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2 Game No. 512 바람에 몸을 맡겨라! =========================================================================
Game No. 512
6월 15일.
드디어 2016 OSL 시즌 2 8강전이 시작되었다.
16강에서 무려 2개의 조 재경기가 나오며 끝까지 치열하게 경기를 펼쳤다.
그 결과 A조에선 이승우와 김영민이, B조에선 이영우와 임형규가, C조에선 정명혁, 이제운, 마지막 D조에선 한민규와 김연훈이 8강에 올랐다.
환국의 성적이 굉장히 좋다. 절반인 4명이 환국이다.
그간 이영우와 정명혁을 제외하고 8강이나 4강에 오르는 환국이 거의 없었다. 가끔 최태양 정도가 올라왔을 뿐이다.
저번 시즌 한민규에 이어 이번 시즌엔 김영민까지.
새로운 얼굴들이 개인리그에 추가되었다.
한민규는 2회 연속 시드, 김영민은 첫 예선에 시드를 받으며 환국 팬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마수의 강세도 만만치 않다.
3명.
이제운, 임형규, 김연훈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숫자로만 보면 가장 암울한 종족은 용족이다. 프로리그에서 용족 선수들의 승리가 많이 나오고 16강에도 5명이나 올라 용족 전성시대가 다시 한번 열리나 싶었지만 이승우를 제외하고 모두 탈락해 버리고 말았다.
용족 선수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용족 팬들은 울상 짓지 않았다. 여전히 싱글벙글했다.
최후의 용족 선수가 이승우였기 때문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강으로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16강과 8강, 한 단계 차이지만 그 무게가 상당히 차이가 나죠.
-괜히 8강부터 시드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진짜거든요!
-오늘은 진짜 중에 진짜로 찾아왔습니다. 결승에서 만나야 할 선수가 8강에서 덜컥 만나고 말았습니다!
-이승우와 이영우! 이 두 선수가 8강에서 만났습니다!
삼대장 간의 대결은 언제나 흥행 카드다.
구름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매치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이승우! 이승우!”
“오늘은 이영우가 4강 간다!!!”
아직 선수가 입장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응원 전쟁이 한참이다.
“4강은 무슨. 맨날 이승우한테 지면서.”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이승우한테 진다고 했다.”
“이 새끼가.”
“시발. 왜 욕하냐? 내가 틀린 말 했냐?”
“너 따라 나와. 밖으로 나와 개새끼야.”
물론 그 열기가 과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었다.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따라 나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본인은 발 한 발자국 안 떼고 있었다.
상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갈 생각이 1%도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스탭의 제지가 있을 때까지 말로만 싸웠다.
오직 말로만.
-이승우 선수 최근 김영민 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받았습니다.
-올인이나 전략에 당한 것이 아니라 비교적 무난한 운영 싸움으로 승부가 갈렸거든요? 그 말은 이승우 역시 무적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분명 공략할 틈이 있다는 겁니다!
-그 점을 이영우 선수와 이승우 선수 모두 알았을 겁니다. 과연 그 틈을 보완해 왔을 것인지, 아니면 이영우가 그 틈을 다시 한번 찌르고 이승우에게 패배의 쓴 맛을 안겨 줄지! 잠시 후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괜찮아?”
“괜찮아요. 그래도 낮에 좀 잤어요.”
밤새 전략을 짜느라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밤을 샌 연습이 오히려 컨디션을 해치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지만 준비를 끝내지 않고 자면 자도 잔 것 같지 않을 것 같았다.
낮에 조금 눈을 부친 것이 전부였다.
더 오래 잤다간 손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짧고 굴게 잤다.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낫다.
경기를 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1경기 전장은 바람의 계곡.
전략을 걸기 좋은 2인용 전장이다.
여기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한다.
필살기를 준비해 왔다. 스킬에 딱 맞는 필살기를.
이제 남은 건 얼마나 이 전략을 경기 중에 잘 녹여 내느냐였다.
