 새하얘졌다고 했다. 세레모니도 그때 함께 날아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다음에 하면 된다.”

“그래. 내년에 또 결승에 오면 되지 뭐. 그때 이겨서 꼭 멋지게 세레모니 해라.”

뭐지? 이 자신감은?

아직 2016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2017 시즌 우승을 예약해 놓은 분위기네.

흐흐. 사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2회 연속 우승한 팀은 존재하지만 3회 연속 우승한 팀은 아직 없다.

적어도 올해까진.

내년이면 3회 연속 우승하는 팀이 생길 것이다.

***

-아주 멋진 경기였습니다. 아름다운 경기였어요!

-이런 경기가 진짜 짜릿하죠. 상대방의 심리를 완벽히 역 이용하는!

-아스트로 준비 많이 했습니다. 시작이 좋아요. 1:0. 이러면 다음 세트에 출전하는 김승대 선수의 부담이 확 줄어들게 되죠.

-역으로 김대형 선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2세트에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김대형 선수마저 무너지면 2:0으로 몰리거든요.

고강원이 한민규에게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질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한민규의 전략이 좋았다.

그리고 그 전략을 적용시키는 능력 역시 뛰어났다. 상대가 고강원이 아니라 이제운이었어도 무너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필살기였다.

그렇기에 김대형이 이번 세트를 반드시 잡아 줘야 한다. 앞서 한민규가 보여준 것처럼 아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말이다.

-자. 양 선수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과연 2:0으로 스코어를 벌릴 수 있을지! 아니면 동률을 이룰 수 있을지! 지금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2세트 전장 황산벌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아스트로 선수들 오늘 마음 단단히 먹고 나왔는데요? 김승대 선수 9발업입니다.

-마수전도 아니고 팀플도 아닌데 저 빌드를 꺼냈다는 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죠.

경기를 아주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김승대. 초반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압박해 긴장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주도권을 잡으려는 선택.

압박이 통했는지 김대형이 용광포 2개를 먼저 소환한 후 앞마당 신전을 올렸다.

-마견을 10기까지 찍어 줍니다.

-숫자가 많습니다. 한 번 들어갈 수도 있겠는데요?

6마견을 생산한 후 한동안 마견을 생산하지 않던 김승대가 정찰 용안을 잡아주자마자 마견을 추가로 4기 더 생산했다.

용광포 2개가 있긴 하지만 발업 마견 10기라면 절반 정도는 살아서 본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발업 된 마견 4기만 본진에 들어가도 용족은 골치 아파진다.

하지만 마견이 향한 곳은 용족의 앞마당이 아니었다. 온 전장을 꼼꼼히 돌아다니며 추가로 밖에 나온 용안이 있는지 찾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걸까?

아니면 앞선 세트에서 본 것이 있기 때문일까?

용안이 죽어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용안 3기를 빼 마견이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틀어 막아 버렸다. 이러면 마견이 10기라 하더라도 쉽사리 들어오지 못한다.

-아. 김승대 선수 아쉽게 기회를 놓쳤어요.

용안이 길을 막고 있는 걸 확인한 마견이 향한 건 3시 뒷마당 길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그곳은 중립건물과 철광이 길을 막고 있었다. 10기의 마견이 일제히 중립건물을 때리기 시작했다.

조금은 의아한 판단.

바로 달려갔다면 용안이 길을 막기 전에 본진으로 마견이 난입할 수도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지 않은 걸까?

그 이유가 곧 밝혀졌다.

-그슨대굴!!!!

-아. 김승대. 3소굴 그슨대도 다니고 2소굴 그슨대로 밀어버릴 생각이에요!

-올인입니다. 올인! 한민규 선수도 공격적이긴 했지만 이렇게 뒤가 없는, 극단적인 공격은 아니었거든요.

-이래서 마견을 무리하게 쓰지 않고 정찰 병력을 확실히 끊어 주는 쪽으로 쓴 거네요.

