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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24화 (524/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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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24

생각보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1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치 국면이다. 이승우가 수비를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수는 마수가 용족보다 40이나 많다.

평소의 상황과 정반대인 것이다. 용족이 계속해서 자원을 먹고 있긴 하지만 풍족한 건 철이지 금이 아니다. 금은 겨우 10씩 들어오고 있다.

이승우는 철을 아끼고 있었다.

당장 용아를 생산해 봤자 토혈에 무용지물이 된다. 거구귀의 기생충에 잡아먹힐 확률도 크고. 금이 모이는 대로 비렴을 생산해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언제가 1시 자원도 마른다.

그때가 되면 철 1원이 소중하다.

-자. 잠시 정리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이승우 선수의 주요 병력은 풍백 4기! 지룡 4기! 병예 4기가 있고…….

-수비를 하느라고 샤샤샤.

-……여기에 비렴이 앞마당에 3기, 본진에 6기 총 9기가 있습니……. 지금 뭐하시는 거죠?!

김현민 캐스터가 특유의 냉철한 목소리로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때 의문의 멜로디가 중간에 껴들었다. 당황한 기색에 역력한 김현민 캐스터.

얼어붙은 건 이 둘만이 아니었다.

관중석도 차게 식었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친 것처럼 모두 얼어붙었다.

노래를 부른 건 한종엽 해설이었다. 풍백, 지룡, 병예가 4기가 있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한종엽 해설 역시 그 노래에 푹 빠져 있었다.

김현민 캐스터 뿐만 아니라 최승원 해설도 경악에 찬 얼굴로 한종엽 해설을 바라봤다. 도저히 받아 줄 수 없는 드립이었다.

맥락이 없다.

맥락이.

-요즘 박광춘 해설과 굉장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전염이 됐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 역시 박광춘 해설. 선수 시절부터 자신의 색이 정말 확실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옆 사람까지 본인화 해 버립니다!

집에서 편하게 누워 다리를 긁적이며 경기를 보고 있을 박광춘 해설을 향한 디스. 아마 지금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 거다.

이제는 없는 자리까지 공격을 당한다.

아. 아. 서글픈 인생.

박광춘 해설이라면 오히려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진실은 박광춘 해설 본인만이 알고 있을 거다.

-……죄송합니다. 경기가 길어지다 보니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이런 썩은 드립을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정신을 차린 한종엽 해설이 바로 사과를 했다. 크게 재미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경기가 집중하고 있던 관중들에겐 긴장을 풀고 한 번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자. 다시 상황을 보겠습니다. 풍백 4기, 지룡 4기, 병예 4기! 비렴 9기! 용혼 5기. 용아는 약 두 부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이승우!

-사실 용아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임형규 선수가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건 조합이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이죠.

-이에 맞서는 임형규! 닷발효치 15기! 거구귀 7기! 망태할배 7기! 그슨대 약 두 부대, 가시귀 7기, 마견 세네 부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술법을 누가 먼저 잘 쓰느냐 싸움입니다. 단순 화력으로 비교할 수가 없어요. 먼저 술법으로 상대 술법 유닛 무력화시키는 선수가 이길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난이도 측면에서 분석하자면 마수가 용족보다는 더 낫긴 하죠.

‘생각보다 길어지는데?’

임형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대로 경기가 흐르지 않는다. 임형규의 생각은 이랬다.

거구귀로 비렴을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거구귀는 다 죽어도 상관없다. 병예의 쇄혼에 죽든 용광포나 풍백에 맞아죽든 상관없다. 비렴만 정리하면 제 역할은 완벽히 한 거다.

금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용족이기에 비렴이 일시적으로 줄어들면 바로 추가 생산할 수 있다.

기껏해야 용아가 전부.

용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가시귀도 아직 7기 남아 있다. 접근하기도 전에 한 줌 연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슨대와 마견에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지룡과 풍백이 있지만 상관없다.

닷발효치가 아직 1부대 넘게 살아 있었으니까. 먼 거리에서 지룡과 풍백만 다 죽이면 그만이다. 그러면 나머지는 그슨대와 마견으로 충분히 밀 수 있다. 용광포가 많지만 토혈과 흑운이면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이 임형규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근데 첫 신부터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승우가 비렴을 너무 잘 지킨다. 거구귀가 오면 비렴을 운룡에 쏙 태운다. 기생충을 쓰기 전이라면 차라리 낫다. 술력을 소모하지 않으니까. 근데 문제는 기생충을 딱 썼을 때 비렴을 운룡에 태워 버린다는 것이다.

