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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25화 (525/575)

00525  Game No. 525 의문의 전화 한통.  =========================================================================

Game No. 525

임형규는 이승우가 아니었다. 항전을 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너무나 쉽게 수비를 해냈던 이승우가 공격을 통해 버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증명했다.

-으아! 천벌! 천벌이 전 화면에 쏟아집니다!

-천벌을 피하기 위해서 병력을 저렇게 넓게 배치했는데 소용이 없어요. 다 천벌이 내리치고 있어요!

-하늘에서 천벌이 빗발칩니다!

-마수가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렇게 천벌이 쏟아지나요?! 죄를 엄청 지은 모양입니다!

-그냥 종족의 운명을 걸고 싸운 것이 죄라면 죕니다!

뒤에 숨겨 놓았던 병력으로 용족의 뒤를 덮쳤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병예의 속박에 그대로 묶여 버린 것이다.

앞쪽에서 벌어진 전투를 신경 쓰기도 바쁠 텐데 뒤까지 완벽하게 보고 있었다. 오히려 병력이 분리되어 화력이 약해지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그슨대와 마견 위에 어김없이 천벌이 떨어졌다. 이제 인구수는 용족이 마수보다 30이상 많았다.

-공격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거구귀가 비렴을 끊어 내고 있긴 합니다만. 너무 늦어요. 이제 와서 끊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천벌 다 썼으니까 주는 거죠! 어차피 술력 다시 차기 전에 경기는 끝납니다!

-병력 다 잡히죠. 금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쌓입니다. 철 안 쓰고! 남겨 뒀다가 비렴 또 생산하면 되는 겁니다! 시간은 이승우 편이니까요!

-밀렸어요! 밀리고 말았습니다! 버티기 작전도 끝나 버렸습니다!

-허망한 표정을 짓는 임형규! 아. 본인이 거의 다 잡은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요.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는 임형규. 최연규 코치도 임형규만큼 아쉬워하고 있었다.

기적은 없었다. 하늘은 이승우의 편이었다.

4세트를 하면서 패배는 단 한 번도 생각 안 했다.

이기거나 최소 무승부.

그 생각이 철저히 박살나고 있었다. 이렇게 본진이 처절하게 무너질 줄이야.

마지막 건물이 깨지기 전.

-GG!! 임형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 진짜 명경기입니다. 길이 남을 최고의 명경기예요!

-이승우니까 이런 경기도 역전하는 겁니다. 다른 용족이면 아까 1시에서 그냥 죽었을 겁니다.

-최후의 용족! 최강의 용족! 역시 이승우입니다.

2016 MSL 시즌2 첫 번째 4강 진출자는 이승우로 결정됐다.

****

<ㅎㄷㄷ 4세트 역대급 소름이었다.>

<와. 그걸 역전하네. 경기 중에 팬티 괜히 갈아입었다. 어차피 지릴 거 하나로 계속 지릴 걸. 팬티만 4장 썼다.>

<그 정도면 기저귀 차는게 낳을 듯 ㅇㅇㅇ>

<신 이야기 새끼들은 뭘 자꾸 낳냐? 애 낳냐? 수준 하고는 ㅉㅉㅉ>

이변은 없었다.

이승우와 다른 선수가 경기를 치르지만 결국 이승우가 이기는 것이 신들의 전쟁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승률을 보여 주고 있다.

다만 오늘 경기를 통해 이승우를 이겨 낼 수 있는 마수는 이제운과 임형규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근데 거기까지다.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관중들이 연신 이승우의 이름을 외치며 승자를 반겼다. 명경기를 보여 준 것에 대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런 경기라면 1시간이라도 환영이다.

지루하게 대치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움직였다.

조금만 실수가 있었다면, 비렴이 거구귀에 잡혔다면 마수의 조합에 밀리고 말았을 거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이승우는 너무나도 쉽게 이겨 냈다.

엄청난 역전승.

신들의 전쟁 역사에 기록될 만한 역전승을 해냈다. 이승우가 해서 너무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것도 임형규를 상대로 해냈다.

최근 김영민에게 패배하며 살짝 불안한 모습을 보여 줬던 이승우.

그가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불안해하지 말라고.

아직은 나의 시대라고.

****

경기가 끝난 후 바로 인터뷰가 이뤄졌다.

