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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09화 (509/575)

00509  Game No. 509 이대로 끝까지.  =========================================================================

Game No. 509

진이 다 빠진다.

드디어 경기가 끝났다.

무슨 결승전을 치른 것 같은 기분이다.

그 정도로 집중했고 모든 걸 쏟아부었다. 남은 체력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이번엔 무승부가 나와선 안 됐다. 동시에 빠른 시간에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다행히 생각대로 경기가 흘러가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이겼으! 승우가 이겼으!”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영화 장면을 패러디하는 연호.

성대모사까지 하며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흠. 지금 내가 그걸 받아 줄 상태가 아니거든? 일단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고생했다.”

역시 감독님!

내 마음을 정확히 읽으신 것처럼 한 손에 물병을 들고 계시다.

그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달다. 달아.

경기 끝난 후 마시는 물이 가장 꿀맛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김영민 집중력이 조금 무너졌더군.”

씩.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저만 느낀 게 아니었네요.

감독님도 보셨군요.

분명 훌륭한 컨트롤이었지만 보다 좋은 전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달아 경기를 치른 탓인지 조금 삐끗하고 말았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실수였지만 감독님은 그걸 놓치지 않으셨다.

임주혁 감독님이나 최연규 코치님도 알아차렸을 것 같군.

“그래서 이길 수 있었어요. 무난하게 궁병이 모였으면 밀릴 거 같아서 조금 무리수를 던졌거든요. 다행히 통했네요.”

경기는 기계가 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한다.

그렇기에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용광포가 소환되는 걸 본 순간 김영민의 궁병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순간이나마 압박을 느끼고 흔들린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아도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눈에 훤히 보였다.

절대 용광포가 지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그래서 마음이 급해졌겠지.

마음이 흔들리면 몸도 흔들린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아마 첫 경기에서 했으면 안 통했을 거예요.”

3경기를 연달아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한계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운동선수처럼은 아니지만 1년 동안 꾸준히 헬스를 하며 체력을 기른 나와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소년.

체력 면에서 내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첫 경기였다면 너도 그렇게 안 했겠지.”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오셨어요?

어쩜 이렇게 잘 맞추실까.

맞다.

첫 경기였다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용광포 러시를 시도하지 않았을 거다.

세 번째 경기였기에 시도한 것이다.

심리전이자 판 짜기.

김영민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겠지만 억울할 건 없다.

원래 승부는 찰나의 선택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승부수를 던졌고 그게 통했다.

그것이 전부다.

“맞아요. 그렇게 안 했겠죠. 휴. 이제 한 경기 끝났네요.”

“앞으로 세 경기만 더 하면 된다. 그러면 집에 갈 수 있어.”

눈을 찡긋 거리시는 감독님.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 거 아닌가요?

감독님 말씀처럼 팀에 승리를 안기려면 3승이나 더 해야 한다.

원래면 마지막 경기를 하고 있을 텐데 말이지.

그래도 오랜만에 경기를 하며 웃었다.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단순히 이기는 경기가 아닌 즐길 수 있는 경기.

그거면 됐다.

벌써 이렇게 훌륭한데 다음 시즌의 김영민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

“아쉽네요.”

“그래도 잘했다.”

S1의 팀원들이 김영민은 따뜻하게 반겼다.

특히 임주혁 감독과 최연규 코치의 눈에서 하트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대견하다.

한 번 하기도 어려운 경기를 세 번이나 치르다니.

이승우와 다전제를 치러 본 선수들이 다수 있는 S1이었기에 어떤 느낌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휴. 너무 아쉬워요.”

김영민은 자신의 잘못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억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했다.

여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아니 경험해 보지 않았던 다전제를 이런 식으로 해 보게 될 줄 몰랐으니까.

해 보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문제점을 여럿 발견했다.

가장 큰 건 체력이었다.

몸이 버텨 주지 못했다.

‘세 경기를 연달아 치르는 것만으로 이렇게 지칠 줄은 몰랐는데.’

연습실에선 다섯 경기를 연달아 펼쳐도 끄떡없었다. 그런데 경기장에선 왜 세 경기 만에 이렇게 녹초가 되었을까?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큰 건 스스로 느끼는 부담감이다.

연습실처럼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연습실에서 실수를 하면 다시 할 수 있지만 경기장에선 그럴 수 없다. 생방송으로 경기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추가의 편집 없이 전 세계까지 퍼진다.

거기서 완전 자유로울 순 없다.

‘이건 고치면 되는 거야.’

패배의 아픔이 마음을 쓰리게 만들고 있지만 웃어넘길 수 있다. 잃은 게 1이라면 얻은 건 5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실제 다전제를 치를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체력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건 필수다. 다만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없으니 그 밖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전제를 버틸 체력이 부족하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경기를 승리로 끝내면 된다.

그러면 단점을 숨길 수 있다.

더 이상 김영민의 얼굴에서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새로운 걸 배웠다는 희열만이 있을 뿐이었다.

****

세 번째 경기에서 드디어 승부가 갈렸다.

혹시 이 경기에서마저 무승부가 나올까 가슴 졸였던 관중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제 2세트 되는 건가?”

“그렇지. 와. 진짜 1세트 또 반복되는 줄 알고 식겁했다.”

“이승우 눈빛 봄? 절대 무승부 안 나오려고 이 악물고 경기 하던데.”

이번만큼은 절대 무승부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듯 경기 내내 강렬한 눈빛을 쏘아댔던 이승우가 결국 원하는 결과를 이뤘다.

이 1승을 위해 3경기를 치렀다.

제대로 고생했다.

이 고생에 대한 보상은 바로 이어졌다.

올킬.

