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3화 (563/575)

00563  Game No. 563  =========================================================================

Game No. 563

성황리에 열린 MSL 결승.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이승우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영우가 3:0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너진 마당에 임형규라고 다른 건 없었다.

경기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뛰어났다.

마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너 지금 약한 타이밍이지?

이러고 쿡 찌르면 마수가 맥없이 무너진다. 마수가 용족의 상성 종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힘을 쓰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빌드의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1세트는 완벽한 전투로 승리를 가져갔다. 군락 마수가 용족에게 정말 강한 것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압살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용족이 마수에게 불리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손이 훨씬 많이 가기 때문이다. 마수는 마견, 그슨대만 생산하면 된다.

그 후 드래그하고 어택땅.

드래그하고 어택땅.

이게 끝이다. 여기에서 망태할배 한두 기 섞어 토혈과 흑운을 쳐 주면 용족에게 지옥문이 제대로 열린다.

이걸 막으려면 용족은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병력 조합 깨지지 않게 유지해야 하지, 용혼 토혈에 피해 적게 잘 퍼트려야 하지, 흑운에 들어간 유닛 생기면 다른 유닛으로 타게팅 바꿔 줘야 하지, 비렴으로 천벌 적절한 곳에 쏘고 술력 다 쓴 비렴 골라서 죽지 않게 풍백으로 합체까지 시켜 줘야 한다. 이 와중에 확장 쪽으로 마견-망태할배 돌리거나 본진 쪽으로 폭탑 드랍이 떨어져 제단 파괴해 버리면 진짜 미치는 거다.

이승우는 이 모든 걸 놓치지 않았다.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잔실수 하나 없이.

이승우를 응원하는 이들이 임형규 팬들에게 힘내라고 말할 정도였다.

2세트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뒀다.

5제단 용혼 러시.

오랜만에 선제단이 아닌 용무관을 소환하면 앞마당을 확보한 이승우. 이번엔 무난한 운영을 할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빠르게 제단을 5개까지 늘리더니 용혼을 생산해 러시를 왔다.

마수의 병력 공백기를 노린 것이다. 부랴부랴 그슨대를 생산하며 용혼을 밀어내려 했지만 이승우의 컨트롤이 너무 좋았다.

그슨대의 이속업과 사업이 되지 않은 걸 이용해 체력이 떨어진 용혼을 뒤로 빼며 사업 용혼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둘 중 어느 하나만 개발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사업이 먼저 되면 용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이속업이 먼저 되면 용혼의 사정거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임형규 입장에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승우가 빌드 연구를 잘해 왔다. 거의 맞춤 수준이었다. 소수 간의 전투에선 용혼이 그슨대를 확실히 앞섰다. 이속업과 사업이 모두 되었을 땐 이미 앞마당 수비 라인이 뚫린 후였다.

3세트는 새로운 운영을 들고 나왔다.

이영우 전처럼 뉴-메타를 제시한 것이다.

2: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우가 99제단을 꺼내들었다.

다른 마수라면 이 러시에 공격이 끝났겠지만 임형규는 조금 달랐다. 그간 내성이 생긴 덕일까? 피해를 입긴 했지만 어쨌든 용아를 막아 냈다. 이승우도 무리하진 않았다. 앞마당을 파괴하는 것보다 일벌레의 수를 줄여 주는 쪽으로 그리고 용아를 최대한 살려 두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여기까지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99제단 이후 운영이 달랐다. 앞마당을 가져가지 않고 본진에서 테크를 올려 버린 것이다.

본진 2겟 이후 테크와 앞마당 99제단 이후 테크.

결과적으로 같아 보이지만 심리전이 가미되어 있다.

제단의 위치를 보면 마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나다.

앞마당 신전.

근데 이승우는 그걸 한 번 꼬았다. 이유가 있었다. 앞마당에 신전을 지어 버리는 것이 보통 운영이긴 하지만 정보가 차단된다는 단점이 있다.

마수가 마굴을 올리는지, 땡 그슨대로 한 번 몰아칠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99제단을 한 마당에 모든 걸 대처할 순 없다. 50%의 확률로 하나를 찍어야 한다. 이승우라도 잘못 선택하면 맥없이 무너지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애초에 그걸 차단했다. 눈으로 보고 맞춰갈 기반을 만들어낸 것이다.

만약 마수가 배를 째는 플레이를 하면 이승우의 선택이 악수가 될 수도 있지만 마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2제단에서 용아를 꾸준히 찍어 주는 걸 군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견의 수가 부족해 보인다?

그 순간 용아 러시가 들어올 수 있다. 이승우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애매해진 건 마수였다. 마견을 가난하게 찍어 낸 마수가 마굴을 갈 리 만무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3소굴 그슨대. 당장 비비는 몰아냈지만 이걸로 역 러시를 가는 건 불가능했다. 용아가 바글바글 있었으니까.

마수가 유리해지려면 닷발귀를 생산해야 한다. 닷발귀로 경기를 끝내지 못하더라도 전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가 끊임없이 용아로 압박한 탓에 닷발귀는커녕 마굴조차 올리지 못했다. 움직임으로 상대방에게 소굴 그슨대를 강제한 것이다.

임형규는 닷발귀를 안 간 게 아니다. 이승우 때문에 못 간 거다.

지금 이승우는 마음이 편안하다.

지금 용아를 유지한 채 용광포를 소환하면 그슨대 러시에 피해를 전혀 받지 않는다. 이 순간에도 비비는 마수의 지역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모든 정보를 가져다주고 있다.

소굴은 몇 개인지, 일벌레 수는 얼마나 있는지, 확장은 가져가고 있는지.

