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26화 (526/575)

00526  Game No. 526 전설의 귀환  =========================================================================

Game No. 526

“어. 형 저 다 왔어요. 어디로 가면 돼요? 아. 보여요. 2층. 맞죠? 네. 지금 거기로 갈게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병호 형이 나한테 먼저 전화를 해 줄 줄이야. 바쁘긴 했지만 동생인 내가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얼마 전 여행을 끝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4강 진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오늘 술 한잔할 수 있냐고 물어왔다.

상관없었다.

빠르게 양대리그 8강 일정을 마친 터라 다음 주 월요일까진 경기가 없었으니까.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얼마든지 나가라고 하셨다. 심지어 오늘 들어오지 않아도 되니 생존 신고만 확실히 하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렇게 난 근심 걱정 하나 없이 병호 형을 만나러 나올 수 있었다.

병호 형을 만나기로 한 곳은 궁이라는 이름을 지닌 술집이다. 엄청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룸 형식으로 되어 있어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이었다.

“몇 분이서 오셨어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르바이트생이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아. 저 일행이 먼저 와 있어서요.”

“어디 계신지 알고 계신가요?”

“네. 연락 받았어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고개를 살짝 숙인 아르바이트생이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어디 보자. 5번 방이라고 했지. 5번 방이……. 아. 저기 있다.

5번 방으로 들어가자.

“왔어?”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크. 유럽 여행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얼굴에 아주 그냥 꽃이 폈네요. 진짜 보기 좋습니다.

근심걱정 다 훌훌 털어 버리고 제대로 힐링을 하고 온 것 같다. 나도 나중에 유럽 여행이나 한번 가 볼까?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네.”

“시상식이었나요?”

“그 후에 한 번 더 봤지.”

“아. 맞다.”

시상식이 끝나고 며칠 후 만나 술 한잔을 했다. 그때 병호 형의 은퇴소식을 들었었다.

“양대 4강 다시 한번 축하한다. 승우 클라스로 보면 이 정도 성적으로 칭찬 받는 건 좀 그런가? 최초 4회 우승을 한 후에 축하 받아도 늦지 않으려나?”

어이구. 너무 그렇게 금칠하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용족의 총사령관에게 받으니 기분이 좋긴 하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 엄청 잘 지냈지. 진짜 인생 살면서 이렇게 편한 건 처음이었다.”

“프사 보니까 진짜 예쁘더라고요. 저도 가고 싶어질 정도로.”

“그치? 나도 거기 갔던 게 꿈만 같다. 진짜 신기한 게 유럽에서도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고. 확실히 신들의 전쟁이 한류이긴 한가 봐.”

서로 근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공통점이 프로게이머라는 것 때문이었을까?

이야기 주제가 자연스레 신들의 전쟁으로 빠졌다.

“하. 난 나무전자 그렇게 된 거 얼마 전에 알았다. 여행 중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거든. 그렇게 됐을 줄이야.”

그간 있었던 일을 할 때 내내 싱글벙글 웃던 병호 형.

나무전자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짙은 한숨을 내뱉는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신들의 전쟁 소식을 전혀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게 뭐 형 잘못은 아니잖아요. 그전까지 잘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할 줄은 아무도 몰랐죠.”

병호 형이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말하려는 찰나 병호 형의 입이 열렸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한테 부탁 하나만 좀 해도 될까?”

****

이승우의 양대 4강 4연속 진출로 포문을 연 개인리그 4강.

치열한 접전 끝에 하나둘 4강 진출자가 가려졌다.

먼저 OSL은 제대로 S1의 판이 되었다. 4강 중 무려 3명이 S1의 선수다. 다른 팀 선수는 이승우 한 명밖에 없는 것이다. S1은 최소 1명 이상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게 된다.

임형규는 처음으로 OSL 4강에 올랐다. MSL에선 너무나도 쉽게 결승에 올랐던 선수지만 OSL에선 항상 16강의 벽에서 좌절했다.

힘겹게 오른 4강.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얼마 전 MSL 8강에서 석패했던 이승우를 또다시 만났으니까.

희망보다 좌절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언젠가 만날 상대다. 이번에 꺾지 못하면 결승에서도 꺾지 못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승우만 꺾는다면 우승 못할 것도 없다는 말이 된다.

반대편 대진은 S1 선수끼리의 내전이 펼쳐졌다.

김영민과 정명혁이 그 주인공들이다. 김영민은 최연소 기록을 모두 격파하며 4강에 올랐다.

최연소 본선.

최연소 8강.

최연소 4강.

이젠 최연소 결승을 노리고 있다. 동시에 몇 명 보유하고 있지 않은 진 로열로더에 도전한다.

상대로 만난 정명혁이 만만치 않은 상대긴 하지만 최근 페이스만 보다면 김영민도 꿀리지 않는다. 난감하게 된 건 최연규 코치와 임주혁 감독이었다. 두 선수를 모두 도와줄 수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 전략을 다른 쪽에 흘리게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동전을 던져서 누구를 도와줄지 정했다.

이런 방법을 택할 줄이야.

최연규 코치와 임주혁 감독다웠다.

그 결과 임주혁 감독이 김영민을, 최연규 코치가 정명혁과 함께 하는 걸로 결정 났다. 이 사실은 금세 팬들에게 퍼졌다. 굳이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침을 튀며 토론하는 팬들이 생겼다.

임주혁의 전략을 흡수한 김영민이 이길 것이다.

아니다. 임주혁은 육군에 있으면서 그 감이 조금 쇠퇴했다. 현재는 최연규의 시대다. 최연규의 가르침을 오랜 기간 받은 정명혁이 김영민을 잡고 결승에 오를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팽팽하게 자신의 의견을 세웠다.

애초에 S1에서 바라는 것이 이것이었다.

