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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30화 (530/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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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30

휴. 됐다.

진짜 힘겹게 이겼다.

마지막에 앞마당 확장을 하지 않은 건 일종의 도박수였다. 앞마당 확장이 재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렸다면 절대 지금 타이밍에 경기를 끝낼 수 없었을 거다.

비비가 전멸한 이상 마수가 시간을 가지고 닷발귀를 모으면 상대하기 정말 버겁다. 금광이 하나이기에 병예의 속박을 활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용혼이 때리든 말든 닷발귀가 비렴만 다 솎아 냈다면 아무리 용혼과 용아가 많아도 그슨대, 가시귀 조합을 이길 수 없었을 거다.

운이 많이 따랐다.

흑완 드랍 덕분에 앞마당 조이기 라인을 쉽게 허물 수 있었고 비렴 드랍으로 일벌레를 몰살시킨 덕에 지금 러시 타이밍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큰 고비를 제대로 넘겼다.

가장 힘든 전장이 될 거라 예상했던 황혼2.

예상대로 힘들긴 했지만 승리를 거두며 마무리 지었다.

이제 남은 건 잘 포장된 도로를 질주하는 것뿐이었다.

****

임형규가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다.

본능적으로 일벌레를 뺐다. 오히려 빠른 반응 속도가 독이 되었다. 앞마당에 그대로 있었다면 그만큼 큰 피해는 입지 않았을 거다. 적어도 앞마당이나 본진, 둘 중 한 군데의 일벌레는 살렸겠지.

동시에 2개의 확장이 마비가 되었고 그건 곧 상대방의 기회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잔실수가 많았다.

앞마당을 민 순간 흥분했다. 흑완을 밀어낸 이후 6시 확장까지 밀었어야 했다. 흑완이 마굴을 파괴한 것처럼, 어떻게든 6시 신전을 파괴했더라면 지금의 물량은 절대 나오지 않았을 거다.

앞마당을 복구하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허비했겠지.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일단 아쉬움은 묻자.’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이제 2세트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1세트에 미처 쏟아붓지 못한 것이 있다면 2세트에 남김없이 쏟아부을 것이다.

****

바로 2세트가 시작되었다.

바람의 계곡.

러시 거리가 먼 2인용 전장이다. 본진과 이어진 앞마당 뒷길을 활용한 초반 전략이나 먼 러시 거리를 이용해 부유하게 시작하는 전략이 자주 나온다.

1세트에서 그슨대를 적극적으로 쓰며 일반적인 마수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던 임형규.

이번에도 평소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가시귀 타이밍 러시.

11시 확장을 가져가며 혈풍으로 비비를 몰아낸 후 바로 가시귀를 생산했다. 그슨대의 속업이나 사업도 되기 전이니 굉장히 빠른 타이밍이었다.

전에도 비슷한 전략을 쓴 적이 있다. 그땐 앞마당을 뚫는 식이었지만 이번엔 앞마당 뒷길에 겹쳐져 있는 건물을 파괴한 후 본진으로 바로 침투하는 운영이었다.

저번보다 많은 4기의 그슨대가 이승우의 눈을 피해 4시 쪽에 몸을 숨기는 데 성공했다.

그때까지 이승우는 가시귀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임형규가 연기를 잘했다. 거의 통했다고 생각한 순간 이승우의 슈퍼 프레이가 나왔다.

뒷길이 뚫리고 있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바로 솟대를 이어 건설해 가시귀가 들어올 통로를 아예 막아 버린 것이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1초만 늦었다면 마견으로 인해 솟대가 지어지는 걸 방해받았을 거다. 자연스레 가시귀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앞마당과 본진에 동시에 피해를 받았겠지.

하지만 이승우의 순발력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승우의 대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용의 신전을 구석에 올려 줌과 동시에 본진 신전 주변에 용광포를 소환했다.

이 모든 것이 아주 짧은 시간에 일어났다.

보는 이가 할 수 있는 건 감탄뿐이었다.

미리 발견한 것이 아니라 본진으로 마수의 대규모 올인 병력이 들어오고 있는 걸 눈으로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손이 꼬이기 십상이다.

애초에 임형규도 들켜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로 전략을 시도한 것이다. 일찍 들키면 병력의 힘으로 정면을 뚫고 들키지 않으면 뒷길을 뚫는.