자신은 있다.
머릿속에 이미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그려져 있다.
문제는 이영우의 플레이다.
내가 해야 할 것만 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 이영우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평소와 달리 스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스킬을 쓴다고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는 건 아니다.
스킬과 경기 소모로 인한 체력 소모를 적절히 배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경기라면 스킬로 쉽게 이길 수 있지만 세 경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반에 남발했다간 앞선 2경기를 모두 이긴다 쳐도 3경기에서부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경기 시간부터 사용 타이밍까지.
모든 것이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한다.
****
-양 선수 표정이 사뭇 비장합니다.
-기회가 남아 있는 16강과 다릅니다. 여기서 지면 짐 싸고 돌아가야 하거든요!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입니까? 이승우와 이영우 둘 중 한 명은 8강에서 리그를 마무리해야 한다니요!!!
-원래 승부는 이렇게 비장한 겁니다. 한 명은 살고 한 명은 죽는 것이 원래 승부의 세계입니다! 모두 사는 건 없어요. 그렇게 행복한 건 승부의 세계에 없습니다.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냉혹하거든요.
엄재웅 해설이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역시 이런 멘트는 엄재웅 해설이 해 줘야 제 맛이다. 다른 중계진들도 적절히 멘트를 쳐 흥을 돋웠다.
두 명의 최근 페이스는 굉장히 좋다.
개인리그에서 모두 살아남은 상태고 프로리그에서도 나란히 다승 1, 2위를 달리고 있다.
아스트로, S1과 차이가 있긴 하지만 CT가 위너스 리그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데엔 이영우의 공이 컸다.
이영우가 아니었다면 지금 CT가 있는 자리는 저 밑이었을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영우가 고군분투해 주는 와중에 다른 팀원들이 서서히 정신을 차려 간다는 점이었다. 만약 이들의 부진이 6라운드까지 이어졌다면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불투명해졌을 거다.
팬들이 CT의 선수들은 매일 밤 이영우의 방에 절을 올리고 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이영우가 든든히 버텨 줬다.
-양 선수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8강 첫 번째 경기~시작하겠습니다.
전현석 캐스터의 힘찬 외침과 함께 1경기가 시작되었다.
앞으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기.
양 선수가 혼신의 힘을 쏟아붓는 것이 당연한 경기였다.
초반부터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천자총통과 화차, 궁병으로 날카롭게 이승우의 앞마당을 찌르는 이영우. 이승우도 훌륭한 용혼 컨트롤로 환국의 병력을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그 후 이승우가 지룡을 활용해 이영우의 앞마당에 조금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기기괴괴한 운룡의 곡예비행에 함성이 터졌다.
이영우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화차를 돌려 확장 지역에 신전을 소환하려는 용안을 두 번이나 끊어 줬다.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기다.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는 가운데 먼저 변수를 둔 건 이승우였다.
-어? 뭐죠? 지금 이승우 선수 용의 신전을 2개 짓습니다?
-그러네요?
마수전에서 후반전까지 이어지면 용의 신전을 2개 올리긴 하지만 환국전에서 용의 신전을 2개 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
전장이 섬이 아닌 이상.
-실수인가요? 지금 이 타이밍에 용의 신전이 2개 올라갈 이유가 전혀 없는데요?
-글쎄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수는 아니었다.
두 개의 용의 신전에서 운룡이 동시에 나오고 있었으니까.
섬 전장처럼 운룡에 다수의 병력을 실어 환국을 타격하려는 듯 보였다.
역시 이승우다.
오늘도 나오지 않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운룡의 속업과 지룡의 파괴력을 이용한 게릴라 작전을 펼칠 생각이다.
금와와 달리 운룡은 금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앞마당과 철광 확장만 먹고도 충분히 양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확장과 생산, 운룡 견제를 동시에 하면 손이 꼬이기 마련이지만 이승우라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경기로 멀티테스킹 능력을 증명했으니까.
