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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11화 (511/575)

00511  Game No. 511 투우록.  =========================================================================

Game No. 511

차로 돌아오는 내내 오늘 경기를 복기했다.

언젠가 김영민에게 패배할 거라고 생각했다.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랐으니까.

근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개인리그 다전제에서 그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GG 치고 처음 든 생각은 ‘장난 아닌데?’였다.

패배가 조금 쓰리긴 했지만 그보다 다른 감정이 더 컸다.

재밌다.

즐겁다.

몸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살짝 쉬고 있던 열정이 다시 타오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이후에도 패배를 당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다시 경기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다시 하면 또 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김영민의 플레이를 완벽했다.

나도 철저히 준비를 하지 않으면 같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 차이는 크다.

그래서 김영민이 대단한 거다. 정말 잘 준비해 왔다. 나도 모르는 약점을 제대로 노렸다.

MSL의 복수를 이렇게 해낼 줄이야.

커뮤니티나 기사에선 운이 좋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속았다.

김영민의 움직임에.

소수 병력으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 줬다. 실상은 업 환국을 준비하고 있었고. 말 그대로 허세를 부린 거지. 그게 전부인데 마치 추가 병력이 더 내려와 경기를 끝낼 것처럼 했거든.

만약 내가 거기서 전투를 했다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을 거다. 정말 병력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근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병력을 더 모아 줬다.

그걸 김영민도 알았고 용족의 병력이 환국의 병력보다 많아진 순간 귀신같이 병력을 뒤로 뺐다.

마치 연습 경기를 하는 것처럼 과감했다. 막히면 아무렇지 않게 다시 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전도 연습처럼 하는 것.

적이지만 칭찬해 줄 만한 심리전이었다. 그 움직임이 없었다면 승리를 가져가는 건 나였을 테니까.

이로써 상대 전적은 3승 2무 1패.

아직 앞서고 있지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김영민이 보여 주는 모습은 위협적이었다.

이제 또 언제 만나려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몸의 피가 끓는 기분이다.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진다.

****

S1 숙소에서 작은 회식이 벌어졌다.

어제 아스트로에게 패배했지만 오늘 OSL에서 김영민이 이승우를 잡아냈다.

정명혁 역시 이제운을 잡아내며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김택윤만 승리를 거뒀다면 완벽한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진짜 최고였어. 환상적인 경기였다.”

본인의 패배에 속이 쓰릴 만도 하건만 김택윤은 김영민의 승리에 진심으로 기뻐해 줬다.

“운이 좋았어요.”

선수들에게 둘러싸인 김영민이 수줍게 입을 열었다.

“운이라니. 압박 가는 움직임이 진짜 좋았는데.”

김택윤과 정명혁은 안다.

김영민의 움직임이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

일반적인 관중들은 알아보지 못 했을 거다. 그저 김영민이 운이 좋은 것으로 생각했을 거다.

그 운을 만들어 낸 것이 김영민의 진출이었다.

대기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김택윤과 정명혁은 동시에 탄성을 쏟아냈다.

“진짜 그 수는 신의 한 수였다."

옆에 있던 정명혁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깜짝 놀란 수였어.”

이승우가 생각이 많아서 졌다. 많은 걸 생각한 나머지 잘못된 판단이 나오고 말았다. 너무 뛰어난 선수라 나올 수 있는 실수였다.

운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안다.

김영민이 얼마나 이승우의 VOD를 분석하고 또 분석했는지.

사소한 습관 하나마저 모두 찾아낼 정도로 열과 성을 쏟았다. 보는 것만으로 고개라 절로 저어질 정도로 김영민은 이승우를 파고들었다.

오늘의 승리를 그 보상을 받은 것뿐이다.

이제 더 큰 목표가 남아 있다.

프로리그에서 우승하는 것.

그리고 개인리그 다전제에서 이승우를 떨어뜨리는 것.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하게 되어도 이 스포츠계를 뒤집어버릴 수 있을 거다.

“자. 그럼 영민이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건배!”

“건배!”

최연규 코치의 외침과 동시에 잔에 들은 음료수가 출렁거렸다.

****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흐른다.

눈 깜짝 할 새에 6월 중순이 되었다.

겨드랑이에서 흐르는 땀으로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그래도 팀 분위기가 좋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있어 연습실에 가면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예전엔 이런 건 꿈도 못 꿨다고 하던데.

역시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제 위너스 리그가 5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거의 80% 정도 진행된 거지.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의 윤곽이 슬슬 나오고 있다.

가장 의외의 팀은 폭스다.

4라운드의 활약을 그대로 이어 나갔다.

제대로 신을 내고 있다.

승점으로 화성을 제치고 4위에 올라 있다.

3위인 CT와는 1승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박성찬과 최태양의 활약은 5라운드로 그대로 이어졌다.

다섯 경기가 남은 지금 실질적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팀은 IBX까지다.

11승으로 폭스와 화성을 1승 차이로 뒤쫓고 있다.

서로 간의 대결도 아직 남아 있어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혼돈 그 자체다.

3위부터 6위까지.

맞대결에서 패배하면 서로 순위를 바꾸게 된다.

우리만큼 여기도 아슬아슬하구나.

우리 팀과 S1은 포스트 시즌은 확정된 거나 다름없다. 4위인 폭스와 이미 4승 차이가 나니까.

최근 일주일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딱 1경기 결장했는데 그 경기에서 팀이 패배했다. 하필 그 팀이 S1이다.

