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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504화 (504/575)

00504  Game No. 504 의지의 결과.  =========================================================================

Game No. 504

이승우가 김영민을 폭풍처럼 몰아붙였다.

용혼이 파고들어 천자총통도 2기나 잡았고 지룡을 써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여기서 이승우의 센스가 빛났다. 퇴로에 지뢰가 매설되는 걸 확인한 이승우가 과감히 용혼을 밀어 넣어 천자총통을 잡아낸 것이다. 어차피 시간 끌어 봐야 쌓인 병력에 녹든지 회군하다가 지뢰를 밟고 죽든지 둘 중 하나다.

모두 최악의 결과.

그럴 거면 차라리 지금처럼 교환해 주는 게 낫다.

이승우도 잘했지만 김영민도 그에 못지않게 잘했다.

초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속업이 완료된 2운룡 견제를 피해 없이 막아 낸 것이 정말 일품이었다.

초반 치즈러시 실패를 완벽히 만회했다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간극을 좁히는 덴 성공했다.

거기서 피해를 입었다면 돌이킬 수 없었을 것이다. 김영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작은 틈을 발견한 그 순간 바로 확장을 펴며 희망의 불씨를 묵묵히 키워 나갔다.

계속된 폭풍을 김영민은 꿋꿋하게 버텼다.

대나무처럼 부러지지 않았다. 갈대처럼 유연하게 버텨 냈다.

위기는 있었지만 그걸로 경기가 끝나지는 않았다. 김영민의 운영 능력이 점점 빛을 발했다.

어느새 중앙에 지상 병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점점 라인이 그어졌다.

연거푸 견제가 실패한 탓에 이승우도 병력을 생각보다 많이 축적하진 못했다.

만약 2운룡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김영민도 여기까지 치고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쌓인 물량을 감당해 낼 수 없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이승우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한 김영민이 점수를 획득했다.

-5시까지 먹으면 어쨌든 같은 수의 확장을 확보하는 거거든요?

-아. 김영민 선수의 운영 실력도 진짜 대단하네요. 이승우를 상대로 여기까지 경기를 끌고 왔습니다. 6:4, 아니 7:3 이상 기울어졌던 경기입니다. 근데 거의 5:5를 만들었습니다!

냉정하게 용족이 조금 더 좋긴 하지만 아주 약간의 차이다.

용족의 공격을 몇 번 더 버텨 낸다면 승부는 짙은 안개 속으로 빠진다.

흔히 환국을 수비의 종족이라고 부른다.

김영민은 그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지키고 또 지킨다.

축구로 치면 텐백과 같은 전술이다. 아니 그보다 더한 전술이다. 골을 넣을 의지를 지닌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니까.

만약 한 번이라고 공격 욕심을 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 수 없었을 거다.

2인용 전장이라 더 그렇다.

4인용 전장에서 공격을 가지 않고 지금처럼 수비만 하면 그사이 용족이 모든 스타팅 포인트를 먹으며 자원을 거의 무한대로 확보할 거다. 하지만 청풍은 2인용 전장. 환국이 공격을 포기하고 몸을 웅크리고 있어도 먹을 수 있는 확장은 앞마당 제외 최대 3개다. 그리고 이 수는 환국이 수비를 하며 확보할 수 있는 확장의 수와 똑같다.

방금 경기를 튼 사람이라면 김영민이 초반에 치즈 러시를 실패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많이 따라왔다.

서로 사이좋게 득점을 나눠 가진 두 선수.

명경기에 관중들의 몸이 달아올랐다.

“쩐다. 쩔어. 처음부터 이런 경기라니!”

“1위 결정전이야. 불타오르는 건 당연한 거지.”

당장 경기를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 보이는 이들도 여럿 보였다.

이대로 진행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이승우가 칼을 뽑아 들었다.

-이승우 선수 천왕랑 갑니다.

-이대로 물량 싸움하는 건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거죠. 나가가 몇 번 막히면 힘 싸움에서 밀리거든요. 진짜 조금만 전진하면 이승우 선수의 영역입니다. 그런 애매한 상황 만들지 않겠다는 거죠!

천왕랑.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용족의 최종병기였다.

****

“와. 어쩌다 경기가 이렇게 됐냐?”

신연호가 혀를 내둘렀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분명 이승우가 유리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 경기가 이렇게 됐다.

“이러다 역전 나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승우 형이 이런 거 역전당하는 거 봤어요?”

“그렇긴 한데. 흠. 왜 이렇게 불안하지?”

신연호가 다리를 달달 떨었다.

