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48 Game No. 548 =========================================================================
Game No. 548
뭐야? 나오는 병력이 왜 이렇게 많지?
현재 환국이 보유한 확장으론 나오기 힘든 물량이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많다.
답은 하나.
어딘가에 몰래 확장이 있을 거다. 거기서 자원을 야금야금 채취했겠지. 그게 아니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꽤 영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된 전략은 아닐 거다. 내 빌드를 확인한 순간 떠오른 것이겠지.
연기가 좋았다. 현룡으로 본진을 봐도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확장을 뒤로 숨기고 천연덕스럽게 불리한 척 연기를 한 거다. 이거 한 방 제대로 맞았군. 생각은 여기까지. 이제 움직여야 한다. 우선 확장을 찾는다. 그리고 파괴한다.
이보다 먼저 해야 할 건.
‘지금 진출하는 병력을 막는 거지.’
이 병력을 막아 내야 한다. 확장을 파괴한 건 그다음 이야기다. 한타 싸움에서 완벽히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 그건 용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조금씩 갉아먹으며 전투를 펼쳐야 한다.
현재 돌아가는 자원 줄은 본진 포함 총 6개.
확장 하나 정도는 줘도 된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곧 있으면 본진과 앞마당 자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확장 하나를 내주는 선에서 막아 내야 한다. 회전력으로 전투를 펼쳐야 한다.
쉽지 않을 거다. 3개가 아닌 4개의 자원에서 뿜어져 나온 병력이기에.
하지만 할 수 있다.
나는 이승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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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치고 내려오는 병력에 4시 신전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이래서 세로가 나오면 트리플 지역을 4시를 가져가지 않는 거다. 확장을 지키기도 애매하다. 좁은 언덕으로 올라가면 병력 피해가 크다. 그렇다고 우회할 수도 없다. 거기엔 이미 환국의 주 병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언덕을 끼고 좌우가 바뀐 C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 천자총통.
용족 유저들이 보면 욕이 절로 나오는 진영이다. 어떻게 하면 용족이 까다로운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로 들어가도 용족 병력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천자총통을 얼리기 위해 슬쩍 돌아가던 나가도 해모수의 쇄령술에 맞아 술력이 전부 날아갔다.
일단 뒤로 물러나는 이승우.
여기서 싸워선 가망이 없다.
확장을 하나 내주더라도 보다 유리한 지형, 회전력 싸움이 가능한 곳에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지금 전투가 벌어졌다간 병력이 충원되기 전에 환국의 병력이 앞마당에 당도한다.
그동안의 울분을 토하듯 천자총통의 포가 거칠게 불을 뿜었다.
한 번 불을 뿜을 때마다 용족의 건물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이승우 숨 고릅니다.
-급하면 안 되거든요. 어차피 4시 확장 포기하면 되는 겁니다. 당장 자원 줄에 문제없거든요! 보다 중요한 걸 택해야 합니다.
-지금 이승우 머릿속에 물음표가 잔뜩 떠 있을 겁니다. 아니 이게 뭐야? 생더블 성공했는데 왜 병력이 내가 더 적어? 아까 천자총통도 잡았는데?!
-이해 안 가죠. 이해 안 가는 게 정상입니다. 환국의 병력이 예상보다 훨씬 많거든요!
-11시 쪽으로 용아 보내는 거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몰래 확장의 존재를 눈치챈 것 같습니다. 트리플 먹어서, 더군다나 두 번 피해 받고 나올 병력이 절대 아니거든요!
-김영민 선수 속도를 줄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몰래 확장 들키지 않겠다는 거죠. 들키더라도 조금 더 자원 파먹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정면에서 위협적으로 움직이면 몰래 확장을 발견해도 용족이 병력을 보낼 수가 없어요!
4시 확장을 정리한 환국의 병력이 고삐는 늦추지 않고 바로 용족의 본진으로 향했다. 여기선 막아야 한다. 앞마당 신전까지 내주면 안 된다.
병력을 정리하는 이승우.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어쨌든 이승우도 잘 먹고 잘 생산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내려오는 환국의 병력을 갉아먹었다. 무엇보다 이젠 환국이 지형의 이점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 전투의 신이 강림한다면 충분히 몰아낼 수 있다.
첫 번째 전투에서 병력을 줄이지 못하면 앞마당을 지킬 수 없다. 아예 본진이 날아갈 수도 있다. 현재 7시 확장에 제단이 아직 늘어나지 않은 상태라 본진이 날아가면 생산에 직격타를 맞는다. 자원이 많아도 병력을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빙결!!!!
