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51 Game No. 551 =========================================================================
Game No. 551
이승우가 OSL 4회 우승이라는 족적을 남긴지 일주일 후 MSL 결승전이 열렸다.
이승우와 김영민의 두 번째 대결.
1차전처럼 이승우가 김영민을 압도하며 MSL 4회 우승에도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김영민의 반격이 이루어질 것인가?
기적 같은 반전을 바라는 이들도 꽤 있었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이승우가 김영민을 3:0으로 꺾으며 MSL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경기 내용은 들여다보면 더 허탈하다.
반격의 여지라도 보였던 OSL 결승과 비해 MSL 결승전 경기력은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냥 툭 하면 쓰러지는 정도였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기대에 찼던 팬들이 돌아서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김영민을 응원하지 않았다. 김영민에 대한 불만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최고의 선수라며 칭송했던 걸 잊었는지 플레이의 단점을 지적하며 쓴 소리를 내뱉었다.
동시에 안 좋은 꼬리표도 붙었다.
리그 브레이커.
이영우와 정명혁을 잡았을 때만 해도 제2의 이영우가 아니라 제1의 김영민이라며 찬양 받았었지만 아무것도 못해 보고 패배한 순간 리그를 망친 선수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프로의 세계가 이렇게 냉정하다. 결승에서 두 번 패배했다고 평가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었다.
스스로도 충격이 큰지 인터뷰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는 뻔한 말을 했을 뿐이었다.
이번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승리자는 이승우였다.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으니까.
프로리그 1회 우승.
위너스 리그 2회 우승.
개인리그 도합 8회 우승.
1년 반 만에 쌓은 압도적인 기록이다.
그 기세를 몰아 이승우는 차기 시즌 양대 4강에 올라섰다. 이미 OSL은 결승에 진출한 상태다. 5회 연속 결승 진출이자 5회 연속 우승을 노리게 되었다.
대진표는 이미 완성되었다.
이승우와 이영우.
이영우는 이영우였다. 이렇게 꾸준히, 오랜 기간 전성기를 유지하는 선수는 정말 드물다. 본좌라 불린 선수들도 보통 한해에서 두해 정도 최정상을 유지하다 점점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영우는 데뷔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최정상급 실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벌써 10번째 결승 진출이다. 이는 이민열과 더불어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승우가 9번으로 바짝 뒤쫓긴 했지만 어쨌든 현재 최고 기록은 이영우가 가지고 있었다.
이번 결승은 이영우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올 거다. 4회 동률로 맞추느냐,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느냐.
이승우가 플래티넘 마우스를 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죽기만큼 싫을 거다. 5번 우승 중 3번을 헌납한 꼴이 되니까. 이영우의 자존심이 결코 허락하지 않겠지. 그래서 기대된다. 누가 승리하든 최고의 경기가 나올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승장구하는 이승우와 달리 김영민은 지독한 슬럼프를 맞이했다. 이승우에게 양대 결승 3:0 이후 경기력이 곤두박질쳤다.
팬들의 악플 때문일 수도 있고 6:0 대패의 영향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통합 6할 대의 승률이 나오곤 있었지만 워낙 이뤄 놓은 것들이 많아 그런 것이지 결승 이후 성적을 보면 10승 25패. 승률이 3할이 채 되지 않는다. 참혹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성적이다.
부진은 개인리그에서도 이어졌다.
MSL 32강 탈락.
OSL 16강 탈락.
시드를 받자마자 바로 결정전과 듀얼 토너먼트로 추락했다. 1승을 거두며 그래도 최하위를 면했지만 전 시즌 양대 준우승자의 성적으론 너무 초라했다.
번뜩이는 센스.
과감한 공격.
장점으로 빛나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 커뮤니티에서 김영민의 칭찬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말이 종종 나왔지만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팬은 없었다.
이렇게 추락하는 선수가 있으면 떠오르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의외의 선수가 양대 4강에 오르며 선전했다. 의외라고 하기도 뭐하다.
이름값만 보면 양대 4강이 아니라 우승을 해도 전혀 이상한 선수가 아니었으니까.
이번 시즌 양대 4강에 오르며 커뮤니티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선수는 바로 송병호였다.
오자마자 뛰어난 경기력으로 승리를 쌓아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도대체 왜 은퇴를 선언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도 어려운 편이었고 다전제에서 만난 선수들도 한참 좋은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꺾었다. 은퇴했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최근 경기 트렌드를 잘 쫓아갔다.
OSL 8강에선 MSL 결승에 오른 임형규를 꺾고 4강에 올랐다. 기세를 몰아 결승 진출까지 노렸지만 아쉽게도 이영우에게 3:2로 패배하며 4강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다.
MSL은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상대가 이승우긴 하지만 동족전이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16강에서 김연훈을 잡으며 예열을 마친 송병호는 8강에서 정명혁을 만나 극강 환국전을 보여 주며 4강에 올랐다. 만약 이승우마저 꺾는다면 다전제에서 세 종족을 전부 꺾고 결승에 오르게 된다.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자연 떠오른다.
