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20 Game No. 520 이건 몰랐지? =========================================================================
Game No. 520
-앞마당을 본 이승우 선수의 고개가 갸웃합니다.
-분명 아까 소굴을 짓는 걸 봤는데 없거든요! 마술처럼 사라졌습니다!
-아. 이러한 상황은 이승우 선수도 처음 겪을 텐데요.
여전히 관중들의 머리 위엔 물음표가 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언 발에 오줌 누기.
딱 그 느낌이다.
당장 용아 견제는 피할 수 있지만 경기를 잡을 순 없어 보였다.
-지켜봐야겠습니다. 과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임형규 선수가 이런 운영을 택했는지! 분명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앞마당을 포기한 거거든요? 어떤 해법을 생각해 낸 건지 정말 궁금합니다.
촉수에 이어 두 번째 소굴을 본진에 짓는 임형규.
초반에 생산 된 마견은 이승우의 앞마당 쪽으로 바로 달렸다. 본진 가시 촉수를 믿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지금 자신의 본진에 도착한 용아는 단 2기.
이 숫자로 파고들 순 없다.
마수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하지 않는 이상 용아를 함부로 쓸 수 없다.
확실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용아를 꾸준히 찍어 줄 수밖에 없다. 임형규는 여기서 깨달음을 얻었다. 불안한 용족인 계속 용아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용족도 확장을 가져가지 못한다.
테크도 올리지 못한다.
마견 대 용아의 구도가 길게 흘러갈수록 유리해지는 건 마수다. 초반에 할 수 있는 마견의 발업과 달리 용아의 공업과 발업은 보다 상위 테크가 있어야 가능하다.
마견으로 용아를 밀어낸 후 그슨대로 체제를 전환해 용족을 압박하면 용족은 큰 부담을 느낀다. 심시티로 지어 놓은 제단 2개가 날아가는 건 물론이고 당장 그슨대를 상대할 지룡이나 비렴을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 용광포를 많이 지어 수비해야 한다.
이 자체가 마수에게 이득이다.
용광포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제단이 적다는 걸 의미한다.
초반에 못하단 확장을 이때 마구 늘리면 된다.
여기까지가 임형규가 그린 그림이었다.
-용족이 할 수 있는 건 용아 찍는 것밖에 없거든요? 여기서 임형규 선수가 그슨대를 가 버리면 진짜 난감합니다!
-이게 일반적인 상황과 다른 것이 앞마당 소굴이 파괴된 게 아니고 취소를 한 것이라 자원 상황이 나쁘지 않거든요? 충분히 돕니다. 회전시킬 수 있어요!
일벌레 숫자도 부족하지 않다.
본진 자원 최적화가 되어 있다. 아까 6마견을 찍지 않고 2마견, 2일벌레를 찍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흐름이 묘하다.
-마수가 나빠 보이지 않는데요?
-일단 임형규 선수의 선택은 마견의 발업입니다. 마견으로 한번 승부 보겠다는 거죠.
-마견도 괜찮죠. 입구를 용아로 막고 있긴 하지만 밀치기로 밀어내면 그만 아닙니까? 이거 용족이 무언가 애매해지는데요?
2제단에서 꾸준히 용아를 찍어도 2소굴에서 찍는 마견을 당해 내지 못한다. 그건 과거 경기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괜히 용족이 입구를 막고 앞마당을 가져가며 테크를 올리는 운영을 정석처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저테크, 물량싸움은 용족이 마수에게 불리하다.
종족 상성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군주로 용족이 뭐하는지 훤히 보고 있지 않습니까? 유닛을 계속 생산하면 자신도 계속 마견 생산하면 되고,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 같으면 동시 2확장 하면서 그슨대로 체제 전환하면 됩니다!
-아. 이승우 선수 불리한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주도권을 잡기 위해 99제단을 했는데!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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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오늘 경기가 너무 쉽게 풀린다 했다. 이대로 3:0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아쉽구만. 객관적으로 지금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
형규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 느낌.
설마 앞마당을 취소할 줄은 몰랐다. 경우의 수에 없던 방법.
