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4 Game No. 514 맞춤 빌드 가져왔습니다. =========================================================================
Game No. 514
-이승우 선수 오늘 역시 굉장히 색다른 경기 운영으로 1승을 따냅니다.
-정말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이런 선수가 있어 이 스포츠계의 미래가 밝은 거죠! 이런 선수가 있으니 관중들이 경기장으로 오는 겁니다!
-운영도 훌륭하지만 전략을 구사하는 능력이 정말 출중합니다! 완성도가 굉장히 높아요.
-처음 당하면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전략을 매번 들고 나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입.신.전을 현실화시킨다는 것이 가장 컸다.
이런 전략을 이승우가 처음 생각해 낸 건 아니다. 커뮤니티에서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실현시키지 못했다.
어려우니까.
아니 불가능하니까.
이런 운영을 해낼 수 있는 선수라면, 이 운영으로 이영우를 잡을 수 있는 선수라면 무난한 운영을 하면 더 쉽게 이영우를 잡을 수 있다.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힘든 길을 일부러 걷는 선수가 나타났다.
이승우.
매 경기마다 기대를 불러오는 선수.
관중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선수.
-이영우 선수 독이 바짝 올랐습니다.
-이렇게 지면 계속 생각나거든요! 역전의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경기는 이겨도 찝찝함이 남는 경우가 많은데 패배까지 했다. 아무리 이영우라도 1, 2분 만에 멘탈을 수습하는 건 불가능했다.
빼앗긴 주도권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렇게 시작된 2세트 경기.
-이영우 선수 이번엔 무난하게 본진에 화통도감을 올립니다.
-바람의 계곡과 달리 그렇게 러시 거리가 멀지 않거든요! 공격적으로 한번 찔러 볼 수도 있습니다.
-이영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지금 경기가 펼쳐지는 전장은 심판의 날2.
프로리그에서 사용되는 심판의 날을 보완해서 만든 전장이다.
아예 새로운 전장이 개인리그에 쓰일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가끔 예전에 사용되던 전장을 리메이크해서 쓸 때가 있었다.
심판의 날2가 그런 경우였다.
워낙 밸런스가 좋고 아마추어들에게도 좋은 평을 듣고 있는 전장이라 이번에 다시 한번 개인리그에 쓰이게 됐다.
-가장 가까운 가로입니다. 지금 이영우 선수 궁병 계속 생산하고 있거든요?!
-한번 날카롭게 찌를 생각입니다. 천자총통 2기까지 생산 하고 그 후 화차를 생산해 앞마당에 타격을 입힐 생각입니다!
-가로라 이게 통할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그때 옵저버가 이승우의 본진을 비췄다.
이승우의 본진을 본 중계진들이 경악했다.
-어?! 이게 뭐죠?!
-아니 벌써 용의 신전이 완성되어 있습니까? 앞마당보다 용의 신전이 더 먼저 올라갑니다!
-더 놀라운 건 지룡을 생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현룡을 생산하기 위한 용의 신전입니다!
-아. 이러면 이영우 선수의 공격이 막힐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죠!
-이승우 선수 무슨 신 내림이라도 받았나요? 어떻게 지금 현룡을 선택할 수 있죠?!
-이제야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합니다.
-진짜 기가 막히네요. 이영우 선수가 2총통 FD를 할 거라는 걸 예상한 것 같습니다.
중계진이 이렇게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타이밍에 현룡을 생산하기 위해 용의 신전을 올리는 건 용족전에서나 나오는 빌드였으니까.
지룡을 생산해 한 박자 빠른 공격을 계획하는 것이 아닌 수비를 위한 빌드.
지금 이승우가 선택한 빌드는 거의 대부분의 환국 빌드에게 진다.
이길 수 있는 빌드는 딱 하나.
바로 지금 이영우가 쓴 2총통 F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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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에서 내려오는 병력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예상대로 이영우가 2총통 FD를 꺼내들었다.
1화통 상태에서 다수의 궁병과 천자총통 2기로 압박하는 하는 전략.
일반적인 FD보다 앞마당이 조금 느리지만 용족 앞마당에 그만큼 피해를 주기 때문에 상관없다. 오히려 이득을 거두는 경우가 더 많다.
