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29 Game No. 529 =========================================================================
Game No. 529
크로스 카운터.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사람이 승리한다.
6소굴에서 병력을 폭발 시킨 만큼 그슨대의 숫자가 꽤 많다. 이승우의 예상을 상회하는 숫자다. 천벌로 줄였기에 이 정도로 많은 수의 그슨대가 올 거라 예측하지 못했다.
-분명 전투에서 이득을 거둔 건 용족입니다. 근데 마수가 어떤 종족입니까? 언제부터 그렇게 가성비를 따졌습니까?! 상대방이 무너질 때까지 미친 듯이 물량을 투자하는 것이 마수의 본질이에요!
-많아요. 그슨대 많습니다. 지금 비렴이 4기 있긴 한데 이제 막 나온 비렴들이거든요? 천벌을 쓰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진짜 환상적인 공격 타이밍이네요. 30초만 늦게 들어왔으면 화면 가득 천벌이 떨어졌을 텐데요!
앞마당 수비를 담당하고 있던 용광포가 너무 쉽게 깨졌다. 제단과 용무관도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앞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려 버렸다.
6시 철광 확장에도 용족 병력이 있긴 했지만 용아 위주라 쉽사리 달려들을 수 없었다. 그저 뒤에서 추가 합류하는 그슨대를 끊는 것이 전부였다.
-마수 본진에 아무것도 없거든요! 이 러시만 안전하게 막아 내면 용족이 원하는 상황 만들 수 있는 건데…….
-이득을 거둬도 앞마당이 날아가면 그게 이득이 아니죠.
-진짜 천벌 한 방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용혼이! 용혼이 이제 나와야 합니다. 가시귀가 이미 자리를 제대로 잡고 있어서 용아로는 어떻게 답이 안 나옵니다.
-견제 떠나는 건 좋은데 이거 못 막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표정을 순간 찌푸리는 이승우.
당장 방법이 없었다.
비렴의 천벌도, 용혼의 추가도 아직 시간이 보다 필요하다. 결국 이승우가 비렴을 본진으로 모두 보냈다.
앞마당 방어를 포기한 것이다.
-아! 이승우! 앞마당 포기하나요?!
-앞마당에 여의주탑! 용의 신전! 용무관! 주요 건물 다 있거든요! 이거 파괴되면 마수가 승기 확 잡는 겁니다!
****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의 공격.
제대로 허를 찔렸다.
요즘 마수가 잘 하지 않는 운영이라 순간 대응이 늦었다.
거의 4~5년 전 마수 스타일.
내가 상대의 허를 찌르듯 형규도 내 허를 찌르기 위해 빌드 연구를 제대로 해 온 모양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했다. 이대로 형규의 전략이 멋지게 통하는 걸 지켜만 볼 생각은 없다.
역전해야지.
이겨서 오히려 형규의 기를 눌러야지.
아직 희망의 불씨는 살아 있다.
운룡에 타 있는 흑완과 본진으로 안전하게 살려 보낸 4기의 비렴 덕분에.
흑완이 많은 걸 해 줘야 한다.
일벌레도 잡아 줘야 하고 주요 건물도 날려 줘야 한다. 그사이 비비가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군주도 끊어 줘야 한다.
그러면서 본진으로 피신시킨 비렴은 술력을 부지런히 채운다.
절대 잡히면 안 된다.
앞마당이 날아가면서 이제 채취하는 금광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있는 금은 용혼을 생산해야 하는 금이다. 비렴 1기 생산할 금이면 용혼 3기를 생산할 수 있다.
6시 확장도 풍전등화다.
그나마 용아와 풍백, 비렴 1기가 있어 어느 정도 수비가 되긴 했지만 그리 오랜 시간 버티지 못할 거다. 마수가 공격을 결심하기 전에, 그러니까 흑완에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 있을 때 앞마당 마수 병력을 몰살시키며 앞마당을 수복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
근데 해야 한다.
그래야 이길 수 있으니까.
****
-자. 일단 앞마당이 날아갔어요!
-그럼 이제 흑완 봐야죠. 여기에 모든 희망을 실어야 합니다.
-으아! 일벌레 일찌감치 빠지네요!
-비비가 여기 저기 군주를 건드리고 다니니까 본능적으로 운룡이 함께 있겠구나 느낀 거죠.
-이승우의 견제에 피눈물을 가장 많이 흘린 마수가 누굽니까? 임형규 아닙니까?! 이런 건 기본이죠.
이승우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지는 임형규지만 다른 용족을 만나면 학살자로 돌변한다. 지금 임형규는 학살자의 모습에 가까웠다.
번뜩이는 센스.
날카로운 감각.
제대로 날이 서 있었다.
-본진 마굴을 노리는 이승우!
-그거라도 파괴해야죠. 일벌레를 잡지 못했다면 마굴이라도 날려 자원 줄을 줄여야죠!
전장 곳곳에서 난전이 벌어졌다.