-아. 후방에 있는 천자총통 아주 잘 얼렸습니다!
-걷어 내야 합니다. 병력 합류할 때까지 시간을 끌면! 그러면 어영부영 막히게 되고 결국 앞마당 내주는 겁니다.
앞마당과 중앙에서 달려드는 용족의 병력들. 지뢰의 수가 부족했기에 상당수의 용아가 병력에 달라붙을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하게 환국의 기갑 병력을 걷어 냈다. 빙룡의 숨결 2번이 제대로 들어간 것이 컸다. 타이밍도 좋았다. 환국의 병력이 거의 잡혔을 때 공3업이 완료되었다. 10초만 늦게 전투가 벌어졌다면 천자총통의 포격에 보다 많은 용족 병력이 산화했을 것이다.
-이승우 선수!! 진짜 어마어마한 전투력입니다!
-이 러시를! 어마어마한 진군을! 겨우 확장 하나 주고 막아 냈습니다!!
-이러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10시 몰래 확장도 보지 않았습니까? 이제 공격을 가야죠!
환국의 2시 확장으로 진격하는 용족의 병력. 이제 질세라 김영민도 7시로 병력을 보냈다.
-2시 쪽으로도 소수 병력을 보내는 이승우.
-거기뿐만이 아닙니다! 11시 앞마당에 용아 1기 보내서 군영 짓는 일군을 잡아 버렸어요!
정신없는 난전이 펼쳐졌다.
소소한 전투까지 포함해서 총 4군데서 전투가 벌어졌다. 흔들린 건 김영민이었다. 그중 3군데가 김영민의 지역이었으니까.
충분히 7시 앞마당 신전을 깰 수 있는 병력을 보냈음에도 깨지 못했다. 2시와 10시, 11시 지역까지 수습해야 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승우는 상대적으로 편했다. 11시와 10시는 병력을 보내 놓기만 하면 된다. 굳이 컨트롤을 할 필요가 없다.
4군데를 봐야 하는 김영민과 2군데만 보면 되는 이승우.
이승우가 보다 정교하게 전투를 지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맥을 제대로 끊네요.
-3/2업이 완성돼서 다시 환국의 병력이 치고 나올 수 있거든요? 근데 이 공격으로 병력이 한군데 뭉치지 못하게 했어요!
-이러면 환국도 수비해야죠. 한차례 수비하고 나와야 합니다. 11시와 11시 앞마당까지 먹고 자원전으로 가야 합니다.
김영민이란 자동차의 바퀴를 터트렸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바퀴 하나가 터지면 제 속도를 낼 수 없다.
-기가 막히네요. 어떻게 상황이 순식간에 이렇게 되죠?
-유불리가 너무 빨리 바뀝니다. 초반엔 이승우가 유리했다가, 몰래 확장 이후엔 김영민이 유리했다가, 지금은 또 이승우가 좋아 보입니다.
-진짜 차분합니다. 몰래 확장 보는 순간 머리가 띵해지거든요.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떻게든 깨려고 하거든요? 근데 이승우는 아니에요. 타격을 주되 모든 병력을 진군시키지는 않고 있어요. 여기에 목숨 걸면 환국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겁니다!
11시와 그 앞마당만 주지 않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이승우는 가지고 있었다. 이미 반 이상 파먹은 10시에 미련을 가져봤자 의미 없다. 병력을 많이 보내는 순간 환국은 미련 없이 10시 확장을 버리고 7시나 본진으로 진출할 거다.
그게 김영민이 바라는 거다.
이승우가 딜레마에 빠지는 것.
하지만 이승우는 넘어가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보여 주고 있었다.
-김영민도 7시로 화차 보내고 있긴 하지만 그게 결정타는 아닙니다. 신전을 파괴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요!
-11시 확장 못 먹으면 김영민도 슬슬 힘 빠지거든요?
-몰래 확장의 힘이 가장 크게 폭발하는 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적어도 3개의 확장을 날렸어야 하는데 겨우 하나밖에 못 날렸거든요.
몰래 하나 더 먹었다고?
괜찮아. 난 대놓고 3개 더 먹었으니까. 자원전으로 가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마인드.
-전투가! 전투가 예술입니다.
-환국 병력 흐름을 완벽히 꿰뚫고 있습니다. 자리 잡고 있는 병력과 전투를 벌이는 일이 거의 없어요. 이동하고 있을 때! 가장 취약할 때! 그때 덮칩니다.
어느새 용족의 상황이 좋아졌다. 11시를 확보하긴 했지만 몰래 확장이 파괴당했다.