여러 가지 빌드가 있지만 보통 1제단 이후 앞마당을 가져가는 것이 용족의 정석 운영이다.
10 중 9는 그렇게 한다.
극단적인 올인이 아니라면 말이지.
지룡이 아닌 현룡을 생산하기 위해 용의 신전을 올리는 건 진짜 희귀한 케이스란 말이다.
한 10년 전 쯤 유행하던 빌드?
요즘에선 공개방에서도 이런 빌드는 안 한다.
비웃음을 당하기 십상이다.
어디서 그런 구닥다리 빌드를 꺼내냐고.
그럼에도 내가 이 빌드를 꺼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그간 이영우의 다전제를 많이 분석해 왔다. 1세트에서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경기력으로 패배를 하면 2세트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공격적인 빌드를 택한다.
가장 많이 했던 것이 2총통 FD다.
압박과 동시에 확장을 택하는 빌드.
이후 5화통 타이밍이나 업 환국을 구사해 주도권을 계속 잡아 나간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다.
1세트에서 꽤 시달렸으니까.
정확히 예측대로 되었다.
빌드는 이겼다. 그렇다고 경기까지 이긴 건 아니었다.
지금 병력을 잘 줄여야 한다. 가로는 굉장히 가깝다. 내 앞마당에 도달하기 전까지 궁병의 수를 많이 줄여 줘야 한다.
궁병의 역할을 용혼의 공격을 대신 받아 주는 거다.
궁병의 수를 줄이지 못하고 앞마당까지 오게 되면 현룡이 있어도 천자총통을 잡기 굉장히 힘들어진다.
반대로 궁병을 줄이게 되면 이 경기 역시 내가 손쉽게 가져가게 되는 거지.
****
“이승우 쩐다. 진짜.”
“1세트도 그렇고 2세트도 그렇고. 어떻게 저런 빌드를…….”
1, 2세트에서 사용한 빌드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아 사장된 빌드다. 하지만 이승우는 상황에 맞게 완벽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세상에 나쁜 빌드는 없다는 걸 몸소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우 선수 용혼 컨트롤이 살아 있습니다!
-맞는 용혼 뒤로 쭉 빼주면서 앞으로 나오는 궁병 잘 끊어주고 있습니다.
-벌써 2기나 끊겼거든요! 더 끊기면 이영우 선수도 곤란합니다!
말하고 있는 사이 1기의 궁병이 더 잡혔다.
상대적으로 이동 속도가 느린 천자총통은 용혼의 그림자조차 밟아 보지 못했다.
-아. 이대로 앞마당까지 가게 되면 용혼 숫자 4기 되고 현룡까지 나와 버립니다.
-오늘 이승우 선수 완전 미쳤습니다. 말도 안 되는 운영을 두 번이나 해냅니다.
-이승우 아닙니까?! 이승우! 이승우라서 할 수 있는 거예요.
궁병 3기를 잃긴 했지만 어쨌든 용족 앞마당에 환국 병력이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대로라면 더 이상 용혼은 적극적으로 싸울 수 없다.
천자총통 앞에 지뢰가 매설되니까.
괜히 천자총통을 잡으러 갔다가 지뢰에 폭사라도 하게 되면 앞마당이 파괴되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뢰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으니까.
-이영우 선수 당황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어요.
-당황할 만도 하죠! 지뢰가 미리 제거되고 있는데!
-지금 있어서는 안 되는 현룡이 벌써 나왔습니다.
-아니 누가 지금 현룡을 생산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앞마당보다 빠른 현룡이라니! 이걸 예상하는 게 더 말이 안 되죠!
택견 용혼으로, 컨트롤을 통해 제거되는 것이 아니다. 저 멀리서 지뢰가 어디 매설되어 있는지 미리 알고 제거하고 있다.
이러면 천자총통이 힘을 발휘하기가 힘들다.
궁병과 화차로 달려드는 용혼을 잡아낼 수도 없다.
-지뢰 제거하자마자 바로 달려들죠!
-용혼 4기지만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1기 잃어도 됩니다! 천자총통만 잡아낸다면!
4기의 용혼이 사방을 점하며 천자총통에게 달려들었다. 상황을 파악한 이영우도 천자총통을 뒤로 쭉 뺐지만 이승우가 조금 더 빨랐다.
