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6 Game No.516 허는 너만 찌르냐? =========================================================================
Game No.516
궁병 1기가 왜 여기까지 와 있지? 정찰용?
정찰이면 일꾼을 보내면 되지 왜 궁병을 보냈을까?
무언가 싸하다. 등골이 서늘하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기분.
그리고 그 불안감의 정체는 곧 밝혀졌다.
-쾅.
깜짝이야.
얘네는 어디서 온 병력들이야?
붉은 경고등에 트리플 지역을 보니 천자총통이 자리를 잡고 솟대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환국에게 소환이란게 있을 리 없으니 육로를 통해 왔다는 소린데.
흠. 현룡이 느린 걸 완벽하게 역이용했군.
역시 이영우다.
궁지에 몰렸지만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다.
일단 트리플 지역에 있는 용안을 앞마당으로 모두 뺐다. 확장이 깨지더라도 용안이 상해선 안 된다. 솟대의 시야로 환국의 병력을 파악했다.
천자총통에 힘을 한번 확 줘서 나온 거구만.
일단 상황을 파악해 보자.
빨리 움직인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병력 구성이 단출하다. 필수 요소인 화차가 보이지 않는다.
일꾼과 궁병.
천자총통이 다다.
화력이 강한 병력을 우선 내보내고 속도가 빠른 화차를 후속으로 합류시키려는 거다.
그 말은 곧 현재 본진에서 생산되는 병력은 천자총통이 아닌 화차라는 말이다.
판단이 섰다.
지금 용혼이 향할 곳은 트리플 지역이 아니었다.
바로 이영우의 앞마당이었다.
****
-여기서 이승우 선수 판단이 중요합니다. 트리플을 지키는 것이 최고긴 하지만 용혼이 많이 잡히면 안 되거든요? 환국이 확장을 먹는 걸 방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 용안 전부 뺐거든요? 용혼도 바로 오지 않는 걸로 보아 트리플 지역을 포기할 생각으로 보입니다.
-앞마당에 있던 용혼이 트리플 지역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로 이영우 선수의 본진 쪽으로 향합니다!
-허리 제대로 끊었죠?!
-아주 나이스한 판단입니다. 이영우 선수도 화차 3기 합류시키려다가 용혼 보고 부랴부랴 본진으로 회군했거든요!
-트리플 지역에 있는 병력이 뒤로 빠지고 있어요! 앞마당 불안하거든요!
-상대는 어쨌든 앞마당과 본진이 있지 않습니까? 근데 본인은 앞마당 하나밖에 없습니다. 트리플과 앞마당을 바꾸면 누가 손햅니까? 덜 부자인 이영우 선수가 훨씬 손해입니다!
-진짜 그 급한 상황에서 이런 판단을…….
제3자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직접 하는 선수가 이렇게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용아와 운룡을 생산해 트리플 조이기 라인을 걷어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트리플 지역이 날아가지 않으면 용족이 이득이다.
용혼이 많이 상하지 않으면 더 큰 이득이다.
이게 나쁜 플레이도 아니다.
환국의 찌르기를 잘 막아 내고 천자총통까지 잡아먹는 거니까.
하지만 이승우는 아예 다르게 생각했다.
수비로 이득을 챙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통해 이득을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용혼으로 찌르면 병력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트리플 지역도 지키고 상대에게 피해도 주고.
일석이조, 아니 삼조까지 될 수 있는 판단.
-지뢰를 매설하며 시간을 끄는데 현룡이 있어서 어차피 다 보여요! 눈 뜨고 숨바꼭질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망루도 비었어요! 다 천자총통 따라갔거든요! 전투 병력이 화차밖에 없습니다!
-화차는 용혼에게 약합니다. 그냥 밥이에요. 밥.
-진짜 이 선수 환국이 뭘 하는지 안 봐도 아는 느낌입니다. 화차가 없어? 그럼 천자총통 먼저 찍고 나왔다는 말이네? 다음 병력은 화차라는 말이네? 그럼 본진에 천자총통 없겠네? 그럼 가야지. 내가!
