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61 Game No. 561 =========================================================================
1기 생산은 실수 일 수 있다. 혹은 정찰 용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3기가 나오는 건 절대 실수가 아니었다. 이건 비비를 주력으로 사용하겠다는 말이었다.
-무..무슨 이런 전략을!
-아니. 지금 이게. 와. 비비에요. 제가 보고 있는 게 맞나요?
-굉장히 놀랍네요. 설마..백무를. 백무를 적극 사용하려는. 뭐 말도 안 나오네요.
크게 놀랐는지 말까지 더듬는 중계진. 그 정도로 이승우의 선택은 놀라웠다. 비비의 수가 이 정도로 모인다는 건 비비의 술법 백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말이다.
백무.
지상 일정 범위에 쳐지는 술법으로 백무에 갇힌 유닛은 공격 기능을 상실한다. 보통 백무가 나오는 건 마수전이다. 비비와 지룡을 주축으로 병력을 구성한 후 가시촉수나 공중촉수에 백무를 걸어 안전하게 상대 중심부로 파고들거나 그슨대가 지룡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마수전에서 백무는 종종 나온다.
비비가 필수에 가까운 유닛이기 때문이다. 군주를 끊고 역 닷발귀에 대응이 가능하다.
아예 비비를 생략하는 빌드를 택하지 않았다면 언제든 백무를 활용해 마수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환국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기의 비비를 생산해 금와를 견제하거나 나가 대신 화살탑에 대신 공격을 받아줄 순 있지만 마수전처럼 적극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예전이야 섬 전장이나 반섬 전장이 공식 전장으로 지정되었지만 요즘은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환국전에서 비비는 계륵이다.
주축 유닛인 화통도감 유닛은 모두 지상 병력, 즉 비비가 공격을 하지 못한다. 그저 인구수 잡아먹는 응원단장일 뿐이다.
백무 역시 효용성이 떨어진다. 차라리 천왕랑을 가거나 나가의 빙결의 숨결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이러한 사실을 이승우도 알고 있을거다. 그럼에도 꺼내들었다는 건 비비를 극대화할 전술을 들고 나왔다는 말이었다.
-비폭력 용족 나오나요!
-이야. 진짜.
-아니 무슨 연습 경기도 아니고 실전, 그 것도 결승전에서 이런 운영을 사용하나요?!
-비밀 무기를 제대로 준비하고 나온 이승우.
-계속해서 비비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이건 백무에요! 빼박입니다.
-제대로 한번 물량싸움해볼 생각이에요! 백무쓰고!
-천자총통 한 군데 뭉쳐 있다가 백무 서너방에 천자총통 전부다 마비되고 용혼에 밀린. 용혼이 밀고 들어가면 밀리거든요!
-천왕랑인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게 생겼어요!
-한타가 진짜 무서워요. 진짜.
-이승우 오늘 독하게 준비하고 나왔네요!
관중들의 두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모두 머릿속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거다. 하지만 시도하진 못했다. 불가능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꿈의 전술을 이승우가 꺼내들었다.
이승우라면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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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다들 놀랐겠지?
첫 비비를 발견했으면 실수로 뽑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천하의 이승우가 실수를 다 하는구나라며 놀라겠지. 미안하지만 실수 아닙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생산한 거예요.
환상적인 비비 운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항상 상상만 하셨죠?
이제 눈 앞에 곧 펼쳐질거예요.
원래 준비한 대로면 지금보다 늦은 타이밍에 비비를 모았겠지만 이영우가 풍운청을 먼저 올려줘 타이밍을 훨씬 앞당길 수 있었다.
제대로 맞물린 거다.
준비한대로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맞게 변환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굳이 기다릴 필요 없다. 기회가 왔을 때 덥석 잡아야한다. 넋 놓고 있다간 기회를 놓친다.
시간은 많다.
현룡으로 쓱 보니 당장 진출할 것 같지는 않다. 6시 확장을 바탕으로 2/1업 된 기갑 병력 러시를 나오겠지. 동시에 확장 2개 정도를 그때 할 거고.
이 싸움이 중요하다.
여기서 패배하면 뒤가 없다.
반대로 이기면 어마어마한 전리품을 챙길 수 있다. 상대 확장을 파괴함과 동시에 타 스타팅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드시 이길거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경기를 끝내버릴거다.