이승우의 표정이 평소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여태껏 볼 수 없던 난감함이 엿보인다.

“에이. 모르겠다. 잘 하것지.”

관중들의 생각도 신연호가 비슷했다.

“와. 이걸 이렇게 따라오네?”

“지린다. 진짜 과감하게 철광 확장 먹은 게 컸다.”

“그것보다 진출한 게 더 쩌는 듯. 딱 2운룡 잡자마자 중앙 진출. 미처 용족이 자리도 잡기 전에.”

경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숨 가쁘게 흘러갔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느새 경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김영민은 자신이 유리한 지역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이승우도 천왕랑을 부대 단위로 모았고 김영민도 신기전을 화면 가득 모았다. 지형의 이점 없이 평지에서 싸우면 신기전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르면 결국 같은 확장을 가져가게 된다. 이러면 환국이 좋다. 확장을 먼저 한 건 이승우다. 즉, 자원이 먼저 떨어진다는 말이었다.

경기가 길어지면 힘들다.

김영민이 6시 중립 확장을 확보하기 전에 승부를 내는 것이 가장 좋았다.

-천왕랑 본진 쪽으로 들어갑니다!

-기동성을 활용하려는 거죠. 천왕랑은 12시 벽을 통과하면 금방이지만 신기전을 먼 길을 빙 돌아가야 하거든요!

까다로운 공격.

하지만 김영민의 대처도 좋았다.

미리 지어 놓은 화살탑이 깨지기 전에 신기전이 도착해 천왕랑을 몰아냈다.

-김영민 선수 진짜 영리한 게 무리하게 본체를 노리지 않아요. 괜히 본체 노리다가 딸려 들어가서 목숨 잃는 경우 많거든요? 뒤에서 홀드 잡아 놓고 여의주만 잡고 있습니다. 어차피 너랑 나랑 같은 자원 먹으면 여의주 생산도 버겁지 않느냐는 겁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김영민 선수 사고 칠 수도 있겠는데요?

이제 S1 벤치를 짓눌렀던 불안감은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기대감이었다.

이승우를 1세트에 제거할 수 있다는 기대감.

당장 상황만 보면 헛된 꿈이 아니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천왕랑이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그 뒤를 신기전이 그림자처럼 쫓아왔다.

이승우도 새로운 해법을 찾았다.

운룡에 비렴을 태워 천왕랑과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신기전은 천벌에 약하다.

지상 사정거리가 공중만큼 길지 않기 때문이다.

-본진에 신기전을 묶어 놓은 후 재빨리 중앙을 뚫어야 하는데……. 아. 그게 쉽지가 않네요.

-이게 2인용 전장의 한계입니다. 만약 1세트가 4인용, 아니 3인용 전장만 되었어도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졌을 겁니다. 아예 경기가 끝났을 수도 있어요. 타 스타팅 먹고 다른 중립 확장 다 먹고 미친 듯이 물량을 뿜어낼 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충분히 가능하죠. 이승우 선수라면 이미 경기 끝냈을 겁니다.

-근데 2인용 전장은 다릅니다. 어쨌든 육로는 하나고 나머지는 공중으로 다녀야 하는데 이미 신기전이 다 배치되어 있습니다. 보다 쉽게 전장을 환국이 수비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 보세요. 그렇게 이승우가 잘했는데 같은 확장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자원 떨어지면 이거 몰라요. 이제 이승우도 천왕랑 신중하게 써야 합니다.

외줄타기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승부는 간단해졌다.

다른 유닛이 있긴 하지면 결과적으로 천왕랑과 신기전의 싸움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비렴의 활용이다. 얼마나 천벌을 잘 뿌리는지에 따라 전투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

-본진을 치는 것도 좋지만 6시 확장도 견제를 해 줘야 합니다. 자원 줄이 같으면 환국은 굳이 진출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버티려고 합니다. 환국을 진출하게 하려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당연히 자원 줄을 줄여야지요.

-근데 가는 길이 가시밭길입니다. 이미 화살탑으로 도배를 해 놨어요.

-108 화살탑이 이렇게 재연되나요?

김영민의 경기력을 경악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초반 치즈러시가 실패했을 때만 해도 이승우의 화려한 견제에 피해를 받아 경기가 끝날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모두 버텼다.

그 흔한 화차 견제 한 번 하지 않고, 모든 유닛을 수비에 활용하며 말이다. 이승우의 진영에 간 유닛은 일꾼과 궁병을 제외하곤 단 1기도 없었다.

그렇게 경기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어느새 경기 시간이 30분을 넘었다.

