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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27
첨엔 루머로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정말 송병호가 나무전자에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선수로 완전히 복귀한 건 아니다. 개인리그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직 프로리그 경기만 출전한다고 못 박았다.
저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것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팀으로 복귀해 프로리그 경기에 출전해 다른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본인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한다고 했다.
플레잉코치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다.
송병호의 실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간 신들의 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송병호는 송병호다.
초특급 선수.
택리쌍과 함께 천상계를 거닐던 선수.
실력이야 금세 돌아온다.
부진한 성적 끝에 은퇴한 것이 아닌, 오히려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기 직전에 은퇴한 것이라 그 속도가 더욱더 빠를 것으로 기대되었다.
송병호의 귀환과 동시에 프로리그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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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했지? 병호 형 복귀한다고.”
“헐. 진짜네. 난 네가 무슨 찌라시들고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찌라시는 무슨. 내가 직접 들은 건데.”
병호 형의 복귀 소식에 난리가 난 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게임단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난리가 났다. 그만큼 병호 형이 가지고 있는 무게가 엄청나다는 것이겠지.
실력이 떨어져, 후배들에게 등 떠밀려 은퇴했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 못했을 거다.
단순히 1승 카드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허영우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의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다. 뒤에 총사령관이 든든히 받치고 있다는 생각에 플레이가 살아날 수도 있다.
며칠이 지났건만 그때 병호 형이 나에게 했던 말은 방금 들은 것처럼 생생하다.
내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내가 팀을 너무 높게 본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책임지고 나왔어야 했다고.
적어도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모습까지는 확인하고 나왔어야 했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호 형의 부탁은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최신 트렌드를 이루는 빌드와 연습 경기.
자신보다 동생이자 한참 후배에게 배우려는 태도에 감명 받았다. 부탁하는 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정말 정중히 부탁했다. 듣는 내가 부담될 정도로.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수직상승했다.
올드게이머로 구분되는 것이 무색할 만큼 새로운 트랜드를 쭉쭉 흡수했다.
은퇴는 왜 했나 싶을 정도로.
최근 며칠간은 OSL 4강 준비로 도와주지 못했지만 이젠 내 도움이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컨디션을 회복해 큰 상관은 없었다.
프로리그에서 보게 될 병호 형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진짜 대박이다. 나무전자 이러다 일내는 거 아냐?”
“글쎄?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저번 시즌 우리보다 상황이 더 안 좋잖아. 적어도 위너스리그부터는 승을 챙겼어야 했는데 벌써 5라운드나 지났어. 남은 2라운드 성적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은 불가능하지.”
현재 나무전자의 성적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남은 2라운드에서 전승을 해도 힘드니까.
다만 다른 팀의 앞길을 가로막을 순 있다. 1승, 1승이 중요한 중상위권 팀들. 나무전자에 발목 잡혀 포스트 시즌이 날아갈 수도 있다.
그게 우리 팀이 될 수도 있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난 내일 4강 연습이나 좀 더 해야겠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나도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이야.
어쨌든 병호 형의 복귀 기사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다.
아마 같은 종족이자 내가 동경하던 선수라 그런 거겠지?
연습 경기 때 병호 형을 혹독하게 몰아쳤는데 4강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줄 순 없다.
반드시 올라가 스승의 위엄을 보여 줄 거다.
내가 도와줬으니 스승 맞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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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2016 OSL 시즌 2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첫 매치의 막이 올랐다.
이승우 대 임형규.
사실 승부의 추는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운다.
한두 세트를 따낸 적이 있긴 하지만 상위 라운드 진출 기준으로 임형규가 이승우에게 승리를 따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멀게는 16강 재경기와 MSL 결승이, 가깝게는 MSL 8강 경기가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가장 잘 아는 건 임형규 본인이었다.
부스에 오르기 전 심호흡을 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임형규.
얼마 전 최고의 용마전을 선보이며 박수를 받았지만 그리 기쁘지 않다.
그 경기에서 패배했으니까.
군락 마수로도 이승우를 이길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운영을 가져와 봤다.
무난한 운영보단 변칙과 변수를 가득 담은 운영.
본인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운영.
걱정거리는 있다.
자신이 잘하는 건 이승우도 잘한다는 것.
양날의 검이 되어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냥 넋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무언가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건 팀 동료 김택윤이었다. 지겨울 법도 한데 임형규의 연습을 쉬지 않고 도와줬다. 본인의 감을 찾기 위해서니 부담 가지지 말라고 했지만 김택윤 정도 되는 선수가 연습 도와주는 기계처럼 같은 빌드를 계속 받아주는 건 보기 드문 일이었다.
송병호를 보면 할 수 있듯 그 정도 레벨의 선수는 본인 중심의 연습 경기를 하면 금세 자신의 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마웠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하나다.
승리를 거두는 것.
그리고 인터뷰에서 이러한 것을 밝히는 것.
본인을 위해서라도, 김택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임형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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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 보자.
전장 순서가 황혼2, 바람의 계곡, 심판의 날2, 태평의 시대, 황혼2라.
솔직히 순서는 썩 좋지 않다.
마수에게 좋은 황혼2가 1, 5세트에 배치되어 있으니까.
황혼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용마전에서 용족이 더 유리하다고 평가받았었다.
