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45 Game No. 545 안심하지 마라. =========================================================================
Game No. 545
-자! 양 선수 이제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둘 다 최초에 도전하는 만큼 그 각오가 보통이 아닙니다.
-진짜 어느 선수가 우승하든 최고의 기록이 만들어지는 결승입니다!
최고령 우승과 최연소 우승.
둘 중 하나는 새롭게 작성된다.
-그럼 지금 바로! 그 결승전! 첫 번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선수들의 준비가 끝났다. 보다 차분하게 경기를 시작한 건 이승우였다. 긴장으로 몸이 굳어 있는 김영민보다 확실히 몸이 힘이 덜 들어가 있다.
-1세트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이승우라면 말이죠!
-1세트를 이승우에게 빼앗긴다? 그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겠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무조건! 무조건 잡아내야 합니다!
이승우는 상대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능력을 지닌 선수다.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 상대를 위축시킬 수도, 함정을 걸리게 할 수도 있다. 속임수는 거르고 진짜만 골라내야 이승우를 이길 수 있다.
-김영민 선수 먼저 칼을 뽑아드는데요?
-주도권을 잡는 방법엔 두 가지가 있거든요. 상대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 낸 후 서서히 움직이며 주도권을 잡는 것과 상대가 예상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빠르게 움직여 주도권을 잡는 것. 일단 김영민 선수의 선택은 후자입니다.
방법의 차이지 결과는 같다. 김영민의 선택은 FD 2화통이었다. 1화통에서 FD를 나가는 것처럼 궁병을 꾸준히 찍지만 실제론 2화통에서 병력을 모은다. FD와 2화통 타이밍 중간쯤에 있는 전략이다.
상황은 괜찮다.
이승우가 1제단 이후 앞마당을 가져가는 정석 운영을 택했으니까.
일반적인 2화통은 용혼이 앞마당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금방 들켜 버린다. 앞마당 이후 타이밍을 앞당겨 3제단을 지어 버리면 그만이다. 김영민이 선택한 FD 2화통은 FD 타이밍에 병력을 살짝 진출시키면서 상대에게 자신이 2화통이 아닌 1화통에서 FD를 하고 있다고 속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1화통 병력은 3제단을 황급히 늘릴 필요가 없다. 용안을 쉬지 않고 생산하면서 올려도 충분히 막을 타이밍이 나온다. 여기서부터가 이 전략의 시작이다. 3제단이 미처 회전하기 전, 1제단에서 생산 된 용혼이 있을 때를 노려 진출해 앞마당을 장악하는 것.
이후 환국도 앞마당을 가져가기 때문에 앞마당 신전만 날려도 이득이다. 진출 했을 때 용혼을 많이 잡아내면 아예 본진까지 올라가 경기를 끝내는 것도 가능하다.
FD와 2화통 타이밍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는데 왜 많이 사용하지 않느냐고?
역으로 단점만 취해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을 완벽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선수는 이영우와 정명혁 정도다. 그리고 이들은 굳이 이 전략을 꺼내들 필요가 없다. 보다 쉬운 길이 존재하니까.
지금처럼 다전제 판짜기로 꺼내든다면 꽤 괜찮은 전략이긴 했다.
-아직까진 이승우 선수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습니다.
-용혼으로 환국 병력 툭툭 건드려 주고 있긴 한데. 이게 일반 FD면 용족이 잘해 주고 있는 거지만 2화통 타이밍이라 용력 깎이는 것도 나중 되면 굉장히 뼈아프거든요.
-대각선이면 모를까 세로에서 막기엔 굉장히 힘들거든요? 이승우 상상 이상으로 환국의 병력이 진출합니다!
FD라면 별거 아닌 피해지만 2화통이기에 뼈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지뢰 하나에 용혼의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그 차이는 굉장히 크다. 더군다나 심판의 날2 세로는 정말 가깝다. 가로와 거의 같다. 조금만 이동하면 상대 앞마당 다리에 도착하게 된다. 타이밍 러시를 선택한 김영민에게 웃어 주는 부분이었다.
