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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4화 (56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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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64

기록실이라는 것이 있는 걸 얼마 전에 알았다. 거기엔 내가 스킬을 얻었던 날짜가 언제인지부터 시작해서 당시 보유한 스킬과 스탯 현황까지 모두 기록되어 있다. 불현듯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은 첫날이 궁금해졌다. 희미해졌거든.

유일하게 기억나는 게 육감이다.

5.

한 자릿수라서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란.

내가 이렇게 재능이 없는 선수였나 싶을 정도였다. 어찌 보면 정확한 분석이었던 것 같다. 그땐 나만의 생각 없이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 기계적으로 경기를 했었다.

예상대로 흘러가면 승리하고 그러지 못하면 허둥대다 경기를 그르치고.

속된 말로 뇌 없는 플레이를 한 거지.

한번 지금이랑 비교해 볼까?

오늘 날짜와 신들의 전쟁을 얻은 날짜를 먼저 선택하고 비교를 하면.

짠! 이렇게 보기 편하게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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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안의 숫자가 먼저 선택하신 날짜의 수치.

피지컬

속도 : (56) 134

지상 유닛 컨트롤 : (44) 142

공중 유닛 컨트롤 : (25) 141

생산력 : (50) 138

공격력 : (35) 132

수비력 : (33) 131

시야 : (10) 134

밸런스 : (15) 133

반응 속도 : (40) 132

체력 : (100%) 100%

히든스탯

포스 : (-)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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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용족전 (50) 100

VS 환국전 (65) 100

VS 마수전 (35)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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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집중력 : (30) 115

판단력 : (10) 121

정신력 : (35) 130

컨디션 : (80%) 120%

육감 : (5)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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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헉 소리가 나왔다.

엄, 엄청 차이 나는구나? 꽤 차이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차이날 줄 몰랐다. 나름 피지컬엔 자신 있었는데 지금 보니 형편없구나. 형편없어. 저걸 보니 1군에 왜 오르지 못했는지 알 것 같다.

더 놀라운 건 오른쪽에 나온 스탯이 스킬이나 칭호, 버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 스탯이라는 거다. 모든 효과를 받으면 200은 거뜬히 넘어간다.

가장 낮은 수치였던 육감. 지금은 가장 높은 수치가 되어 있다. 멘탈 스탯은 피지컬 스탯과 달리 스탯 포인트로 성장시킬 수 없다. 순수 내 경험과 경기로 성장시킨 것이기에 더 뿌듯하게 느껴졌다.

포스 수치도 눈에 띈다.

올리는 게 고역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올렸다. 미리미리 올려 두길 잘했다. 다른 스탯보다 훨씬 많은 스탯 포인트가 들어가는 포스.

같은 20이지만 두 자리 수에서 올라가는 20과 세 자릿수에서 올라가는 20은 천지차이다.

역시 나는 똑똑해.

보상으로 인해 포스가 120을 넘음과 동시에 새로운 능력이 개방되었다. 내가 얻은 모든 스킬을 다른 종족을 했을 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능력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오글거릴지 모르지만 내 몸에서 용족의 피가 흐르니까.

분명 미리 경고했어. 오글거릴지도 모른다고.

지금 난 용족이 너무 좋다. 장점을 끝없이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예전엔 종족을 탓한 적도 있었다. 종족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용족은 왜 이렇게 마수한테 약한 걸까?

환국은 왜 이렇게 좋은 운영이 많은 걸까?

우승자는 왜 환국과 마수에 집중되어 있고 랭킹 1위를 단 두 명의 선수밖에,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밖에 차지하지 못했는가?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용족이 마수에 약하냐고? 강한 모습을 보여 주면 된다.

운영이 적다고? 내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내면 그만이다.

우승 숫자도 적고 랭킹 1위도 못한다고? 다른 용족이 잘하길 기다릴 필요 없다. 내가 우승하고 랭킹 1위를 찍으면 된다.

마인드가 처음보다 많이 바뀌었다.

아마 1년 반 전에 이런 말을 했다면 모두 혀를 찼겠지.

2군에서 6년 동안 썩고 있는 주제에 말이 많다고.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 하니까 1군이 되지 못 하는 거라고.

안 봐도 비디오다.

이제 이런 말을 해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 현실로 이뤄 냈으니까.

꿈을 꿨기에 현실이 된 거다.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이루지 못했다. 그걸 사람들은 간과한다.

꿈을 꾸는 이에게 그게 현실에 맞는 소리냐고, 지금 네가 할 입장이냐며 윽박을 질러 기를 죽여 놓는다.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

될 수 있다고 마음먹고 달려들어도 안 되는 게 반 이상인데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도 안 된다.

이건 진짜 못할 짓이다.

내가 코치가 된다면, 감독이 된다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다. 보다 따뜻하게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줄 거다.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다.

가을이라 그런가?

많이 감상적이군. 아직 선수 생활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코치, 감독 때를 생각하다니.

이제 남은 대회는 프로리그 뿐이다.

프로리그에서도 승리를 거둬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한 해 치러진 모든 대회 우승.

이미 개인리그는 이뤘다.

개인리그 뿐만 아니라 위너스리그, 프로리그까지 모두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

이제 그 꿈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 챔피언십은 왜 빼먹냐고?

흠. 허세라고 할 수도 있지만 톡 까놓고 말해서 한국 팀이 우승을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어?

솔직히 허세도 아닌 것 같다. 전승 우승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싸움이지 우승은 이미 한국 팀 거나 마찬가지다. 미리 시상식부터 하고 시작해도 된다는 생각이지.

