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3 Game No. 503 진검승부. =========================================================================
선수들의 승리를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때와 반대의 위치가 나왔습니다. 7시에 위치한 이승우! 1시에 위치한 김영민!
-초반부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는데요?
-아주 기대되는 매치라서 그렇습니다! 요즘 아주 핫한 선수들간의 대결 아니겠습니까?
-같은 전장에서 또 만났죠. 어떤 식으로 경기가 진행 될지 정말 기대됩니다.
빠르게 용안을 밖으로 보냈던 전과 달리 이번엔 본진에 솟대를 소환하는 이승우.
얼핏 무난하게 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아. 이승우 선수. 제단이 안 올라가요. 이거 실수 아니거든요! 자원 모으고 있는 거거든요. 확장입니다. 이거!!!
-신전!!! 신전 소환합니다.
-이야. 과감하게 생더블을 가져가네요.
아니었다.
이번에 이승우가 선택한 빌드는 생 더블이었다. 전에 선택한 77제단과 정 반대에 있는 빌드. 77제단은 가난한 빌드라면 생 더블은 용족이 할 수 있는 가장 부유한 빌드였다.
그야말로 대척점에 서있는 빌드다.
-이게 바로 이승우 선수의 심리전이죠. MSL에서 만난지 일주일도 안 흘렀거든요? 아직 김영민 선수의 머리에 77제단이 남아있단 말입니다! 본진 심시티를 보세요! 용아 견제를 최적화로 막을 수 있는 구조 아닙니까?
-역시 이승우. 다전제에서만 심리전을 쓰는 게 아니에요. 그냥 존재 자체가 심리전입니다! 일주일이 지난 경기를 가지고 심리전을 써버립니다!
자신감이 상당하다.
2인용이라 바로 전략을 들킴과 동시에 일꾼, 궁병 기준으론 러시 거리가 그렇게 먼 편이 아니라 치즈 러시를 당할 수 있는 전장.
그럼에도 이승우는 과감하게 앞마당이 신전을 폈다.
어떤 공격이 와도 지켜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린다. 지려. 나도 앞으로 생 더블 해야겠다.”
그 당당함에 관중들이 반했다.
“네가 하면 치즈에 바로 털려.”
“...그런가?”
물론 오래가지는 못했다.
-김영민 선수 정찰이 빠릅니다. 벌써 나가요!
전 경기 여파가 확실히 있다.
제단이 지어졌던 곳을 한 번 살펴보고 가는 김영민이었으니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이게 무슨 효과가 있냐고?
몇 초지만 앞마당 신전을 늦게 보게 할 수 있다.
별 거 아닌 것 처럼 느껴지지만 최정상급 선수들에겐 큰 차이다.
-일단 평지형 전장이자 개방형 전장이기 때문에 본진에 안전하게 화통도감까지 올린 후 앞마당을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는 김영민 선수입니다.
-자. 일꾼 왔습니다. 앞마당 신전을 확인하는 김영민!
신전이 완성되는 걸 본 순간 김영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게 뭐야? 너무 배 째는 거 아냐?’
생더블에도 종류가 있다.
가난한 생 더블.
보통 생 더블.
부유한 생 더블.
지금 이승우가 한 생더블은 부유한 생 더블이었다. 제단을 빠르게 늘리지도 않고 용아를 많이 찍지도 않는.
그걸 보는 순간.
-김영민!!! 일꾼과 궁병이 본진을 떠납니다!
-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거죠! 이렇게 빨리 확장을 먹어? 어리다 저 무시하나요?!
김영민이 치즈 러시를 감행했다.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다면 환국이 아니다. 이런 건 응징해줘야한다. 다시는 쓰지 못하게.
김영민에게 한 가지 아쉬움 점이 있다면 이 모든 걸 이승우가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봤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봤어요!
-소로 언덕 위에 세워놓은 용안! 위치가 정말 예술입니다.
-저 위치면 용안은 궁병을 보고 궁병은 용안을 보지 못하죠!
-아주 우글우글 데려가네요.
-일꾼이 거의 10기입니다. 대부분을 끌고 나온 거거든요? 반드시 피해 줘야합니다.
-일 잘하고 있는데 갑자기 징집 된 일꾼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궁병의 뒤를 따라갑니다.
-여기는 내가 갈 곳이 아닌데?! 으잉? 이게 뭐지?
-그래도 징집령 떨어졌으면 싸워야죠. 환국을 위해서 전투를 해야죠!
정찰용으로 와 있던 일꾼이 앞마당에 망루를 짓기 시작했다.
1차 도발.
김영민의 병력이 이승우 앞마당 소로에 도착했음에도 아직 용아는 1기에 불과했다. 당장 화력에선 이승우가 밀리는 상황. 용아가 때리자 망루를 건설하면 일꾼이 잠시 뒤로 빠졌다.
