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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No. 506
-이승우 선수도 진짜 장난 아닌 게 세 번째 솟대를 5시 쪽에 숨겨서 소환했습니다. 어차피 평지라 용혼 1기로 입구 막을 수 없으니 솟대 숫자 속여서 김영민 머리 복잡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러면 헷갈리죠!!
-수비에 돈 쓰라고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용족과 환국의 대결에서 세 번째 솟대 유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룡이나 흑완을 사용해 환국을 흔들고자 하는 용족은 세 번째 솟대가 올라가기 전에 황룡성지나 용의 신전을 소환한다.
솟대 2개와 3개.
겨우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큰 차이다.
세 번째 솟대를 올리고 짓게 되면 환국이 막을 수 있는 타이밍이 생긴다.
지금 이승우는 솟대 하나를 숨겼다.
3개의 솟대를 올린 상태로 1제단을 유지하고 있으니 아마 다음 수는 앞마당 확장일 것이다. 굉장히 무난한 출발. 하지만 김영민은 안심할 수 없다. 솟대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러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게 전진 솟대다.
그동안 이승우가 전진 건물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거뒀던가?
전진 제단, 전진 용의 신전 등등 무수한 전진 시리즈로 상대를 무력화시키고 승리를 챙겼다.
아무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본진을 빠져나와 전장을 샅샅이 뒤지는 일꾼! 더 이상 본진에선 볼 게 없어요.
-세 번째 솟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불안할 겁니다.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공격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거든요. 지금 김영민 선수의 2화통 러시가 통하려면 이승우 선수가 확장을 해 줘야 합니다. 만약 이승우도 올인을 준비한다면 상황 어떻게 될지 몰라요. 결과를 봤을 때 빌드를 먹었지만 그걸 아직 김영민 선수는 모릅니다. 그러니까 찾아야죠!
서로 준비한 수가 하나씩 있다.
김영민은 날카로운 공격을, 이승우는 상대를 위축시키는 심리전을 들고 왔다.
-김영민 선수 진짜 병력 타이트하게 생산합니다. 환국이 아니라 마수의 올인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일꾼 쉬고 그 자원으로 궁병 찍고. 일꾼 쉬고 그 자원으로 두 번째 화통도감 올리고. 진짜 빨라요. 지금!
최대한 타이밍을 앞당긴 2화통 러시.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천자총통이 모인다.
-지금 이대로 흘러가면 김영민이 좋습니다. 3용혼에서 앞마당 가져가면서 무난하게 하면 이거 막기 힘들어요!
-신전!!! 앞마당에 신전 소환합니다. 빌드는 일단 김영민 선수가 먹었습니다!
-이거 큰일 났죠. 김영민의 전진 타이밍이 얼마 남았었거든요. 궁병도 쉬지 않고 계속 찍어 주고 있어요!
김영민도 영리한 것이 궁병을 4기 이상 보여 주지 않았다. 추가 생산된 궁병을 뒤로 숨겼다. 마치 평범한 FD를 하는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다.
천하의 이승우라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김영민이 잘하고 있었다.
찌르기를 온 용혼이 본 유닛은 궁병 4기와 천자총통 1기.
일반적인 FD와 같은 병력의 수다.
하지만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보다 많은 병력이 숨을 죽인 채 뒤에 숨어 있다.
-아, 아직 이승우 선수 제단이 하나밖에 없어요!
-제단이 올라갈 타이밍이 아니거든요! 지금은 용의 신전부터 올라가고 제단을 늘리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귀신도 아니고 보지 못한 걸 알아맞힐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진짜 김영민 사고 치나요?
-빌드가 유리하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지만……. 아. 일꾼이 용족의 앞마당에 들어가 신전을 확인하네요. 이러면 불안이 싹 사라지죠.
-그렇죠. 지금 앞마당 신전이 있다는 건 김영민이 걱정하는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헐. 이거 김영민이 잡나?”
“빌드는 확실히 먹었는데 모르지. 기가 막힌 전투해서 러시 막을지.”
“근데 이건 병력 차가 심해서 막기 빡세지 않나?”
“그렇긴 한데. 이승우니까. 이승우니까 봐야지.”
다른 용족이라면 더 이상 뒤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빌드가 갈렸다. 이대로 러시를 가면 앞마당을 바로 장악할 수 있을 정도.
이제 제단을 2개 더 늘리는 이승우다.
여전히 돌아가는 제단은 1개.
용혼 역시 4기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김영민은 천자총통만 3기다. 이게 전부가 아니라 궁병 6기와 화차 2기도 있다.
비교가 되지 않는 화력.