기생충을 사용하려면 술력 150이 필요하다.

한 번 사용하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기생충을 쓰기 전에 운룡에 비렴을 태울 때도 있긴 했다. 그땐 병예가 나섰다. 쇄혼으로 달려드는 거구귀를 찢어 버렸다.

눈 깜짝할 새에 벌어졌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절반의 거구귀를 허무하게 잃었다.

이제 남은 거구귀는 단 7기.

신중하게 써야 했다.

반드시 비렴을 잡아야 했다. 그리고 살려 돌아와야 했다.

망할 놈의 운룡을 잡으려는 시도도 여러 번 했다. 대공 능력을 지닌 유닛이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운룡에 녹연을 뿌리고 혈풍으로 잡으려 했다. 위기를 느낀 이승우가 운룡에서 비렴을 내리면 거구귀로 잡아먹으려고 준비까지 미리 해 놓았다.

근데 써먹지 못했다.

운룡에서 비렴이 1기밖에 내리지 않았으니까.

내린 비렴이 날아오는 혈풍을 향해 천벌을 한 번 쓰고 다시 운룡에 쏙 타 버렸다. 너무나도 얄미운 움직임. 임형규가 이를 바득 갈았다.

비렴만 잡았다면 벌써 밀었을 거다.

답을 아는데도 적어 낼 수가 없다.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벌써 자원 반 이상 파먹었습니다! 이러면 마수도 슬슬 불안해지죠?

-무작정 대치 상황을 하고 있는 것이 좋은 게 아닙니다. 들어가야 합니다. 아직 금이 없어 병력의 조합을 더 추가시키지 못할 때 들어가야 합니다! 계속 시간 주면 풍백, 비렴 쌓이거든요!

-인구수 격차도 10 줄여서 이제 30까지 따라왔습니다. 순식간에 줄일 수 있는 격차지만 일부러 고급 유닛만 생산해 주고 있거든요!

-임형규 선수도 축적된 자원이 꽤 됩니다. 아끼면 뭐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거든요?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도 인구수 꽉 차면 이제 자원 쌓이는 거거든요? 자원이 쌓이지 않게 한 번 몰아붙여야 합니다.

상황이 묘해졌다.

금방 끝날 것 같은 경기였는데 10분이 지났다. 이승우는 여전히 나올 생각이 없다. 최대한 금과 철을 모은다는 마인드다.

어차피 급한 건 마수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공격을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근데 갈 수가 없어요! 이승우가 너무 잘 막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수비를 완벽히 하면서 자원을 다 파먹는다? 그러면 이제 반대 상황이 되는 겁니다. 임형규가 병력 다 끌고 수비해야 해요. 무승부 유도해야 하는 겁니다.

1시와 1시 앞마당을 제외하고 모두 밀리기 전 상황을 보여 주면 백이면 백 마수가 이겼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용족의 상황은 암울했다. 유일한 자원 줄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그것도 먹어야 도움이 되는 거지 그 전에 밀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근데 먹고 있다.

밀리지 않고.

임형규가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게 된다.

바로 지금처럼.

-아. 거구귀가 조금 성급하게 들어갔어요!

-여유가 사라진 거죠! 2기가 죽었습니다!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제 이승우가 여유가 있어요! 콧노래를 불러요!

-거의 진 경기를 역전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런 경기 마수가 지면 진짜 타격 상당하겠는데요?!

-아까 1시 확장을 왜 늦게 가져가냐고 의문을 표했었는데 아마 이승우 선수는 여기까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버티기를 하려고 1시 확장을 가장 마지막에 가져간 거죠!

1시 확장을 먼저 먹었다면 12시 확장은 고스란히 마수의 것이 되었을 거다. 그랬다면 마수도 지금처럼 급하게 경기를 하지 않았겠지. 마찬가지로 하나의 자원 줄이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

가격이 저렴한 마견과 그슨대를 잔뜩 생산할 수 있어진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다면 공격을 가야 하는 건 마수가 아니라 용족이 되었을 거다.

정말 이승우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1시 확장을 늦게 먹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선택이 이승우에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는 건 확실했다.

그렇게 5분이 더 지났다.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마수보다 용족이 더 좋다.

여유로워 보이는 이승우와 달리 굵은 땀을 쉴 새 없이 흘리는 임형규.

그가 결단을 내렸다.

-모든 병력을 뒤로 뺍니다!

-5시 본인의 본진 쪽으로 가는 거죠!

