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41 Game No. 541 =========================================================================
Game No. 541
-S1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승우라는 문제의 해답을 결국 찾지 못 했나요?
-순식간에 3:0이네요.
-단순히 S1만 아니라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모든 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 같습니다. 이런 선수를 도대체 누가 이긴단 말입니까?
-기세를 탔습니다. 이승우가 기세를 탔어요!
-손쓸 틈이 없습니다. 완벽한 운영으로 승부를 3:0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승우를 넘어도 문제다. 누가 대장으로 나올지 모르지만 3명을 더 이겨야 경기를 역전시킬 수 있다.
한 명의 선수와 3경기를 치르는 것과 각각 1경기씩 3명의 선수와 치르는 건 천지 차이다. 심리적인 압박도 다르고 경기 운용도 다르다. 상대 선수들은 마음이 편하다. 할 것이 무궁무진하니까. 반대로 역올킬을 해야 하는 선수는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해서 머리가 터질 듯 아파 온다.
전성기 시절의 이제운과 이영우도 역올킬을 한 적은 극히 드물 정도였다. 아니 이 스포츠 역사상 역올킬이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이제 대장 카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모든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김택윤! 임형규! 도재열이 무너졌습니다. 이제 나올 수 있는 선수는 한 명! 단 한 명!
-가장 유력한 선수는 정명혁 선수죠.
-최근 양대 결승에 진출한 김영민 선수의 기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과연 S1의 대장 카드로 누가 나올 것인가?
“그래도 용족전인데 정명혁 나올 거 같은데.”
용족전 역대 승률 2위를 자랑하는 정명혁.
“경기 스타일 상극이다. 차라리 김영민이 낫지 않나?”
“근데 김영민 환국전으로 결승 간 거잖아. 아무리 지금 연습하고 있어도 아직 완벽하진 않을걸? 그리고 필살기 전략 여기서 쓴다고 우승 확정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냉정하게 생각하면 필살 전략은 결승 때 써야지. 최소 6경기, 최대 10경기 이승우랑 붙어야 하는데.”
임주혁 감독의 마음속에선 어느 정도 답을 내린 상태였지만 그걸 다른 이들이 알 리 없었다.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대장 카드를 분주히 예측하는 관중들.
-방심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최초의 1인이 모두를 침몰시킬 수 있다! 최후의 1인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다!
위너스 리그의 모토이자 타이틀.
올킬 자체에 대단하지만 아무래도 관중들에게 가장 큰 희열을 주는 건 선봉 올킬과 역올킬이다.
개인리그와는 그 기준이 조금 다르다.
개인리그는 치고받고 싸우며 풀세트 접전하길 바라는 걸 훨씬 더 선호한다. 그쪽이 훨씬 더 박진감 넘친다. 선수들도, 중계진도, 관중들도 모두 피가 끓어오른다.
위너스 리그 같은 경우 애매하게 3킬, 2킬로 경기가 끝나는 것보다 이렇게 끝나는 것이 방송사 입장에서 더 낫다.
임팩트가 있으니까.
하물며 그 대상이 현재 최강이라 불리는 이승우와 다음 세대 최강 후보로 손꼽히는 김영민이라면?
이보다 더 환상적인 매치는 없다.
물론 정명혁도 같다.
2인자의 반란이라는, 그럴싸한 타이틀을 걸 수 있다.
-S1의 마지막 대장을 지금 바로 만나 보겠습니다!
무대의 조명이 모두 꺼졌다. 그리고 화면이 서서히 갈라졌다. 그 뒤로 드러난 실루엣. 아직까진 어두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키 보니까 김영민은 아닌데?”
적어도 김영민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이러면 후보가 좁혀진다.
정명혁.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수를 내보내는 도박을 쓰지 않을 거다.
-S1의 마지막 대장 카드는 정! 명! 혁! 입니다.
-S1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죠. 아마 다른 생각을 할 순 없었을 겁니다. 현재 남아 있는 선수 중 가장 노련하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가 정명혁이거든요.
-이어지는 세트도 생각한 겁니다. 이승우 잡는다고 우승하는 거 아니거든요. 지금 용족전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는 김영민이기에 정명혁을 내보낸 겁니다.
-과연 정명혁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지!
예상대로다.
“김영민이랑 미리 보는 결승전 해도 재미있었을 텐데.”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고.
“그래도 이런 무대는 정명혁이야. 개인리그 결승에선 콩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프로리그 결승전에선 존나 세잖아.”
만족스러워하는 이도 있었다.
큰 의미는 없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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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명혁이 대장으로 나오는군.
3세트가 끝난 후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나왔던 이야기다.
대장으로 정명혁을 내보낼 거라고.
4세트 전장이 칠갑산, 용족이 유리한 전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2인용 전장이기에 장기전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가면 환국도 할 만해진다.
정명혁도 알 거다.
