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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55화 (55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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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55

숨겨 지은 솟대의 위치가 묘하다.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다. 바로 앞마당이니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딱 맞다. 이승우의 본진을 배회하던 용안이 빠져나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6시 쪽이었다.

불안한 것이다.

이 자체가 피해다. 상대를 잔뜩 긴장시킨 다음 1제단에서 무난히 앞마당을 가져가도 된다. 이러면 상대방 입장에서 맥이 탁 풀린다. 내가 또 속았구나하고.

-얼마전 프로리그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김대형 선수가 당했죠. 상대 몰래 솟대에 생각이 많아져서 혼자서 정찰하다 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흑완에 어이없이 끝난다거나.

-조금 전에 앞마당을 지나갔는데 솟대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게 무엇이냐? 완벽히 연구를 해 온 위치라는 겁니다. 그냥 우클릭으로 빠져나가면 결코 보이지 않는 곳!

-심리전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이 솟대를 활용한 전략을 사용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승원 해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마당 솟대 쪽을 나가는 용안.

-어?! 어? 설마? 설마!

-이야. 설마가 사람 잡네요. 역시 이승우!

-3제단!!!! 공격입니다. 공격!

-이야. 이승우 여기서 쐐기를 박겠다는 건가요?!

-과감한데요?

이승우는 공격을 택했다. 제단의 위치에서 의지가 느껴진다. 앞마당 신전을 지어도 자원을 채취할 수 없는 곳에 2개의 제단이 소환되었다. 즉 앞마당을 가져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승우의 3제단은 일반적인 3제단과 다르다. 3세트처럼 용안 생산을 쉬기 때문에 뒤가 없다.

무조건 용혼 공격에 경기를 끝내야 한다.

-솟대 위치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송병호 선수 1제단 이후 용의 신전, 그리고 두 번째 제단을 짓는, 정석 중의 정석 빌드를 택했거든요?

-전반적인 짜임새가 완벽합니다. 3세트의 영향이 지금까지 미치고 있는 거예요. 3세트 왜 패배했습니까? 용의 신전 늦게 가서, 정확히는 현룡 늦게 생산해서 지지 않았습니까? 지면 탈락하는 상황. 거기다 상대는 이승우. 지룡보다 현룡을 갈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진짜 3제단 위치가 아주 절묘합니다. 외곽 길을 용안이 넘어와 본진을 보더라도 아무 것도 알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착각을 할 수가 있어요. 여전히 1제단이고 용의 신전이 없네? 앞마당에 신전 폈나? 그럼 나도 펴야지. 이러면 그대로 경기 끝나는 겁니다.

-본진에 온 용안은 앞마당 가기 전에 충분히 잡아 줄 수 있죠.

4시 본진 안까지 꼼꼼히 정찰을 마친 송병호가 용안을 외곽 길로 돌렸다. 이승우의 본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솟대를 짓고 넘어가려던 용안이 한 번에 넘어가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 번에 넘어가도 시원찮은데 또 시간이 끌렸다.

12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한 번에 넘어가지 못하는 용안. 그래도 두 번째에 성공하며 이승우의 본진에 입성했다.

-송병호 선수라면! 이 정도 선수라면 본진 보는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껴야 합니다.

-용안이 왜 이렇게 적지? 앞마당을 한 건가? 아니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건가? 분명 의문 느낄 겁니다.

-이승우 시간 안주죠! 바로 진출합니다.

본진으로 들어온 송병호의 용안이 활개를 친 이 때문이었다. 이미 이승우의 병력은 전장의 절반을 지나 송병호의 앞마당 근처에 도달해 있었다. 정찰을 끊는 것보다 공격 타이밍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 봐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자신감이죠. 어쨌든 너 3제단은 아닐 거 아니냐. 흑완이든 지룡이든 나오기 전에 컨트롤로 극복할 수 있다!

-본진을 훑고 앞마당으로 가는 용안.

-이제 3제단을 발견할 겁니다. 이러면 현룡 안 가죠. 바로 지룡사원 올려야 합니다!

