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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50화 (550/575)

00550  Game No. 550 전대미문의 업적  =========================================================================

Game No. 550

여기서 김영민이 승부수를 던졌다.

-일꾼!!!!! 상당히 많은 일꾼이!!

-일꾼까지 간다는 건 아예 여기서 쐐기를 박겠다는 겁니다.

-김영민! 오인, 올인을 선택했어요!!!

-지금 이 병력으로 입구 잡아도 되거든요? 근데 그럴 생각 없습니다. 아예 본진 밀어 버리고 2:1 만들겠다는 겁니다.

-딱 보니까 사이즈 나온다는 거죠.

-이승우를 잡으려면 이 정도 패기가 있어야 합니다. 상식을 뛰어넘어야 해요. 2:0으로 밀리고 있을 때 안전을 생각하면 오히려 말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차라리 화끈하게 승리를 거둬 기세를 가져오는 게 좋죠!

본진에서 일하고 있던 일꾼 중 상당수를 공격에 동원한 것이다. 철광을 채취하고 있는 일꾼의 수는 겨우 6기. 나머지는 모두 러시에 동원되었다. 김영민은 이 러시에 모든 걸 걸었다.

당장 병력 상황만 놓고 보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4기의 용아를 허무하게 잃은 것이 뼈아팠다. 부랴부랴 용무관을 소환하며 수비를 준비하는 이승우지만 김영민의 러시가 한발 더 빠르다.

“그래. 이렇게 끝날 순 없지!”

“이게 김영민이다!”

첫 승에 대한 기대가 무럭무럭 커졌다.

하지만.

-어? 김영민 선수 너무 자신 있게 들어가는데요? 뒤에 오는 일꾼 기다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급해요. 너무 급합니다. 병력 정리 한 번 해야죠?

-4기의 용아를 잡아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걸까요? 이승우가 용아 생산을 한 번 쉬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언덕 위에 3기 자리 잡고 있…… 어? 어?

-궁병! 궁병! 저러면 잡히죠.

-아. 일꾼을 데리고 나왔는데 왜 이렇게 성급하게 싸웁니까!!

-용아를 다 잡아서 없을 거라고 판단한 모양이네요.

-아니 그래도 일꾼까지 동원했는데 이걸 이렇게 급하게 들어가나요?

급했다. 급해도 너무 급했다. 무언가 착오가 있었는지 과감하게 언덕 위로 올라가던 궁병이 자리 잡고 있던 용아에 쫓기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저게 뭐야?”

“발로 싸운 거야?”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최악의 전투가 나왔다.

일꾼이 뒤에 오고 있음에도 단독으로 전투에 나선 바이오닉 부대. 자신감이 너무 넘쳤다. 본진과 앞마당은 평지지만 앞마당 입구는 긴 언덕으로 이뤄져 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면 궁병도 언덕을 올라가기 전까지 화살을 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언덕 끝에 대기하고 있던 용아가 덮치며 궁병 1기를 끊었다. 이승우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용아를 앞으로 더 끌어당겨 궁병과 맞붙었다. 그사이 용혼이 나와 지원 사격을 가했다. 결국 궁병은 우왕좌왕,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도 못하고 전멸했고 일꾼만 덩그러니 남았다. 너무 자신감이 앞섰다.

동원된 일꾼의 수가 워낙 많아 용아를 다 잡아내긴 했지만 궁병을 잃었다. 결코 김영민이 원하던 상황이 아니었다.

후속 병력이 부랴부랴 달려왔지만 힘이 약하다. 적어도 궁병 5기만 더 살아 있었다면 경기를 끝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죠?!

중계진이 경악할 정도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까지 양 선수의 병력을 생각해 봤을 때 결코 있을 수 없는 결과다.

이승우의 용아가 3기 있을 때 김영민은 궁병 9기, 의원 2기, 일꾼 다수가 있었다. 용아 3기를 빠르게 처리했다면 2기의 용혼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무난하게 본진을 장악할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서는 바람에 모든 것이 흐트러졌다. 용아 3기가 시간을 잘 끌어 주는 바람에 용아 3기와 용혼 2기가 조합되었다. 그에 비해 김영민은 일꾼과 궁병이 각개격파를 당했다. 정반대의 상황이 나와 버린 것이다.

3기의 용아와 싸우는 것과 3기의 용아와 2기의 용혼과 싸우는 건 천지 차이였다.

상황이 묘해졌다.

뒤늦게 일꾼으로 용혼의 길을 막으며 몰아가고 있지만 뒤에서 용혼에게 딜을 넣을 유닛이 없다. 술래잡기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잡지 못하면 소용없다. 용혼이 4기가 되고 사업이 완료되면 일꾼으로 따라다니지도 못한다.

-이거 막히면 이승우가 좋거든요.

