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8 Game No. 538 꼭꼭 숨어라 =========================================================================
Game No. 538
후. 다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 서슬 퍼렇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느끼고 있다.
물론 우리 팀도 다른 건 없었다. 상대 기세에 전혀 꿀리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절대 피하지 않는다. 모두 눈에 힘을 팍 주고 있다. 평상시 푸근한 표정으로 2군 애들을 위로하는 승대도 지금은 눈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S1 선수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결승전은 이미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모든 다전제가 그러하듯 1세트가 가장 중요하다.
위너스 리그는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선취점을 따내야 상대 선수에 맞게 저격 카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끌려가는 순간 상대의 판 짜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동족전이기에 전장 유불리는 없다.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도재열은 평상시 상대보다 자원을 한발 빨리 먹는 걸 좋아하는 선수다. 점점 격차를 벌리며 물량을 폭발시킨다. 도재열의 물량이 많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조금씩 자원을 더 많이 먹는다.
그리고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
오늘도 그런 움직임을 보일 것 같다.
결승전이라 평소와 다른 운영을 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그간 치러 왔던 경기가 입증한다.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갈고닦는 스타일.
도재열은 선수 생활 내내, 심지어 연습생 시절까지 그렇게 플레이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유지하던 걸 한순간에 바꿀 순 없다.
이에 맞춰 전체적인 틀을 정했다.
보다 자세한 건 눈으로 직접 보면서 맞춰갈 생각이다. 가능성이 낮은 거지 아예 배제할 순 없으니까.
정규리그에서 S1을 제치고 결승에 진출한 건 아무 의미 없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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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의 선수들의 기세가 상당합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습니까? 절대 물러날 수 없거든요!
-위너스리그 내내 1, 2위를 다투던 팀이 결승에서 만났습니다. 이제 정해야죠. 누가 최고인지!
-선수들이 내뿜는 기운이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잠시 잊고 있던 열정이 깨어나기 시작했어요!
-일단 엔트리는 아스트로가 정말 강수를 뒀습니다.
-굉장히 세죠. 무려 이승우를 선봉으로 내세웠습니다. 끝판 왕이 1라운드에 나온 꼴입니다.
-굉장히 승부수를 일찍 던진 거거든요? 굉장히 막강한 수이긴 하지만 만약 이승우 선수가 1킬도 못하고 물러난다? 그러면 최악의 한 수가 되고 마는 거거든요!
-용족간의 동족전은 언제나 변수가 있죠.
오늘 중계는 정수연 캐스터, 김정식 해설, 박용제 해설이 맡았다. 엄전김도 프로리그 중계를 하긴 하지만 메인은 OSL이다. 프로리그는 이들의 무대였다.
-한때 최고의 용족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용제 해설께서는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약간 어눌한 말투 탓에 팬들에게 해설로서 능력을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현역 당시 최고의 용족으로 활약했던 박용제 해설이다. 실력만큼 이론 역시 뛰어났기에 S1코치 시절에도 도재열과 김택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었다.
-용마전선을 얼핏 보면 지형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론 언덕 구조 빼고는 특별한 것이 없거든요? 전형적인 힘 싸움 전장입니다. 이 능선을 더 잘 활용하는 선수가 경기를 잡아낼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1세트 전장은 용마능선으로 이름처럼 중앙 확장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기다란 능선이 뻗어 있고 각 스타팅 앞마당 앞에도 능선이 하나씩 더 있어 가로나 세로 거리에선 총 3개의 능선을, 대각선에선 4개의 능선을 넘어야 상대 앞마당에 도착할 수 있다.
이처럼 기다란 능선이 군데군데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전투가 많이 벌어진다.
1세트 역시 용혼과 지룡 조합이 얼마나 이 능선을 잘 이용해 전투를 벌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확률이 컸다.