막 용혼끼리의 전투가 벌어지는 시점에 완성된 용의 신전.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용혼의 수를 유지한 채 지룡이 나오면 송병호가 괜찮다.

-용혼! 용혼끼리 붙었습니다!

-무빙이!!!

-좋아요!

먼저 적극적으로 달려든 건 송병호였다. 앞선 용혼을 빠르게 끊고 뒤로 도망쳤다.

-아직 수가 차이 나지 않을 때 컨트롤로 이득을 거두겠다는 겁니다. 시간 지나면 용혼 차이가 계속 나거든요? 상대가 예상하지 못할 때 한번 달려든 거죠. S급 선수들은 확실히 판단이 달라요!

-여기까지.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됩니다. 기세 싸움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 용혼의 숫자가 차이 나거든요!

-그래도 지금까진 이득 봤습니다. 언덕 아래 자리 잘 잡고 어떻게든 지룡이 나올 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꼭 앞마당이 아니더라도 옆구리 쪽, 그러니까 중립 건물을 부수거나 길을 막는 철광을 제거하면 확장을 가져갈 수 있다. 굳이 본진 언덕에 집착할 필요 없다.

앞마당에 지어진 제단의 위치를 본 순간 송병호는 생각했다. 수비만 해내면 이길 수 있다고.

-이승우는 쉬면 안 됩니다. 끊임없이 압박해야 합니다. 빈틈이 없다면 만들어야 합니다.

-어? 이승우 선수 내려가나요? 아직 후속 용혼 안 왔는데요?

용아 1기가 더 있기 때문일까?

이승우가 후속 용혼을 기다리지 않고 언덕 아래로 용혼을 내려 보냈다.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진영 갖추면 내려가기 더 힘들어지거든요! 조금 두들겨 맞더라도 용아 1기 믿고 길을 뚫어 놓으려는 겁니다!

언덕 위를 잡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 반드시 경기를 끝내야 한다. 송병호의 용혼이 6기로 늘어나면 몸으로 밀고 들어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무리 용혼이 많아도 일렬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어영부영 시간이 끌리는 사이 지룡이 나와 버리면 언덕 위를 차지한 이점이 사라져린다. 오히려 본진이 위협 받는다.

-용혼! 용혼 적절한 타이밍에 생산됐어요!

-아직. 아직 더 봐야 해요. 이승우의 용혼도 지금 오고 있거든요?!

-아예 집결지 송병호 본진으로 해 놓고, 필사적으로 오고 있어요. 이거 막히면 뒤가 없어요!

손에 땀을 쥐는 전투가 벌어졌다.

극한의 컨트롤 싸움.

1기, 1기에 혼을 실었다.

일단 눈에 보이는 전투는 송병호가 괜찮아 보인다. 타이밍 맞춰 2기의 용혼이 생산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승우는 3기의 용혼과 1기의 용아를, 송병호는 5기의 용혼을 보유하고 있었다.

-집중력 싸움입니다. 송병호 선수 용혼 숫자 유지해야 해요. 지금 체력 빠진 용혼이 많거든요? 이거 잡히면 절대 안 됩니다! 체력이 10 남더라도 살아 있어야 해요!

체력 낮은 용혼을 집요하게 쫓는 용아. 용안이 동원되었지만 살짝 늦었다. 용안의 벽에 갇히기 전에 언덕 위로 올라간 이승우의 용혼.

화면에 보이는 용혼의 숫자는 송병호가 1기 더 많았지만.

-추가 용혼 도착했습니다!!!

-극적인타이밍!

-송병호 선수의 용혼 나오려면 시간 더 필요하거든요.

추가 병력이 도착함과 동시에 다시 역전되었다. 용혼이 도착하자마자 다시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승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기려면 숨 쉴 틈 없이 빠르게 몰아쳐야 한다는 걸.

-용혼 숫자 우위가 되기만 하면 바로 내려가서 맞바꿔 주기 하려는 거 같은데. 굉장히 좋은 판단입니다!

-스스로 용혼 컨트롤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죠!

-이야!!! 이승우 선수 진영 갖추는 게 예술입니다!