그리고 그에 맞는 운영법을 준비해 왔겠지.
S1의 환국을 상대할 땐 더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임주혁 감독님과 최연규 코치님.
두 거목이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의 완성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떻게 이런 전략을 짜 왔나 싶을 정도.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
먼저 판을 흔들어야 한다. 상대가 준비한 걸 못하도록.
지금 경기 외적으로 기반이 잘 다져져 있다.
3:0.
자신이 무너지면 팀이 함께 무너지는 상황.
작은 움직임에도 과민반응 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극대화시킨다.
OSL 16강에서 김영민을 상대하면서 느꼈다. 조금만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바로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한 번은 실수다.
그것이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라고 할 수 없다. 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한 번 당했으니 절대 두 번 당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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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혹은 역전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는 4세트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시에 위치한 이승우. 반대편인 7시에 위치한 정명혁.
-정말 긴장 많이 될 겁니다. 올킬. 저번 시즌 위너스 리그 결승전에서 이승우 선수가 대장으로 출격하는 바람에 한 경기밖에 치르지 못했거든요? 오늘 그 한을 원 없이 풉니다.
마지막 이제운 전에서 기용되었던 이승우가 오늘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였다. 전 시즌에도 선봉 출전시켜 줬다면 올킬로 경기를 끝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만약은 없지만 그 정도로 오늘 이승우의 활약이 뛰어났다.
이대로 올킬로 경기가 끝난다면?
이승우가 골든 마우스와 골든 배지를 획득했을 때처럼 커뮤니티가 폭발해 버릴 거다.
-칠갑산. 2인용 전장이죠. 전체적으로 우회할 수 있는 길과 건물을 숨겨 지을 장소가 많아 용족에게 유리하게 평가되는 전장이지만 아마 이에 대해선 정명혁 선수도 철저하게 준비해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박용제 해설의 예상과 달리 이승우는 전진 건물을 시도하지 않았다. 정명혁 역시 과감한 빌드보단 도감 더블을 선택하며 후반을 바라봤다.
정명혁의 빌드를 확인한 이승우가 2용아와 1용혼으로 한 번 찌르기를 들어갔다. 앞마당 차이가 크다. 이대로 경기가 흐르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야!!! 일꾼 블로킹이 기가 막힙니다.
-입구 전혀 좁혀 놓지 않았고 어차피 망루 안에 궁병 풀로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 망루 무시하고 본진으로 쭉 들어가려고 했는데 브레이크에 걸렸어요. 일꾼이 바로 달려 나와 길을 막아 버립니다.
-함정이었습니다. 이승우가 덫에 걸렸어요!
-고개를 갸웃하는 이승우.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죠.
-이런 점 하나하나가 누적되면 그게 승리로 이어지는 겁니다.
일꾼이 정확히 용혼과 용아를 갈라놨다. 일꾼 블로킹에 막혀 허둥대는 용아. 안으로 들어갔지만 용아가 갇히는 바람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앞마당에 발목이 잡혔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일꾼 4기를 잡아내긴 했지만 이승우가 손해다. 아직 앞마당 신전이 완성되지 않은 이승우와 달리 정명혁은 용혼만 정리 하면 바로 앞마당에 일꾼을 붙일 수 있었으니까.
차라리 처음 나온 용아로 견제를 하는 게 나을 뻔했다. 그랬다면 난전 유도로 어느 정도 이득을 챙겼을 테니까. 그 기회를 흘려보낸 후 병력을 추가해서 들어간 견제였기에 지금 같은 결과가 더 뼈아팠다. 용아 1기라도 살아 들어갔다면 모를까 사업도 안 된 용혼 1기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망루에 넣어 둔 궁병을 빼 붙이면 그만이다.
-아. 오늘 정명혁 선수 손이 가벼운데요?
-컨디션 아주 좋습니다. 추가 공격까지 예상해서 망루에 궁병 1기를 남겨두는 모습.
-이러면 S1 팬들 기대되죠. 이영우, 이승우만 라면 끓이라는 법 있습니까? 정명혁도 라면 끓일 수 있습니다!
이영우라면 모른다. 이승우라면 모른다.
팬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7:3, 8:2로 기울어진 경기라도 이 두 선수가 플레이하면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는 의미.
정명혁이라고 못 붙일 건 없었다.
자세를 바로 잡는 정명혁의 눈이 매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승우. 원하던 그림과 너무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용아를 2기까지 찍느라 사업이 느리거든요? 이러면 망루 푸시도 얼마 하지 못합니다. 도감 더블을 상대로 거둘 수 있는 이득이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초반 용아 푸시 못했죠. 망루 견제도 오래 못하죠. 이러면 환국이 완전 할 만하죠.
-진짜 타이밍 잡고 경기 끝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일꾼을 돌려 이승우의 앞마당 신전까지 확인해 주는 센스.