****
-공중제단에서 비비가 생산되는 걸 눈으로 보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천왕랑 대비를 할 수밖에 없어요!
-신기전 비율이 높아지면 지상 병력 전투에서 이승우 선수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뒤 쪽의 천자총통이 무력화 되면 신기전으론 큰 힘을 낼 수 없거든요!
이영우의 병력 조합이 화차-천자총통에서 신기전-천자총통으로 바뀌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천리안으로 2개의 공중제단과 천왕랑의회를 봤기 때문이다. 이걸 보고 백무 비비를 알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이영우 신기전 사업 돌리면서 신기전 양산 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아. 운이 없네요. 비비가 나오는 걸 못봤어요! 천왕랑의회와 공중제단에 불이 들어오는 것만 봤어요.
-이러면 저기에 더 이상 천리안 안 뿌리죠. 천왕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거거든요. 확인한 이상 굳이 또 천리안을 뿌리지 않죠.
-아. 이승우 선수. 진짜 영리하네요. 천왕랑 안가는 대신 남은 자원 쥐어 짜내서 비렴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늘성소 위치 숨겨 지은 것 보세요. 비렴 가는 거 들치지 않겠다는 겁니다.
하늘성소를 숨겨 지은 것에도 심리전이 숨어 있었다.
현재 이승우의 확장은 본진 포함 3개.
1시와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하고 있었지만 아직 돌아가는 자원 줄은 아니다.
금광 3개에선 천왕랑과 비렴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영우가 병력을 진출시킬 때 천자총통을 띄엄띄엄 배치하지 하지 않을 것이다.
천자총통이 가장 강력한 화력을 발휘할 땐 뭉쳐있을 때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나가와 비렴의 술법이 무섭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용족이 천왕랑 테크를 탔다는 걸 확인다면 이영우는 화력이 가장 집중되는 형태로 병력을 운용할거다.
하지만 지금 이승우는 천왕랑이 아니라 비비를 선택했다. 자원 측면에서 비렴 3기 정도를 확보할 여유가 생겼다. 동시에 보다 많은 지상 병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비비가 천왕랑보다 인구수가 4나 적기 때문이었다.
모든 걸 종합해보면 이영우가 천벌과 백무에 된통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영우를 완벽히 속였어요!
-공중제단의 위치. 그리고 숨겨지은 하늘성소가 신의 한수네요.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어요.
-열 명이 보면 열 명 모두 천왕랑이라고 생각할만한 상황이죠. 백무를 적극 활용하는 선수는 여태껏 안 나왔기 때문이죠!
-안 통하니까요! 상대가 알면 망하니까요! 근데 이승우는 단점을 커버했어요!
이영우는 이승우가 천왕랑을 모으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다.
정보의 부재.
그 것이 모든 걸 뒤바꾸려하고 있었다. 이영우의 머릿속에 비비와 백무는 들어있지 않았다. 적어도 한 번은 봤어야 생각이라도 하지 실전과 연습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유닛을 생각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결승전 정도 되면 이런 경기가, 이런 전략이 나오는군요.
-부지런해요. 전장 여기 저기 매설되어 있는 지뢰도 꼼꼼히 치우고 있어요. 전투가 벌어졌을 때 조금의 변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거죠!
-자. 이영우 올라가요. 비비 보는 순간 눈 앞이 깜깜해질 것 같은데요?
-그래도 희망을 걸어봐야 할 부분은 이영우니까. 갓. 이영우니까!
-장점이 명확한만큼 단점도 명확거거든요. 이번 전투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 와르르 무너집니다!
이번 전투로 경기를 끝내야한다.
적어도 8:2 이상을 만들어야한다. 비비는 첫 등장했을 때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발휘하지만 그 뒤부턴 힘을 쓰지 못한다. 신기전 대신 화차의 비율을 높임과 동시에 천자총통이 떨어져서 진천형을 할테니까.
천자총통 1기 마비시키자고 백무를 개발한 건 아니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용족 선수들이 백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어느새 비비가 8기까지 쌓였다. 술력이 가득 찼다면 16번의 백무가 전장을 뒤덮는다. 거의 모든 천자총통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숫자다.
이영우의 병력이 나오는 걸 현룡으로 확인한 이승우가 전 병력을 중앙에 집결시켰다.
