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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32화 (53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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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32

전장의 중간을 지나는 병력.

그걸 닷발귀로 임형규가 확인했다.

-뒤꽁무니 쫒아갑니다!

-가시촉수의 도움 없이 닷발귀가 저렇게 병력에 달려드는 건 조금 위험하거든요? 풍백이 4기입니다! 4기! 괜히 비렴 잡는다고 덤볐다가 오히려 크게 당하는 수가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이 계속되었다. 달려들 것처럼 하다가 위쪽으로 올라가기도 했고 앞쪽으로 빠지면 괜히 용아를 한 번 툭 건드리기도 했다.

무리하게 달려드는 이유가 곧 밝혀졌다.

-가시귀!!!!

-가시귀입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입니다.

-왜 이렇게 무리를 하나 싶었는데 이 시간을 벌려고 그런 거였네요!

-눈앞에 닷발귀가 계속 얼쩡대면 용족의 진군 속도가 늦춰질 수밖에 없거든요!

-단순히 한 수 앞을 본 게 아니라 몇 수 앞을 봤네요. 이러면 지금 진출한 병력이 할 게 없죠!

앞마당과 11시 앞마당에 어느새 가시귀가 생산되었다. 비렴의 천벌을 피하기 위해 띄엄띄엄 잠복하는 가시귀.

1, 2기라면 모를까 이렇게 5기 이상의 가시귀가 있으면 용족도 무시하고 달려들 수 없다. 앞마당에 가기귀가 있다는 걸 뒤늦게 파악한 이승우의 입이 벌어졌다.

이러면 할 게 없다.

그대로 돌아가야 한다.

-아. 발길을 돌려요. 돌립니다!

-돌릴 수밖에 없죠! 안 보이는데 어떡합니까!?

-가시귀 나오기 직전 타이밍을 노렸는데 그게 막혔어요!

-언제 용의 신전 올리고 언제 현룡 뽑습니까? 그사이 마수 테크 다 올라갑니다!

경기가 아까보다 더 기울었다.

오늘 그 어떤 경기보다 마수가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

힘을 잔뜩 준 러시가 막혔다.

전투 한 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가시귀가 있는 앞마당에 들이 받는 건 경기를 던지는 거나 다름없다. 최대한 병력을 갈무리해서 앞마당으로 돌아와야 했다.

여기서 확장을 택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이미 제단을 늘리고 병력에 자원을 투자했다.

지금 확장을 한다고?

그사이 마수는 전 전장에 영역 표시를 마치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본진 금광 뒤에 숨겨 둔 비렴으로 본진에 들어온 닷발귀를 꽤 잡아 줬다는 것이다. 잡아 준 양도 많았지만 체력이 절반 이상으로 빠진 닷발귀는 더 많았다.

더 이상 닷발귀는 쓰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하나다.

기적의 한 방.

초반부터 병력을 잘 갈무리했다. 용아와 풍백은 그 수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비렴과 용혼을 추가 생산해 러시를 감행해야 한다.

진짜 마지막이다.

그 러시가 막히면 경기는 끝난다.

****

‘침착하자. 침착하자. 거의 다 왔다.’

임형규가 속으로 주문을 끊임없이 외웠다. 이승우를 궁지로 모는 데 성공했다. 이제 천천히 하면 된다. 괜히 급하게 끝내려고 하다가 의외의 일격에 경기를 내줄 수 있다. 그간 그렇게 내준 승리가 꽤 있지 않은가?

‘오늘도 그럴 순 없지.’

적어도 지금까진 완벽하다.

모든 것이 통제하에 진행되었다.

변수가 가득했던 1, 2세트와 다르다. 직접 이 두 손으로 모든 변수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고 있다. 이제 이승우에겐 뒤가 없다.

마지막 한 방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현룡만 끊으면 돼. 그럼 이길 수 있어.’

현룡은 눈이다.

현룡을 끊으면 이승우는 눈뜬 봉사가 되어 버린다.

아무리 병력이 많아도 소용없다. 용혼이 3부대 있어 봤자다. 잠복해 있는 가시귀 하나 당해 내지 못한다.