보는 이조차 정신이 없을 정도.
최소 4군데 이상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수의 본진 마굴을 날리긴 했지만 용족도 앞마당의 주요 건물이 모두 날아간 상태.
겉으로 보이는 상황은 마수가 조금 더 좋아 보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앞마당 용의 신전이 날아가기 전 현룡 1기가 생산되었다.
-현룡 목숨처럼 지켜야 합니다. 저거 잡히는 순간 앞마당으로 나오려면 한세월이에요.
-그동안 축적된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야 합니다. 제단 지금 많거든요? 용혼 꾸준히 생산하며 앞마당 다시 뺏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기 라인이 두터워질수록 6시 확장이 점점 위험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그냥 본진에 갇혀 있다가 아사할 수도 있어요!!!
이승우가 심호흡을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허리가 끊긴 지금 시간이 생명이다. 마수 본진에 숨어 있는 흑완을 잡기 위해 그슨대 일부가 빠진 순간 이승우가 앞마당 위로 병력을 올려 보냈다.
지금 무조건 뚫어야 한다.
만약 막히면?
다시는 언덕 위를 구경하지 못할 수가 있었다. 용아가 우르르 뛰쳐나감과 동시에 6시에 있는 병력도 앞마당 쪽으로 향했다.
-뚫고 나갑니까?!
-무조건 가야죠. 불가능은 없다! 뚫어야 답이 나옵니다!
-아까 비렴을 살려 둔 게 정말 신의 한 수네요! 아낌없이 천벌이 떨어집니다!
-그슨대 대열 다 흐트러지죠?!
-현룡 1기가 나온 것도 진짜 기적입니다. 현룡이 생산되지 않았더라면! 가시귀 때문에 절대 올라오지 못했거든요!
마수의 병력이 차츰 밀렸다.
몇 가지 요소가 맞물려 거둔 성과였다.
본진 흑완 드랍으로 그슨대를 분산시킨 점.
앞마당이 날아갈 때 비렴을 본진 깊숙이 도망치게 해 살린 점.
마지막으로 앞마당 용의 신전이 파괴되기 직전 현룡이 생산된 점.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결코 지금 뚫어 내지 못했을 거다.
-가시귀만 잡으면 그슨대 잡는 건 시간문젭니다!
-천벌!!!
-이야. 진짜 순식간에 뚫어 내네요. 빨리 감기를 보는 것 같아요. 혼자만 정말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갇히며 경기가 끝나는 건 아닌가 했는데 이승우는 이승웁니다!
마수 병력을 밀어냈다고 다가 아니다.
이대로 시간이 가면 결국 마수가 다시 유리해진다.
변수.
무조건 변수를 둬야 한다.
이승우가 선택한 변수는 비렴 드랍이었다. 아직 비비가 살아 있어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이번 비렴 드랍으로 일벌레를 잡아낸다면 한 방을 모을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한 방을 채 모으기 전 마수의 물량에 밀려 버릴 것이다. 본진 마굴이 날아갔지만 일벌레는 고스란히 살렸다. 소굴이 지어지는 순간 다시 자원이 활성화된다.
아까 운룡에 희망이 탔다면 이번 운룡엔 경기의 승패가 달려 있었다.
-비렴 2기나 뺐거든요? 정면 수비 라인이 무너질 위험을 감수하고 보내는 운룡입니다. 성과 거둬야 합니다. 마수의 자원을 확 틀어막아야 합니다!
-코스가 굉장히 좋네요. 비비가 꾸준히 날아다니면서 마수의 시야를 잘 없애 줬어요.
-운룡이 날아오는 걸 까마득하게 모르는 임형규!
다시 한번 마수 본진에 운룡이 도착했다.
“제발. 제발.”
이승우 팬들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아. 봤어요. 일제히 앞마당으로 빠지는 일벌레!
-동시에 수비 병력이 본진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게 이렇게 막혀 버리면 마수의 물량을 감당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아. 1경기. 이대로 임형규의 것이 되나요?
운룡이 일벌레를 따라가며 기회를 엿봤다. 본진 언덕을 올라가는 순간에 비렴이 운룡서 내려 천벌을 떨어뜨렸지만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좌우로 갈라지며 천벌을 피해냈다.
킬수는 고작 2.
이 정도 활약에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운룡이 다시 비렴을 태우러 왔지만 5기의 그슨대가 내려오고 있어 차마 접근할 수 없었다. 비렴을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
운룡이 앞마당으로 가는 순간 임형규가 앞마당에 있는 일벌레를 일제히 다른 곳으로 뺐다.
-어?!
-이야!! 대박 났어요! 대박!
-우와!!! 순식간에 킬 수가 13! 15! 17!!!!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본진에서 올라오는 일벌레와 앞마당에서 빠져나가는 일벌레가 교차하는 지점에 정확히 천벌이 2방 떨어졌다.