이 정도 자부심.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아마 90% 이상의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걸.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도 마찬가지겠지.

그렇기에 국가대항전을 치른다는 사실보다 다른 이유로 더 설렌다.

종족 최강전에서 다른 소속 팀 선수들과 한 팀이 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용족 내에서만 팀을 이뤘다. 이번엔 세 종족 골고루 섞여 한 팀을 이뤘다.

팬들이 말하는 드림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환국에선 이영우, 정명혁, 김영민이, 마수에선 이제운, 형규, 김재만이, 용족에선 나와 김택윤, 병호 형이 출전을 확정지었다.

다른 종족은 진작 대표가 확정 되었지만 마수는 일주일 전만 해도 오리무중이었다. 마지막에 김재만이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마수 랭킹 3위로 월드 챔피언십 진출권을 따냈다.

병호 형이 합류해서 안심이 된다.

최고령자를 피했으니까!

병호 형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최고령자가 될 뻔했다. 모든 인터뷰, 그리고 주장직까지 병호 형에게 맡겨야겠다. 아직 한 번도 주장을 해 보지 않은 나보다 수년간 주장으로 나무전자를 이끌어도 병호 형이 훨―씬 더 잘하지 않겠어?

절대 미루는 거 아니다.

월드 챔피언십까지 끝나면 이제 진짜 끝이다. 월드 챔피언십의 영향으로 종족 최강전이 1월 달로 미뤄졌다. 올스타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날을 세우고 경기를 펼치는 것이 아닌, 축제 분위기로 웃고 즐기는 거라 그렇게 부담스럽진 않다.

2016년의 마무리가 머지않았다.

욕심 부리고 싶지 않다. 딱 내가 한 만큼만,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어 가고 싶다.

****

이제 프로리그 결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열리는 마지막 공식 리그였다.

결승 한 자리는 아스트로가 이미 가져갔다. 저번 시즌 예열을 마친 아스트로는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날아올랐다.

역대 최다승.

역대 최다승점.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시즌이었다.

인생사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두 시즌 전만해도 최약체 팀이었던 역대 최강의 팀이 된 것이다.

개인리그가 끝나자마자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었다. 결국 S1은 2위의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3위로 떨어졌다. 그것도 겨우 1승 차이로.

전장 선택권이 주어지긴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단 1승 차이로 최소 4경기, 최대 6경기를 더 치르게 된 것이다.

S1 입장에선 진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김영민의 부진만 없었다면 충분히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 테니까.

김영민의 부진은 프로리그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S1이 다시 결승에 오르려면 환국 원투 펀치이자 S1 에이스 라인인 김영민의 경기력을 살려내야 했다. 꽤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반대로 CT는 편안하게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를 준비하게 되었다. 2승만 따내면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것이다.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은 3위 S1, 4위 화성, 5위 GO, 6위 폭스였다.

폭스가 돌풍의 핵이었다. 상대가 S1이긴 하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 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성과였다. 성과감이 어마어마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중계권 수익도 역시 일반 시즌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11월 첫째 주.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었다.

S1과 폭스, 화성과 GO의 대결.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힘이 기운 대결과 서로 가진 힘이 엇비슷한 팀 간의 대결.

결과는 이변이 나왔다.

폭스가 S1을 누르고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이다.

첫날 패배했지만 2,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대역전극을 만들어 냈다. 스포츠는 이래서 재밌다. 언더독의 예고 없는 반란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박성찬과 최태양의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 감독의 용병술도 뛰어났다. 이 둘을 동족인 김영민과 마수인 임형규에 맞붙인 것이다.

화성과 GO의 대결은 화성의 승리로 끝이 났다. 여기도 불꽃 튀는 대결이 계속되었다. 전체 스코어로 보면 2:0으로 화성이 이겼지만 1, 2차전 모두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이 이어졌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는 이제운이었다.

에이스 결정전 포함 총 4경기에 출전한 이제운은 4승을 쓸어 담으며 폭군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 줬다. 임동원, 김재만에게 아직 마수의 제왕은 자신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기세는 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S1을 꺾은 폭스마저 2:0으로 꺾으며 CT와 결승 한 자리를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또 한 번의 리쌍록.

맞대결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감독 입장에서 필승 카드이기에 맞대결보다 안정적으로 1승을 가져오는 것이 훨씬 더 나았기 때문이다.

개인 대결에선 무승부였다.

둘 다 3경기에 나와 3승을 챙겼으니까.

하지만 팀 간 대결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결과적으로 웃은 건 이영우였다.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CT가 화성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조금 아쉬운 건 3차전까지 갔지만 에이스 결정전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에이스 결정전이 갔다면 분명 리쌍록이 나왔을 거다.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나왔겠지.

팬들은 아쉬움을 묻고 결승을 바라봤다.

아스트로와 CT.

최고의 팀들이 결승에서 만나게 되었다. 위너스 리그라면 아스트로의 낙승을 예상할 수 있으나 프로리그기에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화성을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이제운이 3승을 거두고도 팀이 무너졌다. 에이스 결정전까지만 가지 않는다면 어차피 이승우가 거둘 수 있는 승수는 1승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즘 잘한다고 무작정 배치하면 안 된다. 지고 있을 때, 이기고 있을 때, 상대 종족 예상 등등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신들린 엔트리로 이승우가 두 번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반대로 아스트로는 이승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수를 내야 한다.

과연 어떤 감독의 수가 좋은 결과를 내게 할 것인가?

이를 예측하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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