-좋은 정도가 아닙니다! 질수 없는 상황이죠! 김영민은 테크, 확장 포기하고 일꾼 동원까지 했거든요. 겨우 용아 잡아먹자고 데려 온 거 아니거든요! 일꾼 데려온 이상 경기 무조건 끝내야 하거든요!

-1, 2세트의 타격인가요? 그런 상황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나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임주혁 감독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끝났다.’

이승우가 말도 안 되는 플레이로 몇 번 병력을 들이받는다면 모를까 사실 상 이 경기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

임주혁 감독은 김영민이 왜 이렇게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무 흥분했다. 너무 조급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영민은 이승우의 기에 눌려 있었으니까. 지금 몰아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을 거다. 그게 김영민의 손을 어지럽혔다. 차분하게 상대를 기다리는 이승우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황소처럼 돌진하는 김영민.

김영민은 바로 앞 한 수밖에 보지 못했고 이승우는 그보다 서너 수는 더 보고 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용족의 본진 입구를 막은 후 더블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마저 무산되었다.

-아. 막혔어요. 아까 용아의 복수를 용혼이 제대로 해 줍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궁병과 일꾼을 다 잘라 내고 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용의 신전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바로 지룡 가면 게임 끝입니다. 끝!

이승우는 왕도를 그대로 따랐다. 어차피 지뢰가 있을 리 없다. 일꾼을 이렇게나 많이 동원하면서 화통도감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일꾼을 뒤늦게 본진으로 뺐지만 살아 돌아온 건 겨우 절반뿐이었다. 이승우는 급하게 하지 않았다. 완벽한 때를 기다렸다.

2기의 지룡이 모였을 때 움직였다.

입구에 망루 2개를 지었지만 토정 앞에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망루.

그 뒤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토정이 터질 때마다 궁병 서너 기가 동시에 폭사했다. 지형의 이점과 컨트롤로 극복할 수 없는 전투였다. 안타까운 탄성을 내지르는 김영민 팬들. 이승우 팬들은 이미 자리에서 다들 일어나 있었다.

본진으로 무혈입성 하는 용혼과 지룡.

이를 상대한 유닛은 일꾼밖에 없다.

-환국의 심장에 깃발을 꽂습니다!

-14세 천재 소년? 다 의미 없다 이겁니다. 내가 최고다! 누가 감히 나에게 도전하느냐!

-이 시대의 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OSL 4회 우승!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대역사가 지금 이 순간 기록됩니다!!!!!

본진이 장악당한 김영민이 GG를 선언했다.

-GG! 김영민 선수 패배를 선언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김영민. 아쉬울 겁니다. 스코어는 3:0으로 일방적이었지만 경기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김영민 선수. 끝내 이승우란 벽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이승우 선수가 정말 잘한 거죠. 불리한 경기를 역전하는 법까지. 너무 너무 완벽합니다.

-이승우! 명실상부 역대 최고의 커리어를 쌓습니다!

****

3:0.

생각보다 허무한 결과로 결승전이 끝났다. 이승우를 무너뜨릴 전략을 준비해 왔다던 최연규 코치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지는 스코어였다.

아예 사용을 못한 것인지 아니면 사용하긴 했는데 그게 통하지 않은 건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다.

최연규 코치의 인터뷰는 벌써 짤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최연규 코치.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가슴속에서 천불이 일 것이다. 그도 이렇게 쉽게 경기가 끝날 줄은 몰랐을 거다.

경기 내용은 분명 좋았다.

역으로 김영민이 3:0으로 끝낼 수도 있을 정도로 이승우에게 고비가 매번 있었다. 하지만 김영민은 좋은 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의미 없이 보내거나 급하게 행동함으로서 오히려 기회를 이승우에게 넘기고 말았다. 가장 아쉬운 순간은 3세트였다. 일꾼만 기다렸다면 무조건 이겼을 경기였으니까.

김영민에게 없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이승우에겐 있었다.

준우승 시상을 마친 김영민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미안하고 아쉽다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최연규 코치와 무대 뒤로 내려가는 김영민에게 관심을 주는 이는 없었다.

모두 한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우승자 이승우가 있었다.

OSL 최초 4회 우승.

프로리그보다 개인리그의 업적을 더 높게 쳐 주는 것이 보통이다. 프로리그 다승왕보다 개인리그 1회 우승이 더 값지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냥 1회 우승도 아니다. 벌써 네 번째다. 그것도 4회 연속.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대기록이 나왔다.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단일리그 4회 우승.

시대의 지배자들이 숱하게 도전했지만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런 대기록을 1년 반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해냈다.

“이승우! 이승우!”

무대에 이승우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모두 흥분해 있다. 그래도 된다.