노리는 지점은 두 번째 언덕이다.
용족의 병력이 언덕 위에 있고 환국 병력은 평지에 있을 때를 노려 덮치겠지.
운명의 시간이 조금씩 다가왔다.
-자! 이제 격돌합니다!
-양 선수 이번 전투에 모든 걸 걸어야해요!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습니다!
환국의 병력이 중앙을 건너는 순간 용족의 병력이 달려들었다. 떨어지지 않고 뭉쳐서 진천형을 하는 천자총통들. 일단 이승우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는 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비비였다.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한 비비가 산개해 천자총통 뒤로 스며들었다.
쇄령술을 대비한 진영이었다. 동시에 7개의 백무가 천자총통 위로 떨어졌다. 전혀 생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이영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는지 모든 병력을 회군시키려 했지만 늦었다.
이승우의 병력이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용아가 달려들어 앞선 천자총통의 화력을 뽑아냈고 그 뒤를 용혼이 따랐다. 동시에 비렴이 내려 천자총통을 향해 천번을 뿌렸다.
미리 합이라도 짜놓은 것처럼 완벽한 움직임이다.
-전투가! 전투가!
-이야! 입 신전이 그대로 현실이 됩니다! 전투가 너무 너무 너무 완벽합니다!
-여러 명이 동시에 하고 있나요? 타이밍이 딱딱! 백무 떨어지고! 병력 달려들고 천벌 샤워 떨어지고! 이영우가 아무 것도 못했어요!
영화처럼 환상적인 전투.
백미는 백무가 뿌려진 장소였다. 천자총통 뒤 쪽에 뿌려진 백무. 이는 천자총통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추격할 때 용혼이 백무에 갇히지 않도록 만들어줬다.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죠. 그냥 어? 하는 사이에 모든 것이 이뤄졌습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 이미 결과가 나와있던 겁니다!
-연기가 너무 훌륭했어요. 천왕랑 인 척신기전 비율 올려두고 지상 물량으로 잡아먹기!
-제 3의 대처법이 나왔어요! 이제 나가와 천왕랑, 이지선다가 아니에요! 삼지선다! 비비까지 생각 해야해요!
-환국 선수를 머리 아파오는 소리가 여기까지들립니다!
흥분을 참을 수 없는지 중계진 세명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이크를 잡고 샤우팅을 외치는 중계진. 관중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저게 가능한 거였구나.”
“그러게.”
관중들은 놀랄 힘조차 없었다. 이영우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이긴단 말인가?
-아주 깔끔하게 병력이 잡아 먹혔어요!
-이게 어떻게 모은 병력인데! 이러면 4시 확장이 위험해요.
-4시 확장 뿐입니까? 앞마당, 더 나아가 본진까지 위험해져요!
뒤로 물러나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그마저 백무로 무용지물이 되었다. 공2업 된 천자총통이 용혼에게 강하긴 하지만 지금처럼 손발이 묶여있으면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이영우! 이렇게 패배하나요?!
-아. 이승우 선수 백 번, 아니 천번만번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진짜 이건! 으아! 말이 안 나오네요. 말이.
-최강자의 이름을 이야기 할 때 용족은 항상 뒤로 빠졌습니다. 단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육룡? 분명 강했죠. 근데 한 명이 압도적으로 지배했던 것이 아닙니다. 여섯 명이 돌아가면서 시대를 지배한 것 뿐이에요. 지금은 아니에요. 오직 한 명이! 단 한 명의 선수가 시대를 압도하고 있어요!
앞마당까지 밀린 이영우가 허망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쉬움에 GG를 선언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미 경기는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울었다.
병력을 막아내도 의미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이 내려오고 있을테니까.
‘한 번의 전투에 모든 게 끝났구나.’
너무 허탈했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전략에 당하고 말았다. 백무로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오늘 처음 알았다.
할 수 없는 건 없다고 믿은 상대와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 자신.
결과가 이렇게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완벽한 패배다.’
씁쓸한 웃음을 머금은 이영우가 GG를 선언했다.
-끝났어요! 올해 마지막 우승자가 나왔습니다!
-가을의 전설이! 플래티넘의 주인공이! 지금! 지금 이 순간 탄생 합니다! 이승우 선수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5년 만에 플래티넘 마우스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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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처음 기획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장면인데 이제야 나오네요.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