-현재 이승우 선수가 최고의 선수이긴 합니다만 동족전은 변수가 너무 많아요. 빌드가 갈리면 아무리 이승우 선수라도 당해 낼 수 없거든요? 아마 이런 점을 노리고 도재열 선수가 선봉에 나선 것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대진표가 발표된 순간 S1도 그냥 손 놓고 있지 않았겠죠. 대응책을 준비했겠죠! 한때 용족전 최강으로 불렸던 도재열 아니겠습니까? 한참 개인리그에서 이름을 날릴 때 택뱅도 다전제에서 다 꺾고 그랬습니다. 그때의 감이 아직 살아 있다면 가능성 없는 거 아니거든요!
도재열이 마수전에 약점이 있긴 하지만 환국전은 이승우에 버금갈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용족전 역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아스트로의 마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가 김승대다.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김승대는 A급이라고 할 수 없다.
도재열이 마수에게 약한 건 A급일 때의 이야기이다.
김승대를 제외하면 전부 용족과 환국 선수들이다.
준비한 운영이 제대로 발휘되기만 한다면 2킬 이상을 노려볼 만한 것이다.
물론 이승우가 선봉으로 나오면서 계획이 조금 흐트러졌다.
-자. 양 선수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결승전 1세트 전장! 용마능선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관중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어찌나 큰지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였다.
거리는 세로였다.
11시에 위치한 도재열.
5시에 위치한 이승우.
이러면 3개의 능선을 두고 경기가 진행된다.
-무난하게 1제단 이후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하는 이승우. 어? 도재열 선수 앞마당을 가져가는 대신 제단을 늘립니다?
-아. 도재열. 영리하게 해 주네요. 두 번째 용아는 아예 숨겨서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일단 이승우 선수도 두 번째 용아 찍긴 했지만 제단 숫자가 차이 납니다.
-상대가 확장 먹으면 그대로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거죠!
-용의 신전 타이밍도 같아서 용혼 압박 이후 지룡 압박까지 가 줄 수 있습니다!
빌드가 엇갈렸다.
1제단에서 2용아와 1용혼을 뽑고 용의 신전을 짓는 것까진 똑같았다.
갈라진 건 그 후였다.
앞마당을 가져간 이승우와 달리 맹공을 준비하는 도재열.
일단 빌드는 도재열이 이겼다. 정찰을 보낸 이승우와 달리 도재열은 아예 정찰조차 보내지 않았다.
초반 1기 일꾼의 차이는 크다.
제단이 몇 초라도 빨리 올라갈 수 있게 해 준다.
-도재열 선수 모험을 걸었습니다. 이런 운영 즐겨 사용하는 선수 아니거든요!
-만약 이승우 선수가 흑완을 선택했다면 도재열 선수는 꼼짝 없이 경기를 내주고 말았을 겁니다. 아예 정찰을 생략하다니.
-그만큼 최적화를 해 왔다는 겁니다. 공격 말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찰을 안 갔기 때문에 제단이 돌아가는 시간이 1초라도 더 빠릅니다!
-어차피 서로 무난하게 운영 가면 이기기 힘들다 이겁니다. 이승우가 흑완을 들고 왔어? 그럼 깔끔하게 지지. 뭐. 근데 그 밖의 것을 들고 나왔다? 그럼 내가 다 부술 거야. 어쨌든 용혼 숫자 많으면 아무리 이승우라고 꼼짝할 수 없으니까!
-판 짜기의 S1답게 아주 좋은 전략을 들고 나왔어요.
-이게 S1의 저력입니다. 평소 도재열이 절대 하지 않는 운영을 하고 있어요. 이건 이승우라도 예상하기 쉽지 않죠!
경기장이 술렁인다.
정확히 말하면 아스트로를 응원하는 관중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당장 병력의 수는 똑같다.
하지만 도재열의 2개의 제단이 추가 완성되는 순간 물량 차이가 벌어진다.
-이승우 선수 위기입니다. 3제단이 한 바퀴 회전했을 때 용혼 숫자가 차이나기 시작하거든요!
-이거 모르겠는데요? 이렇게 이승우 무너지면…….
뒷말이 생략됐지만 무슨 말인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이승우가 1킬조차 하지 못하면 위너스리그 2연패는 굉장히 멀어진다.