-김영민 선수 결단력 있는데요?! 1세트부터 날카로운 찌르기를 준비해 왔습니다.
-이승우를 상대로 무난하게, 내가 가장 잘하는 거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대로 가면 언제 역전당할지 모르니 아예 초반부터 강하게 찔러 보겠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분위기 아주 좋아요. 김영민 진출합니다!
천자총통이 2기가 되는 순간 진군을 시작하는 김영민.
조금 빠른 타이밍이다. 이 모든 것이 이승우 맞춤으로 준비된 움직임이다. 이승우가 아니었다면 다른 타이밍에 진출을 했겠지.
-그나마 3제단 평소보다 반 타이밍 정도 빠르게 올려 줬거든요?
-그래도 힘들어요. 힘듭니다. 병력의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이승우니까! 이승우라면! 여기에 기대를 걸어 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용족의 병력은 용혼 3기가 전부다. 지금 제단에서 생산 중인 용혼까지 포함해도 4기. 그마저 1기는 용력이 전부 깎여 있다.
반면 환국은 천자총통 2기, 화차 2기가 있고 용혼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 줄 궁병이 5기나 된다.
-일꾼 2기까지 함께 나갑니다!
-천자총통을 수리해 줄 수도 있고 아예 이승우 앞마당에 망루까지 건설할 수 있어요!
병력이 나가는 순간 김영민 응원석 관중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선수들이 기 싸움을 펼치듯 관중들도 응원으로 기 싸움을 펼치고 있었다.
-아직 1제단이거든요? 3제단에서 3용혼이 동시에 튀어나오기 전까진 계속 위기에요!
-그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뭔가 이상한 거죠! 이승우 선수도 느낀 거죠! 결승 8회 진출한 선수다 보니 분위기만 봐도 ‘어? 이거 조금 이상한데?’ 이런 걸 아는 거죠.
만약 FD라고 생각해서 테크를 우선 선택했다면 이번 공격에 꼼짝없이 당했을 거다. 아무리 이승우라고 해도 2화통 병력을 1제단으로 막아 낼 순 없다.
엄재웅 해설의 말처럼 이상한 걸 느낀 건지 그래도 3제단을 평소보다 빨리 올려 줘 어느 정도 막을 가능성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
순식간에 환국의 병력이 절반을 지났다. 너무 쉽게 왔다. 2화통을 알고 있었다면 이승우도 용혼을 이렇게 뒤에 배치하지 않았을 거다. 앞마당 쪽에 대기하면서 내려오는 병력을 잘라 먹으려는 움직임을 보였겠지. 하지만 전혀 몰랐기에 속수무책으로 진군을 허용하고 말았다.
뼈아픈 실책.
-너무 쉽게 내려오는데요?
-일꾼 잡으러 7시로 향했던 용혼 1기가 미처 본대에 합류하지 못했어요! 이러면 4기가 아니라 3기거든요!
-화력 차이가 너무 나는데요? 환국 병력이 아무런 피해 없이 용족의 앞마당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상대 다리가 아닌, 자신의 다리에서 환국의 병력을 마주한 용혼들. 이승우가 한쪽 눈을 찌푸렸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이다. 이 많은 병력이 하나의 화통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전투! 전투를 잘 해야 합니다! 근데 김영민이 정말 전투를 잘해 주고 있어요!
-지뢰 매설하고! 궁병 선두로 보내고! 교과서적인 플레이가 딱딱!
-센스!! 화차 움직이는 센스 좀 보세요!! 아주 날이 날카롭게 서 있습니다!
-이승우가 꼼짝도 못하고 당하고 있어요!
“대박!”
“개쩌네.”