‘승우 형이 할 건 뻔해. 마지막 올인.’

마견으로 모든 확장 기지를 지키고 있다. 용안이 고개 한 번 내밀지 않았다. 확장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거다. 2금광으로 풍백과 비렴을 생산하기 벅차다. 지룡은 절대 나올 수 없다. 비렴의 천벌과 풍백의 범위 공격이 무섭긴 하지만 천벌은 술력이 떨어지면 쓸 수 없고 풍백의 범위 공격 역시 흑운으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그 마지막 병력만 없애면 이 경기는.

‘내가 가져간다.’

임형규의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11시 본진까지 가져간 임형규.

소굴도 넉넉히 더 올라가고 있었다. 반면 이승우는 확장을 포기했다. 모든 자원을 병력을 생산하는 데 썼다. 동시에 2개의 용무관을 돌리며 병력의 공업과 방업에도 신경을 써 주고 있었다.

-경기가 간단해졌습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입니다. 두 번 잘 막아 냈거든요? 한 번만 더 잘 막아 내면 이 경기 임형규가 가져갑니다.

-이승우 선수 이제 뒤가 없어요. 지금 모으는 병력이 마지막입니다!

-그래서 신중하죠. 아까완 다릅니다. 타이밍을 노리는 싸움이 아니에요. 사기적인 전투력! 조합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이승우의 병력이 꽤 많다.

아까 들이받지 않고 고스란히 살린 덕에 용혼만 합류해 주면 무시무시한 한 방이 또 완성된다.

당장 현룡이 없어 들어갈 순 없지만 견제는 해 줄 수 있다.

심시티로 지어진 소굴을 용혼으로 파괴해 버렸다. 지금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였다. 앞마당을 소굴을 깬 이승우가 11시로 가 똑같은 플레이를 반복했다.

-임형규 선수도 군락 갑니다.

-급할 거 없죠. 용족 병력 강한데 굳이 마굴 단계로 싸워 줄 필요 없습니다. 까다롭게만 하면 됩니다. 까다롭게만.

소굴이 깨지는 건 손해지만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손해다. 도발에 넘어갈 필요 없다. 그냥 무시하면 된다.

-군락 완성되고 업그레이드 잘된 지상 병력 쏟아져 나오면 아무리 용족의 병력의 조합이 좋아도 버티기 힘들거든요?

-추가 확장이 없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습니다. 초반부터 고급 유닛을 잘 모았기에 채취한 금에 비해 고급 병력이 있는 거지, 저거 한번 갉아 먹히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폭풍전야.

전장에 비장함이 감돈다.

-이승우 선수가 정말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게 병력을 흘리지 않습니다. 마수가 마견으로 호시탐탐 비렴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소수병력으로 나오지 않아요. 본대가 마중을 나가서 합류시킵니다!

-이게 상당히 귀찮은 플레이거든요? 근데 꼼꼼해 해 줍니다.

-그렇게 합류시킨 비렴 1, 2기가 어떤 활약을 할지 모르니까요! 술력 업을 했다면 1기의 비렴이 최대 3번의 천벌을 쓸 수 있습니다. 천벌 3번이면 상황에 따라 그슨대 2부대도 전멸시킬 수 있어요!!

용족의 덩어리가 불어나는 걸 막기 위해 끊임없이 견제해 주는 마수.

방해에도 불구하고 병력을 꾸준히 합류시키는 용족.

둘 다 박수를 받아 마땅할 움직임이었다.

-이승우 선수 병력 정말 많네요. 소모를 거의 하지 않고 압박만으로 이득을 차츰차츰 거뒀어요.

-진짜 다른 용족이었다면 이거 70%도 안 됐을 겁니다.

-거의 트리플을 먹었을 때 나오는 병력의 수입니다. 어차피 용족은 조합이거든요!

-분명 병력은 많지만 지금 마수의 자원과 테크가 제대로 축적되었거든요?! 본격적으로 병력 생산하면 진짜 무시무시합니다. 이번에도 기적이 나와야 합니다. 기적적인 한 방이 나와야 경기를 이길 수 있어요.

