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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54화 (55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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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54

이게 바로 내가 준비해 온 필살기다.

2제단 더블 이후 5제단 발업 용아-지룡 러시.

용혼은 폼이다.

언덕 위에서 상대 병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생산한 유닛일 뿐 전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사업도 안 하는 거고.

내가 처음부터 만들어 낸 빌드는 아니다. 방송 경기에도 나온 적이 있다.

한 12년 전 쯤? 나도 정확히 몰랐는데 이번에 경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패션뿐만 아니라 신들의 전쟁 빌드도 돌고 도는 것 같다. 당시엔 활용성이 떨어져 사장되었던 빌드지만 지금 다시 보니 충분히 통할 것 같은 빌드.

물론 완전 똑같진 않다.

조금 차이가 있긴 하다. 일단 최적화를 시켜 타이밍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안 요소는 존재했다. 하지만 정찰로 불안 요소마저 사라졌다.

용의 신전이 느리다는 점.

이게 가장 크다. 빠르게 현룡이 날아오면 입구를 솟대로 좁히며 한 차례 수비를 할 수 있다. 용안의 생산을 쉬면서 가는 러시기에 막히면 그동안 거둔 이득이 사라지지만 지금은 막힐 일이 없다.

병호 형이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

이런 러시에 당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그 다음은 머리에 열이 오르면서 화가 난다. 100%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거다.

백전노장이라도 멘탈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사적으로 친해도 부스에서 만나면 모든 걸 걸고 싸워야 하는 입장인 거 형도 잘 알잖아요.

병호 형.

사랑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러시에 담겠습니다.

****

-이승우 선수 완벽하게 최적화를 해 왔습니다. 지금 보세요. 앞마당과 본진 신전 전부 불이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5제단에서 쉼 없이 용아를 찍어 내고 있거든요? 이 러시 뒤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거죠.

-이 뒤는 연습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 끝낼 자신이 있으니까!

-아. 아직까지 몰라요. 송병호 선수 모릅니다!

-빌드 싸움 진거 복구하려고 바로 현롱 안 가고 지룡부터 생산했거든요? 이러면 보는 게 더 늦어지죠!

-심리전의 승리입니다. 송병호 선수의 성향을 완벽히 분석했어요.

송병호는 배제를 잘하는 편이다.

과감한 배제를 승부수로 던져 불리한 경기를 역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승우는 이를 역이용했다. 상대가 안전을 지향하는 선수라면 다른 빌드를 꺼내 들었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들의 전쟁은 같은 동족전이라도 선수의 기본 성향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무궁무진하게 바뀐다.

-5제단에서 용아가 미친 듯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뿜어지네요. 뿜어져.

-이승우 선수 앞마당 금 채취하던 용안 다 철광에 붙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금이 필요 없죠. 발업 찍어 줬고 지룡 2기 생산해 주면 할 일 다 한 거거든요.

-본진 금광이면 충분하죠!

-차고 넘칩니다.

스토리가 완벽하다. 2% 부족함을 용안의 정찰도 완벽하게 만들어 버렸다. 굉장히 편해 보이는 이승우의 표정. 걱정거리가 없다. 본인도 알거다. 병력을 모아 러시를 가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기세 가져오나요?

-이렇게 지면 진짜 힘 빠집니다.

-진짜 이게 몇 년 전 러시인가요? 발업 용아와 지룡!

-클래식한 선수에게 클래식한 전략을 선보이는 이승우!

-자. 이제 갑니다. 다 모였어요.

출정 시기가 서서히 다가온다.

용아는 언제든 전투에 투입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두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지룡 2기가 나오는 순간 이승우의 북진이 시작되었다.

-아. 이제 곧 있으면 본진에 현룡이 오거든요. 근데 늦었어요. 이미 병력이 출발했어요!

-아. 의도 파악하면 뭐합니까? 이미 상대는 준비가 끝났는데!!

-발업 용아 속도 어마어마하게 빠르죠! 먼 지상 거리는 빠른 용아가. 가까운 공중 거리는 운룡이!

-밸런스가 어마어마합니다. 이 병력 막기 힘들죠.

이승우의 본진을 확인하는 순간 혀를 날름거리는 송병호. 입구를 좁히기 위해 용안을 이동시켜 보지만 이미 이승우의 병력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망설임 없이 달려드는 용아.

