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6 Game No. 536 최고가 될 때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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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문을 여는 순간.
“8회 연속 결승 진출자다!”
“진출자가 나타났다!”
“진짜다! 진짜다!”
팀원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얼마전에 본 영화 좀비 떼가 생각나는 광경이다. 20대, 그 것도 시커먼 남자들이 뛰어오니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뭐...뭐야?”
나도 모르게 방어자세를 취했다.
“와. 경기 완전 대박이던데?”
현우 형의 칭찬이 가장 먼저 나왔고.
“으. 제가 그거 당했다면 진짜 잠 못잘 것 같아요. 형 얼굴 보기도 싫을 듯.”
이건 승대의 말.
그리고.
“역시 잘 배웠구나. 내가 연습실에서 알려준 전략 그대로 써먹었네.”
연호의 헛소리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MSG를 아주 팍팍 치는구나. 연호가 전략 연구에 도움을 준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틀과 운영은 내가 만들었다. 근데 마치 자신이 다만든 것 처럼 말하다니.
저 입은 어떻게 하면 틀어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이.
“오늘 오랜만에 회식이나 하자!”
감독님이 입에서 폭탄 선언이 나왔다.
“우오!! 회식!! 회식!!!”
“치킨이다! 치킨!”
“족발! 족발! 나에게 고기를!”
미쳐 날뛰는 팀원들. 오직 현우 형만이 차분하게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도 수코님조차 팀원들 점프 의식에 합류해계셨다.
오늘 경기를 끝으로 7월 30일까지 우리 팀은 경기가 없다. 위너스 리그 포스트 시즌이 치러지지만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이미 결승 진출한 상태니까.
이래서 기를 쓰고 1위로 위너스 리그를 마치려고 한 거다. 2위 팀보다 최소 2경기, 최대 3경기를 적게 치른다. 최악의 경우 2위를 차지했어도 결승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온 팀에게 패배할수도 있으니까.
그런 변수를 아예 차단하려면 1위로 결승 직행하는 것이 답이다.
거기다 빌드도 아낄 수 있다.
대회용 빌드. 필살기성 빌드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포스트 시즌에 돌입한 팀들은 빌드를 아낄 틈이 없다. 당장 올라가는 게 급선무니까. 1승 빌드 아껴봤자 준 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면 말짱 황이다. 그 운영이 다음 시즌에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 상대 선수 스타일에 맞춰서 만들어온 빌드기 때문이다. 그 전장이 다음 시즌에도 또 쓰인다는 보장도 없고.
그냥 1등으로 올라가는 게 장땡이다.
“네네. 여기 후라이드 3마리랑 양념 3마리 가져다주세요. 네네. 결제는 카드로 할게요. 네.”
“족발 특대 2개요. 네. 거기 맞아요. 아. 카드 결제할거예요.”
“네네. 맞아요. 빨리 가져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모습에 우리가 팀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30분이 지나자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많은 음식이 거실에 모였다.
“위너스리그 결승전과 승우 양대 결승전 끝나면 제대로 한 번 휴가갈테니까 하고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자.”
“감독님. 이 정도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은혜가 가득한데 만족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맞아요. 으. 냄새. 아니 향기. 미치겠네요.”
나를 제외하면 7월 30일 위너스 리그 결승이 끝난 후 한 달 간의 휴가가 주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재정비 기간.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이런 휴식도 반드시 있어야한다.
중간에 게임단 단합대회도 한다는 것 같았다. 한 여름에 단합대회라 걱정했으니 다행히 실내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끼리 으쌰으쌰하는 걸 넘어 팬들까지 초정해서 제대로 한다고 하던데.
벌써부터 걱정된다.
좀 심하게 몸치거든.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자. 다들 잔 들어. 술 한 잔 하고 싶지만 애들도 있으니 음료수로 하자.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하여!”
“위하여!”
걱정은 그때가서 해도 늦지 않지!
일단 지금은 먹고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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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배 터질 것 같다.”
“....안 터지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다음부턴 자제해라.”
뒤뚱뒤뚱 걷는 연호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난 친구를 벌써 잃고 싶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는거야.
“승대 페이스에 맞춰 먹은 게 실수였어.”
“그걸 이제 알았냐?”
연호는 오늘 큰 실수를 저질렀다. 승대와 나란히 앉아 회식을 즐긴 것.
연호는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지만 승대는 아무렇지도 않다. 후식까지 즐겼다. 그 모습에 연호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아. 도저히 못눕겠다. 잠깐 한 바퀴 돌다 와야겠다.”
