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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37
그 전에 프로리그에서 먼저 맞붙을 수도 있다.
위너스리그 결승 대진 역시 아스트로와 S1이었으니까.
저번 시즌부터 개인리그, 프로리그 구분할 것 없이 계속 부딪치고 있다.
결과는 모두 아스트로의 승.
S1 입장에서 약이 바짝 오를 만하다. 전까지 라이벌이라곤 CT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아스트로가 등장해 버렸다. 그래도 CT는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는데 아스트로에겐 항상 지기만 한다. 라이벌이라는 말을 붙이기 부끄러울 정도다.
슈퍼 에이스인 이승우의 존재가 컸다.
도저히 꺾을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영우를 보며 모두가 그랬다. 역대 최강의 프로게이머라고.
이보다 강한 선수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그런 사람들의 입을 한 번에 다물게 한 선수가 이승우다.
이영우가 3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단 1년 만에 따라잡았다. 그마저 이제 역적하려고 한다. 역대 최고의 커리어를 보유하려고 한다.
혼자 경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뒤에 이승우가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 다른 팀원에게 힘이 된다.
지고 있어도 어떻게든 에이스 결정전까지만 경기를 이끌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꽤 많았다. 그렇기에 아스트로 선수들은 악착같이 경기를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6세트 전에 경기를 끝내 버리기도 했다.
다른 팀 입에서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승우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치솟고 있다.
작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이보다 나은 성적은 나오기 힘들 거라는 전문가들의 평을 받았던 이승우.
근데 아니었다.
아직 올라갈 곳을 더 남아 있었다.
작년보다 높은 승률.
신의 경지에 오른 경기력.
프로리그, 개인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며 활약상을 이어나갔다.
이런 이승우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아스트로는 위너스리그 결승전에 이승우를 선봉으로 내놓는 초강수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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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리플 한번 살벌하네.”
“그러게요. 대놓고 원맨 팀이라고 적었네. 치사하게 팩트를 들고 나와?”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그래도 이렇게 돌직구 맞으니까 마음이 아프네요.”
위너스리그 선봉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커뮤니티에 불이 붙었다. 나를 찬양하는 리플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선을 넘은 리플들이 보였다.
아스트로에 이승우밖에 없어서 그런 거라느니, 다른 팀원은 미덥지 않다느니, 배수진 작전이라느니.
이 정도는 양반이다.
아예 욕을 적어 놓은 사람도 있었다.
다른 팀원들이 보면 기분 상할 만한 이야기만 쏙쏙 적어 놓았다. 그들이야 순간의 감정에 의해 툭툭 던지고 금세 잊고 말겠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 가슴 속에 인이 박혀 버린다. 원하지 않는 순간에도 불쑥 떠오르고 그런다.
왜 이렇게 잘 아냐고?
불과 1년 전에 겪은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생각보다 팀원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 같다. 적어도 겉으로 느끼기엔 그렇다.
아마 이 리플들이 그렇게 와 닿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다. 정말 이런 작전을 우리가 짰다면 격한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선봉으로 나선 건 리플들처럼 얼렁뚱땅, 그냥 내가 잘하니까 나가서 다 이기고 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
그러면 감독이 왜 있고 코치가 왜 있는가?
그냥 선수들끼리 알아서 하면 돼지.
엔트리는 오랜 회의 끝에 결정된 것이다.
그 회의에 선수들도 모두 참가했다.
미리 발표되는 엔트리를 통해 상대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감독님께선 내 이름이 선봉에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 S1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초반 기세부터 앞서고 시작하는 것이다.
절대 팀원들이 팔짱 끼고 뒤에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 임무를 맡았다. 필살기성 빌드를 하나씩 준비했다.
승대는 용족 저격 빌드를, 연호는 환국 저격 빌드를, 현우 형은 마수 저격 빌드를 준비했다.
오랜 기간 전장에 맞춰 준비한 전략들이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만들어 냈다. 나라도 모르고 당하면 꼼짝없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아주 완벽한 전략들이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모든 상황에 맞춰 연습을 진행한 후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가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 저격용 빌드.
무조건 한 번은 통하는 전략들이다.
일단 모두 상성전이라 1승을 거둘 확률이 매우 높다. 다른 팀원들 역시 하나씩 필살기를 장착했다.
오늘을 몇 주를 고생했다.
우리의 작전이 성공하려면 최소 내가 1킬을 해 줘야 한다. 그래야 그에 맞는 선수를 후발주자로 내보낼 수 있으니까.
2킬하면 좋고. 뭐 내친김에 올킬까지 해 버리면 더 좋고.
가장 최악의 상황은 내가 1킬도 기록하지 못하고 패배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계획이 꼬여 버린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도록 반드시 승리를 거둘 거다. 팀원들의 짐이 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으니까.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우승하고 싶다.
한 번은 운이 좋아서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부터는 실력이다.
2회 연속 우승을 해 역대 최강의 팀이라는 타이틀을 아스트로 앞에 넣고 싶다.
1세트 상대는 도재열.
S1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용족으로 저격을 하려는 거다. 어찌 보면 지금 낼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수다. 용족간의 대결은 언제나 의외성이 크니까.
위치에 따라, 정찰 운에 따라 경기 양상이 아예 바뀌어 버린다.