1패 차이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S1전을 앞두고 컨디션이 최악으로 치닫다니.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벤치라도 나서 능력 부여라도 팀원들에게 해 줬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 부여는 이런 저런 실험을 통해 단점을 조금씩 보완해가고 있다.

경기 스타일에 맞는 스킬을 부여해 줬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연호 같은 경우 [날빌러]가 가장 잘 먹혔고 현우 형이나 승대는 [철벽]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민규는 전체적으로 고른 효과를 받았다.

흔히 게임에서 말하는 만능형이라고 해야 하나?

100점 만점 기준으로 어느 능력도 90점 이상을 넘지 못했지만 모든 능력이 80점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능력 부여를 통해 이득을 얻은 건 팀원만이 아니었다.

나 역시 많은 이득을 얻었다.

시야가 한층 더 넓어졌다.

용족뿐만이 아니라 환국과 마수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다.

직접 경기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환국과 마수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S1전에서 능력 부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감독님이 허락해 주지 않으셨을 거다. 어설프게 쉬는 것보다 확실히 쉰 후 컨디션을 회복하는 걸 더 선호하는 스타일이시니까.

누구 탓을 할 수 없다.

프로는 몸 관리도 실력이다.

내 몸을 관리하지 못한 내 탓 이다.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팀 운영상 어쩔 수 없었다. 당장의 1승보다 리그 우승이 더 중요했으니까.

괜히 출전했다가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이후 있을 개인리그와 위너스 리그 경기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멀리 봐야 했다.

요즘 S1의 기세가 미쳤다.

5라운드 6전 6승.

그냥 미친 듯이 이기고 있다.

그 중심엔 김영민이 있었다.

요즘 리쌍보다 더 좋은 경기력과 승률을 보여 주고 있었다. 작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요즘 김영민에 대한 기사가 물밀듯 쏟아져 나온다.

천재가 나타났다는 등 용족에 이어 환국에도 빛이 내렸다는 등 스크롤만 내리면 김영민에 대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OSL에서 나라는 보약을 아주 그냥 제대로 먹었다.

최근 들어 3연속 올킬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내고 있었다. 4라운드에도 올킬을 했었으니 벌써 4번째 올킬이다.

이번 시즌 최다 올킬이자 현재 내 올킬과 같은 숫자다.

마지막 올킬이 우리 팀이었기에 다시 한번 속이 쓰렸다.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으.

5라운드 S1전을 제외하고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어 S1과 같은 16승 1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승점에서 밀려 2위에 위치해 있다.

4라운드와 달리 이제는 승점이 중요하다.

승점으로 밀려 결승 직행을 하지 못한다?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썩 기분이 좋지 않다.

현재 S1과 승점에서 꽤 차이가 난다. 앞으로 잃는 세트 없이 거의 다 승리를 해야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우리는 남은 다섯 경기 다 이기고 S1이 중간에 한 번 삐끗해 주는 건데 지금 기세로 봐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명혁 잘하지, 임형규 잘하지, 김영민 잘하지.

한 명만 잘해도 위너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데 세 명이나 잘해 버리면 상상 그 이상의 성과가 나온다.

지금 S1처럼.

이번 시즌엔 이렇게 아슬아슬한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주 제대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남이 못해 주길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 가능성이 모래알처럼 작더라도 거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프로리그가 진행된 만큼도 개인리그도 많이 진행됐다.

OSL은 내일부터 8강이 시작되고 MSL은 16강이 한참 진행 중이다.

이미 MSL은 8강에 오른 상황.

OSL만 치르면 한동안 또 경기가 없다. 프로리그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거지.

상대적으로 쉬웠던 MSL 16강 대진과 달리 OSL 8강은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8강에서 이영우를 만날 줄이야.

형규에게 1패로 시작했던 이영우는 남은 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2승 1패로 16강을 마무리했다. 형규가 마지막 경기에서 김우현을 이겨 3승으로 진출했다면 이영우는 나와 같은 2위로 진출해 8강에서 만나지 않았겠지만 형규가 김우현에게 패배하면서 2승 1패 3자 동률, 재경기가 나와 버렸다.

거기서 이영우가 2승을 해 B조 1위를 확정 지었다.

그리고 추첨을 통해 나와 맞붙게 되었지.

4강이든 결승이든 어디서 만나게 될 상대긴 하지만 지금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영우는 강하다.

스코어가 무의미한 상대다.

100번 싸워 이겼어도 언제든 질 수 있는 선수가 이영우다.

하. 머리 아프다. 머리 아파.

그저 그런 경기론 이영우를 무너뜨릴 수 없다.

한 경기, 한 경기 심혈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스킬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빌드를 짤 생각이다.

그간 스킬 사용 시 체력 소모가 경기 시간에 따른 소모보다 커 스킬 사용을 지양했지만 지금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스킬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는 것이 오히려 체력을 아끼는 길이다.

가장 중요한 건 1세트다.

1세트를 잡으면 3:0까지 만들 수 있다.

역으로 1세트를 빼앗기면 힘든 승부가 되겠지.

머릿속에 몇 가지 떠오르는 빌드가 있었다. 구상만 해 놓고 아직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빌드들.

4강이나 결승이 아닌 8강에서 써서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상대는 이영우.

그런 생각은 사치였다.

============================ 작품 후기 ============================

글을 길게 끌 생각 없습니다.

오히려 완결이 머지 않았습니다.

90% 지점입니다.

완결을 위해 정리를 하려고 한 건데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켰군요.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의 의문을 해소할만한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14살이라는 점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앞으로 납득이 가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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