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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60화 (560/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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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60

이영우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봤다.

경기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첫 단추는 잘 꿰었다. 하지만 그다음부턴 엉망진창이었다. 계획대로 흘러간 것이 하나 없었다. 수비가 문제였다. 거기서 모든 것이 꼬였다. 지룡 수비를 해냈다면 병력을 무리하게 운용하지도 않았을 거고 본진 화포 연구소도 파괴되지 않았을 거다.

지룡 수비를 실패한 순간 유리함은 모두 사라졌다. 손 안에 있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것처럼 막을 수 없었다.

병력 진출은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만약 지금 그때의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다. 대신 보다 신중하게 전투를 펼치겠지.

‘정말 끝인가?’

이영우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막막하다. 신기루처럼 무언가 떠올랐다.

벽.

김영민이 느꼈던 벽을 이영우도 느끼고 있었다.

****

좋았어. 이겼다. 이겼다고!

결정적인 장면은 지룡을 희생시켜 앞마당 일꾼을 다수 잡아낸 부분이었다. 그 선택이 없었다면 이후 운룡 견제가 힘을 받지 못 했을 거다. 일꾼을 보충하는 대신 화통도감을 늘리고 신기전을 생산하며 수비 태세를 갖췄겠지.

컨트롤이 좋았다기보단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거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했거든. 그런 운을 노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었다. 상대가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무리 잘해도 변수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설마 이런 걸 하겠어 싶은 거에 승부수를 던져야 판을 뒤엎을 수 있다.

위기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원하던 상황을 만들었다.

2:0.

3세트 전장인 신 태평의 시대에서 내가 원하던 전략을 쓸 수 있게 되었다. 3세트에 쓸 전략은 심리적으로 우위를 가지고 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거든.

장담하는데 무엇을 기대해도 좋다. 그 이상의 경기를 보여 줄 테니까.

모두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상상 속으로만 그렸던 전략을 현실로 끄집어내 멋지게 성공할 거다. 그럴 자신이 있다.

모두 박수치고 난리가 나겠지?

상상만으로도 즐겁구나.

자. 그럼 이제 우리 환상의 세계로 다 함께 떠나 보자고요!

****

-어느새 매치 포인트! 이제 단 한 세트만 승리를 거두면 플래티넘 마우스에 입을 맞추게 되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완벽한 전략으로 이영우의 손과 발을 꽁꽁 묶은 1세트! 그리고 유연한 대처로 경기를 역전해 낸 2세트! 모두 엄청난 명경기였습니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영우 선수가 이승우 선수에게 위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와 경기를 할 때보다 유독 무리수가 많이 보여요.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이야기다.

어느 정도 위축되어 있는 건 사실이나 무리한 플레이를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선수들과 할 때도 이영우는 무리수를 많이 던진다. 다만 괴물 같은 피지컬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그걸 신의 한 수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승우도 마찬가지다.

이영우보다 더한 경기력으로 이영우의 수를 무리수로 보이게 하고 있었다. 신의 경지에 올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우는 여태 나왔던 모든 영웅들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진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관중석이 고요하다.

이승우의 경기력에 할 말을 잃었다. 이영우에게 무어라 하는 이는 찾기 힘들었다.

직접 보지 않았는가?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경기력을.

“처음부터 이승우한테 우승컵 주고 대회 시작해도 되겠는데?”

“그러게. 아예 대회 이름도 바꿔야겠다. 이승우배 준우승자 찾기 대회라고. 그냥 이승우 가장 늦게 만나는 사람이 준우승하는 거네.”

분명 농담인데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 정도로 이승우의 경기력은 충격적이었다.

-서로 전략을 한 번씩 사용했는데 한쪽은 완벽하게 통했고 다른 한쪽은 역전당해서 패배했습니다. 이러면 사기가 땅으로 뚝 떨어지죠.

-본인도 당혹스러울 겁니다. 무난하게 가다 당하기만 한 게 아니거든요. 충분히 좋은 판 짜기를 준비해 왔는데.