지금 그들은 이 스포츠 사상 가장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우승자 이승우 선수를 이제 무대로 모셔 보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열화와 같은 박수라는 표현이 딱 적절할 것 같다. 무대가 떠내려 갈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생각보다 덤덤한 표정의 이승우. 그런 그에게 전현석 캐스터가 다가갔다.

-우승 정말 축하드립니다! 4회 우승! 수많은 전설들이 도전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던 꿈의 고지를 정복하셨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그 소감이 어떻습니까?!

마이크를 쥔 이승우가 관중석을 한번 둘러봤다. 입가에 은은하게 떠오르는 미소.

“기분 좋네요.”

그가 뱉은 말에 관중석이 술렁였다. 4회 우승을 한 선수 치고 너무 짧은 인터뷰다. 너무 차분하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스코어가 굉장히 일방적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언제 가장 큰 위기감을 느꼈었습니까?

“2세트에서 몰래 확장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흔들릴 뻔했는데 빠르게 대처해서 잘 풀렸던 것 같습니다. 오늘 3:0 아니면 풀세트 가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2세트에서 승리를 거둬 생각보다 쉽게 3:0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최고의 명경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경기였다. 패자도 승자도 훌륭했던 경기. 다만 이승우가 조금 더 잘했다.

몇몇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때보다 3세트가 더 위기라 생각했으니까. 물론 이들의 생각도 틀린 건 아니다. 순수 상황만 놓고 보면 3세트가 더 위기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판 짜기를 두고 평가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 2세트를 김영민이 이겼다면 3세트 역시 가져갔을 확률이 높다.

1:1 동률이기에 그렇게 급하게 러시를 가지 않았을 거다. 2세트를 본인이 원하는 결과로 마쳤기에 조급해하지도 않았을 거다.

2:0으로 밀리고 있다는 초조함, 2세트처럼 역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3세트를 망쳤다.

그 후 몇 개의 질문이 더 오고갔다.

-자. 이승우 선수 이제 시상식을 거행할 건데 그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얼마든지 표현해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처럼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자랑스러운 오빠, 아들로 남고 싶습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세상에서 제 가족이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힘든 시기가 많았는데 단 한 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았어요. 항상 믿어 주고 응원해 줬죠. 그랬기에 제가 이 자리에서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4회 우승 소감을 발표할 때보다 가족을 이야기할 때 이승우의 목소리가 더 떨렸다. 어느새 촉촉하게 변한 눈가. 금세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다.

-이제 플래티넘 마우스에 도전하는 유일무이한 선수가 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각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번 시즌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을 때 꼭 2016년에 플래티넘 마우스를 손에 넣겠다고 말했었습니다.”

말을 멈춘 이승우가 관중석을 한 번 돌아봤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하는 이승우. 다시 한번 박수갈채가 나왔다.

이로써 인터뷰가 모두 끝났다.

남은 건 하나.

우승자 시상뿐이었다.

****

으. 차분한 척 연기를 했지만 사실은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다. 이렇게 하면 더 포스 있어 보일 거라고 연호가 그랬는데. 흠. 아직 잘 모르겠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확인해 봐야지.

-이승우 선수 무대 중앙으로 서 주시기 바랍니다.

어이쿠. 하마터먼 방송 사고를 낼 뻔했군. 지금은 시상식에 집중해야겠다. 중앙에 선 순간 무대가 암전되었다.

그리고 중앙 화면을 통해 그간 치렀던 결승전이 하이라이트로 편집되어 송출되었다.

영상을 보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영우와의 첫 번째 결승전.

첫 진출이라 많이 떨렸었다. 전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정도.

접전 끝에 3:2로 이겼을 때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 다음은 병호 형과의 결승전.

역시 풀세트 접전까지 갔었다. 이미 지난 일인데도 손에 땀이 난다.

어느새 영상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골든 마우스를 안겨 준 저번 시즌 결승전.

첫 결승에서 만났던 이영우를 다시 만났다. 골든 마우스와 더불어 최초로 OSL 전승 우승을 해 더 기억에 남았다.

이윽고 영상이 끝나고 다시 조명이 들어왔다.

아까전보다 훨씬 화려한 조명이었다.

-2016! OSL! 시즌2! 우승자! 이! 승! 우!

전현석 캐스터님의 외침과 함께 가운데 난 길을 향해 걸었다.

조명으로 환하게 비춰져 있어 그 어느 길보다 밝은 길이었다.

이 길의 끝에 트로피가 있었다. 거침없이 트로피 앞까지 걸어가 바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팟팟.

우리 팀의 색인 붉은색과 검은색의 종이 꽃가루가 터지며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들어 올린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순간.

[업적이 생성되었습니다.]

[전대미문의 업적.]

[역대 최초로 OSL 4회 우승의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앞으로 영광의 나날이 함께하길.]

============================ 작품 후기 ============================

비가 많이 오네요.

감기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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