-임형규 선수가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수비! 수비를 하려는 겁니다.

-이제 공격으로 끝내기엔 늦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비렴을 그렇게 잘 지켜내는데 뭔 수가 있습니까!

-무승부 작전이죠. 이대로 경기를 무승부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

-아. 본인도 굉장히 괴로울 겁니다. 거의 이긴 경긴데! 이런 무승부 작전은 상대가 해야 하는데 왜 내가 하고 있나!

병력을 물린 임형규가 재정비에 나섰다.

일단 가시귀를 언덕 아래 넓게 펼쳤다. 지룡이 언덕 위에서 때릴 수 없게 넓게 펼쳐 놓았다. 동시에 그 위에 닷발효치를 배치해 시야를 확보했다. 지룡이나 비렴이 다가오면 바로 저격할 생각이다.

그슨대와 마견은 멀찌감치 안에 집어넣었다. 병력이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덮칠 생각이었다. 모든 병력이 그렇게 있는 건 아니었다. 절반 정도는 전장 중앙에 숨어 있었다. 언덕 아래로 병력이 다 내려오면 언덕 위를 장악하려는 것이었다.

망태할배 역시 병예의 저격을 피해 아래쪽에 피해 있었다.

일단 배치는 완벽에 가깝다.

-자! 이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내가 한번 작정하고 수비해 볼 테니까 한번 뚫어 봐라!

-사실 이승우에게도 기회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닙니다. 두어 번 정도 실패하면, 그 과정에서 비렴을 잃게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예요. 임형규 선수의 의도대로 무승부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공격을 나서면 이제 용광포가 없다. 용혼과 용아로 커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용아를 허무하게 읽는다면, 고급 유닛만 남는다면 이승우도 할 수 있는 것이 수비밖에 없다.

임형규의 마지막 수가 먹히는 것이다.

경기 시간이 어느새 1시간 10분을 넘었다.

초장기전.

그럼에도 관중들의 얼굴에 지루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여전히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가 해냈습니다!

이제 자원을 거의 다 파먹었다. 비렴도 꾸준히 모아 줘 1부대가 되었다. 이제 남은 건 보유한 자원으로 최대한 병력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

마수는 자원이 떨어진 지 오래다.

축적 된 자원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이제 병력을 생산해서 나가면 된다는 말ㅆ……. 어라?

다 어디 갔대?

1시 앞마당 앞에 진을 치고 있던 마수 병력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용아 1기를 중앙으로 보냈다. 여전히 병력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확장을 가도 마찬가지다. 용아가 마수의 발견한 건 5시 본진으로 갔을 때였다.

귀중한 정보를 주고 연기가 되어 사라진 용아.

내 너의 공을 잊지 않으마.

이놈들. 다 여기 숨어 있었고만?

형규의 생각이 바로 읽혔다. 수비를 통해 무승부를 하고 싶은 거겠지.

미안하지만 무승부라면 지긋지긋하다.

이미 두 번 연속 해 봤거든.

오늘은 편안하게 가고 싶다!

상황 파악을 끝낸 후 바로 병력을 중앙으로 뺐다. 가만히 있기만 해서 좀이 쑤셨는지 병력들의 움직임이 왠지 더 활발한 것 같다.

……당연히 착각이겠지.

일단 다른 확장을 먼저 정리했다.

이제 형규도 5시 본진밖에 남지 않았다.

무승부 하고 싶어?

난 진짜 그거 싫거든.

꼭 이 경기 이기고 4강으로 가고 싶다.

5시 본진 언덕에 병력을 정비한 난.

‘[투신], [폭주기관차], [승부사], [폭풍] 발동.’

[2분간 전투에 관련된 속도, 컨트롤, 공격력, 반응 속도 능력치가 55% 상승합니다.]

[2분 20초간 속도, 컨트롤, 공격력, 반응 속도가 70씩 상승합니다. 발동 시간 동안 시야, 수비력, 밸런스가 20씩 감소합니다.]

[5분간 모든 능력치가 1.7배 상승합니다. [투신]과 [폭주기관차]와 달리 육체에 무리가 전혀 가지 않습니다. 단, 시간이 지나기 전에 경기를 끝내지 못할 시 모든 능력치가 60%로 감소합니다.]

[스킬 [폭풍]이 활성화되었습니다. 22초 내에 다음 공격이 들어갈 시 능력치가 2% 상승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켰다.

으. 살짝 어지러운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순식간에 체력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오늘 8강은 여기서 마무리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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