근데 이승우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너무나도 침착하게 막아 냈다.

처음부터 임형규의 전략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말이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플레이가 있었다. 공발업 용아 2기를 11시 확장으로 보낸 것.

하면 좋지만 놓치기 쉬운 걸 이승우는 전혀 놓치지 않았다.

분명 난전은 마수가 걸었는데 흔들리는 건 용족이 아니다. 오히려 마수가 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본진, 앞마당만 보면 되는 이승우와 달리 임형규는 이승우의 본진, 앞마당, 자신의 본진, 앞마당에 11시까지 모두 살펴야 했다.

손이 4개라도 부족한 상황.

결국 빈틈이 조금씩 생겼고 11시 일벌레가 상당수 잡히고 말았다.

반올인이었다.

근데 뚫지도 못했고 역으로 손해만 봤다.

앞마당을 마비시키긴 했지만 파괴하진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앞마당 마비와 함께 본진 자원 채취도 마비시켰어야 했다.

그랬다면 추가되는 마견과 그슨대로 아예 경기를 끝낼 수 있었을 거다.

좋게 말해서 절반의 성공이지 실패와 같은 말이었다.

용의 신전이 올라갈 때까지 차분히 임형규의 공세를 막아 낸 이승우가 바로 역공에 나섰다.

전 세트처럼 시간을 주지 않았다.

운룡 견제?

필요 없다.

조합 병력이 바로 정면으로 치고 나갔으니까.

이번에도 추가 확장을 가져가지 않았다. 오직 본진과 앞마당의 자원을 활용해 한 방 병력을 만들어냈다. 1세트처럼 마수가 닷발귀를 뽑을 수 없기에 공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용족도 추가 확장이 없이 온 러시라 당장 조합은 강력하지만 한번 조합이 깨지면 지금과 같은 힘을 내기 어렵다.

중계진도 알고, 관중들도 안다.

경기를 펼치는 임형규가 모를 리 없었다.

근데 그게 쉽지 않았다.

파훼가 안 된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건 확실히 큰 차이가 있었다.

사방에서 덮치며 훌륭한 전투를 치렀지만 결국 승리한 건 이승우였다. 비렴이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비렴은 천벌을 쓰고 풍백이 되었다. 뒤에서 용아가 눈에 불을 켜고 우르르 달려온 순간 또 한 번 강력한 조합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11시가 밀렸고 9시가 밀렸다.

앞마당이 밀릴 때 임형규가 GG를 선언했다.

순식간에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졌다.

****

-아. 임형규 선수 경기가 너무 안 풀려요.

-1, 2세트 경기를 보시면 알겠지만 임형규 선수가 정말 많이 준비해 왔거든요? 유닛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계산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정교한 빌드를 짜 가지고 왔어요. 근데 이승우한테는 안 통합니다. 하나도 안 먹혀요!

-이러면 진짜 벽을 느끼겠는데요? 전략 다 좋았거든요. 그리고 다 피해를 입혔습니다. 근데 이승우가 너무 빨라요. 복구하는 시간도 빠르지만 치고 나오는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다른 용족이라면 이제 막 복구를 끝낼 타이밍에 어떻게든 공격 갈 병력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상황은 임형규도 연습 때 겪어 보지 못했을 거거든요!

1, 2세트 각각 전략적인 수를 하나씩 숨겨 왔다.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전략들이었다.

필승 전략.

단 한 경기를 위한 전략.

근데 모두 깔끔하게 막혔다.

이승우에 의해.

이제 벼랑 끝에 섰다.

이번에도 지면 MSL 8강에 이어 또 이승우에게 무릎 꿇게 된다. 양대 리그를 이승우에 의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승우의 라이벌에서 점점 물러나고 있는 시점.

절대 이렇게 끝나선 안 됐다.

심판의 날2에서 3세트가 시작되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3세트가 지금 막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임형규 선수 진짜 타격이 큽니다. MSL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맥없이 무너지다니요!

-1세트와 2세트 너무 아쉽습니다. 아무것도 못해 보고 지는 것보다 더한 절망감에 빠질 것 같습니다.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되는데! 그러면 승리가 눈앞에 있는데! 그게 안 됩니다!