그리고 그 천벌에 본진과 앞마당에서 일하고 있던 대다수의 일벌레가 사라졌다.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임형규 본인조차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진짜 엄청난 대박입니다! 만약 일벌레 숫자가 유지되었다면 마굴 완성 이후 추가 확장하면서 물량을 미친 듯이 한 번 더 뿜어낼 수 있거든요. 단순 그슨대가 아니라 닷발귀를 추가 생산해 비렴을 저격해 줄 수 있는 건데 지금은 그게 힘들어요. 자원이 없습니다. 자원이!
비비를 다 잡아냈기에 닷발귀만 한 부대 정도 모으면 용족의 한 방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근데 지금의 피해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 말은 용족의 한 방이 살아 있다는 거 아닙니까!!!!
-이승우 선수 작정했어요. 앞마당에 신전 안 짓습니다. 지금 자원으로 병력 쥐어 짜내서 밀어 버릴 생각입니다.
-이거 경기 분위기가 급속도로 변하는데요?!
-이승우와 임형규라 그렇습니다. 둘 다 예상을 벗어나는 움직임을 보여 주니 쉽게 예상할 수 없는 경기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
그슨대와 가시귀의 숫자는 많다.
하지만 천벌 활용에 따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수다.
그 위험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닷발귀인데 지금은 모을 수 없다.
모은 병력을 이끌고 중앙으로 진출하는 이승우.
어쨌든 2개의 금광을 돌리며 축적된 금이 꽤 있었던 터라 용혼의 수가 2부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다. 비렴 역시 5기나 있다.
-용족 물량이 상당히 부담스럽거든요? 정면으로 마주치면 마수가 이기기 힘들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비렴이 정말 큰 압박이죠. 마견으로 앞마당 안 짓고 있는 거 확인했거든요? 추가 확장 없다는 건 올인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그럼 이제 마수가 해야 할 건 뭡니까? 미친 듯이 병력을 생산해서 맞상대하기? 이건 용족이 바라는 거죠!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어떻게든 현룡을 끊어 주며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본진 자원 떨어지면 용족의 힘도 굉장히 약해지거든요!
-그렇죠. 현룡만 잡아 주면 저 많은 병력이 바보가 됩니다.
금의 압박을 받는 이승우는 현룡을 단 2기밖에 생산하지 않았다. 현룡을 잡기 위해 혈풍과 군주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매의 눈으로 그걸 놓치지 않은 이승우.
바로 천벌을 뿌리며 혈풍을 잡아냈다.
사방에서 달려들었지만 결국 잡아낸 현룡은 1기.
여전히 현룡 1기가 살아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투를 통해 다수의 그슨대와 가시귀를 잃고 말았다.
-아. 현룡을 결국 못 잡았어요!
-그리고 이승우 선수가 정말 영리한 게 비렴은 아예 죽지 않았고 용혼도 거의 살아 있습니다. 철만 드는 용아만 소모한 거예요. 6시 확장이 있어서 용아는 한동안 빠르게 충원할 수 있거든요!
-아. 마수 병력이 너무 줄었어요. 이거 다음 공격을 막지 못하겠는데요?!
제단을 두 바퀴 돌려 용아를 합류시킨 이승우가 다시 진군에 나섰다.
-천벌이 진짜 예술이네요. 유도탄입니까? 마수의 병력이 있는 곳에 딱딱 떨어집니다.
-천벌 적중률이 족집게 도사급입니다. 다 맞춰요. 다!!!
-이번에 이득을 봤으니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하고 소모전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지금 경기를 하고 있는 용족 선수가 이승우라는 걸 제가 잠시 잊었나 봅니다!
-지금 엄청나게 이득 봤어요. 용족도 금 없어서 스트레스 받을 만한 시점에 병력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봤어요.
-이게 용족이죠! 한방 조합! 하드코어 용아 러시와 한 방 조합으로 경기를 역전하는 매력에 빠져 용족을 주 종족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임형규가 마수답게 경기를 했듯 이승우 역시 정말 용족답게 경기를 한 겁니다. 이게 용족이죠! 불리한 경기를 한 방 조합으로 역전하는!! 가슴 짜릿하게 만드는!!
가시귀가 전멸했다.
단순 그슨대와 마견으론 용아조차 상대할 수 없었다.
쭉쭉 밀리는 확장.
임형규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어디서부터 경기가 잘못된 걸까?
용족의 의도를 알았다.
그리고 완벽히 막아 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앞마당까지 밀었다.
근데 왜 경기가 이렇게 된 거지?
왜 내 앞마당이 밀리고 있는 거지?
-용족은 앞마당조차 재건하지 않는, 뒤가 없는 공격이었습니다. 딱 5분이면 힘이 빠지는데, 그래서 이번 러시만 막아 내면 이길 수 있는데 이걸 막아 낼 수가 없네요!
-GG!!!! 임형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 이승우 선수 정말 소름 돋게 만드는 경기력입니다. 언제나처럼 최고의 경기를 보여 줍니다!!!!
1:0.
이승우가 한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