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2화 (562/575)

00562  Game No. 5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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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늘 이영우 잠 못 잔다.>

<키보드 샷건각 나오네.>

<시발 이승우. 자존감 도둑이네. 개 잔인하게 이긴다 존나 빡치네. ㅡㅡ>

<이제 경기 안보련다. ㅅㅂ 봐서 머해. 어차피 이승우가 다 이기는데. 개노잼이네.>

<이영우 완벽히 무너뜨리고. 가을의 전설에 플래티넘 마우스까지. 일석삼조네.>

몽상가의 재림.

이승우의 백무 활용은 커뮤니티를 들끓게 하기 충분했다. 강명이 환상 나가로 상대 기지에 병력을 소환했을 때를 연상케 했다.

모든 세트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화려했다. 곧 바로 시상식이 이어졌다. 준우승을 차지한 이영우가 먼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준비를 훨씬 잘해왔다고 말함과 동시에 이승우의 플래티넘 마우스를 축하해줬다. 물론 본인의 의지를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금은 살짝 뒤쳐져있지만 부덕히 노력해 깨달음을 얻어 우승을 차지할 거라는.

충분히 실행할 능력이 있는 이영우기에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 다음 이어진 우승자 인터뷰.

이승우가 손에 마이크가 들릴 순간 경기장이 들썩일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승우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하도 커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될 정도였다.

전현석 캐스터가 잠시 인터뷰를 멈췄다. 그리고 함성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강제로 멈추진 않았다.

모두가 즐기는 축제였으니까.

남은 시간은 많다. 인터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도 중요하다. 잠시 후 함성이 서서히 잦아들은 순간 인터뷰가 다시 이어졌다.

이승우는 공을 자신이 아닌, 모두에게 돌렸다. 감독, 코치, 팀원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그들이 없었다면 이번 우승이 없었을거라 말했다.

아스트로 팀원들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가족들을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승우의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덩달아 동생도 울었다.

이승우만 울지 않았지만 사실 눈물을 흘리지 않을 뿐이지 표정은 눈물 한 바가지를 쏟은 사람의 것이었다.

세 가족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안다. 눈빛이면 충분하다.

이 좋은 날 아버지도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자그마하던 아들이 이렇게 성장했다고.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한 분야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고.

아마 무대로 올라와 그 크고 억센 손으로 힘껏 안아주실텐데.

인터뷰를 마친 이승우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빛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들으셨냐고. 그 위에서 아들 이렇게 잘났다고 자랑 실컷 하시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지켜봐달라고. 절대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고.

그렇게 시상식이 끝나고 플래티넘 마우스가 영롱한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시상식은 특별하다. 수많은 시상식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시상식은 없었다.

역대 최초. 그리고 최고의 시상식.

플래티넘 마우스.

관중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진짜 멋있네.”

“환상적이다.”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그 어떤 트로피보다 화려하고 웅장했다. 5회 우승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플래티넘 마우스기에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승우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플래티넘 마우스를! 최강의 선수! 이! 승! 우!가 들어 올립니다!!!

그 순간.

-파바박!!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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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플래티넘 마우스야? 한 번 만져보자.”

“야야. 조심해. 그러다가 떨어뜨리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뭐 닳는 것도 아니고.”

어째 팀원들이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다. 절대반지를 보는 골룸처럼 플래티넘 마우스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연호는 아예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다.

제가 잘해서! 제가 5회나 우승해서 받은 트로피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거 팀 전체가 함께 으쌰으쌰 해서 받은 거 아니겠어요?

감독님이 저를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지도해주지 않았더라면.

팀원들이 열일 제쳐두고 제 연습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루지 못 했을겁니다. 너무 겸손한 거 아니냐고요? 맞아요. 지나치게 겸손했네요. 그래도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주제 넘는 발언일 수 있겠지만 오늘 회식은 제가 다 쏘겠습니다!”

기분이다!

팀원들에게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하지 않겠어?!

“오! 이승우!”

“야. 야. 더 시켜. 제일 비싼 걸로 무조건 더 시켜!”

기뻐하는 팀원들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새옹지마란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S1에서 방출 될 때만 해도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오히려 더 높게 날아올랐다.

팀원들을 보니 작년에 S1으로 이적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구나 싶다. S1도 분명 좋은 팀이지만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 같다.

자리에서 일어나 감독님 옆으로 갔다. 불안한 눈빛으로 나라 바라보는 감독님. 괜찮습니다. 감독님. 저 하나도 안취했어요.

“감독님 저 왔습니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괜찮아?”

“전혀 안취했습니다! 제가 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그래. 얼른 하고 돌아가.”

왜 그렇게 동공지진을 일으키십니까? 저 하나도 안취했다니까요.

“감독님!”

“응. 말해.”

“사랑합니다!”

외침과 함께 입술을 쭉 내밀며 감독님을 와락 안았다.

동시에.

“사랑하는 건 좋은데 뽀뽀는...으악! 얘들아! 승우 취했다!!!!”

식겁한 감독님의 외침이 음식점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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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승우와 이영우의 OSL 결승전을 지켜본 임형규가 무거운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어떤 선수도 임형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지금 어떤 기분일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부담.

팔을 들기 힘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압박이 양 어깨를 잔뜩 짓누르고 있을 거다. 임형규가 복도를 지나 연습실로 향했다. 온 몸이 무거웠지만 연습을 쉴 순 없었다.

‘벌써 네 번째인가?’

참 많이도 만났다.

결승에서만 이승우를 네 번 만났다. 4강, 8강까지 범위를 늘리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세상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면, 아니 절반만 승리를 거뒀어도 3회 이상 우승을 차지했을 거다.