-좋으면 뭐합니까? 승리를 거두지 못했는데. 밥상 잘 차려놓고 한 술도 뜨지 못했습니다.

첫 세트야 그렇다 치더라도 2세트는 절대 지면 안 되는 경기였다. 운룡 1기에 흐름을 빼앗겼다. 몸집을 불려야 할 때 그러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힘들어요. 또 3:0 나옵니다.

-이승우를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어떤 게 해야 이승우를 다전제에서 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진짜 모든 선수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하지 않는 이상, 아니 그런다고 해도 이승우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어요!

입이 부르트도록 이승우의 칭찬을 하는 중계진. 편파 해설처럼 들릴 정도였다.

-자. 양 선수 준비 끝났다고 합니다. 이영우도 신이라 불리고 있거든요?! 이렇게 물러설 수 없습니다! 마지막 전장이 될 것인가?! 역전의 발판이 될 것인가? 3세트 전장 신 태평의 시대로 바로 떠나 보겠습니다!

긴장감 속에 시작된 3세트 전장.

일단 스타팅 포인트는 대각선이 걸렸다. 적어도 초반에 싱겁게 경기가 끝나지는 않을 거다. 앞선 세트에서 특이한 전략으로 이영우를 뒤흔들었던 이승우. 이번엔 1제단 이후 앞마당을 가져가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이영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적 부담 때문일까?

본인이 가장 잘하는 도감 더블로 경기를 시작했다.

-망루를 용혼으로 두드려 주는 이승우!

-이게 보통 환국과 용족의 경기에서 나오는 장면이거든요? 근데 이 두 선수에게 나오니 정말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 정도로 일반적이지 않은, 궤를 달리한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이겠죠.

전진 건물류를 준비하진 않았을까 눈에 불을 켜고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들이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무난하게 9시 쪽에 트리플을 확보하면 힘 싸움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이영우. 안전하게 하네요. 두 번째 화통도감 대신 의방 짓고 어?

-풍운청!!!

-한 번 견제 해 주겠다는 겁니다. 신 태평의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이 무엇입니까? 6시에 섬 확장이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1화통 1풍운청은 거의 쓰지 않는 빌드다.

견제로 큰 이득을 거두지 못하면 병력이 적어 트리플 확보가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 태평의 시대처럼 섬 확장이 있는 전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위험하게 큰 언덕까지 나가지 않고 앞마당에 웅크린 채 트리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룡 견제에 대비해 풍혼 1기만 생산해 주면 그만이다.

금와에 화차 2기와 천자총통 1기가 탔다. 동시에 세 번째 군영도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승우도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본진과 앞마당에 용혼을 배치하는 모습을 보여 줬지만 금와가 향하는 곳은 본진도, 앞마당도 아니었다.

-이영우 선수 영리합니다. 일부러 금와 9시 주변에 숨겨 두고 있어요.

-천리안 10시에 찍었거든요! 곧 신전 완성돼서 자원 채취하러 용안들 온 다 이겁니다. 그걸 기다리는 거죠!

-그래도 이영우는 이영우네요. 전술이 아주 훌륭해요.

화차만 먼저 내려 용혼이 올 수 있는 길에 꼼꼼하게 지뢰를 매설했다.

천자총통은 트리플 지역 용안을 타격할 거다. 어차피 이 병력으로 신전을 깨는 건 어불성설이다. 용안을 최대한 많이 잡는 데 집중하겠지. 이때 화차는 크게 돌아서 앞마당으로 도망치는 용안을 잡아도 되고 금와를 타고 본진에 난입해도 된다.

난전을 유도하는 거다.

이영우의 선택은 후자였다.

천자총통이 10시 언덕에 내려 진천형을 했다. 주변에 언덕 입구 막기용 솟대가 소환되어 있었지만 바로 용안을 점사했다.