그 뒤를 지룡이 든든히 받쳤다.

비록 사업은 안 되었지만 초반에 생산해 놓은 용혼도 큰 힘이 되었다.

파도를 만난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송병호의 용혼들.

발업이 안 된 용아는 용혼의 밥이지만 발업이 된다면 그 관계가 역으로 된다. 거기다 뒤에 지룡이 토정을 마음껏 쏴댄다. 그 한 방이 아프다.

도망칠 구석이 없다. 옆은 지형이 가로막고 있고 앞은 이승우의 병력이 몰려들고 있다.

후퇴?

용혼을 살 수 있겠지. 하지만 앞마당이 날아간다.

-지룡이 운룡에 타 있을 때 운룡 잡아내면! 아. 그것도 힘들겠네요.

-기가 막히게 용혼의 길을 막아 주는 용아. 이승우가 용아인지 용아가 이승우인지 모르겠네요.

송병호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병력의 조합이 너무 좋아요!

-언덕 좋은 자리 잡으면 뭐합니까? 용아는 달라붙어서 싸우는데! 언덕이 의미가 없는데!

-송병호 어떻게든 막아 보려 하고 있지만. 아. 힘들어요.

-복귀 환영 인사 한번 거창하게 해 줍니다.

용혼이 혼신의 힘을 다해 전투를 펼쳤지만 이내 맥이 풀렸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용아를 어느 정도 줄였다 싶으면 충원 병력이 오고. 잡았다 싶으면 또 오고. 용아가 줄어들 생각을 안 한다.

-지룡을 잡아 줘야 하는데!

-아. 거의 뚫었어요.

-이 상황에서 발업 용아 1기는 용혼 1기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유닛이거든요.

-슬금슬금 물러나다 보니 어느새 앞마당 신전 옆입니다. 더 물러나면 용안 몰살이에요! 자원 없어요!

-이승우 선수는 전략이 왜 이렇게 좋나요? 경기 연습보다 전략 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정말 사실인가 봅니다.

-마르지 않는 전략!

-초반 자원도 빠르게 많이 가져갔는데 공격적인 운영을 한다? 이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빌드를 잘 짜 온 겁니까?!

-GG! 송병호 GG!

-앞마당이 무너졌는데 역전할 방도가 없죠!

경기를 마친 송병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제대로 당했다.’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아직 몸에 슨 녹도 제거가 다 안 되어 있는데 이렇게 무지막지한 빌드를 사용하다니.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한 번은 무조건 통하는 빌드.

‘내가 어떻게 플레이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

설사 정찰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승우는 지금과 같은 운영을 사용했을 거다. 완벽히 분석당했다. 사소한 습관부터 플레이 스타일까지 전부 다.

‘경기 끝나고 보자.’

송병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반대편 부스를 바라봤다. 응징은 응징이고 일단 4세트 경기를 이기는 게 우선이다. 가장 좋은 복수는 4, 5세트를 따내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

흠. 뒤통수가 따갑다.

누군가 날 강력하게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슬쩍 보니 병호 형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있다.

어이쿠. 화, 화가 많이 난 거 같은데? 괜히 봤다 싶다. 다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이제 다시 저쪽을 바라보지 않으리라.

대신 자화자찬으로 컨디션 좀 끌어올려 볼까나?

3세트는 정말 깔끔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완벽했다. 나에게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 재수 없다고? 나도 안다. 그래도 이런 자뻑은 프로 선수에게 필수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어떻게 경기를 하겠어?

어쨌든 빌드부터 시작해서 정찰, 상대방의 심리를 간파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자. 이제 이 기세를 몰아 3:1로 경기를 끝내야겠다.

아까 제가 사랑한다고 말했죠?

다시 한번 말할게요.

병호 형. 사랑합니다.

이번에도 좋아하는 마음을 온전히 러시에 담겠습니다.

****

-스코어 2:1! 이승우 선수가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정말 경기 재미있네요. 해설자로서 피가 끓어오릅니다!

-이승우 선수가 이렇게 가끔 툭툭 던지는 빌드가 아주 매섭습니다.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데 도가 텄어요!

-4세트 전장도 전략적인 수가 많이 나오는 곳이거든요?