일반적인 3인용 전장은 타 스타팅을 마수가 가져갈 수 있어 마수가 크게 유리하지만 황혼 같은 경우 타 스타팅을 확보해도 본진과의 연계가 상당히 부실한 데다 용족이 전장 구조상 본진 주변에서 3~4금광을 확보하고 방어하는 것이 괜찮기 때문에 용족이 더 괜찮게 평가받았다.
근데 황혼2 버전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지형의 변화도 있었지만 그보다 마수 선수들이 해법을 찾은 것이 더 컸다.
단점이라 여겨졌던 부분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버린 것이다.
중립 확장에 세 번째 소굴을 가져가면 4금광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전장에선 그런 단점이 사라진다.
초중반 그슨대에 힘을 주어도 4금광을 확보하며 군락 체제로 넘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역으로 스타팅 간 러시 거리가 멀기 때문에 가시 촉수로 수비를 하는 운영을 하는 것도 괜찮다. 타 스타팅이나 본진이 공격을 당하면 병력을 크게 우회시켜 용족의 확장을 타격하는 전술적 움직임으로 오히려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용족 쪽으로 기울었던 스코어도 점점 균형을 찾더니 어느새 마수가 용족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10전만 놓고 보면 마수가 7승 3패로 용족을 압도하고 있었다.
형규라면 분명 여기서 승부를 걸 거다.
어떻게?
그건 경기를 해 봐야 알겠지.
잘 막고 넘긴다면 그래도 다음 전장은 용족에게 많이 웃어 주는 전장들이 연달아 나온다.
1세트만 잘 해 준다면 3:0으로 충분히 경기를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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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시즌 첫 결승 진출자가 나오게 되는 매치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기록이 많이 걸려 있는 4강 매치입니다. 만약 이승우 선수가 결승에 진출하게 되면 4회 연속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유일한 선수가 됩니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찌릿찌릿한데요? 진짜 엄청난 대기록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MSL 같은 경우 5회 연속 결승에 진출한 선수가 있지만 OSL은 3회 연속 결승 진출이 최고 기록이었다. 이번에 이승우가 진출하게 되면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된다.
-동시에 우승을 차지하게 되면 유일무이한 OSL 4회 연속우승이자 4회 우승자가 됩니다. 이게 정말 대단한 거죠. 15년이 넘는 역사 동안 단 한 명로 이루지 못한 기록입니다. 그간 날고 기는 선수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환웅도, 천재도, 괴물도, 폭군도, 신도!
-그렇죠. 단일리그 4회 우승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영웅들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지금 이승우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포스가 정말 압도적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이승우 선수처럼 기록을 갈아치우는 건 아니지만 임형규 선수 역시 이번 4강이 굉장히 뜻 깊습니다.
-MSL에선 결승에 연달아 오르며 위엄을 과시했지만 OSL에선 그러지 못했거든요. 이번에 첫 4강이고 첫 결승 진출 도전입니다.
-근데 상대가 좋지 않아요. 자신에게 연달아 준우승을 선사했던 이승우를 4강에서 만났습니다.
-아까 화장실에서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오늘 매 경기 전략을 준비해 왔다고 하거든요? S1 전체가 오늘 4강 경기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고 하니 충분히 기대 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자! 양 선수 준비 모두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4강 1세트 전장! 황혼2로 가 보겠습니다!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와 함께 1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12시에 위치한 임형규. 이승우의 위치는 5시였다.
이승우의 99제단이나 선 제단을 의식했는지 선 마견숲으로 경기를 시작하는 임형규. 하지만 이승우는 앞마당에 무난하게 용무관을 올리며 신전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점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겁니다. 이승우 선수가 하도 초반에 마수를 들쑤셔 대니까 마수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그냥 앞마당을 가져가지 못하고 지금처럼 마견숲을 먼저 짓는 겁니다!
-무서우니까요! 용아가 너무 무섭거든요!
-이러면 이승우 선수 너무 편안하게 앞마당에 신전 올릴 수 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찰도 한 번에 허용하고 말았다. 마수가 뭘 하는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용족. 마견의 수를 보며 용광포의 수를 즉각 조절할 수 있다.
-앞마당 짓는 일벌레 한번 방해해 주죠!
-이러면 진짜 마수 기분 안 좋죠. 시작부터 너무 꼬입니다. 정찰 한 번에 허용했지, 앞마당도 바로 못 가져갔지. 이러면 일단 마견 무조건 찍어서 용안 따라다녀야 합니다.
-이것도 피해죠.
-시작부터 웃고 시작하는 이승우!
용안이 현란하게 몸을 틀며 마견의 공격을 피해 냈다. 약 올리는 것처럼 살짝 멈췄다가 이동하기도 했다.
-마견 2기밖에 안 찍은 걸 확인한 이승우 선수가 용광포보다 신전을 먼저 올려 버립니다.
-이러면 타이밍이거의 엇비슷하죠!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임형규도 수를 하나 내놓았다.
바로.
-어? 임형규 선수 3시 쪽 중립 확장에서 소굴을 가져갑니다?
-굉장히 가까워지죠. 용족 쪽과는. 아주 공격적인 위치입니다.
-당연히 9시 쪽에 폈겠지라고 생각했다간 이승우 선수 깜짝 놀랄 만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중반 이후 공격적인 수까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9시 앞마당이나 10시 중립 확장이 아닌 이승우의 본진에서 공중 상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3시에 세 번째 소굴을 핀 것이다.
견제를 절대 당하지 않겠다.
그리고 용족을 몰아치겠다.
임형규의 투귀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