그슨대굴이 굉장히 빠르다. 12소굴이 아닌 9발업으로 경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마당 소굴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그슨대굴이 올라간다. 용족은 이제 제단이 절반 완성되었다.

-2용광포과 신전을 올리고 제단을 올린터라 테크가 많이 늦습니다. 그슨대를 확인하려면 용안을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앞마당에 떠 있는 군주가 용안이 나오는 걸 확실히 체크해 주고 있죠.

용안이 나오는 순간 중립건물을 때리던 마견이 달려들어 잡아낼 것이다. 그때 뒷마당 언덕을 통해 김승대가 중립건물을 파괴하는 걸 확인한 김대형.

이 자체가 심리전이다.

나는 땡 그슨대가 아니다. 이 중립건물을 통해 무언가를 시도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는 거다. 이 자체가 심리전이라는 걸 알아도 용족은 대응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진짜 뒷길을 이용한다면 아무것도 못해 보고 허무하게 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슨대가 벌써 나옵니다!

-앞마당에 일벌레 1기도 안 붙였어요. 일벌레 본진에서 일하고 있는 11기가 전부입니다!

-뒷마당 언덕에 솟대 소환하는 김대형.

-불안하거든요. 불안하니까 저기에 자원 투자하는 겁니다! 사실은 정면으로 오는 게 진짠데!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용안 3기는 여전히 일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솟대 하나가 애먼 곳에 지어졌다. 설상가상 생산된 용혼이 마견을 견제하기 위해 뒷마당으로 향했다. 이 순간에도 그슨대는 쌓이고 있었다.

벌써 7기.

이미 속업은 완료되었고 사업이 되는 순간 공격을 떠날 것이다. 여전히 용광포는 2개뿐이었다.

아스트로 응원석이 들썩였다. 반면 절망에 빠진 CT 응원석.

1:0과 2:0은 그 무게가 다르다.

-갑니다!

-아. 공중제단 올리고 황룡성지 올리는데 앞마당이 밀리면 이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용광포 2개를 더 늘리긴 하는데 그슨대의 수가 너무 많아요. 늦었어요!

모든 준비가 끝난 그슨대 한 부대가 3시로 향했다. 용광포를 늘리고 있지만 러시가 더 빠르다. 중립건물을 때리던 마견도 본대에 합류했다.

이때를 위해 마견을 아낀 것이다. 마견이 용광포의 공격을 먼저 맞아 주고 그슨대가 달려들어 용광포를 일점사해 파괴했다.

그슨대가 몇 번 툭툭 건드리자 순식간에 파괴되는 용광포.

그슨대만 있었다면 용아와 용안의 비비기에 어영부영 막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견이 전면에서 그슨대에 용안과 용안이 달라붙지 않게 벽을 세웠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뚫리나요?!

-아. 이거 그냥 금 생기는 대로 그슨대 찍고 나머지 철광으로 마견 찍으면 절대 못 막아요.

하나 둘 무너지는 용광포들.

김대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땀으로 뒤덮였다.

-전투할 수 있는 유닛이 용안밖에 없어요. 비비는 그냥 멀뚱멀뚱 땅만 바라보고 있어요.

-매섭네요. 매섭습니다. 단 한 경기를 위한 전략!

-저격수를 총알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한 명을 죽이기 위해 딱 한 발만 들고 다닙니다. 기회는 한 번뿐이거든요! 그 기회를 김승대가 완벽히 잡아냈습니다!

앞마당이 날아간 이상 김대형이 이길 수 있는 길은 없었다. 허무하게 패배를 내준 김대형이 고개를 푹 숙였다.

기세를 완벽히 빼앗긴 걸까?

이어진 3세트에서도 아스트로가 승리를 거뒀다. 항상 정석만을 택했던 박현우가 2화통 타이밍 러시를 꺼내 든 것이다.

뒷마당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중반 이후를 노렸던 황정호. 날벼락을 제대로 맞았다.

3:0.

어느새 매치 포인트가 됐다. 아스트로 팬들조차 당황스러울 정도로 일방적인 스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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