운동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연호가 이런 결정을 내릴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먹은거야? 뒤뚱뒤뚱 걸어가는 연호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래. 잘 다녀와. 넘어지면 어디까지 굴러갈지 모르니까 조심하고.”
“그거 나 걱정해주는 거 맞는거지?”
“당연하지!”
“....믿으마.”
말과 다른, 신뢰감이라고는 1g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을 마지막으로 연호가 방을 나섰다.
그나저나 승대 참 대단하다.
은퇴하고 갈 길은 이미 정해져있다.
푸드 파이터!
이거 욕인지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지금보다 더 크게 성공할 것 같다.
방에 혼자 남았다.
이젠 조용한 것이 더 어색하다.
아까 받은 포인트나 정리해야겠다.
이번에도 스킬 포인트 30개와 스탯 포인트 100개를 받았다.
그 전에 남았던 것 까지 포함하면 스탯 포인트는 104개, 스킬 포인트는 44개가 남아있다.
많은 것 같지만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신나게 찍을 새도 없이 금세 동나버리니까.
답이 정해져 있는 스탯부터 분배했다. 모두 다 포스로 가버렷!
64개의 스탯이 사라지고 포스 스탯이 70이 됐다.
변화는 없었다.
그저.
[이제부터 스탯 포인트 9개가 필요합니다. 계속 투자하시겠습니까?]
이런 창이 한 번 더 떴을 뿐이다.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진짜 도둑놈이네?
언제까지 올라가나 했더니 10단위로 계속 올라갈 모양이다. 이 기준이면 80이 되면 10개가 필요하고 90이 되면 11개?
100이 넘으면 우승을 해도 10조차 못 올리는 상황이 나올 것 같다. 5는 올리려나?
그래도 확실한 보상이 따르니 꾹 참고 다 투자!
그 결과 포스가 74가 되었다. 모든 스탯이 100을 넘는데 이 것만 이렇게 낮으니 어색하게 보였다.
황새 모임에 뱁새가 앉아 있는 느낌?
어느새 멘탈 스탯까지 모두 100을 넘겼다. 처음만 해도 진짜 형펀 없었는데...
스탯 포인트로 올린 것이 아니다 더 뿌듯하다.
감상은 여기까지.
이제 스킬 좀 찍어볼까?
스킬 포인트는 총 44개.
2개, 많으면 3개의 스킬을 MAX까지 찍을 수 있는 양이다. 이번에 생긴 스킬은 [헝그리 정신]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진 포함 두 군데서 자원을 채취할 때까지 능력치와 스킬 효과를 향상 시켜주는 스킬이다. 세 번째 자원 채취 구역이 생기는 순간 효과를 받지 못한다.
최근 10경기 동안 트리플을 가져가지 않고 경기를 펼쳐 얻게 된 것이었다.
상당히 좋은 스킬이다.
종족전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크다.
빠르게 확장을 먹는 스타일이 아닌, 초반 승부수를 던질 때 굉장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초반 10분 내에 승부를 본다면 그 효과가 극대화되겠지.
고민할 필요 없다.
바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헝그리 정신]을 MAX로 만들어줬다.
[본진을 포함 2개 이하의 장소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으면 능력치와 스킬 효과가 20% 상승합니다. 단, [폭풍]은 [헝그리 정신]의 효과를 받지 않습니다. 세 번째 확장 지역이 생기는 순간 스킬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20%라.
이 정도면 만족한다.
스탯을 올려주는 거보다 스킬 효과까지 20% 상승시켜줬으니까. 역시 이번에도 [폭풍]은 예외였다.
이제 남은 스킬 포인트는 29.
생각해둔 스킬이 있긴 하다.
[환국전 스페셜리스트]와 [지뢰쪽박].
어차피 양대 결승전 모두 무조건 환국을 만난다. 선수는 바뀔 수 있지만 종족전은 정해져있다.
[환국전 스페셜리스트]는 마수전처럼 환국전 스탯이 100이 되는 순간 생겼다. 당장 환국을 만날 일이 없어 미처 투자하지 못했던 스킬이다.
슬슬 투자할 때가 됐다.
현재 용족전 능력치는 97. 조만간 [용족전 스페셜리스트]도 생기겠지.
[지뢰쪽박] 역시 환국전에서만 능력을 발휘하는 스킬이기에 뒤로 미뤘던 스킬이다. 더 이상 미룰 필요 없다. 양대 결승에서 환국을 만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스킬이 어디 있단 말인가?
두 스킬을 전부 MAX까지 찍고 난 후 남은 스킬 포인트는 겨우 2개.