여전히 제단이 1개인 이승우.
더군다나 도재열이 용아로 입구를 단단히 막고 시작했기에 지룡을 바로 가기보다 현룡을 먼저 생산할 준비하는 이승우.
지금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제단이 완성됐어요. 바로 지룡을 생산하면 어떻게든 수비가 되는데 이승우 선수. 맞춰 갈 생각으로 현룡을 먼저 가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힘의 차이가 너무 납니다!
-공격적인 도재열! 수비적인 이승우! 무언가 상황이 반대로 된 것 같은데요?
-일단 3개의 제단에서 3용혼이 나오면서 6용혼이 될 때, 그때 이승우 선수가 어떻게 버티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여기서 무너지면 3용혼 추가됐을 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이승우라고 해도 이건 안 되는 겁니다!
-이제 용혼 차이가 납니다. 2기! 딱 제단 차이죠.
-그래도 내려가는 동선이 있어서 1기의 용혼이 추가 생산돼서 1기가 부족한 상황이 되거든요? 여기서 중요합니다. 시간 잘 끌어야 해요. 못 지키겠다 싶으면 앞마당 취소하고 바로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용혼 숫자 줄면 그대로 밀려 버리는 수가 있어요!
위기다.
이승우가 위기를 맞이했다는 걸 모르는 건 이승우밖에 없다.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남하하는 도재열의 용혼들.
반드시 이득을 거두겠다는 의지가 줄기줄기 뻗쳐 나왔다. 반면 이승우의 용혼은 천하태평이다. 일렬로 진영을 맞춰 서 있을 뿐이다.
전쟁을 준비하는 자와 까마득하게 모르는 자.
이대로 가면 결과는 뻔하다.
-여전히 제단은 하나! 늘어난다고 해도 겨우 2개입니다. 여기는 3개가 풀로 돌아가고 있어요!
-자! 그래도 아까 정찰 보냈던 용안이 다시 올라가다가 용혼 내려오고 있는 거 봤거든요? 바로 반응해아죠.
-이승우 선수 쯤 되면 느낄 겁니다. 아. 내가 헛짚었구나. 이제라도 대처해야 합니다!
이 경기의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미느냐?
막느냐?
아무래도 밀 확률이 더 높다.
당장 용혼의 숫자가 1기 더 많았으니까.
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지금은 1기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2기 차이가 되고 그보다 더 빨리 3기 차이가 된다.
그걸 이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기다리기보단 먼저 움직이기로.
이게 악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신의 한 수가 될 것인가?
모든 건 두 선수의 움직임에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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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찔렸다.
아주 제대로.
김택윤이 아니라 도재열이 이런 수를 들고 나왔을 줄이야.
도재열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심지어 본인의 결승무대조차 무난하게 준비했다가 3:0으로 당한 선수가 도재열이다. 그런 도재열이 이런 승부수를 들고 나올 줄이야.
평가는 여기까지.
다시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답을 구해야 한다.
어떻게?
아주 잘.
이렇게 자신 있게 용혼이 내려온다는 건 적어도 3개 이상의 제단을 올렸다는 거다.
3제단인지 4제단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건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거다.
적어도 지룡이 나올 때 까진.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동시에 머리도 회전했다.
지금 어떤 스킬을 써야 나한테 도움이 될까?
당황해서 여러 스킬을 동시에 남발해선 절대 안 된다. 무리하게 스킬을 사용해 체력이 소모되면 다음 경기에 지장이 생긴다. [진정한 올킬러]가 있긴 하지만 1킬로 회복되는 체력은 10%에 불과하다. 다음 경기까지 생각한다면 절대 무리할 수 없다.
어떤 스킬을 쓸지 정했다. 지금은 능력치를 올려 주는 스킬은 무의미하다. 이미 다른 것들로 수치가 한껏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스킬은.
[alt키를 누르면 현재 화면에 들어와 있는 유닛의 체력 바가 유닛 위에 나타납니다. 총 7번 사용하실 수 있으며 지속 기간은 5초입니다.]
[숨바꼭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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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보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