축하 인사와 함께 가벼운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게 5분쯤 흘렀을까? 드디어 본 질문이 들어왔다.

-오늘 경기 중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4세트였습니다.”

……라고.

오히려 패배한 3세트는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았다. 충분히 질 만했다. 그만큼 형규가 잘했으니까.

상대를 인정하는 것.

그리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

실력을 키우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본인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실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

-3세트에 3연속 99제단을 썼다가 실패했었는데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나요?

“아무렇지 않은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눈앞이 순간 캄캄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4세트만큼은 아니었습니다. 4세트는 정말 아찔했습니다.”

그때 생각만 하면 몸서리가 처진다.

-3세트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자면 임형규 선수가 앞마당을 취소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게 뭐지? 경기를 포기하려는 건가? 이렇게 가볍게 3:0으로 올라가나? 근데 아니었습니다. 하아. 마견과 용아 구도로 경기를 몰아갈 줄이야. 진짜 3세트 전략은 몇 번을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완벽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임형규 선수의 3세트 전략은 이승우 선수에게도 굉장히 놀라운 것이었군요? 3세트 패배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진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3세트 패배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역시 같은 전략으로 3연속 이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음. 누군가를 디스한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난 임주혁 감독님의 팬이었지만 그분도 굉장히 좋아했다고요. 진짜예요. 믿어 주세요.

-이야. 이승우 선수 인터뷰 스킬이 많이 늘었네요. 선배 디스까지 능글맞게 해 버리고.

-여태 우승만 6번 차지했습니다. 우승 인터뷰만 무려 6번! 인터뷰라면 도가 텄죠!

어? 진짜 그런 거 아닌데요?

이러다 CT에서 전화 오는 건 아니겠지?

따로 사과 인터뷰라도 해야 하나 싶다.

-완벽한 전략이었다는 말은 99제단에 대한 해법이 나왔다는 걸 이야기인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그 상황에서 임형규 선수가 최선의 수를 뒀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처럼 첫 서치에 99제단을 발견한다면 해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전히 99제단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반쪽짜리 해법.

모두가 쓸 수 있는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직 제약이 많다. 첫 서치에 99제단을 발견하지 못하면 형규가 쓴 전략을 사용하기 힘들다.

용아가 내려올 때 곧 앞마당이 완성되니까.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취소하는 것과 80% 정도 되었을 때 취소하는 건 차이가 크다. 절대 아까 형규가 생산해 낸 만큼의 마견을 보유하지 못한다.

첫 서치에 성공하더라도 형규 수준의 컨트롤, 결단력, 감각이 아니면 앞마당 취소 전략을 완벽히 이행하기 힘들다. 형규 수준의 마수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이제운이다.

그리고 형규와 함께 쌍림으로 불리는 임동원 정도?

조금 더 인심 써도 김재만과 김연훈까지다.

이 선수들이 아니라면.

“사실 원 서치에 발견되더라도 통할 자신이 있습니다.”

아직 100% 자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던지고 보는 거다. 그래야 마수 놈들이 함부로 저렇게 못하지. 인터뷰도 판 짜기의 일부다. 안티 천왕랑만 주구장창 쓸 것처럼 인터뷰해놓고 타이밍 러시고 병호 형을 아작 낸 이영우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전설처럼 내려오고 있다.

-역시 이승우! 인터뷰에 자신감이 좔좔 흘러넘칩니다!

-충분히 그래도 되죠. 마수 선수들에게 경고하는 겁니다. 어차피 써 봤자 안 통한다고.

3세트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 4세트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4세트에서 1시 쪽에 갇혔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정말 지는 줄 알았습니다. 경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GG를 치고 싶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꾹 참았습니다.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3세트에서 그렇게 패배하고 4세트마저 일방적으로 내주게 되면 5세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또 그런 경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무승부가 나오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한번 해 봤는데요. 진짜 할 짓이 못 됩니다.”

몸서리가 처진다.

그땐 한 경기였지, 지금은 다전제다.

재경기 판정받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을 해 버릴 것 같다.

-재경기에 대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남아 있군요.

-승자이긴 했습니다만 2연속 무승부가 나왔으니 썩 기분은 좋지 않았겠죠.