화제가 되는 것.

새로운 흥밋거리를 만드는 것.

단순히 경기 내용으로만 팬들을 경기장에 데려오는 건 한계가 있다. 선수들 간의, 감독과 코치들 간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팬들의 가슴에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누가 결승에 올라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거다.

MSL은 나름 종족의 균형을 이뤘다. 세 종족이 골고루 있었으니까. 동시에 팀의 균형도 이뤘다. 같은 팀에 소속 된 선수가 단 한명도 없었다.

가장 먼저 이승우와 이제운이 맞붙는다.

이승우로선 나쁘지 않은 대진이다. OSL에 이어 MSL에서도 4강전에서 마수를 만나게 되었으니.

여러 종족을 만나는 것보다 같은 종족을 만나는 것이 연습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승우와 같은 상황을 맞이한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김영민.

OSL에 이어 MSL에서도 4강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16강에서 박성찬, 8강에서 한민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주구장창 환국전만 하더니 끝내 4강에선 환국 끝판왕인 이영우를 만나게 되었다.

김영민 입장에서 그리 나쁠 건 없다.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다. 다른 종족인 잇긍우나 이제운보다 같은 종족인 이영우가 상대적으로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미 환국전에 대한 감각을 끌어올릴 만큼 끌어올린 상태고 이영우전을 하기 전에 정명혁전을 먼저 하며 환국전에 대한 감각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이번 시즌 양대 4강에 진출한 선수는 이승우와 김영민밖에 없다. 대진표가 엇갈렸기에 결승에서 만나게 될 수도 있다.

흥미진진한 매치다.

이승우에게 패배와 더불어 최초의 무승부를 안긴 김영민.

새로운 천재의 반란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결과를 예측하긴 굉장히 힘들다.

누가 결승에 올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선수들이니까.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그 날의 컨디션, 판짜기, 운까지.

최정상급 선수들 간의 대결은 사소한 것이 승부를 좌우한다.

양대리그 4강 대진이 나올 때 쯤 위너스리그도 함께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건 개인리그 4강과 위너스 리그 포스트 시즌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었던 건 S1와 아스트로의 1위 싸움이었다. 5라운드 11경기가 있기 전까지 S1이 1등이었지만 11경기가 끝난 직후 순위가 뒤바뀌었다.

1위로 결승 직행을 확정 지은 건 S1이 아니라 아스트로였다. 5라운드 10경기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S1 입장에선 기운이 쭉 빠지는 결과다.

일단 승패는 아스트로와 S1이 같다. 둘 중 한 팀이 패배를 한다면 순위가 바로 바뀌지만 서로 전승을 거둔다는 전제하에 아스트로가 결승 직행을 하려면 남은 4경기를 모두 4:0으로 끝내 승점에서 앞서야 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

4연승을 거두는 것과 그 4연승을 4:0으로 거두는 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그 어려운 걸 해내기 위해 나선 선수가 있다.

이승우.

그는 4경기 내내 선봉을 자처했다. 본인이 올킬을 기록해 팀을 1위로 만들겠다는 인터뷰까지 대놓고 했다.

아무리 이승우가 대단해도 각기 다른 16명의 선수에게 16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명의 선수를 연달아 이기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었다.

전장도 미리 정해지는 거라 온갖 날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듣도 보도 못한, 단 한 경기를 위한 필승 전략이 이승우를 상대로 난무했다.

다른 용족이었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완성도 높은 전략들.

근데 이승우는 모두 막아 내고 승리를 거뒀다.

1승씩 차곡차곡 적립해나가더니 어느새 4연속 올킬까지 달성한 것이다.

경악의 연속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약속을 지켰다.

완벽하게.

저번 시즌 본인이 기록했던 5회 올킬 기록도 8회 올킬로 갈아치웠다.

김영민이 이승우의 최다 올킬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던 이들이 무안해질 정도다. 연신 기사를 써 내던 기자들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굳게 다물었다.

김영민도 잘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더 잘했다.

동시에 이번 시즌에도 위너스 리그 가장 높은 자리에 본인의 팀을 올렸다.

물론 이걸로 우승을 확정지은 건 아니다.

아직 결승전이 남아 있긴 했다.

2위는 S1이 차지했다.

여전히 김택윤이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지만 임형규와 김영민의 활약에 힘입어 2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S1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두 선수가 부진해도 그걸 메울 만한 힘이 있다는 것.

클라스가 있는 선수들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반드시 회복한다. 그 시간을 안정적으로 줄 수 있는 팀은 오직 S1밖에 없었다.

3위는 CT였다.

이영우는 이영우였다.

거기에 더해 용족 카드들도 살아났다. 이영우가 든든히 버텨 준 덕이었다. 만약 이들이 4라운드에 부진에 빠지지 않았다면 1위나 2위에 오른 팀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CT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에 아직 우승의 기회는 남아 있었다.

마지막 4위.

포스트 시즌 마지막 티켓 을 두고 폭스, IBX, 화성 세 팀이 끝까지 다퉜다. 1위 싸움만큼 치열했다.

승자는 화성이었다.

삼대장이자 마수의 군주 이제운.

이영우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진가를 제대로 드러냈다.

2킬, 3킬, 내친 김에 올킬.

입이 떡 벌어지는 경기력을 매일 같이 보여 주었다.

리쌍은 리쌍이었다.

가장 아쉬운 팀은 폭스였다. 환국 라인의 힘으로 위너스 리그 기적을 써 내려가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5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단 1승.

1승만 더 해냈다면 포스트 시즌에 화성 대신 이름을 올릴 수 있었을 거다.

여러 기록들이 갱신되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기사 하나가 뜬 순간 모두 묻혀 버렸다.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기사였으니까.

송병호.

그가 나무전자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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