김영민의 슈퍼 플레이가 나왔다. 궁병과 기갑 병력이 조합 된 환국 병력을 상대할 때 용혼은 선두에 선 궁병을 끊은 후 뒤로 물러나 천자총통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전술을 주로 펼친다. 천자총통이 궁병보다 이동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그걸 김영민이 막았다.
어떻게?
화차로.
화차 1기가 슬그머니 우회하더니 용혼의 뒤를 막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용혼의 인공지능은 그리 좋지 않다. 바로 다른 길로 돌아가려 했지만 버벅이는 용혼. 그 사이 천자총통이 다가와 용혼에 포격을 가했고 2기의 용혼을 잡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살아남은 용혼도 용력이 전부 깎여 버렸다.
-으아!!! 김영민!!!!!!!!!
-매섭습니다. 너무 매서워요. 병력이 다 살았어요.
-화차 움직임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진출 병력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요! 화차 1기? 용혼 2기랑 바꿨으니 엄청난 이득이죠.
앞마당 용안을 전부 본진으로 보내는 이승우. 어차피 지키기 힘들다면 용안이라도 살려야 했다. 이 움직임이 의미 있어 지려면 일단 지금 환국의 진출 병력을 걷어 내야 했다.
-1기의 용혼이 뒤로 빠져 있던 것도 크네요. 첫 전투 이후 성과를 내지 못했어요. 화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죠. 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뒤에 서서 충원되는 화차 툭툭 건드려 주는 것이 전붑니다.
-그게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순 없죠. 어차피 여기 일꾼 있지 않습니까? 수리하면 되거든요!
경기가 기울었다.
“김영민! 김영민!”
김영민의 이름이 관중석에 울려 퍼졌다. 용혼은 총 3기. 그 중 1기는 밖에 나가 있어 본진 언덕에 있는 건 2기 뿐이다. 궁병이 언덕 위를 올라오려 하자 대피시켰던 용안을 다시 언덕으로 보내는 이승우. 용안도 소중하지만 절대 언덕 위 시야를 내줘선 안 된다.
하지만.
-진천형!!!!!
-쐐기를 박나요?!
-용족에게 절망을 선사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임주혁 감독!
어느새 진천형까지 개발된 천자총통이 언덕 아래서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포격에 휘말려 궁병 2기가 죽긴 했지만 그래도 용안 4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경기 내주나요?
-진짜 기적처럼 3제단에서 동시에 용혼 나오면!
-아. 그래도 힘들어 보입니다. 그냥 천천히 앞마당 깨면 되거든요!
그때였다.
-어? 이건 좀 무리하는 거 아닌가요?
-굳이 언덕 위로 병력을 올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요.
-아. 너무 신 내는 것 같습니다. 상대는 이승우거든요. 틈을 보이면 절대 놓치지 않는 선수거든요!
궁병과 함께 언덕 위로 슬금슬금 올라가는 천자총통. 중계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험하다. 곧 있으면 용혼이 나온다. 2용혼과 5용혼은 천지차이다. 앞선 궁병을 한 번에 잡아내고 천자총통까지 노릴 수 있는 숫자다. 김영민 입장에서 굳이 올라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언덕 입구를 잡은 후 앞마당 신전을 파괴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
-용혼!!! 용혼이 나왔어요!!!
-궁병! 궁병을 잡아내야죠! 1기! 2기! 3기! 다 잡았어요!
-헐레벌떡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환국의 병력들!
-이러면 상황 이상해지죠!
용혼 3기가 생산되는 바람에 올라간 병력이 아무것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쫓겨 내려왔다. 궁병을 잃은 것이 가장 뼈아팠다. 천자총통의 포격 딜레이를 메울 수 있는 유닛이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되었다.
이승우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환국의 병력이 추가 합류하기 전에 뚫어 버리려 했다.
여기서 이승우의 슈퍼 플레이가 터졌다.