초반부터 풍백을 잘 모아 준 덕에 벌써 7기나 쌓였다. 업그레이드도 잘되어 있어 마견으론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당장 병력의 파괴력은 용족이 낫다.

그걸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마수의 본진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흑사목 벌써 절반 완성되었습니다. 포식만 개발되면 용혼이 바보가 됩니다! 바보가!

-열심히 공 날리면 뭐합니까?! 가시귀가 아파하질 않는데!

-이승우에게 진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이대로 5분 아니 3분만 지나도 마수판입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그 순간 현룡이 용족의 주 병력에 합류했다.

근데 보통 현룡과 그 움직임이 조금 다르다.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승우 선수 현룡의 속업까지 해 줬습니다. 부족한 금 쥐어 짜내서 속업해 준 이유가 뭐겠습니까? 절대 잡히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속업 아꼈다가 잡히면 오히려 더 손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은 맞아요. 추가 확장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승우에겐 시간이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자원입니다!

모든 병력이 5시로 움직였다.

묵직하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용아, 풍백, 용혼, 비렴.

2금광으로 갖출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조합이었다. 아까처럼 닷발귀로 병력의 발을 묶어둘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본진과 앞마당의 자원이 거의 말랐다. 이 러시가 막히면 더 이상 뒤가 없다. 이승우 역시 막히면 GG를 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타이밍은 좋다.

망태할배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포식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 가시귀가 당장 흑운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광풍협곡을 철풍협곡으로 변태시키긴 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아 닷발효치도 나올 수 없다.

이보다 좋은 타이밍은 없다.

-첫 번째 러시는 가시촉수에! 두 번째 러시는 가시귀에 막혔습니다. 이번에도 막히면 안 됩니다. 그럼 뒤가 없어요! 미래가 없어요!

-그래도 지금은 가시촉수와 가시귀를 모두 압도할 수 있는 병력을 갖췄거든요!

-흑운! 흑운이 나오기 전에 들어가야 합니다. 앞선 러시 실패했어도 지금 공격이 성공한다? 그러면 이기는 겁니다!

-지금까지 재미보고 웃은 건 임형규였거든요? 마지막에 웃는 게 진정한 승자입니다. 여유로운 임형규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려면 지금 러시에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이거 뚫을 수 있으려나?”

“꿈 깨라. 이걸 어떻게 뚫어. 지금 김택윤, 송병호가 팀밀리로 함께 경기해도 못 뚫는다. 헛소리 자제 바람.”

“시발새끼. 존나 냉철하네.”

친구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는 남자.

그 정도로 지금 상황은 어려웠다.

용족의 마지막 러시.

모두 숨을 죽인 채 화면을 바라봤다.

-병력 안으로 잘 파고들었어요!

아까 길을 열어 둔 덕에 병력이 헤매지 않고 안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리를 딱 지키고 전투하는 용혼.

평소 멍청하다며 구박받는 용혼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가시촉수가 9개나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하나둘 파괴되는 가시촉수들.

-이승우 선수 아직 들뜨면 안 됩니다. 아직 경기 끝난 거 아니에요! 이제 라인 하나 걷어 낸 겁니다!

-11시! 11시! 병력 쏟아져 내려옵니다. 여기까지 봐야 해요! 마수도 이제 폭발할 때가 되었거든요!

미니맵에 굵은 줄을 그리며 내려오는 마수의 병력.

마견, 그슨대, 가시귀.

그 수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천벌!!

-풍백의 위치가 너무 좋아요. 마견이 함부로 달려들 수 없어요!

-진영이 진짜 환상적입니다! 가시귀가 배치되어 있는 전면에 소수 용아로 시선을 끌고 대다수의 용아는 뒤쪽으로 빼놓았어요. 동시에 풍백과 함께 벽을 쌓고 다리를 장악했습니다. 이러면 일당백! 마수 병력이 쏟아져 와도 버틸 수 있어요!

전투 구도가 예술이다.

용혼은 가시촉수와 가시귀를 상대하고 나머지 병력은 마견과 그슨대를 상대한다.