이러면 마음이 편하다.
흑완이나 지룡이 당장 오지 않으니까.
해서 정명혁이 선택한 빌드는 업 환국이었다. 기갑 병력의 업그레이드를 빠르게 돌려주며 전장을 장악할 생각으로 보였다. 좋은 선택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업그레이드가 힘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환국이 마음이 편안한 상태입니다. 하고 싶은 거 다할 수 있거든요. 당장 불안해할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이승우 선수 이렇게 손 놓고 있을 겁니까? 아니죠. 변수를 만들어야죠. 이승우 선수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공격을 시도했다가 막힌 후 맥없이 무너지는 선수가 있는가하면 어떻게든 다시 재역전 해내는 선수가 있다.
이승우가 바로 그랬다.
트리플 지역에 신전을 소환하는 대신 황룡성지를 올리고 제단을 늘려 줬다.
이 말은.
-역시 이승우! 변수를 만들려고 하네요. 원래 지금 용족이 트리플을 먹어야 할 타이밍이거든요? 근데 먹지 않습니다. 그 자원을 대신 황룡성지 올리는 데 썼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한 번 흑완 드랍으로 정명혁의 뒤를 흔들어 보겠다는 거거든요!
-무난하게 가면 결과가 뻔하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적극적으로 변수를 만들어 보겠다는 거다.
전세를 역전시키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상대의 매서운 공격을 완벽하게 수비해 내거나, 반대로 매서운 공격으로 상대방의 흐름을 끊어 내거나.
이승우의 선택은 후자였다.
-용혼이 왜 저렇게 앞에 나가있느냐? 트리플 지역 안 보여 주려고 하는 겁니다. 확장을 선택했는지, 흑완이나 지룡을 선택했는지 아예 보여 주지 않기 위해서!
-이러면 환국도 살짝 불안해지거든요.
-승부수를 제대로 던진 겁니다. 만약 정명혁이 1화통 1풍운청 빌드였으면 크게 당했을 거거든요.
-배제해야죠. 모든 거 다 준비하면 어떻게 이깁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은 배제에요.
-용의 신전 보여 준 후 흑완 심리전. 드랍이 굉장히 늦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통할지도 모릅니다.
좋은 선택인가?
나쁜 선택일가?
경기가 끝나기 전까진 결코 알 수 없었다.
정명혁의 다음 건물은 뻔하다.
의방을 지은 후 군영에 천부단을 달겠지.
정찰이 되지 않는 한 대장간은 올리지 않는다.
그 순간이 이승우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다. 천리안 2번을 적절히 소모시킨다면 흑완으로 큰 이득을 거둘 수 있다.
물론 이게 막히면 더 이상 뒤가 없다. 확장도 느리고 물량도 적다. 2/1업 된 기갑 병력의 화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3흑완! 단순히 시간 끌어줄 생각으로 가는 거 아닙니다. 이걸로 확실한 피해를 입혀야 합니다.
-아직까지 정명혁은 흑완 드랍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화통 이후 풍운청을 올려주는 있어요.
-보통 4화통 이후에 풍운청이 올라가거든요? 근데 2화통에 올라갔다? 그래도 무언가 날아올 것이라고 예측은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근데 그 방향이 틀렸어요. 만약 흑완을 예상했다면 지금쯤 대장간도 함께 올라가야 하는데 풍운청만 건설하면서 신기전 생산하고 있다는 건 지룡 드랍을 예측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면 이승우에게도 기회 생기죠.
김정식 해설이 정확한 분석을 내놓았다.
최승원 해설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불린만 했다. 순수 경기 분석 측면에서만 비교했을 땐 오히려 우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수 출신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정명혁의 정찰을 원천봉쇄하는 이승우.
-자. 이제 출발합니다. 조금 일꾼을 째느라 이제 천부단 올라가거든요? 천리안 2방밖에 없습니다. 이거 시간 잘 끌면 심대한 타격 입힐 수 있습니다!
S1의 선수들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제발 지금이라도 대장간을 짓기를.
하지만 신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천리안!!!!
-으아! 이게 이렇게 소모 되네요!
-두 번밖에 없는 천리안 중 한 번이 이승우의 본진에 뿌려집니다!
정명혁이 천리안을 이승우의 본진에 사용했다. 궁금한 것이다. 도대체 용족이 뭘하고 있는지. 빠르게 테크를 준비하는지 아니면 기습적인 공격을 준비하는지.
일꾼을 보내도 알아내지 못하니 가슴이 매우 답답했다.
악수였다.
몇 십초만 참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천리안으로 하늘성소를 발견하긴 했지만 이미 흑완은 운룡을 타고 떠났다. 아차 싶은 얼굴로 부랴부랴 대장간을 건설하는 정명혁.
늦었다.
흑완을 태운 운룡이 정명혁의 본진 구석에 흑완 3기를 조용히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