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4 Game No. 534 집에 빨리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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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있었지만 모두 넘겼다.
후.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두면 보는 입장에선 재미있을지 몰라도 하는 사람 입장에선 속된 말로 똥줄이 제대로 타들어간다.
그래도 이겼으니 이렇게 웃을 수 있는거겠지.
어쨌든 원했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2:0.
그리고 3세트 전장 청풍.
청풍은 경기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초반 날빌 혹은 초장기전 반 땅 싸움.
아주 극과 극으로 갈리는 거지.
2인용 전장이 다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유독 청풍에서 많이 발생한다.
날빌을 시도하기 좋은 지형과 반으로 선을 그을 수 잇는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진이 넓어 본진 안에 지어진 몰래 건물에 당할 수도 있고 3시, 9시 구석이나 앞마당으로 이어지는 샛길 언덕에 지어지는 전진 건물을 활용한 전략적인 플레이에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연출된다.
진짜 청풍에서 펼쳐진 경기를 다모아보면 날빌이란 날빌은 모두 볼 수 있다.
날빌 종합 선물세트라고 해야 하나?
간혹 경기를 펼치는 양 선수가 동시에 날빌을 시도해 엘리전으로 가는 엽기 경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초반에 피 터지는 전장이지만 무난하게 경기 중반을 넘어가면 서로 공격을 들어가기 힘들다.
나도 제대로 겪었다.
김영민 전을 통해서 말이지.
초장기전과 날빌.
모두 겪었다.
거기다 무승부까지.
단 하루 만에 청풍 완전정복을 해버렸다.
오늘도 테마를 준비해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지 않아?
경기 질질 끄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거 알잖아?
당연히 내가 준비해온 테마는 날빌이다. 어덯게보면 날빌은 내 근간이다. [날빌러]로 양대리거가 됐고 우승을 차지했으니까.
한동안 잊고 있었다.
오늘 오랜만에 [날빌러]까지 쓸 생각이다.
오랜만에 찾아와 반갑다며 [지금 이 순간]까지 발동시켜 줬으면 좋겠네.
이건 너무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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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입니다. 2:0! 벌써 스코어가 2:0으로 달아났어요!
-저번주에 임형규 선수가 이승우 선수에게 3:0으로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이제운 선수마저 그렇게 무너지고 마나요?
-경기 운영이 너무 완벽합니다. 흠잡을 곳이 하나도 없어요. 모든 화면을 보고 있는 중계진보다 오히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합니다. 이런 선수를 어떻게 이긴단 말입니까?
말이 필요없다.
이 시대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경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리쌍?
이영우?
이젠 이승우에게 안 된다.
혼돈에 빠졌던 최강자의 자리가 윤곽을 점점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 이제운 선수와의 경기도 모두 본진과 앞마당 자원만으로 끝냈습니다. 조합을 갖추고 그 조합의 힘을 잃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굳이 많은 자원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운 선수 머리가 많이 아프겠는데요?
-답이 없어요. 답이 없는 시험 문제를 푸는 기분일 겁니다. 그간 어려운 상대를 많이 만났지만 어쨌든 답이 있긴 했거든요? 근데 이승우는 없습니다! 완전무결해요!
-더군다나 3세트 전장은 청풍입니다. 청풍! 이승우가 가장 좋아하는 전략적인 전장!
-이제운 선수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1:1은 만들어 놨어야하거든요. 근데 2:0, 코너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 2:0이기고 있는 이승우가 전략적인 전장에서 보여주는 파괴력을.
-이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심각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확실히 시간이 길어지고 있죠? 벌써 10분이 지났는데 아직 이제운 선수가 부스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승우는 진작부터 부스에 앉아 손을 풀고 있었다.
표정이 좋다.
2:0으로 앞서고 있으니 그럴수 밖에 없다. 자신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곳에서 드러난다.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
이 자체가 상대방에게 압박을 심어줬다.
폭군이라 불리는 이제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형규에 이어 이제운까지. 이 두 선수가 4강에서 3:0으로 무너진다는 건 마수로 이승우를 다전제에서 잡는 건 거의에 가깝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냥 불가능 한겁니다! 마수에게 재앙이에요. 재앙! 김택윤보다 더 큰 재앙입니다.