-오늘 이승우 선수 용족의 진수를 또 한 번 보여 주고 있어요. 화려한 견제도 좋지만 묵직한 한 방으로 불리한 경기를 역전하는 것이 또 용족의 본모습이기도 하거든요!

김태영 해설은 지금 굉장히 신났다.

백만 용족과 더불어 김태영 해설의 피도 제대로 끓어올랐다. 김태영 해설도 과거 용족으로 래더 1위를 차지한 기억이 있다. 오늘 이승우의 경기 운영이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임형규 선수의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할 것 같습니다. 진짜 이렇게까지 해도 안 되는데 어떡하란 말입니까!?

-임형규가 못하는 게 아니에요. 이승우가 너무 잘하는 겁니다!

-이대로 물러날 수 없죠. 언제까지 이승우에게 무너질 겁니까? 언제까지 이승우에게 우승 내주고! 4강 내주고! 결승 내줄 겁니까? 넘어야죠! 무조건 넘어야죠!

-패패승승승! 굉장히 어렵죠. 어렵습니다. 근데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할 수 있어요!

엄재웅 해설의 말처럼 지금 임형규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했다.

‘이대로 준비한 전략을 계속 써야 하나?’

짧은 순간 수십 번도 생각이 더 왔다 갔다 했다. 오래 고민할 수도 없다. 이미 경기가 시작했다.

길어야 1, 2분 정도?

빨리 답을 내야 했다.

심호흡을 하던 임형규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준비한 대로 달려 보자.’

그렇게 임형규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

됐다. 됐어.

이제 한 걸음 남았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결승이야.

역대 최초로 OSL 4회 연속 진출하는 선수가 되는 거라고.

침착하자.

MSL처럼 4세트로 가지 않고 3세트에서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 형규는 까다롭다. 내가 뭘 할지 정말 잘 안다. 형규와의 경기를 대부분 승리하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이긴 것도 정말 많다.

나에겐 이제운보다 더 부담스러운 상대가 형규다. 더 많은 걸 준비해야 하니까.

절대 립 서비스가 아니다. 진심이다.

오늘 1, 2세트만 해도 그렇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 세트를 빼앗기면 경기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다.

엄살이라고?

그래.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엄살이라도 말해도 좋으니 최대한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

11시 쪽 앞마당을 가져가며 무난한 출발을 보이는 임형규.

이승우 역시 용무관을 먼저 올리며 안전하게 앞마당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가까운 세로라 서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알았는데 일단 서로 한 발자국 씩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어?! 임형규! 임형규!

-이야. 진짜 혈풍 움직임 기민하네요. 2기로 몰고 남은 2기가 비비가 이동할 곳으로 가 비비를 완벽히 떨궜습니다!

-이승우의 비비가 겨우 1킬밖에 못하고 잡힌 겁니다. 이런 거 진짜 보기 드물어요.

그때 임형규가 4기의 혈풍을 활용해 정찰 나온 비비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시작이 좋다. 이승우의 첫 비비를 잡아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으니까.

-아직까진 정말 무난하거든요? 근데 방심하면 안 됩니다. 이러다가 돌변할 수 있는 게 이승우와 임형규입니다. 영화 속 헐크처럼!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선수가 이 둘입니다!

-지금 이승우 자극받았어요! 자세 고쳐 앉았거든요? 이렇게 비비가 허무하게 잡혀선 안 됐거든요!

엄재웅 해설의 외침이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순간 임형규의 눈빛이 변했다. 자극을 받은 건 이승우만이 아니었다.

-어? 임형규 선수 그슨대 생산 안 합니다? 혈풍 이후 닷발귀 찍었어요!

-변수를 뒀어요. 1세트는 그슨대 몰아치기! 2세트는 가쉬기 올인! 3세트는 닷발귀! 마수가 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를 들고 나왔습니다.

-비비 잡았거든요! 평소보다 비비 숫자가 하나 부족하거든요! 그러면 이게 무슨 소리냐?! 마수가 한 번 닷발귀를 찍을 타이밍이 나온다는 소립니다!

-공격! 공격! 공격! 이게 임형규입니다! 이게 투귀예요!

임형규의 공격적인 선택이 다시 한번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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