이승우가 2, 3, 4세트를 연달아 이기며 S1을 4:0으로 완파한 것이다. 이로써 아스트로는 2라운드에 이어 4라운드도 전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위너스리그 순위 역시 단독 1위로 올라갔고 말이다.

1세트, 재경기 1세트, 재재경기 1세트를 치르는 동안 제대로 예열을 마친 이승우. 거기에 분노도 한 스푼 얹었다. 안 그래도 이기기 힘든데 더 이기기 힘들어진 것이다.

김영민을 무릎 꿇린 이승우에게 더 이상 거칠 것은 없었다.

이승우의 기세를 막기 위해 2세트에 출전한 선수는 임형규.

미리 엔트리가 유출된 적이 없음에도 모두 임형규의 출전을 예상하고 있었다.

해는 동쪽에서 뜬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S1측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이승우에게 브레이크를 넣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임형규였으니까.

김영민과의 경기로 제대로 물오른 환국전.

정명혁을 내보낼 순 없다.

그렇다고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도재열과 김택윤을 당장 쓰기도 그랬다. 김택윤은 추후 세트에 전략을 들고 출전할 수 있지만 도재열은 아예 엔트리에서 빠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6인이 나오는 정규리그라면 모를까 4인밖에 출전할 수 없는 위너스 리그에 도재열을 쓰는 건 무리였다. 같은 부진이라도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기대치가 다르니까.

원래 지니고 있던 것이 다르니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김택윤이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냉정히 평가했을 때 컨디션 좋은 도재열보다 우위에 앞서 있다.

상대가 이승우가 아니었다면 언제든 김택윤이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이승우. 승부욕과 실력, 컨디션이 모두 뛰어난 선수를 내보내야 했다.

그 점에서 임형규는 합격점을 받았다.

결연한 얼굴로 부스에 앉은 임형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이승우를 넘지는 못했다.

1세트를 방불케 하는 초장기전이 다시 한번 나왔지만 김영민처럼 무승부로 끌고 가진 못했다.

혼신의 힘을 실은 공격에 최후의 방어선이 뚫리며 GG를 선언한 임형규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부스를 나오는 이승우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인다.

엄지와 검지로 콧대를 지그시 누르는 이승우. 어깨와 목도 많이 결리는지 연신 손으로 주물러 댔다.

하지만 부스에 들어간 순간 180도 바뀌었다.

모니터를 뚫을 것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을 하며 금세 경기에 집중했다.

S1의 중견으로 나온 선수는 김택윤이었다.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환국이 좋지 않은 전장에 정명혁을 내보낼 순 없었다.

맞불 작전이 최선이었다.

용용전은 빌드 싸움이 반 이상이었으니까.

거기서 변수를 노릴 수 있었으니까.

S1의 기대와 달리 변수는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이 행복하게 사는 동화 속 흔한 결말처럼 뻔한 스토리로 흘러갔다.

“미친. 이승우 약 빨았냐? 용혼 컨트롤이…….”

“전장 조작한 거 아니냐? 이승우 용혼은 사정거리가 1 더 길다던지, 아니면 공1업이 미리 되어 있다던지.”

“어떻게 같은 용혼으로 저런 성과를 내냐?”

관중들의 입에서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분명 같은 유닛, 같은 수로 전투가 벌어졌는데 한쪽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그것도 꽤 차이가 나면서.

패배한 선수가 용혼 컨트롤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택윤이기에 더 놀라웠다.

거침없이 김택윤까지 잡아낸 이승우.

이제 남은 건 대장 정명혁 뿐이었다.

정명혁의 어깨가 무겁다. 자신이 패배하면 팀이 패한다.

동시에 단독 1위 자리를 놓치게 된다.

오늘 패배하게 되면 결승 직행이 힘들어진다. 정명혁의 투혼은 고스란히 경기에 반영되었다. 말도 안 되는 전투력으로 이승우의 200 병력 공격을 수차례 막는 데 성공했다. 나가를 활용해 정명혁의 본진에 다수의 병력을 떨어뜨렸지만 지뢰와 발 빠른 수비 병력의 귀환으로 큰 피해 없이 막아 내는 데 성공했다.

추가로 들어오는 나가는 아예 해모수의 쇄령술로 술력을 날려 버렸다.

또한 화포 연구소를 앞마당에 지어 나가의 소환으로 파괴되는 걸 막아 낼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공3업까지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3/2업이 된 기갑 병력은 사기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하다.

혹시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쯤 이승우가 움직였다.

보고도 믿기 힘든 전투가 펼쳐졌다.

중앙으로 진출한 환국의 200 병력을 거짓말처럼 전멸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나가와 비렴의 활용이 예술이었다.

이동하는 순간을 노려 나가가 먼저 천자총통을 얼렸고 그곳으로 용아와 용혼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동시에 운룡을 타고 주변을 배회하던 비렴이 천벌로 화차와 천자총통을 줄였다.

여기서 그쳤다면 어쨌든 환국 병력이 남았을 거다.

3/2업 병력은 정말 사기니까.

추가 병력이 합류하는 시점이 환상적이었다.

용아가 거의 다 죽고 용혼만 살아남은 시점, 그러니까 용족의 병력을 뒤로 빼야 한다고 느낀 그 시점에 용아가 전장에 합류했다.

이보다 합류 타이밍이 더 좋을 수 없을 거다.

환국의 추가 병력도 전장에 속속들이 합류했지만 타 스타팅을 이미 확보해 제단을 20개 이상 보유한 용족을 생산력을 따라가긴 무리였다.

결국 모든 병력을 잃은 정명혁이 GG를 선언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

패배한 정명혁에게 위로의 박수가, 승리한 이승우에겐 그보다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렇게 최소 시간 올킬을 달성한 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승우는 최다 경기, 최장 시간 올킬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최장 시간 올킬 기록은 깨질 수 있지만 최다 경기 올킬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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