이렇게 송병호가 선전했음에도 나무전자는 6위 내에 들지 못했다. 송병호가 없던 5라운드까지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았다.
만약 송병호가 위너스 리그 때 돌아왔다면 저번 시즌 아스트로처럼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송병호가 있는 나무전자는 무서웠다.
이제 프로리그는 3경기밖에 남지 않아 포스트 시즌 진출 윤곽이 어느 정도 가려졌다.
1위는 아스트로였다.
이미 결승 직행을 확정짓고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을 펼쳤다. 30승을 넘긴 선수만 4명이었다. 그중 한민규와 박현우는 40승을 넘기며 환상의 환국 라인을 형성했다.
물론 최고의 성적을 보인 건 용족이다.
합쳐서 140승이 넘었으니까.
이승우 혼자 98승을 기록했다. 남은 3경기에서 2승만 추가하면 프로리그 한 시즌에 100승을 기록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된다.
프로리그 한 시즌에서 100승을 기록하는 선수가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전까지 기록은 김택윤의 75승.
이번 시즌부터 한 라운드가 추가되어 승수를 올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미 이승우는 5라운드 때 김택윤의 기록을 넘어섰다.
통합 프로리그 승수 역시 어마어마하다. 벌써 150승을 넘겼다. 이게 2년차 성적이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 지속된다면 산술적으로 다음 시즌이면 프로리그 최다승을 기록하게 된다.
입이 절로 떡 벌어진다. 이승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 정도로 지금 이승우는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 주고 있었다.
이번 시즌 프로리그 다승왕도 일찌감치 주인을 찾았다. 마지막 경기까지 다승왕 레이스를 펼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압도적인 성적으로 6라운드 만에 다승왕을 차지한 것도 꽤 포스 있었다. 이영우 역시 80승 이상을 거두며 분발했지만 이승우를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2회 연속 프로리그 다승왕을 차지하며 개인리그에 이어 프로리그까지 정복한 이승우였다.
2위는 CT가 차지했다.
6라운드까지 1위와 2위는 거의 고정되어 있었다. 그 틀을 깨부순 게 바로 CT였다. 7라운드 3경기에서 S1을 잡아내며 2위와 3위를 맞바꿨다. 그리고 그 순위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었다.
1위와 2위보다 2위와 3위의 차이가 훨씬 더 크다.
정규 시즌에선 1계단 차이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3위 팀이 2위 팀을 만나려면 최소 4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6강 플레이오프와 준 플레이오프가 바로 그것이다. 1, 2위에겐 어마어마한 혜택이 돌아가지만 3위부터 6위까지는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장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이 순위를 끝까지 지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대진표가 S1보다 훨씬 쉽다. 최상위권들과 경기를 마친 CT와 달리 S1은 아직 아스트로와의 경기가 남아 있었다.
S1은 5라운드 이후 주춤주춤하더니 결국 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배한 경기가 많다는 것이 뼈아팠다. 이상하게 S1을 상대로 에이스 결정전에서 원래 가진 경기력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내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중 절반만 잡았어도 굳건히 2위를 유지하고 있었을 거다.
1승 카드였던 김영민의 부진과 도재열의 몰락이 눈에 띄었다. 김택윤, 정명혁, 임형규가 중심을 잡아 주지 않았다면 순위가 더 하락했을지도 몰랐다.
4위는 화성이었다.
이제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화성은 4위 자리를 지키며 이번에도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까지가 포스트 시즌을 확정 지은 네 팀이다.
남은 두 자리를 두고 세 팀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GO, IBX, 폭스가 그 주인공이다.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6위와 7위에게 주어지는 중계권의 차이가 어마어마했으니까. 턱걸이라도 포스트 시즌에 들어간다면 팀은 엄청난 상금을 획득하게 된다.
이 셋 중 가장 유력한 팀은 GO이다. 남은 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확정짓게 되니까. 물론 안심할 순 없다. 밑의 두 팀이 전승을 거두고 GO가 3패를 하면 7위로 추락한다.
1, 2위 싸움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6위 싸움이었다.
1, 2위 싸움은 어쨌든 뒤가 있지만 6위 싸움은 전혀 뒤가 없다. 모든 걸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가장 재미있는 전략과 경기 운영이 나오는 경기가 이들의 경기였다.
개인리그 4강 이상에서나 볼법한 필살기가 프로리그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개인리그와 프로리그가 마무리 되어 갈 때 쯤 신들의 전쟁 팬들을 흥분시킬 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 신들의 전쟁 팬만이 아니라 전 세계 신들의 전쟁 팬들을 흥분시킬 이야기.
바로 월드 챔피언십, 세계 대회의 등장이었다.
어느 정도 소문이 있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계 16개국이 참가하는, 상당히 큰 규모의 대회로 첫 대회인 2016 월드 챔피언십은 종주국인 한국에서 열린다고 한다.
현재 신들의 전쟁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에 세계적인 이 스포츠의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벌써부터 한국행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다.
일정과 참가국 외에 구체적인 정보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과 해외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국 선수를 이길만한 실력을 지닌 해외 선수가 존재할까?
더 이상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펼쳐지니까.
============================ 작품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