어찌 보면 임형규는 불운의 선수다. 무관의 챔피언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우승을 할 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아직 단 한 번도 개인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프로리그도 마찬가지다.

준우승, 준우승, 준우승.

모든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분명 준우승도 잘 한거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정상에 설 수 있는데 그걸 하지 못했으니까.

사정은 선수 평가도 비슷하다.

최근 1년간의 기록만 따지면 이제운보다 좋은 개인리그 성적과 프로리그 성적을 거뒀지만 이제운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승에 수차례 진출했지만 결과적으로 임형규는 0회 우승자다. 0회 우승자가 5회 우승자를 이길 순 없다.

이런 임형규에게 시대를 잘못 탔다고 말하는 이도 꽤 있었다.

2년 전에 데뷔했다면 리쌍 구도를 흔들며 새로운 강자로 부상 했을거다. 실제로 리쌍과의 상대전적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쌍을 개인리그에서 탈락시킨 적도 있고.

준우승, 마수 2인자가 아닌 당당한 1인자로 천하를 호령했을 가능성이 높다.

보는 이도 아쉬운데 본인은 오죽할까?

연습실로 향하던 임형규의 몸이 우뚝 멈췄다. 그가 오른쪽을 바라봤다. 그 시선의 끝엔 계단이 있었다. 생각이 바뀌었는지 임형규가 몸을 틀어 계단 위로 올랐다.

임형규가 2층으로 올라가자 이 곳 저 곳에 앉아 있던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임형규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S1의 2군 선수들이었다.

방금 전까지 주고 받건 농담도, 웃음도 싹 지웠다. 대신 긴장한 눈빛으로 임형규를 바라봤다.

“저희가 뭐 도와드릴 것이 있나요?”

2군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가 말을 걸었다. 1군 선수가 2군실로 오는 것이 그리 희한한 일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이 온다. 80%는 빌드 연습을 위해서다.

중요한 경기라면 1군, 그 중에서도 주전들과 연습 경기를 치르지만 평소 혹은 즉흥적으로 떠오른 빌드를 실험할 땐 각자 자기 경기 준비로 바쁜 1군 선수 대신 2군과 연습을 할 때가 많다.

적어도 연습실 내에서 1군과 2군은 큰 차이가 없다. 기계적으로 한 빌드만 파는 건 어린 2군 선수들이 더 잘할 때도 있다.

“편하게 앉아. 뭐 딱히 도와줄 건 없고 그냥 잠깐 와봤어.”

주춤주춤 자리에 앉는 2군들. 임형규가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가 2군 시절 연습을 하던 자리였다.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임형규가 옆을 바라봤다. 눈빛이 아련하게 변했다.

‘작년만 해도 여기 같이 있었는데.’

이승우의 자리다. 아지랑이처럼 이승우의 모습이 피어올랐다. 금세라도 튀어나와 장난을 걸 것만 같다.

함께 웃고 떠들며 1군을 꿈꾸던 시절.

가진 건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행복했었다.

‘그렇게 같이 보내다 1군이 될 줄 알았는데.’

함께 꿨던 1군의 꿈.

둘 다 이루긴 했지만 같은 팀이 아니다. 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되었다. 임형규의 얼굴에 씁쓸함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어떡해야하지?’

마음의 답답함은 가셨지만 이승우를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쳐야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길이보이지 않는다. 막막하다. 방향조차 잡지 못하겠다.

이전 경기를 분석한다는 건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걸 오늘 경기에서 느꼈다. 이영우 역시 같은 걸 느꼈을거다.

‘그래도 해야겠지.’

이게 막막한 이유였다.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다.

임형규가 두 눈을 감고 의자에 깊게 몸을 묻었다. 조금만. 이렇게 조금만 더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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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간 참 빠르게 흐른다.

내일 MSL 결승전을 치르면 드디어 올해 개인리그가 모두 마무리 된다.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골든 마우스. 그리고 플래티넘 마우스.

골든 배지. 그리고.

‘플래티넘 배지.’

5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명예.

MSL 결승에서 형규와 플래티넘 배지를 두고 싸우게 된다.

참 신기하다. OSL도 그렇고 MSL도 첫 우승을 했을 때 상대와 다시 결승을 치른다.

작년 많은 사람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일보직전이다.

그나저나 이번에 우승을 해도 조용하게 회식을 하자고 감독님이 제안하셨다. 동시에 나에게 금주령이 떨어졌다. 컨디션 관리 차원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컨디션 관리를 하려면 OSL 결승때 했어야지 마지막 개인리그인 MSL에서 할 이유가 없다.

프로리그 결승?

한 달 남았다. 한 달.

무슨 컨디션 관리를 한 달 전부터 한단 말인가.

다른 팀원들에게 물어도 앵무새처럼 똑같은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내가 저번 회식에서 실수를 한 것이 있나 싶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감독님을 부르며 다가간 것까진 기억나는데 딱 거기까지다. 그 후론 기억이 없다.

에이. 몰라.

막상 회식 열리면 또 분위기가 달라지겠지. 일단 우승하고 생각하자.

일 년 반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날 무시하고 조롱하던 사람들이 이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날 칭찬한다.

사람들의 눈빛도 다르다.

이 모든 걸 바꾼 건 실력이었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할 때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내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운을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어야한다. 아무 것도 없다면 절호의 기회를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문이 아무리 많아도 열지 않으면 그저 벽일 뿐이다. 끊임없이 두드렸다. 벽을 문으로 바꾸기 위해서.

그 노력의 결과가 커리어로 나왔다.

지금도 매일 매일 노력한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서.

안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싶다. 더 재미있는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은 이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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