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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5화 (56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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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65

프로리그 결승 5일 전.

드디어 결승 엔트리가 나왔다. 엔트리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으로 인해 순간 홈페이지가 마비되었을 정도였다.

엔트리를 본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전의 연속.

모든 예상을 뒤엎는 엔트리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결승 분위기를 좌우하는 1세트.

아스트로에선 한민규를 내보냈고 CT에선 고강원을 내보냈다. 정규 리그라면 한민규의 손을 들어줄 수 있지만 포스트 시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고강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평상시 패왕(敗王)이라는, 영 좋지 않은 별명을 지닌 고강원이지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순간 패왕(敗王)에서 패왕(覇王)으로 돌변한다.

상대가 누구건 상관없이 다 물리치는 거다.

실제로 결승 포함 포스트 시즌에서 이제운 다음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마수가 고강원이었다.

포스트 시즌이 열리는 기간이 연봉 협상 시기와 묘하게 맞아 떨어져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는, 웃지 못 할 별명까지 생겼다.

꾸준한 성적의 한민규와 포스트 시즌의 사나이 고강원의 대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2세트에선 아스트로 마수 에이스 김승대와 CT 용족 에이스 김대형이 맞붙는다.

전체적인 기량은 김대형이 앞서지만 최근 10경기만 놓고 보면 김승대가 더 낫다. 전장이 황산벌이기에 보다 좋은 전략을 준비해 온 선수가 승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3세트는 딱 중간에 위치한 경기다. 역전의 시작을 알릴 수도 있고 쐐기를 박을 수도 있다.

압박을 크게 받고 그만큼 책임감이 요구되는 세트다.

그렇기 때문일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양 팀 모두 주장을 내보냈다.

박현우와 황정호.

각 팀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다. 주장이기에 결과에 따라 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쳐져 있던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도 있고 사기를 곤두박질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3세트가 중요하다.

4세트는 임동주가 환국의 신 이영우를 상대로 출전한다.

조금 의외의 출전이다.

임동주는 프로리그 총 전적이 30전도 되지 않는 신예 마수다.

4세트 이영우의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되어 있었다.

환국이 좋은 성적을 내는 신 천공의 눈이었기 때문이다. 신 버전이 나오기 전까진 환국이 천공의 눈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마수를 상대로 4:9로 밀렸고 용족을 상대로도 5:2로 밀렸다. 재미있는 사실은 환국이 마수와 용족을 상대로 거둔 승수가 전부 이영우와 정명혁의 기록이었다는 것이다.

전장이 환국에게 좋지 않았을 때도 승을 곧잘 따냈던 이영우.

신 버전이 도입된 이후 날개가 달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날개 달린 호랑이.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날개 달린 호랑이의 위용이 어떤지 이영우가 잘 보여 줬다. 신 버전에서 7승 1패, 도합 11승 1패를 기록하며 천공의 눈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아스트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거다. 그럼에도 신예 마수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4세트에 이영우가 나올 것을 이재명 감독이 예상하고 제물카드, 그러니까 지는 것이 당연한 선수를 내보냈다.

아니다. 역으로 이영우를 위한 맞춘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제물 카드가 아니라 저격 카드다.

결과는 다르지만 두 의견 모두 이재명 감독이 이영우의 출전을 맞췄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재명 감독의 능력을 믿는다는 말이었다.

비운의 감독이라는 말이 따라다닐 정도로 엔트리, 전략, 선수단 운영에 있어 뛰어난 평가를 받던 이재명 감독에게 최강의 무기 이승우가 쥐어지니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이제 자본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는다.

대기업 스폰 팀이 거금을 얹어 선수를 데려가는 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보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더 많은 돈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되었다.

이영우를 예상하고 제물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순수하게 이영우를 저격하기 위해 나온 걸까?

답은 결승전 날 알 수 있을 것이다.

5세트엔 신토불이 신연호와 정복자 박수천이, 6세트에선 이승우와 김재현이 경기를 펼친다.

사람들의 가장 크게 의문을 제기한 건 왜 이승우를 6세트에 빼놓았냐는 것이다. 아예 이승우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4세트에 이영우를 배치한 CT처럼 이승우도 4세트 내에 출전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냐는 평이 줄을 이었다.

일단 엔트리만 보면 CT가 나쁘지 않다. 골고루 힘을 분산한 아스트로와 달리 CT는 초반에 힘을 꽉 주었다. 5, 6세트에 출전하는 선수보다 1, 2, 3, 4세트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기세가 월등이 뛰어나다.

이영우가 주전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예와 맞붙게 되었지만 어쨌든 4세트에서 1승을 채워 준다면 6세트 내에 경기를 끝낼 수 있을 거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이들도 있었다. 6세트에 이승우가 있기에 어떻게든 6세트까지 연결하기만 하면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세트에 승리를 거두고 그 기세를 몰아 에이스 결정전까지 승리를 거머쥐며 팀에 트로피를 안길 능력이 이승우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정도로 절대적인 믿음을 이승우는 모두에게 주고 있었다.

그런 각오로 경기를 하다보면 6세트가 오기 전 경기를 끝낼 수도 있다고 이승우를 일부러 6세트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신경전을 펼치며 서로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결승전 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 그래서 준비한 걸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쏟아내는 것.