4제단 용혼과 패스트 흑완처럼 아예 빌드가 갈려 버리면 아무리 나라도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감독님도 그 점을 힘주어 말씀하셨다.
꾸준한 정찰.
그리고 전투력.
이 둘로 경기를 잡아낼 것이다.
****
“선봉이 이승우라…….”
“까다롭게 됐네요.”
이재명 감독의 예상처럼 S1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승우가 선봉이라면 작전이 무의미하다. 전체적인 판 짜기를 할 수 없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이승우부터 얼른 치워야 한다.
“우리가 뭘 가장 어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는 거지.”
예상 못했다.
이승우를 뒤로 둘 줄 알았다.
다른 선수들로 간을 본 후 중견이나 대장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초반부터 이리 강수를 뒀을 줄이야.
나름 도재열로 한민규나 박현우를 저격하려 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임주혁 감독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장 순서를 살폈다.
이렇게 된 이상 초반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이승우가 2킬 이상하게 가만히 두면 안 된다.
“형규보단 재열이나 택윤이가 나가는 게 좋겠죠?”
“그나마 그게 베스트지.”
보통 용족을 저격할 때 마수를 많이 준비한다. 종족 상성이 가장 크게 벌어져 있는 종족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우를 상대론 예외다.
그렇게 할 수가 없다.
1승을 그냥 떠먹여 줄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이승우의 마수전은 사기에 가까웠다.
현재 최강 마수라 불리는 임형규조차 못미더운데 S1 마수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따라다니는 다른 선수를 내보는 건 더욱더 말이 안 됐다.
처음엔 임형규로 이승우를 한 번 더 저격해 볼까 생각했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앞서 말했듯 임형규는 요즘 최고라 불리는 선수다. 이승우만 아니라면 누굴 만나도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임형규다.
결코 이승우에게 쉽게 제거되면 안 된다.
결국 답은 동족전이었다.
빌드에 따라 가장 많은 변수가 생기는 용족간의 동족전.
여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재열이랑 택윤이, 둘 중 한 명만 이승우를 잡아 주면 이번 결승 이길 수 있을 거다.”
위너스 리그 후반부터 두 용족 선수의 폼이 올라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김택윤의 활약 덕에 손쉽게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영민이는 정말 안 쓰실 건가요?”
“지금까지 계획은 그래. 가서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위너스리그는 정규 리그와 달리 선봉 엔트리만 제출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임주혁 감독은 김영민을 결승전에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선택과 집중.
보통 S1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개인리그보다 프로리그에 선수를 내보낼 때 쓰는 말이었다. 이번엔 반대로 해석했다. 그래도 S1의 기본 운영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었다.
현재 김영민은 양대리그 결승전에 진출해 있다.
상대는 이승우.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 여기에 위너스리그 결승전까지 얹을 순 없다.
패배했을 때 사기 떨어질 수도 있고 전략 노출 같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과감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 사실은 일단 모든 팀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공표하진 않았다. 그건 바보 같은 짓이다. 상대방이 엔트리를 짜는 데 훨씬 수월해지니까.
“어렵구나. 어려워.”
선봉에 이승우가 대놓고 딱 나와 버리니 손 쓸 방도가 없다.
‘1, 2세트에 모든 걸 걸어야겠군.’
도재열과 김택윤.
두 선수에게 결승전 운명을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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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위너스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찾았다. 3만 명 이상의 팬이 결승 무대를 찾았다. 지금 이 스포츠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작년 위너스 리그가 MBS게임 주관으로 치러졌기에 이번 시즌은 온게임TV 주관으로 결승 무대가 꾸며졌다.
행사에 이어 사전 인터뷰까지.
무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기에 차고 넘쳤다.
선봉에 나서는 이승우를 향한 질문이 쏟아졌다. 개인리그 양대 결승에 올라있는데 선봉 출전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결승이라도 특별하지 않습니다. 저한텐 모두 똑같습니다.
라는, 현재 시대를 지배하는 선수다운 답을 내놓았고 오늘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을 땐.
-S1이 지긋지긋하게 우승했었잖아요? 이제 그 자리를 저희가 대신하겠습니다. 피곤할 텐데 선봉 올킬로 깔끔하고 빠르게 경기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른 선수가 이랬다면 건방지다며 욕을 먹었겠지만 이승우의 입에서 나오니 무게감이 달랐다.
진짜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승우의 도발에 최연규 코치의 몸이 들썩였다.
선수 시절 이런 도발을 그 누구보다 많이 했던 그다.
이렇게 역으로 당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S1도 반격에 나섰다.
이승우만 이기면 무조건 이긴다는 마인드로 왔다는 말을 시작으로 어차피 다른 선수들은 자신이 없어 이승우 뒤에 숨어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한 도발을 시전했다.
최연규 코치와 달리 경험이 부족한 아스트로 선수들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그 와중에도 이재명 감독은 냉철함을 유지했다.
가운데 중계진을 두고 설전을 내뱉는 아스트로와 S1.
사납고 거친 기운이 무대를 지배했다. 서 있는 것만으로 피부가 따가울 정도였다.
그 모습에 PD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분위기를 원했다.
치열한 전장과 같은.
이 자체만으로 기대가 증폭된다.
그렇게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신경전을 벌인 양 팀이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드디어 위너스 리그의 왕좌를 가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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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 고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