용안이 앞마당으로 빠지는 순간 화차 2기가 금와에 타 본진으로 향했지만.

-아아!!!! 차분하네요.

-이~야!!!!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미리 용혼이.

-한 방! 두 방! 금와! 금와 터져요!

용혼 3기가 금와를 마중 나와 있었다. 빠르게 일점사를 통해 금와를 격추시킨 이승우. 뒤로 빼도 금와를 살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이영우가 화차 2기를 내렸지만 그마저 용혼의 움직임에 길이 막혀 본진 용안은 구경도 해 보지 못하고 잡혀 버렸다.

난전 유도에 걸려들지 않았다. 오히려 몇 수 앞을 본 움직임을 보여 주며 깔끔하게 이영우의 견제를 차단했다.

관중석에서 감탄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역시 이승우! 멀티테스킹에서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이미 이영우 선수 머릿속에 있네요. 네가 할 게 이것밖에 더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영우.

-나간 병력은 잡혀도 금와는 잡혀선 안 됐었거든요. 6시 확장에 일꾼 실어 나르려면 또 생산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게 다 손햅니다. 손해!

결과적으로 이승우가 큰 이득을 봤다. 트리플 지역의 용안을 한 번 빼게는 만들고 용안 4기를 잡았지만 그보다 화차 2기, 천자총통, 금와를 잃은 게 더 컸다. 트리플을 워낙 일찍 한 터라 용안 몇 기 죽는 건 손해도 아니었다.

이러면 용족은 편하다. 적어도 타이밍 러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

-이승우! 공중제단 소환합니다!

-천왕랑 가나요! 천왕랑!

잔뜩 흥분한 김태영 해설의 목소리. 그러고 보니 오늘 경기에서 공중제단이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다. 1세트에선 공중제단은커녕 용의 신전도 올라가지 않았고 2세트에선 반 올인 공격을 가느라 공중제단을 아예 생략했었다.

3세트 만에 공중제단이 나온 것이다.

김태영 해설의 두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15년 천왕랑 인생을 살았다. 감이 온다. 이건 절대 나가가 아니다. 나가를 생산할 거라면 황룡성지를 먼저 올렸어야 했다. 황룡성지보다 공중제단을 올리는 건 단 하나.

-이건 천왕랑이죠! 무조건 천왕랑입니다. 천왕랑 가면 6시 확장 들게 할 수 있고 12시 확장은 공짜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 치른 경기 중에 가장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전 되게 차분합니다!

적어도 이런 거짓말은 자리에 앉은 다음 해야 하지 않을까?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상태에서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말이었다.

-천왕랑의회!!!!

-드디어 올라가네요!

-얼마 만에 보는 천왕랑입니까!

천왕랑의회와 두 번째 공중제단이 소환되는 순간 김태영 해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쐐기를 박았다. 예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천왕랑의회가 완성된 순간 공중제단에 불이 들어왔다. 어깨를 들썩이는 김태영 해설. 그대로 두면 춤까지 출 기세다.

-신 태평의 시대가 천왕랑 쓰기 아주 좋은 전장이거든요! 역시 용족은 천왕랑이죠! 가을의 전설은 천왕랑입니다! 천왕랑이 나와야 가을의 전설이죠! 그게 진짜 용족이죠! 뼛속부터 용족 아닙니까?!

김태영 해설의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엄재웅 해설과 전현석 캐스터는 그런 김태영 해설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봤다. 괜히 천왕랑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잠시 후 공중제단에서 유닛이 나왔다.

-드디어 천왕…… 어? 잠깐 이게 뭐죠?

-천왕랑이 아닙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김태영 해설.

관중들의 표정도 엇비슷했다.

-어? 비비? 비비가 생산됐어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1기 생산한 건가요?!

-그럴 수 있죠. 근데 여기서 추가가 더 된다. 그러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중제단에서 비비가 또 나왔다. 놀랍게도 이승우의 선택은 천왕랑이 아닌 비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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