-이건 운으로,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들어온 게 절대 아닙니다. 본진에 천자총통이 없을 걸 확신하고 들어온 공격입니다!
-3시에 자리 잡은 병력 가지고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거죠! 공격, 공격, 공격입니다!
용혼이 망루를 집중 공격했다. 궁병을 생산하기 전에 망루를 파괴하는 게 우선이었다. 망루가 있는 채로 천자총통과 궁병이 추가되면 지금 용혼으로 더 이상 전투를 이어갈 수 없다.
용혼이 활약할 공간을 부지런히 만들어 줘야 한다.
-이영우도 결단 내렸어요! 병력 본진으로 돌아오지 않고 바로 이승우 선수의 앞마당으로 보냅니다!
-맞불작전입니다. 맞불작전! 네가 세나 내가 세냐 한번 해 보자!!!
트리플 지역에 궁병 2기만 남기고 나머지 전 병력이 앞마당으로 진격했다. 대부분의 용혼은 이영우의 앞마당에 있는 상황. 현재 앞마당을 지키고 있는 용혼은 단 4기뿐이었다.
일꾼으로 길을 열며 용혼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승우도 현룡 1기를 천자총통 위에 보내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여기서부터는 집중력 싸움입니다. 수비와 공격 둘 다 잘해야지 어느 한곳 무너지면 그대로 지는 겁니다.
-어차피 이미 피해받은 걸 어쩔 수 없거든요?! 상대방한테 더 큰 피해를 입혀서 경기를 유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영우 선수의 앞마당은 어느 정도 상황 정리된 것 같은데요?!
천자총통 1기가 나와 진천형을 했다. 용혼이 달려들기 까다롭게 그 앞엔 지뢰가 일꾼을 배치했다. 역 대박을 노릴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모든 용혼이 죽는 상황.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 선수 속도가 왜 이렇게 빠르나요! 중계하는 저희가 다 정신이 없어질 정도입니다!
-이승우의 앞마당에 망루까지 건설하는 이영우! 조금만 더 전진하면 앞마당 신전까지 포격이 닿습니다!
이승우의 선택은 공격이 아닌 회군이었다.
트리플 지역의 타격은 상관없지만 앞마당까지 타격을 입어선 안 된다.
다행히 공격에 나섰던 용혼이 거의 상하지 않았다.
본진에서 생산된 용혼과 전투를 펼친다면 큰 피해 없이 앞마당에 있는 궁병과 천자총통을 정리할 수 있다.
화차가 없으니까, 지뢰기 없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이 둘이 있었다면 보다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거다.
-샌드위치!!!!
-위에서 용혼이! 아래에서도 용혼이! 하늘에서는 운룡이!
-진출한 병력 깔끔하게 잡아먹나요?!
-운룡 용아 드랍! 운룡 용아 드랍!
-용아만 타있으면 이거 밀어냅니다. 용혼도 잡혔지만 천자총통 1기 빼고 다 잡아내는 게 더 크거든요!
-대박입니다! 이걸 밀어냅니다!
앞마당에 진치고 있던 환국의 병력이 다 잡혔다.
환호하는 이승우의 팬들.
“개쩐다. 시발. 눈 정화 제대로다.”
“생각만으로 경기해도 이건 못하겠다.”
경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용혼이 트리플 지역을 지키지 않고 이영우의 본진으로 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
거기에 이영우가 말렸다.
-어? 잠깐만요? 이렇게 병력 막히면! 트리플 지역 신전도 못 날리게 되는 거 아닙니까?
-천자총통 1기가 아래로 빠졌지만 바로 용혼 따라오죠! 일점사! 일점사!
궁병 2기가 꾸준히 체력을 빼놓은 덕에 신전의 체력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출 병력이 큰 이득을 거두지 못했기에 무조건 트리플 지역 신전을 파괴해야 하는 이영우다.
-궁병까지 다 정리 하나요?!
-지키나요?! 트리플 지킵니까?!
이영우가 이를 악물었다.
적어도 신전을 파괴해야 한다. 그조차 못하면 얻은 게 하나도 없다.
-화차!!!! 화차가 왔어요!!!!
