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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40
<??? 뭐임? 똥싸고 왔는데 왜 S1이 1:0으로 지고 있냐? 이거 오타냐?>
<오타아님ㅋㅋㅋ 도재열 개발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세의 기적ㅋㅋㅋㅋㅋ>
<이승우가 손을 슥 드니 용혼이 반으로 갈라지더라.>
<크. 역시 갓승우. 오늘 제대로 신 인증ㅋㅋㅋㅋ>
<갓승우에 취한다~>
<1제단 > 3제단. 기적의 수학자 등판ㅋㅋㅋ>
<도재열 또 슬럼프 빠지겠넼ㅋㅋㅋㅋ 안그래도 멘탈 약한뎈ㅋㅋㅋ>
<아마 저 경기도 본인이 준비한 게 아니라 팀에서 시킨 걸걸? 근데 패배했으닠ㅋㅋㅋ>
<제대로 삐질거같음ㅇㅇ>
1제단으로 3제단을 이겼다.
빌드가 갈리는 것까지 보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댓글을 남겼다.
웬만해선 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엔 믿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금세 만들어져 올라 온 하이라이트 영상에 아무 말 없이 <ㅎㄷㄷ>만 적었다.
다시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완벽한 판단.
그리고 전투.
미리 합을 짜 놓아도 하기 힘든 플레이가 나왔다.
“좋았어!”
이재명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7:3, 아니 8:2 이상으로 기울 수 있었던 경기를 역전해 냈다. 이런 경기를 패하게 되면 S1은 기세가 쭉 빠진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형편없게.
그리고 그 기세는 고스란히 아스트로 쪽으로 넘어온다. 준비했던 계획대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공은 이승우에게 있다.
이승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을 거다.
모두가 상대하기를 두려워하는 선수.
방금 1경기를 통해 그 공포가 더욱더 증폭되었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심리적으로 크게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
<오늘 S1 또 묵사발 날듯ㅋㅋㅋㅋㅋ>
<슈퍼매치의 재림인가요?ㅋㅋㅋ 또 이승우한테 올킬 당하나요?ㅋㅋㅋ>
<그럼 제대로 흑역사 인증임ㅋㅋㅋㅋ 그래도 S1이 이영우한테 결승에서 올킬당한적은 없잖앜ㅋㅋㅋㅋㅋㅋ>
역대 최고의 프로게임단으로 불리는 S1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이번에도 패배하면 고개를 들기 힘들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회복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이 경기를 역전시키고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
후. 살았다.
짧은 순간 여러 스킬이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숨바꼭질]을 선택한 건 최선의 판단이었다. 하나의 스킬로 극대화된 효과를 내고 싶었다. 이미 포스와 패시브 스킬로 인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스탯을 높이는 것보다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킬을 쓰며 좋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때 떠오른 스킬이 [숨바꼭질]이다.
상대방 유닛의 체력을 볼 수 있는 스킬.
가운데로 파고들어 대열을 흩뜨리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상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아마 내가 이렇게 달려들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당황한 것이 용혼의 움직임에서 제대로 느껴졌거든.
혼비백산.
이 말이 제일 잘 어울린다. 공격도 씹히고 이동도 못하고 얼어붙었다. 도재열이 실수를 해 주는 바람에 보다 쉽게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 갈수 있었다.
도재열을 무시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상대가 김택윤이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당황하지 않고 유리한 언덕 고지를 점령한 후 역으로 내 용혼을 가뒀을 수도 있다. 김택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대규모 한 방 전투보다 순간 판단능력과 멀티 테스킹에 특화되어 있는 선수니까.
이게 선수 차이다.
마수전을 제외한 대규모 교전에선 도재열이 김택윤을 앞선다. 하지만 초반 소수 병력 교전과 마이크로 컨트롤, 다양한 마법을 동시에 써야 하는 마수전에선 김택윤이 도재열을 크게 앞선다.
도재열이 1세트같은 운영을 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던 건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도재열과 맞지 않는 옷이었으니까.
선봉이 김택윤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움직임이 아닌, 김택윤에 맞춰진 전술을 선택했겠지.
이게 신들의 전쟁의 묘미다.
같은 종족을 해도 선수에 따라 대처법이 다르다는 것.
성격이 경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스코어는 1:0.
큰 고비를 넘겼다.
소모 된 체력은 11%.
[진정한 올킬러]로 회복 된 체력은 10%.
겨우 1%밖에 체력 소모를 안 했다. 놀라서 스킬을 남발했다면 보다 힘든 2세트를 치렀겠지.
결승은 기세가 제일 중요하다.
기 싸움에서 지는 순간 끝이다.
무수히 치른 결승에서 배웠다. 그래서 도재열의 GG를 받자마자 밖으로 나가 그렇게 소리친 거다.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승리의 에너지를 팀원들에게 불어넣기 위해서.
결과는 대성공.
팀원들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철철 흐른다.
눈빛도 보다 강해졌다.
좋았어.
뒤가 너무 든든하다. 걱정이 없다. 뭐 다 올킬할 생각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내가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팀원들이 복수를 해 주겠지. 그리고 팀에 우승컵을 안겨 주겠지.
이제 걱정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도재열이 잡혔다.
S1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입조차 열기 힘들 정도로.
패배했다고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더 높다는 걸 모두 안다. 거의 잡은 경기를 역전당했기에 이렇게 된 것이다.
아무도 도재열을 탓하지 않았다. 그런 유리한 경기를 왜 역전당했냐고, 조금 더 침착하게 전투를 했어야 했다고 피드백을 제시하는 이도 없었다. 선수들은 그저 도재열의 경기가 자신의 미래가 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이재명 감독의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했다.
1세트가 끝나는 순간 S1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졌다.
이제 S1은 차봉을 내보내야 한다.