모든 정보가 취합되고 분석되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알려줬다.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조합은 갖춰서 러시를 가는 것.

이승우는 왕도를 걸었고 승리를 따냈다.

어렵게 모은 닷발귀로 비렴을 잡아내려 했지만 비렴을 호위하는 용혼의 숫자가 많았다.

경기를 끝낸 임형규가 고개를 폭 숙였다. 표정에서 모든 감정이 드러났다.

완패.

절정에 올라 있는 이승우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플래티넘 배지의 주인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이승우는 이 스포츠 역사에 본인의 이름을 진하게 남겼다.

MSL 우승과 더불어 이승우는 프로리그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통합 100승이 아니다.

무려 한 시즌 100승이다.

라운드가 7라운드로 늘어나긴 했지만 한 시즌 만에 100승을 해 버릴 줄이야.

정확히 101승을 기록하여 압도적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2회 연속 다승왕, 그리고 프로리그 통산 168승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는 역대 다승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다른 선수, 그것도 최정상급 선수들이 여러 시즌에 걸쳐 이룩한 걸 단 두 시즌 만에 따라잡은 것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최단기간 100승, 150승을 세웠으며 역대 프로리그 최고 승률까지 모두 이승우가 보유 중이다. 이 기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다음 시즌이 끝날 때쯤 역대 다승 3, 4위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오랜 기간 프로리그를 지배해 온 택뱅리쌍의 기록을 3시즌 만에 따라 잡기 직전이다.

승수뿐만 아니라 승률 역시 어마어마하다.

한해 승률이 85%를 넘어 신이라 불렸던 이영우.

이승우는 더 나아가 승률 90%를 찍었다. 90%에 턱걸이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 몇 번 패하더라도 90%가 유지될 정도로 여유 있다.

이제 실력과 커리어를 모두 갖춘 선수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지금도 이승우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자만도 하고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연습을 게을리하기 마련이다.

하루 이틀 연습을 빼먹는다고 경기력이 확 줄어들진 않으니까.

하지만 이승우는 연습을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최고라 하더라도 단순히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겉으로 보기에 전혀 이상이 없지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정상에 오른 자에게 너무 심한 말이 아닌가 싶지만 사실이다. 이러면 새로운 강자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다.

압도적인 기본기를 바탕으로 무쇠처럼 탄탄한 운영하기, 현란한 멀티 테스킹으로 상대를 혼돈 상태로 만들기, 폭풍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으로 상대를 질식시키기, 냉철한 판단력과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넓은 시야로 상대의 목줄을 서서히 조이기, 화려한 견제로 상대를 정신없이 흔들며 혼을 쏙 빼놓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빈틈없는 판 짜기와 전략성 플레이로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리기, 시공간을 가르는 강력한 타이밍과 전투력으로 일합에 무너뜨리기 등등 신들의 전쟁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각양각색의 스타일과 운영 방법이 존재한다.

무엇이 더 뛰어나다고 우열을 가르긴 힘들다.

하나 확실한 건 어느 스타일이건 극의를 깨우치면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되지만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할 시 역으로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대처하기 편해진다는 거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은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 한두 가지를 갈고닦으면서 다른 여러 가지 스타일을 몸에 익힌다. 다전제나 프로리그 에이스 결정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 써먹기 위함이다.

본좌로 불리는 선수들이 이렇다.

이승우는 여기서 더 나아갔다.

스타일을 완전히 지우는 것.

역설적으로 모든 빌드와 운영법을 자연스럽게 구사해 낼 수 있는, 가장 완성된 스타일을 가진 선수가 된 것이다.

스타일을 완전히 지워 버린다는 것이 무협 소설에 나올 법 한, 심검(心劍) 같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끝까지 가다보면 결국 한 길에서 만나는 것이 이치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승우는 신들의 전쟁을 깨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프로리그다.

이번에도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한다면 위너스 포함 4회 연속 팀 단위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된다.

****

드디어 개인리그가 모두 끝났다.

올해도 참 숨 가쁘게 달려왔다.

개인적으로 세운 올해 목표는 일단 이뤘다.

양대 통산 10회 연속 결승진출.

그리고 10회 우승.

플래티넘 마우스와 플래티넘 배지가 숙소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장식장에 잘 전시되어 있다.

흠. 어디 가서 말하면 욕먹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작년 연말만 해도 4회 우승이라 커리어가 조금 약해 보였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콧대 좀 세울 수 있게 됐다. 나보다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전국을 뒤져 봐도 한 명도 없거든.

다음 시즌 목표는 역대 최다 결승 진출, 그리고 양대 다이아몬드 달성이다. 다이아몬드 마우스와 배지를 얻게 되면 자연스레 역대 최다 결승 진출도 따라온다.

추가로 프로리그 역대 다승 4위까지 오르고 싶다.

마음 같아선 1등까지 찍고 싶지만 현재 1, 2, 3위인 택리쌍이 그동안 쌓아 놓은 것이 너무 많다. 이 3명이 동시에 부진을 겪지 않는 이상 그 이상의 순위는 좀 힘들 것 같다.

당장의 목표는 현재 다승 4위에 올라 있는 병호 형이다. 솔직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병호 형이 위너스 리그를 한 시즌 쉰 것이 컸다.

양대 플래티넘을 달성하며 화끈한 보상을 얻었다.

모든 스탯 +10씩, 총 20이 올랐다. 생각보다 별로라고?

지금 내가 포스 1을 올리려면 필요한 스탯 포인트가 14개다. 단순히 포스만 봐도 스탯 포인트 140, 150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일반 스탯까지 포함하면 400~500 정도를 받은 거고.

이제 피부로 확 느껴지지?

플래티넘에 대한 보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