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23 Game No. 523 끝까지 간다. =========================================================================
Game No. 523
용족전에서 거구귀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활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국을 상대로 할 때 모습을 더 많이 생산한다.
거구귀 역시 망태할배처럼 3개의 술법을 지니고 있다. 마안, 기생충, 녹연이 바로 그것이다.
마안에 걸린 유닛은 그 시야를 마수와 온전히 공유한다. 환국 같은 경우 의원으로 마안에 걸린 유닛을 치료할 수 있지만 용족 같은 경우 해당 유닛을 죽여야만 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풍백이나 지룡 같은 비싼 유닛에 마안을 걸면 용족의 현 상황을 실시간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술법인 기생충은 유닛을 2기의 기생충으로 만들어 버린다. 술력이 150이나 들긴 하지만 지금처럼 용족이 수비 태세를 취하고 있을 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재 용족이 가장 부족한 건 금이다.
비렴을 양산할 수 없다는 뜻.
비렴을 기생충으로 제거해 준다면 보다 수월하게 수비 라인을 뚫어낼 수 있다.
마지막 술법은 녹연에 맞으면 공격 속도와 이동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병예에 걸어 쇄혼을 쓰러 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용혼같은 대공사격이 가능한 유닛에게 걸어 도망칠 시간을 벌 수도 있고.
-술법대전이네요. 정말 오랜만에 용마전에서 이런 경기가 나옵니다!
-용족이 지금처럼 수비를 하는 상황도 나오지 않았고 마수가 한정된 자원으로 용족의 수비 라인을 뚫어내야 하는 상황도 나오지 않았죠. 후반 용마전하면 보통 미친 물량으로 용족의 조합을 깨느냐, 깨지 못하느냐 싸움이지 않았습니까!
-신들의 전쟁 스토리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땅에서! 종족의 운명을 건 전투를 준비하는 용족! 그리고 용족의 씨를 말려 버리려는 마수! 이 둘의 대전쟁!
-그 전쟁의 승자는 용족이었거든요. 최후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종족을 보전했거든요! 과연 오늘 경기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 와중에도 양 선수는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정거리가 긴 닷발효치로 1시 앞마당을 타격하는 임형규.
자원이 모두 떨어진 곳이지만 전략적인 요충지다.
현재 이승우가 언덕 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건 다 이 앞마당 전진 요새 덕분이다. 여기를 파괴하면 용족의 시야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어디서 공격이 오는지 모르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닷발효치를 향해 천벌이 쏟아졌다.
-아. 이렇게 천벌을 소모하는 것도 굉장히 뼈아픕니다.
-닷발효치를 잡으려면 천벌을 두 번 써야 하거든요? 겨우 한두 마리의 닷발효치를 잡기위해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 너무 아깝죠!
마견과 그슨대에 떨어진다면 부대 단위 이상의 마수 병력을 잡아낼 수 있는 천벌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나마 비렴을 잘 모아 준 상태라 천벌이 아주 많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전투 중에 정말 잘 살렸죠. 그게 없었다면 지금처럼 버티기 모드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그냥 밀어닥치는 마수의 병력이 앞마당과 본진이 날아가면 GG를 선언했을 겁니다!
지금 이승우의 가장 큰 힘은 비렴과 지룡이다.
어떻게든 이 두 유닛은 마수로부터 지켜 내야 한다. 천벌을 아끼지 않고 사용한 덕에 첫 번째 닷발효치 공격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많은 수의 닷발효치가 뒤에서 변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얼마나 빡빡하게 자원을 쓰고 있냐면 비렴을 생산하기 위해서 용혼을 한두 기 정도밖에 찍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짜 처절합니다!
1시 자원 줄이 다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것.
말로는 굉장히 간단하지만 실제로 하기 굉장히 힘들다. 지금과 같은 마수의 공격을 계속해서 막아 내야 한다. 이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다.
마수보다 손이 더 빨라야 했으니까.
-임형규 선수 진짜 까다롭게 플레이합니다. 군주와 혈풍을 던져서 현룡을 끊어 주고 있어요.
-언덕 아래라 시야가 답답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해 놓은 건데 이마저 다 끊기면 나중에 수비를 다 하더라도 치고 나갈 힘이 없습니다!
결국 모든 현룡을 용광포가 닿는 곳으로 치우는 이승우.
안 그래도 좁은 시야가 더 좁아졌다.
-임형규 선수도 정말 차분하게 해 주고 있는 것이 공격을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급하게 들어가지 않습니다. 아주 차분히, 서서히 이승우의 숨통을 조여 갑니다.
-갑갑하게 만드는 거죠. 숨을 쉬지 못하게. 이럴 땐 마수가 조급해져서 막 공격을 퍼부어야 하는데 임형규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네가 술법 유닛을 활용한다고? 그럼 나도 술법 유닛을 극대화해서 사용할게! 같이 술법대전 한번 해 보자!
-임형규도 컨트롤 자신 있거든요!
서로 자원이 들지 않은 유닛을 최대한 활용해 주고 있다. 이승우는 비렴을, 임형규는 망태할배와 거구귀를. 몇 기의 거구귀가 훅 날아오더니 지룡과 풍백에게 마안을 걸었다.
-이러면 용족의 정보가 고스란히 마수에게 전달됩니다.
-막을 수 없죠. 풍백과 지룡을 죽일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임형규가 조바심에 급하게 1시에 공격을 나섰다면 정말 경기가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근데 이렇게 침착하게 하고 있으니 여전히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경기는 마수에게 기울었다.
다만 용족이 이승우니까 기대를 거는 것뿐이었다.