이제 경기는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양 선수 모두 승리를 챙겨 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팽팽했다.

천왕랑으로 신을 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큰 이득을 거두진 못했다. 상당수의 화살탑을 파괴했지만 그만큼 여의주도 죽었다.

그렇게 몇 분이 더 흘렀다.

-전장의 모든 자원을 전부 채취했습니다!

-와. 경기가 이렇게 오네요.

-이제 천왕랑도 신기전과 싸우기 힘듭니다. 더 이상 여의주를 확보하기 힘들거든요!

이승우의 현재 자원은 8.

더 이상 여의주를 생산할 수 없다. 의미 없는 금만 계속 쌓이고 있었다. 20분 전만 하더라도 자원을 펑펑 돌리고 있었다.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진 것처럼 천왕랑을 운영했다. 이제는 그럴 수 없다. 천왕랑 1기만큼 여의주 1기도 소중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고 했는데 항상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나 보다.

김영민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46.

조금 더 많긴 하지만 궁병 하나 생산하지 못하는 자원이다.

서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니 치즈 러시가 나왔던 경기가 전장의 모든 자원을 팔 때까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진짜 상황 판단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네요.

-양 선수의 경기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느덧 40분으로 접어들었는데 경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대치만 하고 있던 게 아니에요. 끊임없이 전투가 일어났고 서로를 이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랬기에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줄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이승우가 보유하고 있는 천왕랑의 수는 15기.

하지만 여의주를 기준으론 천왕랑 한 부대보다 못하다.

이제 모든 천왕랑이 8기의 여의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6기를 보유하고 있는 천왕랑도 있었고 심지어 2기를 보유하고 있는 천왕랑도 있었다.

여의주를 생산하려면 철을 지불해야 하는 천왕랑과 달리 신기전의 공중포는 공짜다.

아무리 쏴도 자원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제는 천왕랑 단독으로 들이미는 건 피해야 할 듯 보입니다.

-그렇다고 지상병력과 함께 갈 수도 없는데 지뢰가 촘촘히 매설되어 있고 천자총통도 있거든요!

서로 간의 병력 싸움이 애매하다.

자신의 진영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며 이길 수 있다. 무조건 이긴다.

하지만 공격을 들어가서 이길 정도는 아니다.

이 점이 두 선수를 망설이게 하고 있었다. 들어갔다가 모든 병력이 전멸 당하면?

그 순간 경기는 끝이다.

40분간의 혈투가 패배 단 두 글자로 정리 되는 것이다.

서로 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때였다.

-이야. 이런 경기가 있나요?

-우와. 갑니다. 지금은 김영민 선수가 모든 화통도감을 중앙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에 기동력을 발휘할 공간 자체가 없습니다.

-김영민 선수 아예 중앙에 요새를 만듭니다!

-진짜 저기는 들어가기 싫겠는데요?

-이거 장관입니다! 장관. 제대로 해보자 이거죠!

-어차피 답은 센터 아니냐? 굳이 본진에 있을 필요 없다. 여의주나 용혼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대신 맞아 주면 제 역할 하는 거죠.

-닷발귀 싸움에서 군주를 밀어 넣는 건 봤어도 이런 건 처음 보네요.

경기장이 들썩였다.

웃음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김영민의 플레이 때문이었다. 모든 일꾼이 중앙에 나와 있다. 용혼과 비렴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띄울 수 있는 건물은 전부 띄워 중앙으로 보냈다.

미니 맵 중앙에 주황색이 짙게 칠해졌다.

김영민의 색이었다.

거대한 공중 요새가 그렇게 중앙에 만들어졌다.

이에 질세라 이승우도 모든 용안을 중앙으로 가져왔다. 건물도 함께 옮기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아쉽게도 용족에겐 허락되지 않은 기술이었다.

“이거 무승부 각 아니냐?”

“그러게. 서로 안 들어가면 되잖아.”

“그렇지. 미쳤다고 이걸 들어가냐? 그냥 꼬라박는 건데?”

관중석이 술렁였다.

조금씩 ‘무승부’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상황이 되게 애매합니다. 이거 서로 고민되겠는데요?

-‘내 마당에서 싸우면 이겨. 근데 나가면 질 거 같아.’ 딱 이거거든요!

중계진들의 생각도 같았다.

서로 공격 의사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옵저버 : PP

심판의 중재뿐이었다.

============================ 작품 후기 ============================

과연?!

서로 경기를 다시 재개할 것인가?

아니면 무승부를 받아들일 것인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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