경기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부분만큼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앞마당을 포기하는 건 경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게 보일 정도로 악수가 될 수 있는 수다.
근데 아니다.
신의 한 수.
그 상황에서 가장 완벽한 수가 되었다.
그렇게 만든 건 형규였다.
종족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 동시에 여러 유닛을 생산할 수 있고 회복력이 빠르다는 특성을.
용아의 발이 묶였다.
생산했지만 할 것이 없다. 그렇다고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다.
어느새 경기의 주인이 바뀌었다.
나에서 형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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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잡고 있긴 하지만 불안합니다. 언제든 뚫을 수 있거든요!
-마견의 수가 많아요. 마수가 앞마당을 취소하긴 했지만 일벌레 피해를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가난한 건 용족입니다! 99제단 이후 타이트하게 용아를 찍어 내고 있거든요.
용아 생산을 쉴 수 없다.
임형규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용무관을 소환하며 슬슬 앞마당 공사를 준비하는 이승우.
-일벌레 나오죠.
-비비기로 용아 진영 흐트러뜨리고 마견 넣어서 뚫어 버리겠다는 겁니다.
-지금 용아로 마견을 막아 낼 순 있겠지만 추가 생산되면 라인 밀려 버리겠는데요?
동시에 최대 2기밖에 용아가 나오지 못하지만 마견은 최대 12기, 한 부대가 튀어나올 수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아주 깔끔하게 입구를 뚫어내는 임형규!
-이러면 용족이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적어지죠.
용아가 본진을 떠나지 못 한다.
마견이 안으로 파고들지도 모르니까.
용광포를 지으며 버틸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마수는 확장을 가져가면서 일벌레를 찍어 주면 된다.
-용아가 압박을 나가지만. 글쎄요. 오히려 악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견보고 본진이나 지키라는 건데 위축될 임형규가 아니죠!
-투귀입니다. 투귀!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히려 좋아하는! 싸움터! 전장을 찾아 헤매는 투귀!
일부 마견이 이승우의 앞마당으로 향했다.
이제 막 용아가 나와 길을 막으려 했지만 마견이 한발 더 빨랐다.
-이걸 들어가나요!!!
-5기!!! 5기가 살아서 본진으로 올라갑니다.
-이승우 선수 신경 쓸 것이 너무 많습니다. 괴로워요!
그나마 본진에 용광포가 소환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지만 이 자체로도 스트레스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한 번 더 훤히 보여 준 것이었으니까.
-이러면 나가 있는 용아로 이득을 봐야 하는데! 그것도 힘들어요!
-앞마당 소굴을 지으면서 마견을 한 차례 더 생산했거든요. 용아가 할 것이 없습니다!
마견을 많이 생산한 마수가 앞마당을 안전하게 가져간 용족을 상대로 할 것이 없는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지금이 딱 그 상황이었다. 종족만 서로 바꾸면 말이다.
-이제 운영 가야 하는데 임형규 선수가 순순히 넘어가 줄 리 없죠.
-끝내려 할 겁니다. 상대는 이승웁니다. 경기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어차피 지금 유닛 상성은 마수가 무조건 앞섭니다. 단순 용아로 마견과 그슨대를 상대할 수 없어요!
“앞마당을 포기했는데 경기가 이렇게 되네.”
“경기 던지는 게 아니었네. 임형규도 쩐다. 진짜 이 경기는 전략의 승리다.”
경기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 경기를 지배하는 건 이승우가 아니라 임형규였다. 이승우는 임형규의 작은 움직임에도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금 꾸준히 용아를 밖으로 돌리는 이유가 마수가 뭘 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마견으로 공격을 준비하는지! 아니면 확장을 마구 늘리며 일벌레를 생산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테크를 타는지 확인하고 싶은 겁니다.
발업 마견이 있는 이상 용안으로 정찰은 불가능하다. 테크도 느려 비비도 나오려면 멀었다. 아예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안 나올 수도 있다.
이승우의 가장 큰 장점인 꾸준한 정찰이 원천 봉쇄되었다.
지금 이승우는 마수가 뭘 하는지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천하의 이승우도 정찰이 막히면 다른 용족과 다를 바 없다.