-앞마당 확인한 이상 굳이 급하게 나갈 필요 없죠. 확실하게 한 방 모아서 나가면 됩니다!
-차분합니다. 김영민 선수 얼음처럼 냉정하고 차분합니다. 자. 이제 가죠!
일꾼 2기를 동반한 러시가 시작되었다.
이승우가 용안으로 병력 규모를 확인하고 몸을 움찔했다. 이승우라면 눈치챘을 거다. 김영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도 문제다.
이승우의 제단이라고 더 빨리 완성되고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당장은 1제단으로 2화통 병력을 상대해 내야 한다.
-자. 곧 3제단이 완성됩니다. 3용혼이 추가로 합류할 때까지 버티면 어떻게든 되는데……. 아. 김영민 선수의 자리 잡기가 너무 좋습니다!
-언덕 위라 용혼이 쉽사리 달려들기가 힘들죠.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까요. 언덕 중간에 지뢰도 있어 괜히 달려들었다간 대형사고 납니다.
김영민의 자리 잡기가 예술이었다.
앞마당 신전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천자총통은 1기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용족은 압박을 느꼈다.
-앞마당 신전을 지키려면 확실히 지키고! 포기하려면 확실히 포기해야 합니다. 지키려고 용혼 소모했는데 못 지킨다? 이건 최악이에요. 최악!
-김영민 선수 여기에 모든 걸 걸었어요. 망루까지 지어 주면서 조이기 라인 튼튼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2016년 경기 맞나요?!
-기회가 왔습니다. 전투 구도 자체가 용족이 손해를 보는 자리입니다. 운룡이 나오면 용아 태워서 한 번 뚫기 시도해야 하는데……. 아. 이렇게 망루 지어지고 화살탑 지어지면 그것도 쉽지 않죠.
김영민이 아주 천천히 조이기 라인을 전진했다.
급하게 하지 않았다.
망루가 지어진 곳까지만 천자총통을 당겼다. 더 이상 무리하지 않았다. 첫 번째 망루와 조금 떨어진 곳에 두 번째 망루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김영민 선수 3보 1망 나옵니까? 3보 1망?!
3보 1망은 말 그대로 세 걸음에 망루 하나라는 뜻이다.
조이기 라인을 튼튼하게 하는 데 사용되면 3개가 되면 뚫을 수 없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망루 하나도 압박인데 2개가 되면 이건 진짜 뚫기 힘들어집니다.
-김영민 선수의 팀이 어디입니까?! S1 아닙니까? S1! 망루의 전설이 감독으로 있는 팀에 있으니 이런 플레이가 나오는 거예요!
3망루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걸 만천하에 알린 임주혁 감독이다.
수많은 마수 선수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3망루가 이번엔 용족에게 시전되고 있었다.
-앞마당은 지키기 힘들어 보입니다. 차라리 앞마당 포기하고 자리 생기면 용아로 한 번 소모전 해 주는 게 나을 듯싶습니다.
-그 싸움이 정말 중요합니다. 적어도 천자총통 반 이상은 끊어내야 후에 지룡이 나왔을 때 답이 나오거든요?
전투가 너무 늦어져선 안 된다.
천자총통은 쌓이면 쌓일수록 효율이 좋아진다.
김영민도 자원을 쥐어 짜내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천자총통을 생산할 수 있는 화통도감은 겨우 하나. 나머지 하나는 부속건물이 붙어 있지 않아 화차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지금 김영민이 얼마나 자원을 쥐어 짜내고 있냐면 3기씩 금광을 채취했던 일꾼이 이제는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딱 천자총통 1기씩만 찍을 수 있는 정도의 금만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철광을 캐는 일꾼의 수도 마찬가지다. 한 부대가 되지 않는다. 마수만큼, 아니 마수보다 더 가난한 운영을 하고 있었다.
반면 용족은 용안이 많다.
그리고 제단도 3개다.
적절히 소모전만 해 준다면 후에 지룡이 나왔을 때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가장 앞장선 천자총통을 잘라 내는 이승우!
-방금 움직임 굉장히 좋았습니다! 용혼 3기가 죽긴 했지만 아직 앞마당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라 손해가 절대 아닙니다!
천자총통 1기가 추가로 왔지만 방금 1기가 잡혔기에 조이기 라인을 지키는 천자총통은 여전히 3기였다.
망루 옆에 안전하게 화살탑까지 짓는 김영민.
절대 뚫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자. 앞마당 채취할 만큼 했습니다. 용안 다 본진으로 보내고! 지금 막 운룡 나왔거든요? 이제 운룡에 용아 태워서 한 번 더 천자총통 잘라 주러 가야 합니다.
