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1 Game No. 531 =========================================================================
Game No. 531
어라? 이게 아닌데?
허무하게 비비가 잡혔다. 분명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조금 늦게 움직였다. 이게 분위기가 싸한데?
뭐 그런 거 있잖아. 영화나 드라마 보면 누군가 큰 사고 당하기 전에 유리컵이 깨진다든지 액자가 넘어지든지 하는 거.
복선이라고 하나?
아무튼 거대한 폭풍이 한차례 휘몰아칠 것 같다.
다 떠나서 첫 비비가 떨어진 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후반의 비비도 소중하긴 하지만 첫 비비가 가장 소중하다. 이렇게 잡힐 비비가 아니었다. 이러면 두 번째 생산된 비비가 소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괜히 나갔다가 두 번째 비비까지 잡혀 버리면 정말 경기가 힘들어지니까.
그렇다고 아예 안 나갈 순 없다. 마수가 뭘 하는지 봐야 한다. 무난하게 그슨대를 가는지 아니면 닷발귀를 한 번 찍었는지.
형규라면 닷발귀를 찍고도 남은 놈이다.
지금 상황에서 용족이 가장 까다로운 유닛이 닷발귀니까.
하늘성소가 올라가긴 하지만 아직 풍백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닷발귀가 오지 않길 바라는 수밖……. 어? 저게 뭐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는 저 유닛은…….
“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거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제발 오기 않길 바랐던 닷발귀가 본진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
-임형규!!!!
-임형규가 돌아왔어요!!!
-1, 2세트는 예열이었던 겁니다!!
-뻔하게 안 갑니다. 비비 잡은 이득을 그대로 연결시키겠다는 거죠.
-승부 던집니다!
중계진이 임형규의 이름을 합창했다.
그에게 투귀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던,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3세트에서 나왔다.
비비는 겨우 1기.
반면 닷발귀는 7기다.
비비가 닷발귀에 강한 유닛이긴 하지만 그건 모였을 때 이야기다. 지금처럼 소수일 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닷발귀에도 약하지만 뒤쪽에서 날아오는 혈풍에 무방비다.
-무혈입성입니다!
-1세트, 2세트 모두 좋은 상황을 맞이하긴 했지만 지금보다 좋은 상황은 없었습니다!
-본진에서 일하고 있는 일꾼을 모두 앞마당으로 빼주는 이승우. 오늘따라 용안이 고생을 너무하네요.
-앞마당이 파괴되질 않나, 갑자기 가시귀가 나타나서 앞마당을 마비시키지 않나. 이번엔 본진입니다. 본진!
-본진은 크죠! 본진 장악당하는 거랑 앞마당 장악당하는 건 차원이 틀립니다! 잘못하면 훅 가요!
이승우가 용안을 앞마당으로 전부 뺐다.
아직 본진엔 용광포 하나 없는 상황. 그나마 나온 비비는 혈풍에 쫓겨 앞마당으로 도망쳤다. 도망치는 용안을 쫓으며 공격을 하는 닷발귀. 쿠션 공격에 용안이 우수수 터져 나갔다.
-이렇게 3세트 잡아내면 1, 2세트 패배했던 거 다 복구되는 거거든요. 기세에서!
-앞마당에 있던 용아 5기와 용혼 1기가 나서 보지만 갈 곳이 없어요. 이미 심시티와 가시촉수 건설이 다 되어 있습니다!
-그렇죠. 간혹 공격에 너무 집중하다가 어이없게 본진이나 확장이 털려서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임형규 선수 사전에 다 예방해 주고 있습니다.
11시 앞마당 쪽으로 갔던 용아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 주변만 배회했다.
-방황합니다. 방황해요! 갈 곳이 없어요!
-이미 1시 지역과 앞마당에 가시촉수 라인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용아가 발길을 돌렸다. 지금 공격을 들어가는 건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차피 허무하게 막히느니 용아를 살려 두는 것이 훨씬 낫다.
-이득 굉장히 많이 보네요.
-비비 2기가 됐긴 했지만 나오자마자 닷발귀한테 두드려 맞아서 혈풍 1기에도 잡힐 정도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러면 비비 2기라도 적극적으로 쓸 수 없거든요!