-동시 투 멀티!!!!
-용족과 앞마당 가져가는 타이밍이 비슷하면 조금 어떻습니까? 하나 더 가져가면 되는 거죠!
-일벌레를 찍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한 번 더 용아가 나오지만……. 흠.
-사실 이것도 억지로 가는 거죠. 가면 안 좋은 거 이승우도 압니다. 근데 안 가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지거든요.
어차피 그슨대가 나오면 힘을 못 쓰는 용아다.
그나마 전투가 할 만할 지금 압박을 가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이조차 차악에 불과했다.
뛰어난 전투력을 보이며 마견을 상당수 잡아먹었지만 그게 다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로 임형규의 상황이 좋았다.
-용족 테크 느리니까 얼마나 행복합니까? 부랴부랴 그슨대굴 지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일벌레랑 마견만 번갈아 생산하면 끝입니다. 그러면 유리해져요!
이제야 금을 채취하는 용족.
보통 타이밍보다 훨씬 늦다. 그사이 동시 2개의 확장을 완성한 임형규가 부지런히 일벌레를 찍어 자원 수급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면서 그슨대굴 올려 주는 임형규. 경기 길게 가져가지 않겠다는 겁니다.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야죠. 그것도 능력입니다!
소굴 단계에서 몰아치는 그슨대.
현재 이승우의 자원으론 알아도 막기 버거웠다.
앞마당에서 일하는 용안의 수가 적다. 부지런히 용안을 찍곤 있지만 채워지려면 아직 멀었다.
이 와중에 테크도 올려야 하고 앞마당 수비 라인도 갖춰야 한다.
-용아 돌려서 그슨대 생산하는 거 본 건 진짜 대단하네요.
-진짜 다른 용족이었다면 아마 마견에 끝났을 겁니다. 이승우니까 여기까지 온 겁니다.
-이제는 이승우라도 힘들어 보입니다. 그슨대가 쏟아져 나옵니다!
임형규의 전략도 좋았지만 운도 여러모로 따랐다.
군주 원 서치로 발견하지 않았다면 앞마당을 바로 취소하고 본진으로 올라가는 판단을 할 수 없었을 거다. 본진에 두 번째 소굴도 늦게 올라갔을 거고 그만큼 마견의 수도 적어 용아와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을 거다.
도미노처럼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작용했다.
임형규는 이승우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가 임형규였으니까.
그슨대가 일정 수 모이자마자 바로 앞마당으로 향했다. 제단을 파괴하며 길을 여는 그슨대.
용광포가 7개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뚫리네요. 이 많은 용광포가 뚫립니다!
-이 와중에 이승우는 용아와 비비를 돌려 임형규 앞마당 일벌레를 싹 잡아 줬네요. 진짜 말이 안 나오는 선수입니다.
-양 선수 모두 어마어마한 경기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99제단이 허무하게 막히는 순간 경기가 기울었다고 봐야 한다.
이래서 99제단이 자주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마수가 완벽하게 막아 내면 용족이 너무 불리해지니까.
그동안 이승우의 99제단은 너무나 강력해 마수가 알아도 막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적처럼 느껴졌던 공격을 이런 방법으로 막아 낼 줄 아무도 몰랐을 거다.
관중들만이 아니라 이 경기를 지켜보는 마수 선수들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99제단을 막기 위해 앞마당을 취소하는 임형규나, 앞마당이 뚫리는 와중에도 병력을 돌려 일벌레를 잡아 주는 이승우나.
모두 엄청난 경기력이었다.
-GG! 이승우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2:1로 점수를 따라붙는 임형규! 같은 연속에 3번 당하지 않겠다! 누구와는 다르다는 걸 완벽히 증명해 냅니다.
-임형규는 한강 가지 않아도 되겠어요!
-아. 진짜 이건 최고의 경기입니다. 서로 간에 엄청난 심리전이 숨어 있는 경기입니다.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입니다!
지금은 은퇴한 누군가를 향한 묘한 디스와 함께 임형규가 절벽 끝에서 한 걸음 달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