-화차 3기를 보내 어떻게든 신전을 파괴하려고 하는 이영우!
-지키느냐? 파괴하느냐?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아까 왜 파괴 안 하고 갔냐? 걍 천자총통으로 때렸으면 파괴했을 거 같은데.”
“이승우 판단이 지렸잖냐. 바로 앞마당 공격. 트리플 파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궁병 남기고 앞마당 갔는데 깔끔하게 막힘. 존나 이승우가 스피드가 개쩔어. 다른 용족이었으면 트리플 파괴되고 앞마당도 동시 타격 입었을걸?”
이승우가 조금만 더 늦게 반응했다면 앞마당 용안도 피해 입고 트리플 신전도 날아갔을 거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승우라 피해 받지 않고 지킨 거다. 다른 선수였다면 이렇게 수월하게 이영우의 진출을 걷어내지 못했을 거다.
-지킬 수 있나요?
-막타! 막타! 막타!
-일하러 온 용안 철광으로 가면 안 됩니다. 바로 화차한테 달라붙어야 해요!
-이거 지키나요?! 따씨! 못 지키나요?!
-어? 어? 31! 26! 21!!! 으아!!!!
-지켰어요!!!!!!! 신전 파괴 안 됐습니다!
-궁병이! 화차가! 두세 번씩만 더 때렸으면 신전 파괴되는 건데요!
심장이 쫄깃해진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모양이다.
제대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이러면 이야기 달라지죠!
-이영우 선수 실제 피해도 피해지만 정신적인 피해가 훨씬 큽니다. 이건 무조건 파괴했어야 하는 확장이거든요!
-진짜 아슬아슬했습니다. 첩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쫄깃함이 아주 그냥!!!
-하도 소리 질러서 목이 쉬는 줄 알았습니다.
이영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진짜 숨 가쁘게 서로 공격 방향을 바꿔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네가 앞마당 가면 나도 앞마당 간다! 근데 결과적으로 손해가 되었어요. 앞마당 용안을 조금 잡긴 했지만 트리플 지역 신전을 결국 깨지 못했어요!
분위기가 이승우에게 확 기운다.
이제 본진에서 세 번째 군영을 짓고 있는 이영우.
업 환국을 구사한 것도 아니라 업마저 늦다.
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센터 지역은 이승우 것입니다! 치고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어요! 금와가 없는 한 저 확장 안전합니다. 근데 지금 이영우는 풍운청조차 지어지지 않고 있어요!
금와가 나올 리 없다는 말.
그때 이영우가 승부수를 던졌다.
-이영우 7시 쪽에 몰래 군영 짓습니다.
-얼마나 급하면 이런 몰래 확장을 하겠습니까?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겠다는 거예요.
몰래 확장.
불리한 지금 전황을 역전 시켜굴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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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깜짝 놀랐네.
트리플 신전 지켰구나. 지켰어!
이야!!! 내 팬들 소리 질러! 우리 팀도 소리 질러!
용아도 소리 질러! 용혼도 소리 질러!
그냥 다 소리 질러!!!!
아까처럼 지킬 수 없는 상황에서 파괴되는 거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신전이 파괴되면 진짜 짜증날 뻔 했다.
다행히 신전도 지켰고 이영우 천자총통과 화차를 모두 끊어냈다.
이제 짜증나는 건 내가 아니라 이영우다.
이득이다.
이런 걸 흔히 개이득이라고 하지!
이영우 멘탈도 흔들고! 신전도 지키고!
유후. 마음 같아선 자리에 일어나 춤을 추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다고 아예 안심해선 안 된다.
이영우라면 또 병력을 돌릴 수도 있다.
암 그렇고말고.
바로 3시 아래쪽 언덕 입구에 솟대를 소환해 길을 막았다. 용혼을 배치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제 지키면 된다.
지키면 경기를 이길 수 있다.
차분하게 하면 된다.
유리한 경기 내줘 4세트까지 갈 필요 없다. 여기서 무조건 경기 끝낸다. 조금 더 멀리 보자. 그리고 확실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자.
당장 이기려고 애쓸 필요 없다.
지지 않는 경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