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22 Game No. 522 술법대전 =========================================================================
Game No. 522
-이걸 이렇게 또 이득을 보네요. 임형규 선수의 반응이 느린 게 아닙니다. 이승우가 정신없이 치고 나가는 겁니다!
-진짜 병력 움직임 보세요. 기가 막힙니다. 5시에 있는 병력 중앙 쪽으로 빼 주면서 흑완 내렸던 운룡이 본진으로 돌아와 용아와 비렴을 싣고 다른 확장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또 견제를 하겠다는 거죠.
-그 와중에 7시 흑완 아직까지 살아 있어요. 수비 병력 와서 더 이상 일벌레를 잡을 순 없지만 저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임형규의 시선을 돌리는 것만으로 제 역할 다하는 겁니다. 이러면 또 날아오는 운룡을 신경 쓸 수 없거든요!
이런 플레이가 진짜 일품이다. 병력을 찍어 몰아붙이려는 마수의 템포를 적절히 끊어 준다. 힘껏 풍선을 불고 있는데 옆에 슬그머니 다가와서 바늘로 콕 찌르고 도망친다. 상대방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단순히 일벌레를 잡아낸 것도 이득이지만 타이밍을 빼앗은 것이 훨씬 큰 이득이었다.
“쩐다. 쩔어. 기세에서 절대 안 밀리네.”
“임형규한텐 저 병력보다 훨씬 많은 것처럼 느껴질걸? 사실 저런 견제 플레이는 용족이 아니라 마수가 해야 하는 건데.”
이승우의 기세가 상당하다. 마수에게 엄포를 놓고 있다. 지금 나오면 그대로 죽을 거라고.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마수가 미친 척하고 모든 병력을 중앙으로 끌고 나오면 다 싸 먹을 수도 있다.
현재 용족의 주 병력은 용아와 용혼.
비렴과 풍백이 있긴 하지만 아직 그 수가 부족하다. 더군다나 5시 쪽에서 비렴의 천벌을 꽤 사용한 상황.
망태할배의 토혈만 있다면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는 양이다. 마견 2부대만 던져도 용아는 싹 다 잡아낼 수 있다.
그걸 이승우도 생각하고 있는지 병력을 갈무리하며 뒤로 살짝 빼 줬다. 그리고 운룡이 2기의 지룡을 태워와 자리를 잡았다.
-아. 마수 병력이 나오긴 했는데 또 이렇게 되면 달려들기 조금 애매해지죠.
-이승우 선수 다음 확장으로 1시 스타팅이 아니라 12시 쪽을 가져 갑니다?
-육로로 가까워서 그런 걸까요? 차라리 1시 스타팅 먹고 거기에 제단과 용의 신전을 올려서 마수 기동력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이긴 합니다만…….
12시는 수비가 용이하지만 땅이 작아 건물을 올릴 수가 없다. 1시 앞마당처럼 금이 많으면 모를까 금 역시 1/3 수준밖에 안 되는 곳. 중계진의 고개가 모로 꺾을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1시 앞마당을 가져 간 것과 정반대의 선택이다.
이제 용족도 인구수가 200이 꽉 차서 자원이 쌓이고 있다. 마수의 회전력과 기동력에 맞서려면 차라리 1시 스타팅을 먹는 것이 훨씬 낫다. 1시 앞마당에 수비 라인을 갖춰 이젠 드랍에도 취약하지 않았으니까.
-이승우 선수도 다 생각이 있겠죠. 그냥 생각 없이 가져 간 것이 절대 아닐 겁니다. 아까 미래를 본 것처럼 이번에도 또 무언가가 분명 있을 겁니다.
중계진들도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승우다. 무슨 생각이 있을 거다. 경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그 수를 판단하는 건 성급한 것일 수 있다.
어느새 경기시간이 20분을 훌쩍 넘었다. 1, 2분 내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10분 이상은 더 경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자. 잠시 소강상태가 나오고 있습니다.
-재정비를 하는 거죠. 마수도 마수 나름! 용족도 용족 나름 새로운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하는 겁니다.
경기는 2막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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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규 코치가 손에 땀을 쥔 채 경기를 지켜봤다. 치열한 공방전. 아직 누가 유리하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상황 자체를 마수가 잘 만들기는 했다. 3세트의 승리가 컸다. 3:0으로 끝났다면 이런 경기력을 보여 줄 기회조차 얻지 못했겠지.