4세트 전장은 자승자박.

3인용 전장으로 12시, 8시, 4시가 본진이다.

청룡곡처럼 환국이 죽어 나가는 전장이다.

중립 건물과 그 옆에 있는 0 혹은 40짜리 철광을 제거하면 모든 확장이 이어지는 청룡곡처럼 자승자박은 본진 안에 있는 중립 건물과 철광을 제거하면 외곽 길을 통해 상대 본진으로 빠르게 갈 수 있다.

이를 활용한 병력 넘기기나 게릴라 작전이 꽤 나온 전장이다. 그곳에 병력을 세워 두지 않으면 언제든 본진 정찰을 허용할 수 있다.

단순히 본진 입구뿐만 아니라 12시 기준 좌우, 4시, 8시 기준 상하의 입구까지 확실히 지켜야 준비한 전략을 감출 수 있다.

-송병호 선수 8강에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 겪지 않았습니까? 그때 4세트 자승자박에서 승리 거두고 5세트까지 그 기세 이어 나가 3:2로 승리를 거뒀거든요.

-종족은 다르지만 그때 기억 떠올려야죠. 몸이 기억해야 합니다.

-일단 양 선수 모두 이 전장에서의 성적이 훌륭합니다. 이승우 선수는 5승 1패를 기록하고 있고 송병호 선수는 3승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이승우가 1패를 안고 있긴 하지만 용족에게 당한 패배는 없다. 용족전만 따졌을 때 양 선수 모두 2승 0패. 무패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외곽 길, 그러니까 상대 본진으로 바로 이어지는 길을 활용할 것이냐? 아니면 앞마당 쪽 입구를 장악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이냐? 여기에 따라 경기 양상이 상당히 복잡해지거든요.

-아무래도 머릿속이 복잡한 건 송병호 선수일 것 같습니다.

-무조건 3세트 잡았어야 했거든요. 근데 그러지 못했어요. 일단 최대한 감각을 곤두세우고 정찰! 정찰! 정찰! 정찰에 모든 걸 쏟아야 합니다.

-자. 양 선수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4세트! 자승자박에서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김현민 캐스터의 외침이 끝나는 순간 관중들의 함성이 터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비 오듯 땀을 흘리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그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자. 경기 시작됐습니다. 먼저 보이는 곳이 이승우 선수의 진영. 12시입니다. 이제 맞서는 송병호 선수는 4시에 위치해있습니다.

-결승에 대한 갈망은 송병호 선수가 훨씬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OSL 같은 경우 결승을 자주 올라가고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아쉽게도 MSL에선 우승 기록이 없거든요. 결승전 자체를 딱 한 번 올라갔습니다.

-4강에서 만난 이승우가 가장 큰 산이라고 본인도 생각할 겁니다. 이승우라는 엄청난 보약 먹고! 그 힘 받아서 우승까지 해 양대 우승 용족이 되는 것! 그것이 송병호 선수의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 OSL 결승에서도 이승우를 만나 아쉽게 패배했거든요. 여기서 그 한 풀어야죠!

시작은 서로 같다.

1제단 이후 금광을 소환하며 무난하게 여의주탑을 갔다. 먼저 정찰을 간 건 송병호였다. 아무래도 불안할 것이다. 2:1로 지고 있는 데다 전략적인 요소가 가득한 전장.

이승우가 무엇을 하는지 두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을 거다.

정찰 운은 괜찮다.

바로 12시로 향하는 송병호의 용안. 이승우의 용안도 정찰을 나오는가 싶더니.

-위잉.

앞마당 철광 뒤에 솟대 하나만 소환하고 다시 본진으로 들어왔다.

-이승우 선수 정찰 안 가네요?

-대신 심리전을 걸었습니다. 이승우 선수의 본진을 확인한 송병호 선수. 고개를 갸웃할 겁니다. 뭐지? 왜 솟대가 하나밖에 없지? 분명 어디다가 솟대 숨겨 지은 건데?

-이러면 불안하죠. 어디서 갑자기 흑완이 툭 오는 건 아닐까?

-아직 용안밖에 없지만 이미 이 둘의 전투는 시작된 겁니다!

============================ 작품 후기 ============================

예약연재가 왜 안되었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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