이제 병력 자체는 용족이 더 많다.
평지에서 만나서 싸운다면 필승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환국이 그렇게 싸워 줄 리 없다. 이미 망루로 앞마당을 완벽히 장악한 상황. 조금만 더 전진하면 본진까지 타격할 수 있다.
굳이 중앙으로 나가 줄 필요가 없다.
용족의 목숨 줄을 완벽히 움켜쥐고 있으니까.
용족이 원하는 전장이 아닌, 환국이 원하는 전장에서 전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용족의 병력이 많아도 저 라인을 완벽히 뚫는 건 무리다.
한여름 아이스크림처럼 줄줄 녹아내릴 것이다.
조이기 라인을 완벽히 걷어내겠다는 생각보단 최대한 전진을 늦추는 식으로 전투를 해야 한다.
지룡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방금 전 생 더블을 응징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됐나 봅니다. 앞마당을 먹는 순간 그냥 바로 밀어 버립니다!
-아니 어디서 더블질이야?!
-으아. 화살탑과 망루가 하나씩 더 지어지고 있습니다.
-망루가 도합 3개입니다! 이 스포츠 역사상 3개의 망루는 뚫린 적이 없습니다! 절대 뚫리지 않는 철벽의 3망!
-S1의 마스코트죠. 망루는.
중계진의 외침이 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전과 달리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경기에 흥이 저절로 올랐다.
“숨 막힌다. 숨 막혀. 진짜 얄밉게 게임하네.”
“시발. 저길 용족이 어떻게 들어가? 대놓고 사지인데.”
“근데 아예 안 들어가면 진다. 이게 개 짜증나는 거.”
용족 본진 입구에 세 번째 망루를 건설함과 동시에 창고를 건설해 입구를 좁혔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저걸 용족이 뚫으라고?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적어도 정면 돌파는 답이 아니다.
다른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용족이 경기를 잡을 수 있다.
이승우라면.
이승우라면 아직 모른다.
****
뭐야? 병력이 왜 이렇게 많아?
1화통에서 나온 수가 아닌데?
순간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이건 2화통 러시다.
그것도 올인성 2화통 러시. 이런 초강수를 둘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김영민은 이 러시에서 경기를 끝내고자 할 것이다.
이 타이밍에 병력이 이만큼 나올 정도면 일꾼도 최적화로 조절 했을 거다.
당장 화력은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힘이 점점 약화된다.
막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거지.
문제는 이 러시를 막기가 굉장히 버겁다는 것이다.
앞마당은 포기한다. 어설프게 지키려고 했다간 용혼을 다 잡히고 만다.
지금은 무조건 용혼을 살려야 한다.
그리고 지룡을 생산해 상대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야 한다.
역전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지룡이다. 지룡은 의외성이 있는 유닛이니까.
지룡이 김영민의 본진에 간 사이 내 본진이 밀리지 않으려면 용혼을 최대한 아끼고 모아야 한다.
일꾼을 잡은 지룡이 본진으로 다시 돌아올 시간을 벌어야 한다.
본진에 수비 병력을 둘 여유가 없을 거다. 생산되는 족족 내 앞마당으로 보내고 있겠지. 일꾼을 줄여주면 환국의 추가 병력의 수를 확 줄일 수 있다.
앞마당이 없어도 된다.
본진만 돌려도 3제단은 충분히 돌릴 수 있다.
그 후 조이기 라인을 뚫든, 아니면 다른 곳에 용안을 빼 새살림을 차리든 하면 된다.
흩어졌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랜만에 두가지 공지 사항을 들고 왔습니다.
1.내일 하루 휴재하고 그 다음날 2편을 한번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어제 편에 대해 댓글이 많이 달린 걸 확인했습니다.
이승우가 이기지 못하는 경기는 다른 경기보다 실제 경기를 조금 더 많이 참조하는 편입니다. 이승우와 김영민의 1세트 경기 역시 실제 이영호의 경기를 바탕으로 만든 경기입니다.
상대 역시 당시 최고였던 허영무 선수고요.
이 것로도 불안해서 추가 조사를 했고 이러한 요소가 있다면 충분히 무승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요소가
1. 반을 가르기 좋은 2인용 전장.
2. 프로토스가 견제를 실패.
3. 테란이 아예 공격을 포기하고 수비만.
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3번이었습니다.
3번 같은 경우 최대 무승부라 초반부터 그렇게 판짜기를 하기가 힘들다. 보통 불리하면 역전을 하려고하지 무승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추가로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무승부를 노린 김영민의 판단 능력을 부각시키려고 했던 건데 설명이 부족했나 봅니다.
앞으로도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쪽지&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