이제운, 쌍림, 삼김.
마수를 대표하는 강자들이다.
쌍림 중 일인인 임형규가 먼저 무너졌고 역대 최강 마수라 불리는 이제운도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임형규와 이제운의 현재 페이스가 좋지 않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근데 그 것도 아니었다.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서로가 서로만 안 만나면 무조건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용족전은 두 말하면 입아프다.
올해 용족전 승률 1,2위가 이 두 선수다.
이승우만 아니었다면 앞자리가 7이 아니라 8이 되었을거다.
이대로 경기가 이승우의 승리로 끝나면 마수 팬들은 좌절에 빠질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5분 후 이제운이 부스로 들어섰다. 두 눈을 감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스스로에 대한 다짐 그리고 기도가 섞여 있었다.
-자. 양 선수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3세트 경기! 청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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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내 위치는 7시.
이제운의 위치는 자연스레 1시가 되겠지.
첫 번째로 생산 된 용안을 바로 1시 쪽으로 보내며 [날빌러]를 사용했다.
그 순간.
[스킬 [날빌러]의 연계형 스킬 [지금 이 순간]이 발동되었습니다.]
어라?
정말 [지금 이 순간] 발동 하는거야?
와.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진짜 이렇게 발동할 줄 몰랐다.
누가 보면 짠 줄 알 정도로 절묘한 타이밍이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달라고, 잘 봐달라고 그러는건가 싶을 정도다.
자. 이렇게까지 날 위해 일해주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지.
가볍게 승리를 거둬 너의 공이 사라지지 않게 해주마.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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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갑니다. 나가요. 용안이 나가고 있어요!
-위치를 말하려는 찰나에! 용안이 나가네요.
-이게 이승우죠. 이기고 있다고 절대 방심해선 안 됩니다. 지고 있을 때도, 이기고 있을 때도 이승우의 공격을 조심해야합니다!
-과연 이번엔 어떤 전략을 들고 왔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역시 평범하게 경기를 하지 않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팬들을 즐겁게 해줄 줄 아는 선수예요!
지금 용안이 나간다는 건 무난한 빌드가 아닌 대회용 빌드를 따로 준비해왔다는 소리다.
대회용 빌드는 필살기다.
상대가 모르면 100% 통하는 전략.
그렇기에 대회용 빌드는 일회성에 가깝다.
처음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하지만 두 번째부턴 급격히 힘을 잃는다. 대처법을 상대방이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대회용 빌드를 만드는 건 굉장히 오래 걸리지만 대처법을 찾는 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이 소모 된다.
지금처럼 2:0으로 이기고 있다면 굳이 대회용 빌드가 아닌, 무난한 운영을 하는 것이 괜찮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러지 않았다.
-이런 점이 이승우를 무적으로 만들어주는거죠.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승우의 모습에 다음에 만나는 선수는 초중반 올인을 대비 안 할수가 없습니다. 그걸 이승우 선수도 알죠. 그럼 굳이 올인할 필요 없습니까? 무난하게 가면 그 자체가 상대방에게 손해가 되는 겁니다.
심리전.
당장 만나는 선수 뿐만 아니라 앞으로 만날 선수들에게 모두 심리전을 걸고 있다.
이것이 포스고 카리스마다.
-아주 시원시원하게 올라갑니다.
용안이 자리 잡은 곳은 이제운의 앞마당 구석이었다.
절묘하게 군주의 시야를 벗어났다.
아마 여기까지 연구를 해서 나왔을거다. 어느 타이밍에 용안을 보내야 군주에게 들키지 않는지. 군주가 날아오는 시간을 전부 계산한거다.
-이런 플레이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진짜 혼쭐납니다. 이거.
-일단 본진에서 마견숲을 빠르게 올려주는 이제운.
-이건 이승우의 선제단이 너무나도 무서워서 하는 선택입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준비해온 건 용광포 러시거든요? 오히려 앞마당에 일벌레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할 수 있습니다.
용광포 러시.
자주 나오지 않는 전략이다.
마수들에게 내성이 생긴 전략이니까.
하지만 제대로 허를 찌르면 순식간에 경기를 장악해버릴 수 있다.