-조금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흠. 무언가 독특한, 이승우 선수만이 할 수 있는 운영을 오늘도 준비해 나온 것 같습니다.
-결승전에서 운룡 견제를 극대화시켜 이영우 선수를 무릎 꿇린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 전략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승우 선수 나가나 천왕랑 테크 전혀 올려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운룡과 지룡의 활용을 극대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마치 섬 전장처럼 다수의 운룡에 지룡과 지상 병력을 실어 폭탄 드랍으로 피해를 주겠다는 거죠!
-속업 운룡이 빠르기는 굉장히 빠르죠. 전에도 3운룡을 이용해 미친 견제를 보여 준 적이 있는데 이번엔 아주 제대로 견제를 해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스타일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가 이승우다.
가장 많은 경기 운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는 이승우가 이번에 새로운 운영을 또 한 번 들고 나왔다.
2 용의 신전.
말하는 것조차 생소하다.
다른 선수가 했다면 실수를 했거나 터무니없는 전략을 준비해 왔다는 소리를 들었겠지만 이승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견제의 끝을 보여 주네. 도대체 날아다니는 운룡이 몇 개냐? 거의 소환 수준인데.”
“이런 거 보면 이승우는 사파 용족이라니까?”
“사파, 정파 따질게 뭐 있어? 이승우가 용족 그 자체인데. 신잘알 더 제너럴 신전 지니어스 킹승우에게 모두 경례!”
“지랄 똥 싼다. 그래도 조금 무모한 거 아닌가? 저거 막히면 그냥 한 방에 밀리는 거 아냐?”
우려를 표한 이는 신들의 전쟁을 조금 잘 아는 이다.
2 용의 신전이 쓰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아주 간단하다.
좋지 않으니까.
좋으면 이미 미친 듯이 나왔을 거다.
눈으로 보이는 건 굉장히 화려하긴 하다.
당하는 환국 입장에서 당연히 짜증이 나고.
반대로 하는 용족 입장에선 신나고.
근데 그게 다다.
이 공격은 언젠가 막힌다. 그러면 경기는 자연스레 환국이 이겨 있다. 보이는 것에 비해 성과가 크지 않다.
괜히 환국전에서 나가와 천왕랑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 체제는 업 환국에게 언젠가 무너진다.
김영민이 이승우를 상대로 보여 주지 않았던가?
환국은 수비의 종족이다.
작정하고 수비를 하면 용족의 이 조합으로 뚫을 수 없다. 그래서 변수가 있는 나가와 천왕랑을 가는 것이다. 얼려서 화력을 줄여 주거나 진출했을 때 뒤를 치는 전술이 가능한 나가나 지형을 끼고 싸우는 천왕랑을.
적어도 이 경기에서 이승우는 천왕랑이나 나가를 생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2 용의 신전을 올린 것도 모자라 하늘성소를 올리고 비렴까지 생산하고 있었으니까.
현재 가진 금광으론 나가나 천왕랑을 갈 수 없다. 아니 아예 갈 생각조차 없다. 운룡과 비렴, 지룡을 동반한 지상 병력으로 경기를 끝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화려합니다! 동에 번쩍! 서해 번쩍! 운룡이 날아다니고 있어요.
-동시 두 군데는 기본입니다. 옵저버가 전부 다 잡지 못 할 만큼 운룡이 공중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괴로워요.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하지만 버텨야 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어떻게든 버텨 내야 합니다.
이영우가 이를 악물었다.
양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앞마당과 본진에 병력을 배치함과 동시에 운룡의 예상 침투 경로까지 꼼꼼하게 신경 썼다.
막으면 이긴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피해를 받고 있긴 하지만 막고 또 막아 수비가 되면 흐름을 환국 쪽으로 넘어오게 되어 있다.
이영우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글을 늘릴 생각 없습니다.
오히려 완결이 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즌2와 연결되는 에피소드를 구상한 건데 독자분들에게 무리수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김영민에 대한 설정+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으니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로 많은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