여기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했다.

****

프로리그 결승 전날.

“다 왔구나. 쉬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불러내서 미안하다.”

아스트로의 주장 박현우가 선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군기를 잡기 위함이 아니었다.

모인 선수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두 편안한 자세로 여기 저기 앉아 있었으니까.

애초에 군기와 박현우는 거리가 멀다. 아마 프로리그 결승 관련 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선수들을 모은 것 일거다.

“내일 무슨 날인지 다 알고 있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수가 없다.

팀 스케줄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니까.

“프로리그 결승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또 프로리그 결승에 올라왔다.”

2회 연속 프로리그 결승 진출.

그사이 치러진 위너스 리그 역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정규-위너스 통합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팀이 된다.

이 역시 최초다.

한 해를 지배한 팀은 있었지만 두 해를 지배한 팀은 없었다.

택뱅리쌍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실력은 같다.

그날 컨디션, 전장,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승패가 나뉠 수 있다. 그렇기에 프로리그를 2년 연속 최강자로 군림한 팀은 나오지 않았다.

이를 깨부수기 직전까지 온 팀이 바로 아스트로다.

선수 구성이 조화롭다. 절대적인 선수 한 명과 그를 받쳐주는 준 에이스급 선수들이 골고루 속해 있다.

감독들과 팬들이 가장 이상적이라 말하는 팀과 딱 맞아 떨어졌다.

거기에 더해 전략이 뛰어난 감독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팀이었다.

“난 이것이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모두가 잘했기 때문에 다시 결승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이승우가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맞지만 다른 선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정규리그 1등을 차지하지 못했을 거다. 프로리그는 팀 단위 리그. 혼자 잘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건 위너스 리그밖에 없다. 단 두 라운드에서 전승을 차지한다고 프로리그 1등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승우가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해 줬다는 건 확실하지. 우리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 역시 맞는 말이었다. 다른 선수가 받쳐 주지 않으면 1등을 할 수 없듯 이승우가 없었어도 1등을 할 수 없었을 거다.

사실 단순 승만으로 누가 더 나은지 우위를 따지는 건 의미 없다. 숙소 내 생활부터 시작해서 연습과 실전을 통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우가 있었기에 이들이 존재할 수 있었고 이들이 존재할 수 있었고 이들이 있었기에 이승우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도 승우에게 도움이 될 때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승우한테 부담을 줄 순 없잖아. 내가 감독님께 부탁드렸어. 승우가 뒤 쪽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6세트까지 가면 우리가 이긴다. 뭐 이런 말을 하려고 너희들을 부른 게 아냐.”

박현우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승우 없이 경기 끝내 보자.”

그러고 보니 이승우가 보이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박현우가 의도적으로 부르지 않은 것이었다. 이승우가 있다면 이런 자리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했을 테니까.

“크. 역시 주장님! 전 주장님 의견에 완전! 200% 찬성입니다! 이제 저희 원맨 팀 아니죠. 깔끔하게 끝냅시다.”

신연호가 어깨를 흔들며 격렬하게 화답했다. 신연호를 시작으로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각오를 다졌다.

박현우가 흐뭇한 얼굴로 선수들을 바라봤다. 주장으로서 동기 부여를 한 번 더 해 주고 싶었다. 이승우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지 않길 바랐다. 다행히 팀원들은 그런 생각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들이 모든 걸 말해 줬다.

‘고맙다. 모두들.’

박현우의 시선이 임동주를 향했다.

“사람들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핵심을 짚었다.

“아. 네. 조금…….”

임동주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사람들이 이번 결승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제물 카드.

이재명 감독의 양아들.

둘 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4세트, 그것도 이영우를 상대로 출전하기에 듣는 조롱이었다. 임동주 자신도 안다. 이뤄놓은 것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초라하다는 것을.

그래서 더 힘들었다.

정말 결승에 진출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실수하면 어쩌지?

나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치면 어쩌지?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과 커리어를 지녔음에도 준비한 전략상 4세트에 마수가 출전해야 하기에 출전 기회를 박탈당했다.

기가 죽어 있는 임동주의 어깨를 신연호가 슬그머니 감싸 안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임동주를 향해 신연호가 아무 말 없이 환하게 웃어 줬다.

“신경 쓰지 마.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니까. 감독님이 어떤 분인지 아시지? 네가 충분히 그 자리에 빛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기에 널 넣으신 거야. 가장 가까이에서 널 지켜봤던 감독님과 우리들의 말을 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말 듣지 말고.”

“그래. 네가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렇게 생각하면 진짜 우리가 뭐가 되냐.”

“맞어. 가서 멋지게 승리하고 돌아와. 그럼 되는 거야. 사람들에게 임동주란 마수가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 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진완석과 윤여준이 한 마디씩 덧붙였다.

박현우가 임동주에게 다가갔다.

“어렵게 잡은 기회 놓치지 않았으면 해. 넌 절대 제물 카드가 아냐. 사고 한번 제대로 쳐 보자. 사람들의 예상? 멋지게 한번 부숴 버리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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