다른 팀에 가면 에이스를 맡을 만큼 뛰어난 선수들이 네 명이나 있지만 마땅히 내보낼 선수가 없다. 팀원들을 믿지 못하는 것보다 상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었다.
임형규?
거의 천적 수준이다. 제대로 경기를 잡아낸 기억이 없다. 다전제에서 한두 경기 따낸 걸 제외하면 모두 패배했다.
정명혁?
임형규가 다를 바 없다. 더군다나 상성 종족. 묵직한 한 방이 있는 선수라면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겠지만 정명혁은 견제로 경기를 풀어 가는 스타일.
이승우의 플레이와 상극이다.
오히려 멀티 테스킹 싸움에 휘말려 페이스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요즘 한참 잘나가고 있는 김영민은 어떨까?
양대리그 최연소 결승 진출에 이영우, 정명혁까지 4강에서 때려잡은 초특급 신예.
‘아직은 아냐.’
이기고 지는 것보다 준비한 판 짜기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레 경기 중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그걸 의도적으로 숨기고 경기를 풀어 나간다고?
그렇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절대 아니다.
차라리 안 나가는 게 낫다.
S1은 언제든 프로리그 결승에 오를 저력이 있는 팀이다. 역사가 그걸 증명한다.
최다 결승.
최다 우승.
오직 S1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다.
반면 개인리그는 많은 것이 따라야 한다. 프로리그 상위권이긴 하지만 우승권에서 벗어나 있는 화성의 이제운이나 GO의 임동원, 김재만, 웅인의 윤영태, 김연훈 등등 만만치 않은 적들이 도처에 있다.
뿐만 아니라 팀 내 에이스 라인과도 개인리그에서 만날 수 있다.
결국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있었다.
“택윤아. 네가 차봉으로 나서야겠다.”
처음 정했던 것과 달라지지 않았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운영이다. 즉흥적으로 했을 때 득이 될 때가 있고 실이 될 때가 있다.
임주혁 감독은 후자라고 생각했다.
****
S1의 차봉은 김택윤이었다.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김택윤 패배하면 더 이상 나갈만한 용족이 없다. 동족전을 하자고 정명혁, 임형규, 김영민 중 두 명을 포기할 순 없다.
남은 종족은 환국과 마수.
이승우가 지는 걸 보기 힘든 종족전이다.
그렇기에 김택윤의 어깨가 무겁다.
패배하면 이기기 정말 힘들어진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스트로에서 가장 무서운 건 이승우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이 허수아비라는 말은 아니다. 전 시즌이었다면 그런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아니었다. 박현우, 한민규의 환국 원투 펀치를 필두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전 시즌과 같았다면 지금처럼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유지하지 못했을 거다.
S1 선수단과 팬들의 간절한 염원과 함께 시작된 경기.
먼저 움직인 건 이승우였다.
“시발. 뭐 저런 게 다 있냐?”
“개 같다.”
S1 팬들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욕이 나올 정도로 이승우의 판단이 뛰어났다.
-이승우 진짜 소름 돋게 만드네요. 1세트에서 도재열이 썼던 빌드를 그대로 쓰고 있어요!
-머리 꼭대기에 있습니다. 적어도 이 빌드는 배제했을 거거든요!
도재열이 사용했던, 1제단 앞마당을 저격하는 빌드를 이승우가 꺼내들었다. 즉흥적인건지 미리 준비한 건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이승우의 빌드가 통했다는 거다.
거짓말처럼 김택윤은 1세트에서 이승우가 썼던 빌드를 선택했다. 지금 이승우의 빌드를 제외하면 모두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는 빌드.
그런데 하필 이승우가 3제단 찌르기를 택했다. 오히려 도재열보다 더 독했다. 현룡을 생산하지 않고 바로 지룡을 생각했다. 혹시 모를 변수조차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후…….”
최연규 코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일그러진 표정이 카메라에 잡히는 것이 싫어 고개를 숙인 거다. 선수 시절 괴물로 유명했던 최연규 코치다. 물량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길 즐기던 최연규 코치다.
이렇게 무기력한 패배를 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 심리전에서 완벽히 졌다. 자신이 유일하게 배제한 빌드를 이승우가 꺼내들었다.
이재명 감독의 주문이었을까?
아니다.
이승우가 즉흥적으로 생각해 냈을 가능성이 높다. 1세트처럼 완벽한 전투로 위기를 넘기길 바랐지만 헛된 기대에 불과했다.
도재열과 달리 이승우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1기의 용혼이 많은 걸 완벽하게 이용했다. 용혼을 잃고 앞마당을 내준 김택윤.
지룡을 이승우의 본진으로 보내며 일발역전을 노렸지만 이승우의 다음 수에 물거품이 되었다. 본진 용안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용혼과 지룡으로 김택윤의 본진 수비 라인을 뚫어 버린 것이다.
1기의 지룡과 용혼이 언덕을 지키고 있었기에 마음을 놓고 있던 김택윤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 이런 뚫기를 시도할 줄 몰랐던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판단.
살을 주고 뼈를 친다는 건 이런 것이었다.
용안 아무리 많이 잡아 봤자 본진 날아가면 소용없다. 본진까지 장악당한 김택윤이 GG를 선언했다.
이승우의 2킬에 관중석이 후끈 달아올랐다. 슬슬 불안한 마음이 드는지 엉덩이를 들썩이는 S1 팬들.
뒤이어 중견으로 임형규가 나왔지만 예열이 완벽하게 된 이승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조합된 병력 한 방에 허무하게 앞마당이 뚫리며 패배했다.
눈 깜짝할 새에 세 명의 선수가 당했다.
어느새 코너에 몰린 S1.
이제 최후의 1인이 모든 걸 역전해야 우승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