쾅하는 폭음과 함께 천자총통 1기가 터졌다.
동시에 이승우 팬들의 함성도 터졌다.
“잘한다!”
“대박이다!”
“이렇게 짤 막히면 힘들지 않나?”
“개 힘들지. 이제 제단에서 용혼만 생산해서 러시 가도 빡셀걸.”
다른 용족이면 압박 이후 지뢰로 수비를 하면서 안전하게 앞마당을 가져갈 수 있지만 지금 이승우는 현룡을 지니고 있다.
지뢰로 수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승우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바로 진격하는 이승우!
-러시 거리가 가깝다는 건 이승우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거든요!
추가 용혼이 생산되어 이제 이승우의 용혼은 총 6기.
반면 이영우의 병력은 형편없다.
도망치고 있는 천자총통 1기와 추가 생산된 천자총통 1기가 다다.
천자총통을 살리기 위해 궁병을 던진 터라 앞마당에 망루를 짓고 버티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가 멈출 필요가 없죠! 쭉쭉 가면 됩니다!
-앞마당 군영을 완성시킬 수 없겠는데요?
-앞마당 군영이 문제가 아니라 본진까지 밀려 버릴 수 있습니다!!!
앞마당 군영은 80% 정도 완성된 상황.
취소하기 너무 아까운 수치였다.
그렇다고 완성시킨 후 본진으로 띄워 가져오는 도박수를 던지기에도 애매했다.
진퇴양난.
발등에 제대로 불이 떨어졌다.
-결국 꼬리가 잡힙니다! 천자총통이 허무하게 터져 나갔어요! 이제 남은 천자총통은 겨우 1기입니다.
-이러면 이영우 선수 망했죠. 이승우는 이제 앞마당이 돌아가고 있어요!
9:1.
냉정하게 말해 상황은 이승우에게 크게 기울었다.
빌드 하나에 경기가 이렇게 갈렸다.
만약 이승우가 평범한 3용혼 더블을 했다면 이영우의 공격에 큰 피해를 받았을 거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맞춤 빌드를 해 버리면서 크게 앞서나갔다.
-이영우 선수 표정이 안 좋아요.
-1세트에 이어 2세트도 이렇게 내주나요?!
일단 본진 언덕 위에 군영을 건설하며 버텨 보는 이영우.
그걸 그냥 바라볼 이승우가 아니었다.
-운룡입니다! 운룡! 지긋지긋하게 봤던 운룡이 2세트에도 또 나왔습니다!
-속업도 안 되어 있고 그 수도 1기밖에 되지 않습니다만 오히려 1세트 때보다 더 큰 압박이죠.
최대한 따라 잡기 위해 대장간과 의방을 생략하고 언덕 군영과 두 번째 화통도감을 지은 이영우다. 궁병 역시 초반에 다 죽어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운룡을 견재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소리였다.
-일꾼 쪽으로 가지도 않습니다. 그냥 언덕에 지룡과 용아 내려서 뚫어 버리겠다는 겁니다!
-지금은 그래도 되죠! 그래도 됩니다. 막혀도 이득입니다.
-근데 뚫을 것 같네요. 초반에 천자총통 2기가 잡힌 것이 굉장히 컸습니다!
효율적인 전투는 아니다.
언덕 천자총통에 용혼을 들이밀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괜찮다.
효율을 따질 필요가 없는 상황이니까. 천자총통 1기를 잡는데 용혼 5기가 죽어 나가도 상관없다. 용혼이 1기만 살아남아도, 뚫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이다.
-아. 이영우 선수 이렇게 또 경기를 내주나요?
-이러면 진자 타격 있거든요? 1세트에 이어 2세트도 아무것도 해 보지 못했어요!
-부처님 손바닥 위에 올라간 손오공 같은 느낌입니다. 이렇게 지면 진짜. 아. 이제 이영우도 이승우한테 안 되는 건가요?
천자총통이 쏘든 말든 언덕을 올라오는 용혼.
일꾼이 나와 비볐지만 큰 의미 없었다.
지룡의 토정에 의해, 천자총통의 포격에 의해 터져나가고 있었으니까.
결국 길이 열렸다.
화통도감이 장악당한 이영우.
이제 할 수 있는 건 GG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경기 스코어가 2:0으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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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