-지금 앞마당에 용광포 2개밖에 없습니다. 따라가서 잡아버려도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두 번째 제단이 앞마당 쪽에 소환된 겁니다. 만약 본진에 두 번째 제단을 올렸다면 지금보다 풍백이 완성되는 속도가 많이 늦어졌을 겁니다.
그래도 풍백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승우에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닷발귀가 집요하게 공중제단을 노렸다.
이승의 마수전의 힘.
비비를 묶어 버리겠다는 거다.
지금 타이밍에 공중제단이 터지면 재건하기 애매하다. 비비 생산을 멈추는 것이 낫다.
-신전을 점사해서 파괴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임형규 선수. 공중제단을 파괴하네요.
-아무래도 비비가 더 부담스럽다 이거죠. 그 정도로 이스웅의 비비가 위력적이니까요!
-두 건물의 체력이 다르지 않습니까? 신전 노렸다가 기적적으로 지키면 상황 애매해질 수 있거든요!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는 건물부터 노린다는 겁니다!
풍백이 만들어지자마자 비비와 함께 본진 수비에 나선 이승우. 임형규도 화면을 보고 있었는지 닷발귀가 빙글 돌더니 먼저 날아오는 비비를 공격했다.
이미 체력이 많이 닳아 있던 비비였기에 닷발귀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바로 터졌다.
이제 남은 비비는 겨우 1기. 마치 약 올리듯 건물 주위를 빙빙 돌며 용광포를 지으러 온 용안까지 잡아 주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때까지 풍백은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닷발귀의 뒤꽁무니만 쫓았다.
-이런 컨트롤이 있기에 공중제단을 파괴한 것 같습니다. 풍백? 분명 닷발귀한테 강하지. 근데 안 맞으면 되잖아? 풍백이 공격 못하게 하면 상관없는 거 아냐?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지금 분위기는 임형규 선수가 잡았어요. 아주 좋습니다.
남은 비비는 혈풍이 날아와 제거했다. 풍백이 도와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비비가 사라지자 닷발귀가 다시 본진을 습격했다. 이를 악무는 이승우.
-닷발귀가 본진에 날아다니고 있는 것 자체가 부담입니다. 공중을 빼앗긴 용족이기에 풍백을 생산할 수밖에 없어요!
이승우는 비렴이 2기 모이자마자 바로 풍백으로 합체시켰다. 닷발귀를 잡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그보다 닷발귀로부터 비렴을 지키기 위한 것이 더 컸다. 비렴이 있는 걸 확인되는 순간 닷발귀가 슥 들어와 일점사를 하고 사라질 수 있다. 그렇게 비렴을 잃느니 차라리 풍백이라도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임형규라면 하늘을 덮을 정도로 많은 닷발귀를 생산해 다시 공격을 들어올 수 있다. 천벌 2번 정도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술력을 쌓은 비렴이 모이면 모를까 그 전까진 풍백이 더 효과적이다.
상황이 썩 좋지 않다.
풍백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본진은 마비 상태다.
닷발귀의 움직임이 기민하다. 풍백이 따라붙지만 그게 전부다. 용족의 건물이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다.
지금 이승우는 굉장히 불안할 거다.
비렴을 보유할 수 없는 상황에다 비비가 죽어 정찰마저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
마수가 갑자기 그슨대를 뽑아 몰아치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비렴을 확보해도 문제다.
닷발귀가 목숨 걸고 날아와 비렴만 잡아 주면 된다. 그 과정에서 닷발귀가 다 죽어도 상관없다. 10기의 닷발귀와 2기의 비렴을 바꿔 줘도 결국 이득이다.
그슨대가 경기를 끝내 버릴 수도 있으니까.
마수가 뭘 하는지 이승우는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아까 살려둔 용아를 적극 활용하며 추가로 나오는 유닛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애썼다.
-닷발귀 올인이 아니에요. 애초에 부유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닷발귀로 용족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그슨대 뽑아도 충분하거든요!
-이승우 본진 쪽 데미지가 컸어요.
-어쨌든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본진을 그래도 지켜냈다는 게 희망적이긴 합니다만 페이스는 임형규 선수 분위기입니다.
-그럼요.
소굴만 해도 벌써 5개다.