나가가 쌓였다는 것이 굉장히 컸다. 전투가 있을 때마다 용아와 용혼은 소모되었지만 나가는 살아 돌아갔다. 2개의 공중제단에서 꾸준히 생산한 나가의 수가 어느새 7기가 되었다. 술력이 전부 차 있다면 빙결의 숨결을 14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빙결의 숨결 14번이면 70%, 아니 80% 이상의 병력을 얼릴 수 있는 숫자였다. 그것도 3번 이상의 전투에서.
반면 김영민이 보유한 해모수는 3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1기는 소환에 대비해 본진 쪽에 있어 전투에 동원되는 수는 겨우 2기뿐. 2기가 7기의 나가를 상대하는 건 역부족이다.
-이승우 선수의 환국전 최고의 장점은 상대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때 공격이 들어오면 큰일 나는데, 이때 소환 들어오면 난감해지는데. 딱 이럴 때 공격을 들어가거든요.
-11시!!
-11시로 나가 1기 들어갑니다.
-다수의 병력이 중앙에 묶여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는 김영민.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낼 겨를도 없다. 중앙 전투에서 용혼과 용아를 다 잡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나가는 1기도 잡아내지 못했다.
-소환!!!!!!
-이러면 중앙 전투 이겨도 이긴 게 아닙니다!
살을 주고 뼈를 친다.
어차피 용아와 용혼은 금세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11시 확장이 마비가 되어 버리면 환국은 큰 타격을 받는다.
-수비를 하기보다 7시로 진군하는 김영민!
-지키러 가면 계속 끌려간다는 겁니다. 무조건 7시 앞마당과 본진 날리고 같은 상황 만들겠다는 겁니다!
최선의 판단.
지키러 가면 늦는다. 어차피 군영은 파괴된다.
업이 잘되었기에 소수 병력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환국이 유리하다. 확장 2개를 날려 버리면 결국 같은 자원이다. 전처럼 소모전을 치르지 못한다는 말이다.
-김영민 승부수 던졌거든요?!
-7시 날리면 김영민이 이기고 7시 지키면 이승우가 이깁니다!
이승우도 7시를 지킬 병력이 없다. 중앙 전투에서 패배한 데다 11시에 나가의 소환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김영민에겐 천금 같은 기회다. 그 시간 내에 7시 확장을 전부 깨 버리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때였다.
-나가!!!!!!
-이승우에겐 나가가 있었어요!!!!
-쌩쌩한 나가들이거든요! 술력 다 있는 나가들입니다!
유유히 날아온 나가들이 천자총통을 얼리기 시작했다. 급하게 진천형을 하느라 2, 3기씩 뭉쳐 있던 천자총통들이 차가운 얼음 속에 갇혔다. 동시에 김영민도 얼어붙었다.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얼굴에 패색이 짙다.
-천자총통이 1기도 빠지지 않고 다 얼었습니다!
-겨울 왕국이네요. 완전.
-화차로는! 화차로는 신전을 깰 수가 없어요!
-이러면 제단 돌아가죠. 그 병력이 7시 지키면 이 경기 이승우가 가져가는 겁니다!
-아. 진짜 심장 쫄깃해지게 하네요. 두 선수!!! 너무 빨라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저희가 할 말이 없습니다. 이때 이러면 좋았고 어쩌고 할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냥 서로 내고 있는 것이 답입니다. 다만 이승우가 조금 더 완벽하게 그 답을 작성했을 뿐입니다!
11시를 잃은 김영민.
극적으로 지켜 낸 이승우.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둘 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였지만 이승우가 조금 더 빨랐다. 11시 타격과 동시에 7시를 지켜 낸 움직임은 정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훌륭했다. 상대의 승부수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가장 완벽한 방법으로 대처했다.
이제 김영민의 힘이 전 같지 않다. 천자총통의 화력이 강력하긴 하지만 물량에 장사 없다. 11시 앞마당을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배수진을 쳤지만 용족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뚫리며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승우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네요. 이 경기를 이렇게 잡습니다!
-전혀 당황하지 않아요. 상대가 뭘 하든 그래? 날 깜짝 놀라게 했네? 그럼 너도 한번 놀라 봐라. 뭐 이런 것 같습니다.
-아. 고개를 떨어뜨리는 김영민. 상심이 굉장히 크겠는데요?
-1, 2세트 경기 내용은 다르지만 진행은 거의 흡사합니다. 분명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전부 놓쳤거든요.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하지만 누구나 잡을 순 없다. 두 번 연속 기회를 놓친 김영민. 결국 2:0 코너에 몰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