이승우 역시 용광포 러시를 사용해 마수에게 승리를 거둔 기억이 종종 있었다.
이제운의 앞마당 철광 뒤편에 솟대가 소환될 때 쯤 이승우의 본진에서 용안 1기가 추가로 나갔다.
날아오는 군주에게 이게 첫 번째로 내보내는 정찰 용안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주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 군주가 앞마당을 지나며 전진 건물을 발견한 후 일벌레를 전투에 동원했을 때 힘을 보태려는 것도 있다.
-마견숲을 빠르게 짓긴 했지만. 아. 이거 앞마당의 일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어요. 이러면 용무관 건설되거든요!
-용무관까지 소환되었어요. 이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승우도 승부수 던진 겁니다!
지금 이승우의 용광포 러시는 올인에 가깝다.
자신의 앞마당에 용무관을 소환한 후 용광포 러시를 하는 건 올인보단 견제에 가깝다. 실패하더라도 운영에 따라 경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승우가 꺼내든 카드는 뒤가 없다. 용무관을 심시티로 사용했기에 그만큼 강력한 용광포 러시를 할 수 있지만 막히게 되면 아예 경기를 내주게 된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앞마당에 소굴을 짓기 위해 나가는 일벌레.
-보는 순간 깜짝 놀라죠. 어? 이게 뭐야? 왜 내 앞마당에 이런게 있어? 착각한거 아냐?
-침착해야합니다. 이승우의 수가 어떤 것인지 잘 파악해야 해요. 너무 흥분해서 일벌레 많이 끌고 나오면 안됩니다. 적정수를 끌고 나와야해요!
-대처가 중요한데 말이죠.
이제운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아무리 이제운이라고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용무관은 완성됐다.
-분명 용광포 지어질 거거든요? 비비기를 통해 넘기든 뭘 하든 해서 어떻게든 용광포가 지어지는 걸 막아야합니다.
-마견은 나오려면 조금 시간이 필....이야! 용광포 위치가!!!
-미쳤네요. 미쳤습니다!! 괜히 비워 둔 공간이 아니었네요. 딱 용광포를 짓기 위해 비워둔 것이었습니다!
솟대와 용무관, 그리고 금광 사이에 공간이 있었다. 왜 공간이 있는가 싶었는데 용광포를 짓기 위한 곳이었다.
사이즈가 딱 맞았다.
이 위치를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을까?
단순한 용광포 러시가 아니다.
치밀한 연구끝에 나온 된 용광포 러시다.
여유 있는 공간이 없어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찍을 철광도 마땅치 않다. 사정거리가 조금 더 긴 용안이 철광 뒤편에서 비비기를 하는 일벌레를 잡아버릴수도 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이제운.
-정말 잔인한 위치에 용광포가 지어졌습니다!
-저거 진짜 깨기 싫겠는데요? 깨긴 깨야하는데 깰 엄두가 나지 않는 용광포입니다!
-위치가 진짜 기가 막힙니다. 신의 한수에요!
-내친 김에 제단까지 소환해버립니다.
제단 위치도 좋다.
용광포의 공격 범위가 닿는 곳에 지어져 일벌레와 마견으로부터 안전하게 제단을 지킬 수 있다.
-전진 기지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건 마견으로 절대 깨지 못합니다. 지금 나온 마견 괜히 들이받을 필요 없어요. 바로 이승우 선수의 본진으로 달려야합니다!
6마견이 나왔지만 용광포를 제거할 수 없다.
위치가 너무 절묘하다.
예술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거였다.
마견이 감쌀 수 없는 곳에 용광포가 소환되었다. 일렬로 달려 가봤자 개죽음을 맞이할 뿐이다.
까다롭다.
수많은 경험을 전장에서 쌓은 이제운조차 쉽게 움직이지 못 할 정도로.
지금은 7시, 이승우의 본진으로 달려야한다. 마견으로 아예 경기를 끝내버리는 것이 답이다.
-제단 이후 바로 본진에 용광포를 소환하는 이승우!
-시간싸움입니다. 용광포가 완성되기 전에 무조건 도착해야해요. 그리고 본진에서 지어지는 용광포를 파괴해야합니다! 그래야 경기를 가져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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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모두 잘 보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