11시 앞마당을 포함하여 모든 자원 지역에 일벌레가 잘 붙어 있다.
철광은 벌써 천 단위를 넘겼다.
11시 본진에 소굴을 펴도 안전한 상황이 됐다.
이승우가 풍백 2기와 용아를 이끌고 압박에 나섰다. 닷발귀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본진에 수비용 풍백과 용광포가 있었기에 임형규도 더 이상 닷발귀를 용족의 본진에 밀어 넣지 않았다.
들어갈 때와 들어가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괜히 지금 닷발귀가 본진을 들어갔다가 용족의 압박 병력에 의해 피해를 받을 수 있었고 반대로 압박 병력을 신경 쓰다 본진에 침투한 닷발귀가 잡혀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승우 선수 용아 꾸준히 찔러 보면서 마수가 뭘 생산하고 있는지 파악했습니다. 마견과 닷발귀, 혈풍만 더 생산하고 있거든요? 당장 그슨대로 몰아칠 생각 없다는 거 확인했습니다.
-이러면 조금 안심되죠. 앞마당에 용광포 더 소환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 자원이 바로 제단으로 갈 수 있는 겁니다!
당장 숨통은 트였지만 이승우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가장 큰 고민은 닷발귀로부터 비렴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였다. 어쨌든 술력을 쌓은 비렴을 보유하긴 해야 한다. 용아와 풍백이 강력하지만 비렴의 천벌이 함께 하지 않으면 마수의 회전력에 밀려 버린다.
당장 이 병력으로 어디를 뚫으러 갈 수도 없다.
막히는 순간 거기서 경기는 끝이다.
-임형규 선수 빠르게 테크 탑니다. 가시촉수와 가시귀로 수비 라인 만들면서 빠르게 군락 체제를 완성시킬 생각입니다!
-아. 이러면 용족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습니다.
-용아 1기 무빙으로 넣으면서 일벌레가 계속 생산되는 거 봤습니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도 선택해야 합니다. 두 번째 확장을 가져가며 후반을 도모할지! 아니면 마수가 힘을 쌓기 전에 한 번 강하게 찌를지!
양자택일.
경기의 방향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확장과 공격을 동시에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힘이 부족하다. 어느 한 쪽에 올인을 해도 될까 말까 할 정도.
이승우의 선택은.
-제단 늘리는 이승우!!!! 확장 생각도 안 합니다!
-한 방 가겠다는 겁니다!!!!!
-그렇죠!! 이게 이승웁니다! 이 화끈함이 지금의 이승우를 만든 겁니다.
-근데 봤어요. 닷발귀로 제단 늘린 거 봤습니다. 이러면 가시촉수 더 박고 가시귀 더 뽑아야죠! 지금정도의 방어벽이면 뚫립니다!
당장 마수가 가지고 있는 병력은 닷발귀와 마견이 전부다. 굳이 천벌이 없어도 용아, 풍백으로 상대할 수 있는 병력. 관건은 가시귀가 나오기 전에 가시촉수 라인을 붕괴시킬 수 있느냐이다. 가시귀가 나오더라도 가시촉수 라인을 다 뚫는다면 이득을 챙길 수 있다.
가시귀는 잠복을 해야만 공격을 할 수 있었으니까.
이승우의 의도를 파악한 임형규가 앞마당과 11시 앞마당에 가시촉수를 더 늘렸다. 그러면서 닷발귀로 용안을 몇 기 더 끊어 줬다.
-병예까지 조합하면 좋지만 시간이 없어요. 당장 용아, 풍백 그리고 소수 비렴으로 승부내야 합니다!
제단의 숫자가 어느새 8개까지 늘어났다. 제단에서 용아가 쏟아져 나왔다. 비렴은 단 2기. 닷발귀의 마수로부터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
-아직 가시귀없어요. 지금 나가야 합니다!
-용의 신전도 올라가지 않았거든요?! 가시귀 나오면 시간 또 끌리는 거예요!
-곧 있으면 가시귀 나옵니다. 지금 어떻게든 이득을 봐야 해요. 인구수 용족이 20 많거든요? 순간적으로 제단 돌려서 확 늘어난 병력이거든요? 효과 봐야 합니다!
그렇게 용족의 운명을 짊어진 병력이 앞마당을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