뒤로 빠져 있던 용혼을 먼저 보내 포신을 뒤로 돌린 후 언덕 위 용혼을 아래로 내려 보냈다. 포신이 뒤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급박한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그 결과 용혼 2기만 내주고 화차 3기, 천자총통 2기를 잡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막았어요!! 막았습니다!!!
-보고도 믿기 힘드네요. 참. 이걸…….
-아. 분명 이승우 선수도 잘했지만 김영민 선수……. 아. 왜 굳이 올라간 거죠? 그냥 앞마당만 깨면 됐는데 왜…….
-압박감이! 욕심이! 아. 상황이 이렇게 되나요?!
엄재웅 해설이 말한 것처럼 확실히 경기를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작용했다. 상대는 7:3, 8:2로 불리해도 역전해내는 이승우였으니까.
동시에 상황을 잘못 인지했다. 이승우가 제단을 빨리 올린 걸 김영민은 알 수 없다. 그때 정찰 일꾼은 7시 쪽에서 죽음을 맞이했었으니까.
첫 진출 때 용혼을 많이 잡아냈기에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마 김영민의 계산으론 3용혼이 추가 생산되는 타이밍이 훨씬 후였을 거다. 그 시간이면 언덕 위에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어 올라간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욕심이 되었다.
상대가 이승우라는 걸 너무 의식했다. 그게 독으로 작용했다.
-아!! 이러면 용족이 너무 유리하죠!
-바로 앞마당을 돌릴 수 있는 용족과 달리 환국은 이제 건설하고 있어요.
-욕심이 화를 부르네요. 천천히 앞마당 파괴하고 갔으면 계속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요.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이승우는 용안과 앞마당을 지켜냈다. 이게 중요한 거다.
-김영민의 턴은 끝났습니다. 이승우의 쇼 타임입니다!
이제 당했던 걸 고스란히 돌려줄 차례다.
****
앞마당을 따라가는 동시에 화차를 돌려 이승우의 앞마당에 용안을 잡으려 했지만 이승우가 워낙 빠르게 반응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했다.
용안 2기?
오히려 화차를 잃은 게 손해가 됐다.
7:3 아니 그 이상으로 이승우가 유리해져 버렸다.
이승우는 단단했다. 틈을 보이지 않았다. 빠르게 나가 테크를 올리며 상대를 뒤흔들 준비를 했다.
첫 번째 소환에 화포 연구소가 깨졌고 두 번째 소환에 풍운청과 오룡거가 깨졌다. 세 번째 소환엔 다수의 창고가 깨졌다.
연달아 떨어진 소환에 본진이 폭격을 맞은 것처럼 황폐해졌다.
꾸역꾸역 200 병력을 모아 진출했지만 너무 쉽게 막혔다. 소환으로 인해 누적 된 피해 때문에 200 병력이 평소의 200 병력이 아니었다.
공2업이 되지 않아 용혼을 쉽게 녹일 수 없었고 풍운청이 깨져 해모수를 제대로 모을 수 없었다. 반면 이승우는 공중제단 2개에서 쉬지 않고 나가를 모았다. 그 많은 나가에 쇄령술을 맞출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2기는 맞췄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나가가 빙룡의 숨결을 내뱉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창고가 깨져 병력 충원도 제때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경기가 이렇게 되나요?!
-처음부터 이승우 선수가 압도적으로 유리했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승우의 상황이 좋습니다.
-다른 선수라면 포기해 버렸을 상황임에도 끝까지 최고의 컨트롤을 보여 준 이승우도 정말 대단하네요.
김영민의 판단미스도 판단미스지만 이승우의 플레이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성급하게 달려들기보단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 움직임이 오히려 상대를 급하게 만들며 실수를 유도했다.
이제 환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결국 김영민의 GG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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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때문에 몸상태가 좋지 않아 이틀 정도 휴식을 취하려 합니다. 예비군을 가는 바람에 감기가 더 심해졌네요.
약 기운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고 몽롱해서 지금 상태론 글을 쓰기 힘들 것 같습니다.
빨리 쾌차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