훅 빠져버린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보니 허망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 것도 잠시. MAX로 가득 찬 스킬창을 보니 뿌듯함이 차올랐다.
기본 준비는 끝났다.
이제 결승전을 위한 판을 짤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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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역대 최초로 4회 연속 결승 진출이란 대기록을 쓴지 2주가 흘렀다.
그 사이 양대리그 결승 대진이 완성되었다.
놀랍게도 같은 대진표였다.
이승우와 OSL, MSL 우승 타이틀을 두고 결승을 치르게 되는 선수는 김영민이었다.
역대 최연소 결승 진출을 1년 이상 앞당겼다. 그전까진 이영우가 중2, 만 14세의 나이에 OSL 결승에 진출했었다.
그 기록을 김영민이 갈아치웠다. 하지만 아직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김영민이 깬 건 최연소 결승 진출뿐이다. 아직 최연소 우승자 기록은 이영우가 지니고 있었다.
임주혁 감독과 최연규 코치의 장외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OSL 4강.
김영민이 정명혁을 3:1로 잡아내며 임주혁 감독이 판정 승을 거뒀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판짜기가 너무 뛰어났다.
그간 임주혁이 머릿속으로만 그려오던 운영이 김영민의 손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엄청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환국 위의 환국이라고 해야할까?
정명혁이 무엇을 할 지 완벽히 아는 것 같았다. 대 정명혁 전 최적화 빌드와 운영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그러다보니 매 경기 시작부터 두 수 이상 앞선 채 시작했다.
정명혁이 매우 뛰어난 선수이긴 하지만 이렇게 초반을 먹힌 상태에서 역전을 하는 건 매우 힘이 든다. 이건 이승우라 해도 다를 바 없다.
더군다나 가장 역전이 나오기 힘들다는 환국 간의 동족전이다. 천자총통의 화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한 번 라인을 제대로 잡아버리면 뚫어내는 것이 너무 힘들다.
발가벗겨졌다.
숨을 곳은 없었다.
한 경기를 잡아내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경기를 승리한 김영민은 최연소 결승 진출자이자 이승우에 이어 진 로열로더에 도전하는 선수가 되었다.
이 기세는 MSL까지 이어졌다.
임주혁 감독의 전략에 최연규 코치의 단단함이 더해졌다. 이제 둘로 갈라질 필요가 없었다. 상대는 이영우. 이제 힘을 모아 S1의 재앙으로 불리던 이영우를 무너뜨려야한다.
대진만 놓고 봤을 때 김영민에게 행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MSL 4강 역시 환국을 만났으니까.
정명혁전을 준비하느라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환국전을 파고 들었다. 당장 감만 보면 김영민이 이영우보다 나았다. 그리고 상대한 정명혁 역시 이영우에 전혀 밀리지 않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밀리는 건 오직 우승 커리어 뿐이었다.
임주혁 감독과 최연규 코치, OSL 4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정명혁까지.
전설들이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는 지금 김영민이 이영우에게 꿀릴 건 하나도 없었다. 실제로 경기로 증명해냈다.
3:2.
힘겨운 승리였지만 승리는 승리였다. 2:1로 밀리고 있던 4세트에서 과감하게 센터 2병영 러시를 시도했다. 마수전을 제외하곤 거의 나오지 않는 빌드.
설마 2:1로 밀리는 중에 이런 빌드가 나올거라 생각못했던 이영우는 도감 더블을 선택했다.
완벽하게 빌드가 엇갈린거다.
이영우가 환국의 신이라고 해도 일꾼으로 다수의 궁병을 잡아낼 수 없는 노릇이다.
단숨에 스코어가 2:2가 되었다. 3세트 경기 시간의 10분의 1도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임주혁 감독이 추천해줘 사용한 것이라며 공을 돌렸지만 들키는 순간 탈락하는 상황에서 그런 올인 빌드를 사용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왠만한 선수들은 주저한다.
하지만 김영민은 주저하지 않았고 승리를 쟁취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5세트에서 승리를 거두며 당당하게 양대 결승에 동시에 진출한 것이다.
가장 최근 진 로열로더를 달성한 자와 새롭게 진 로열로더에 도전하는 선수의 대결.
두 번 중 한 번만 이겨도 새 역사가 써진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이승우.
작게는 개인리그 결승 상대이긴 하지만 크게는 S1의 적이기도 하다. 그간 이승우가 S1의 앞길을 막은 것이 도대체 몇번인가?
프로리그, 개인리그 할 것없이 S1을 무너뜨렸다.
이제 그 복수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