3기의 용혼은 언덕 아래에서 전투하고 2기의 용혼은 언덕에 살짝 걸쳐 언덕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었다. 이 급박한 와중에 여기까지 신경 쓰고 있는 거다. 이런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S급이 된다.

용혼이 일자로 길게 늘어져 있기에 용안이 감쌀 수도 없다. 설상가상 오른쪽 제단에서 생산된 용혼이 나오자마자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잡혔다.

-진짜 순간순간 움직임이 환상적입니다. 체력 많은 용혼은 아래쪽에서 싸우고 체력 빠진 용혼은 언덕에 살짝 걸쳐서 싸우고. 이러면 체력 50이라고 해도 70, 80 그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지룡 나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데……. 아…….

이제 용혼 차이가 눈에 띄게 차이 난다.

살아남는 것만 4기인 이승우와 겨우 1기만 남은 송병호.

용안이 위성처럼 용혼을 지키고 있었지만 큰 의미는 없다.

-5용혼!! 바로 달려들어 마지막 용혼을 잡아 버립니다.

-이러면 지룡이 나와도 지킬 수가 없어요. 적어도 3기 정도의 용혼이 있어야 대신 맞아 주고 대신 때려 주며 용혼이 달려드는 걸 막아 주거든요.

-운룡도 없고 지켜 주는 병력도 없는 지룡은 하나도 안 무섭죠. 그냥 달려들어서 잡아 버리면 그만입니다.

-3용혼 또 옵니다! 8용혼! 이걸 뭐로 막습니까?!

지룡이 나왔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부채꼴로 퍼진 용혼의 일점사에 순식간에 터졌다. 송병호의 마지막 희망이 터진 것이다. 허탈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는 송병호. 이미 왼손은 키보드에서 떠났다.

이윽고 GG가 나왔다. 보통 때와 조금 다른 GG였다.

-GG. 우승해라.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이승우가 우승하길 바라는 송병호였다. 준 우승자에게 패배한 것보다 우승자에게 패배한 것이 조금이라도 체면이 더 서지 않겠는가?

물론 가장 좋은 건 본인이 올라가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원래 경기 중 채팅은 금지지만 GG와 함께 선언된 거라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GG!!! 이승우 선수 이번 시즌 역시 결승에 진출합니다!

-누가 보면 결승전에 이름 미리 올리고 시즌 시작하는 줄 알겠습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데뷔 이후 단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결승에 오르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송병호 선수의 응원에 경기장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스포츠 정신을 제대로 보여 주네요. 자신을 이긴 상대를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저도 함께 피가 끓습니다!

“이승우! 이승우!”

“송병호! 송병호!”

마지막 채팅 때문일까?

승자의 이름만 울리던 경기장에 패자의 이름도 함께 울렸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필요 없었다. 부스에서 나온 송병호가 이승우를 향해 갔다.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에 관중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이게 바로 스포츠입니다! 이래서 신들의 전쟁을 떠날 수 없는 겁니다.

-서로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새로운 전략을 매번 생각해 내는지.

-신들의 전쟁을 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네요. 가장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가장 빛나는 별이 됐습니다.

이번 경기는 이승우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심리전. 그리고 공격력.

단순 3제단을 했다면 절대 뚫리지 않았을 거다. 초반 솟대를 숨겨 지은 것, 그리고 3세트의 여파. 이 두 가지가 합쳐서 송병호를 거세게 압박했다.

이를 버텨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택뱅이 합쳐진다면 모를까.

이로써 이승우는 OSL 5회 연속, MSL 5회 연속, 통합 10회 연속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동시에 작년 이루지 못했던 한 해 열린 모든 개인리그 결승 진출에 올라가는 기쁨을 맛봤다.

만약 이번 리그까지 모두 우승한다면 한 해 열린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는 선수가 됨과 동시에 플래티넘 마우스와 플레티넘 배지의 주인이 된다.

물론 이는 역사상 첫 번째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전입미답의 경지.

이승우는 안주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갈 거다.

그 누구도 쫓아오지 못하게.

감히 올려다볼 수도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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