교과서적인 전투.

하지만 이런 상황을 실제 경기에서 만들어 내는 건 쉽지 않다.

-무너져요! 앞마당 라인 무너집니다!

-아니 이게 무너집니까? 이게?!

-이건 사기예요! 사기라는 말밖에 쓸 수가 없어요!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용아를 대부분 잡긴 했지만 살아남은 병력이 굉장히 까다롭다. 비싼 유닛들이 거의 다 살아남았다.

-1분만! 1분만 늦게 들어왔더라면 이렇게 뚫리지 않았을 텐데요!!!!

-아니 지금이라도 이게 뚫립니까? 이 라인이 뚫리나요? 모든 용족 선수를 데려다 놔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그런 라인을 이렇게 뚫어 내나요?

-진짜 1분만 늦었다면 이런 상황 자체가 연출되지 않았을 겁니다. 공중에선 닷발효치가 저 멀리서 때리고 가시귀는 흑운 안에 숨어 있고! 전투가 완전 달라졌을 겁니다!!!!!

-진짜 이승우 전투의 신이네요. 전신이 전장에 강림했습니다! 신을 사람이 어떻게 이깁니까?

-입을 떡하니 벌리는 임형규! 본인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겁니다!

중계진의 목소리가 커졌다.

제대로 흥분했다. 관중들이라고 다를 것 없었다. 모두 경악에 찬 눈으로 화면을 봤다.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을 비비는 사람도 있었다.

“야. 이거 못 뚫는다며?”

“…….”

묵묵부답.

“야. 말해 봐. 뭐가 어째?”

아까 이승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던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너나 헛소리 자제 바람.”

친구에게 한 방 먹인 남자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화면을 보며 다시 감탄을 쏟아냈다.

“이건 진짜 예술작품이다. 보존해야 해. 지린다. 지려.”

-임형규 체제의 근간을 뒤흔들었어요. 상식이 통하지 않은 전투를 해낸 겁니다.

-이 정도면 사깁니다. 사기. 사기적인 한 방이에요!

용혼과 용아 위주로 병력이 살아남았다면 걱정할 것 없다. 많은 소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견으로 금세 정리할 수 있으니까. 근데 풍백이 너무 많이 살아남아 마견으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어느새 공3업까지 되서 한 방에 마견이 녹아내린다.

이 정도 풍백이라면 그슨대도 능히 상대할 수 있는 정도다.

-닷발효치가 뒤늦게 변태되었지만 느려요!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동안 군락 날아가고 본진 주요 테크 건물 다 날아갑니다! 이러면 11시가 있어도 소용없습니다. 이 병력을 어떻게 막을 겁니까?!

본진이 날아가면 마수의 우위가 없어진다. 이제 용족이 확장을 해도 막을 수 없다.

본진 주요 건물이 날아간 순간.

-GG! 임형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 표정 보세요. 눈빛이 흐려졌어요.

-의욕이 사라진 거죠! 이 경기를 다시 역전시키는 것에 도전하는 것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거죠!

-진짜 그렇게 작정하고 수비에 올인한 마수를 뚫어 버리는 이승우의 한 방이란. 진짜 감탄밖에 나오지 않네요.

-이승우 선수 OSL 최초로 4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합니다!!!!!!

대기록이 하나 추가됐다.

****

뚫, 뚫었다.

만세!!!!

앞마당 수비 라인이 뚫리는 순간 내 가슴도 함께 뻥 뚫렸다.

이겼다. 이겼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해냈다.

여태 그래 왔던 것처럼.

정말 기적 같은 승리였다.

이제 병력을 더 찍어 낼 자원도 없었다. 용아가 전부다. 풍백이 많이 잡혔다면 어영부영 막히며 경기를 내줬을 거다.

앞마당과 본진의 주요 건물이 파괴되자 형규가 GG를 선언했다.

이런 위로가 너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싸웠다. 형규야.

그렇게 형규의 GG가 나온 순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업적이 달성되었습니다.]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만들게 하는 푸른 창 두 개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새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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