****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보자.
내가 불리하다.
6;4? 7:3?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가? 어쨌든 이길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모든 공격을 완벽히 막아 내고 1시 자원을 다 파먹어 병력을 생산하는 것.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그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러워서 문제지.
지금만 해도 그렇다.
유닛이 마안에 걸렸다. 곧 있으면 기생충도 나온다는 소리.
기생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기생충을 사용했을 때 모든 비렴을 운룡에 태우는 것.
거구귀의 술력을 뽑아낼 수도 있고, 비렴도 살리는 일석이조다. 문제는 그 타이밍을 맞추기 굉장히 어렵다는 거지. 시종일관 비렴을 바라보고 있을 순 없으니까.
두 번째 방법은 거구귀가 날아올 때 병예로 쇄혼을 거는 거다.
술력을 날림과 동시에 운이 좋으면 거구귀를 잡아낼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아까 망태할배처럼 일부러 술력이 얼마 없는 거구귀를 보내면 되거든. 술력이 가득 찬 거구귀와 술력이 바닥난 거구귀는 외양의 차이가 전혀 없다.
컵 안에 든 동전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이런 야바위는 그 과정이라도 보여 주지 지금은 그조차 없다.
쇄혼이 술력 50밖에 들지 않긴 하지만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다른 술법을 위해 술력을 함부로 쓸 수도 없다.
스킬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어떤 스킬을 써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 효과는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이 경기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확실한 스킬을 사용해야 한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폭주기관차]와 [승부사]를 동시에 쓰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경기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다. 용족의 술법 유닛은 강력하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이 크게 차이 난다.
술법은 돈이 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쓸 수 있다.
내 생각은 여전히 같다.
이 경기.
충분히 잡을 수 있다.
****
“아이고. 죽겠다. 뭐 이렇게 쫄리게 경기하냐?”
자리에 벌떡 일어난 신연호가 연신 ‘아이고’를 뱉었다. 그 모습이 아침 드라마를 보는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형. 정신 사나워요. 화면 가리니까 앉아서 봐요.”
김승대의 거친 태클에 도끼눈을 뜨는 신연호.
“와. 형한테 그렇게 섭섭하게 말할 수 있냐?”
“섭섭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앉아요.”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네.”
김승대의 단호한 대답에 신연호가 쩝 하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지금 상황 어때요?”
용족 선수인 신연호와 윤여준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냉정하게 보면 승우가 힘들지.”
“맞아요. 지금 마수가 자원이 너무 많아요. 인구수도 더 많은 거 같고.”
“진짜 이기려면 미친 듯이 버텨야 해. 자원 다 파먹을 때까지. 근데 그렇게 하면 최대 무승부야. 지금 있는 비렴과 풍백, 지룡 다 살려야 해.”
철은 많다.
용아는 언제든 양산해 낼 수 있다. 어차피 주공격은 비렴과 풍백, 지룡이 다해 준다. 용아는 공격을 맞아 주는 역할이다. 그슨대와 마견이 비렴과 지룡을 잡을 수 없게끔.
“빡세네요.”
“겁나 빡세지. 승우도 연습 경기면 아까 GG치고 그냥 다시 하자고 했을걸?”
그 정도로 마수가 괜찮다.
방금 말한 건 진짜 용족 입장에서 낙관적으로 경기를 바라봤을 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그래도 승우니까 한번 지켜봐야지.”
신연호의 두 눈이 깊어졌다.
영웅은 난세에 빛을 발한다고 했다.
그 말을 신연호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
-슈퍼 플레이의 연속입니다!
-이게 스타급 센스죠! 이게 진짜 스타죠!
-진짜 감탄밖에 안 나옵니다. 이런 경기를 보여 줄 수 있는 선수가 현재 몇이나 되겠습니까?!
양 선수가 움직일 때마다 중계진이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관중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경기를 내가 직관할 줄이야.”
너무나도 수준 높은 경기에 아예 넋이 나갔다.
“내가 뭐라고 했냐? 오늘 쩔 거 같다고 했지?”
옆에 친구가 어깨를 쭉 폈다. 아마 이 친구의 권유로 함께 온 모양이었다.
“진짜 내가 나가면 술 산다. 오늘 술 좀 마시자. 이건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상상만 했던 플레이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거구귀가 기생충을 던지자 운룡에 비렴을 태우는 이승우나 그 운룡을 잡기 위해 다른 거구귀로 녹연을 쏘고 혈풍을 던지는 임형규나.
모두 사람의 플레이가 아니었다.
술법의 향연.
항상 술법이 따랐다. 임형규의 주 유닛은 거구귀였다.
지금 거구귀로 비렴을 전부 잡아내면 그슨대와 마견으로 1시 본진을 쓸어버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많아 오래 버틸 수 있는 불가살을 생산해도 그만이다.
서로 절박하다.
그래서 처절하다.
-그새 임형규 선수 흑운 쓰고 일벌레 던지고 있어요!
-용광포 깨려는 거 아닙니다. 어차피 깰 수도 없어요! 지룡의 토정 소모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것도 다 돈이니까!
전장의 자원이 모두 떨어졌다.
이제 철광을 캤던 일벌레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노고를 치하하며 은퇴시킬 수도 있지만 임형규를 그렇게 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다시 전장으로 일벌레를 몰았다.
마지막까지 제 역할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승우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지룡을 운룡에 태워 버렸다. 그리고 위에서 놀고 있는 용아로 일벌레를 정리해 버렸다. 서로 정말 독하다. 실수 한 번 나오지 않고 있다. 실수 한 번에 경기가 끝난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