이대로 유지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변수는 이승우의 움직임.
견제부터 시작해서 주력 병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200병력을 300처럼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적재적소로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임형규와 이승우 둘 다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 주변에서 누가 불러도 모를 정도. 극단적이긴 하지만 경기장에 불이 나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경기에 흠뻑 빠져 있다. 이런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 심리적인 타격이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승리하게 되면 얻는 것이 그만큼 많다.
이번 경기를 잡는다면.
‘5세트도 승산이 있다.’
종족 상성을 무시할 수 없다. 어쨌든 한계가 있다. 초반에 몰아쳐서 피해를 입히거나 지금처럼 무난하게 군락으로 넘어온다면 마수가 용족에 비해 훨씬 낫다.
이승우를 상대로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마수가 현재 단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긴 했지만 임형규가 그 둘 중 하나라는 것이 희망적이었다.
임형규가 조금만 더 침착하게 경기를 해 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
-어느새 경기 시작이 50분을 향해 하고 있습니다.
-이거 전장에 있는 모든 자원 다 먹을 것 같은데요?!
-치열합니다. 군락 이후 마수가 무난하게 경기를 이기는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컸거든요? 그 경기가 그래도 여기까지 옵니다.
전장이 반으로 갈렸다.
결과적으로 전장에 있는 자원을 반씩 가져 간 셈이 되었다.
조금 더 유리한 건 마수다. 그래도 아예 경기가 끝날 뻔한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여기까지 경기를 끌고 온 이승우도 정말 대단했다.
이 정도 장기전에 되면 효율성 면에서 마수가 용족을 압도하기 때문에 축적된 자원은 마수가 용족보다 몇 배 정도 많긴 했다.
인구수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었기에 계속 자원을 소모할 수밖에 없는 용족.
당장 인구수만 비교해도 용족이 마수보다 적다.
어찌나 치열하게 싸우는지 둘 다 인구수가 150을 넘지 못한다. 쉼 없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자원 줄은 1시 스타팅 포인트뿐입니다! 남은 자원이 없어요!
-이래서 여기를 이렇게 아껴 둔 건가요? 마수도 이제 자원 줄 거의 말라가거든요! 1시는 아직 쌩쌩합니다! 아예 새 확장이에요!
용안이 많아 상대적으로 자원이 빨리 마르는 용족.
이제 남은 자원은 1시 스타팅뿐이다.
임형규가 군주에 병력을 실어 이승우의 본진을 급습했다. 이미 자원 줄이 다 떨어진 본진을 파괴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제단! 솟대! 테크 건물! 모두 본진에 있거든요! 현재 1시 스타팅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올리는 거 굉장히 부담되거든요!
-동시에 주변을 정리하려는 것도 있습니다. 이제 승부가 간단해졌습니다. 1시 스타팅 포인트를 미느냐! 밀지 못하느냐! 다른 확장에 아무리 용광포 많아 봤자 망태할배만 있으면 다 뚫립니다. 미리 다 정리하고 1시에 집중하겠다는 거죠!
중계진이 말한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또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다 파먹은 금광도 함께 정리해 주려는 것이었다. 2씩이긴 하지만 모든 확장에서 채취하면 금광 확장 2개를 쌩쌩하게 돌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온다.
그마저 확실히 끊어 주겠다는 것이 임형규의 생각이었다. 전장에서 이승우의 색깔이 점점 지워져 갔다.
-이승우 선수도 수비 태세로 전환합니다. 어쨌든 1시 자원 다 파먹을 때까지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겁니다!
시간은 분명 이승우의 편이다.
근데 전제조건이 있다. 20분 이상 수비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이번 경기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유닛이 모습을 드러냈다.
-병예!!!!!
-이승우 선수 제대로 수비해 보겠다는 거죠!
-쉽게 GG치지 않겠다는 겁니다. 자원 다 파먹을 때까지 버텨 보겠다!!!
1기도 아니고 벌써 4기다.