다행히 중계진 분들도 내 입장을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 단일 리그에서 4회 우승한 선수는 한 명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첫 번째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반드시 플래티넘 배지를 가슴에 달겠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하는 건 자주 말할수록 좋다고 한다.

그러면 정말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숨기지 않았다.

내가 올해 원하는 걸.

바라는 걸.

연말엔 꼭 가슴에 플래티넘 배지를 달고 싶었다.

****

기자 인터뷰까지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차에 몸을 실었다. 체력을 거의 다 소모해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피곤했다. 이렇게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적은 없었다. 한 번 있긴 했는데 그땐 레벨이 올라 다 회복됐었다.

이번엔 그런 거 없나?

당 떨어진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초콜릿을 사 먹었다. 초콜릿이 혀에 닿는 순간 광고에서 그렇게 부르짖던 천국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보상이 있었다.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역전의 명수.]

[역전 불가능한 경기를 역전하였습니다.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스킬 포인트 15개를 드립니다.]

흠. 그렇게 힘든 경기였나?

어쨌든 스킬 포인트를 15개나 준다니 감사하다. 스킬을 아낀 보람이 나름 있었다. 마지막 공격이 실패로 끝났다면 형규가 원하는 무승부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자. 이제 남은 스킬 포인트를 어디에다 찍어 볼까?

일단 두 가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폭풍]. 그리고 [진정한 올킬러].

[폭풍]이야 그 위력에 대해 두말할 필요가 없고 [진정한 올킬러] 역시 위너스리그가 끝나 가긴 하지만 아직 4경기가 남았기에 상당히 유용한 스킬이다. 포스트시즌이나 결승까지 합치면 경기 수는 최소 1경기 더 늘어난다.

[진정한 올킬러]는 스킬 포인트가 1밖에 들지 않는 데다 패시브 스킬이다. 자동 적용이라는 말이다.

스킬 포인트를 16개 이상 줬으면 둘 다 MAX를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둘 중 하나는 레벨 4에서 멈춰야 한다.

흠. 일단 둘 다 4까지 찍고 결정하자.

[폭풍]의 레벨이 3이 되는 순간.

[22x2초 내에 두 번째 공격이 이뤄질 시 모든 능력치가 2x2%씩 상승 됩니다. 최대 상승 수치는 22x2%까지입니다. 22x2%에 도달하면 22x2초 내에 다음 공격이 이어져도 능력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효과가 이렇게 바뀌었다.

시간을 제외한 모든 숫자 뒤에 x2가 생겼다.

제대로 이름값을 하는군. 레벨 4가 되었을 땐 효과의 변화는 없고 사용 시 체력 소모량만 줄어들었다.

[진정한 올킬러]는.

[킬 수마다 체력 회복! 1킬 7%, 2킬 10%, 3킬 16%, 올킬 20%!]

가 되었다.

레벨 1때보다 확실히 많이 올랐다. 레벨 4 1킬이 레벨 1 3킬과 같았으니까. 이 정도 수치가 회복되면 연달아 경기를 펼쳐 소모되는 체력이 대한 부담이 확실히 줄어든다. 1킬 당 스킬 1번을 더 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흠. 이제 선택의 시간이 되었다.

프로리그, 개인리그 할 것 없이 한 경기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폭풍]이 더 낫고 위너스 리그처럼 여러 경기를 펼쳐야 할 때는 [진정한 올킬러]가 더 낫다.

고민 끝에 난.

[킬 수마다 체력 회복! 1킬 10%, 2킬 14%, 3킬 21%, 올킬 30%!]

[진정한 올킬러]에 투자했다.

현재 위너스리그 순위가 1위였다면 [폭풍]에 투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위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진정한 올킬러]를 택했다. 1위가 되려면 남은 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면 안 된다. 그래야 자력으로 1위가 될 수 있다.

이게 뭔 말이냐고?

4연속 올킬을 누군가 해야 한다는 거지.

누가?

아마 내가 되겠지.

그래도 효과를 보니 괜찮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면 체력 걱정 안 하고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킬 포인트를 모두 배분하고 한숨 돌리려는 찰나.

-우웅. 우웅.

휴대폰이 울렸다.

완벽한 타이밍이구만.

김채하 기자님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반가운 사람의 전화였다.

“병호 형. 어쩐 일이세요?”

바로 용족의 총사령관으로 불렸던 병호 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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