병예는 흑완 2기를 합쳐서 만드는 술법 유닛이다. 술력만큼 체력을 줄여 버리는 쇄혼과 생체 유닛을 잠시 동안 묶어 둘 수 있는 속박, 아예 자신의 유닛으로 빼앗아 버릴 수 있는 현혹을 사용할 수 있다.
설명에서 느껴지듯 대부분 마수전에서 큰 효율을 발휘하는 것들이다.
망태할배의 술력을 쇄혼으로 날리고 언덕을 내려오는 유닛에게 속박을 걸어 잠시 시간을 벌고. 상대가 값비싼 유닛을 생산한다면 현혹으로 빼앗아 버티겠다는 전략!
-양 선수 진짜 빡빡하게 경기 운영하네요.
-당장 인구수는 용족이 밀립니다. 마수의 힘이 훨씬 강하거든요! 중앙에서 붙으면 무조건 마수가 이깁니다!
-그걸 이승우 선수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굳이 나가지 않겠다는 거죠. 용족의 고급 유닛으로 술법을 쓰며 버티겠다는 겁니다!
흑운을 치기 위해 망태를 흔들며 다가오던 망태할배가 병예의 쇄혼에 저격당했다.
“대박!”
“경기에서 쇄혼이 활용되는구나!”
어째 관중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망태할배가 죽자마자 고개를 갸웃하는 임형규. 생각보다 경기가 어렵게 흘러간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2기의 망태할배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동시에 쇄혼을 쓸 수 없으니 2기를 보내는 것인가요?!
최승원 해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승우가 2기의 망태할배에 쇄혼을 거의 동시에 걸었다.
슈퍼 플레이!
하지만.
-어? 망태할배가 죽지 않습니다?!
망태할배는 죽지 않았다. 쇄혼이 안 들어간 건 아니다. 분명 들어갔다. 체력이 50정도 빠져 있었으니까. 왜 그런지 이유가 곧 밝혀졌다. 그슨대가 있는 곳에 흑운 4개가 겹쳐져 펼쳐져 있었다.
-아! 임형규 선수! 미리 망태할배의 술력을 빼놓고 왔어요!
-이승우를 제대로 낚았어요!
-센스 대결에선 1:1입니다. 1:1!
-망태할배를 병예로 무력화시킬 생각을 하는 이승우나 그걸 또 술력을 뺀 망태할배를 보내 병예의 술력을 빼내는 임형규나. 진짜 둘 다 괴물입니다. 괴물!
쇄혼을 하는 데도 술력이 50든다. 겉으론 술력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할 수 없기에 망태할배로 심리전을 건 것이다. 2기의 병예의 술력이 각각 50씩 아무 의미 없이 소모되었다. 머쓱하게 웃으며 혀를 날름거리는 이승우. 상대의 수에 당한 것이 조금 민망한 듯했다.
다른 선수들이었다면 지루했을 경기.
이승우와 임형규가 하니 다르게 느껴졌다. 단순히 시간을 끌며 버티는 것이 아니다. 서로 해법을 찾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이승우에게 한 방 먹인 임형규의 선택은.
-닷발효치!!!!!
-마수와 용족에 있는 모든 유닛이 오늘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비비가 없거든요? 공중제단도 날아간 상태라 공중을 요격할 수 있는 유닛이 하나도 없습니다. 1시 앞마당 쪽 라인부터 천천히 정리해 버리겠다는 거죠!
닷발효치는 닷발귀가 변태시키면 만들 수 있는 유닛으로 오직 지상만 공격할 수 있는 유닛이다. 강력한 공격력과 연사력, 긴 사정거리를 가졌지만 비싼 가격과 극악의 이동속도로 인해 활용성이 떨어지는 유닛 중 하나다.
마고본성은 역언덕 구조다.
1시 앞마당이 밀려 버리면 이승우는 1시 스타팅 포인트에 갇히게 된다. 언덕 아래이기 때문에 시야가 전혀 없다. 마수의 움직임에 바로 반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닷발효치를 생산하면 필패라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거든요?! 과연 오늘은 그 전설을 깨고 승리의 닷발효치가 될 수 있을지!
-아!!! 임형규! 거구귀까지 생산합니다!
-제대로 몰아쳐 보려는 건데요?!
닷발효치에 이어 거구귀까지.
평상시 볼 수 없던 유닛들이 총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