그리고 궁병과 함께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지금 가봤자 소용없다.
망루 완성에 목숨 걸 필요 없다. 컨트롤을 통해 용아를 잡아낸 후 망루를 건설해도 늦지 않는다.
-앞마당 깨야합니다. 무조건 깨야해요! 이거 그냥 돌아간다? 그러면 이승우 선수가 엄청 유리해지는 겁니다.
-판단 한 번 진짜 과감하네요. 14살 맞습니까?!
미리 철광을 찍어 둔 일꾼이 궁병을 통과해 이승우의 앞마당을 쏟아졌다. 1기가 바로 빠져나가 건설되다 만 망루를 마저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승우 선수도 진짜 강심장인게 미리 용안을 빼두지 않아요. 소로에 궁병이 보임에도 일을 시켜요. 일꾼이 도착할 때쯤 내보냅니다!
-조금이라도 자원을 캐겠다는 거죠! 앞마당이 날아가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거고, 앞마당을 지키면 차이를 크게 벌릴 수 있는!
궁병과 일꾼.
용아와 용안.
가장 기초 유닛간의 대결이 다시 한 번 펼쳐졌다.
유닛의 수는 적지만 중요한 대결이다.
여기서 승패가 결정 날 수도 있다.
그때였다.
-어? 어?
-와!!!!! 이승우!!!!!!!
-가난한 생더블이 아니라 부유하게 생더블을 한 이유가 있었네요!
-아. 이러면 김영민 선수 꼬이죠.
이승우 앞마당 철광을 찍고 들어오는 일꾼과 김영민 앞마당 철광을 찍고 나오는 용안이 서로 교차했다. 용아는 지금 이 일꾼으로 길을 막을 수 있지만 철광을 찍은 용안은 막을 수 없다.
그렇게 일꾼을 지나친 용안이 궁병이 있는 곳에서 딱 멈췄다.
궁병의 체력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평지에서 1:1로 만나면 용안을 이기지만 숫자에서 밀리면 제대로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비명횡사하고 만다.
바로 지금처럼.
-어어어어어?!?!?!?!!
-궁병!! 궁병! 궁병 죽어요!
-잡혔어요! 잡혔어요! 이제 하나 남았어요!
-둘! 둘!
-이야!!!! 진짜 잘 비볐어요! 궁병 하나! 궁병 둘! 이거 다 잡히면 뒤에 화차 와도 소용없죠!
-아. 진짜 소름이 돋네요. 플레이 하나하나에 깊이가 있어요!!!!
-용아 조금 있으면 더 나오거든요? 제단 2개 입니다. 2개!
일꾼이 바로 뒤따라 왔지만 용안이 조금 더 빨랐다. 궁병 2기를 순식간에 잡아낸 용안이 자신의 앞마당 철광을 찍어 유유히 전장을 빠져나갔다.
그걸 그냥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일꾼.
최대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 했지만 한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체력이 많이 빠진 건 의미 없다.
10마리의 체력을 절반씩 빼는 것보다 3마리를 잡는 게 훨씬 낫다.
이승우의 슈퍼 플레이에 경기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곧 있으면 용혼 나오거든요! 테크가 빨라요!
-2인용 전장에서 왜 그렇게 과감하게 생더블을 하나 했더니 청풍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였습니다. 이 소로가 러시 거리를 좁혀주긴 하지만 지금처럼 용안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거든요!
-아.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김영민!
-이러면 돌아가야죠. 일꾼은 진짜 사서 고생한 겁니다. 평생 와보지 않아도 될 곳을 전부 와버렸어요!
-싸웁니까? 설마 이걸?
-김영민 선수도 자존심 상하거든요! 아니 치즈 러시를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막히면 진짜 화나죠.
-근데 돌아 가야해요. 이거 완벽하게 막혔거든요? 괜히 무리했다간 큰일 납니다. 여기서 더 공격 들어가는 건 글쎄요?
용안이 일꾼을 통과해 궁병 1기를 마저 잡고 빠져나왔다. 서로 일을 못하고 있긴 하지만 상황이 다르다. 본진 하나 밖에 없는 김영민과 본진과 앞마당을 가지고 있는 이승우.
자원력에서 차이가 난다.
이를 악무는 김영민.
김영민은 일꾼을 뒤로 뺴지 않고 한 번 더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용혼 나왔어요!
-악수를 두네요. 결국 남는게 없죠.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보고 빠집니다.
-패기가 좋긴 하지만 이렇게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겁니다.
용혼 2기가 화차와 일꾼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제 용안은 제 갈 길을 갔다. 더 이상 전투에 동원 될 필요가 없었다. 화차 1기와 궁병 1기.
일꾼이 아무리 많아도 이건 지금 지닌 병력으로 충분히 밀어낼 수 있는 수였다.
용혼이 화차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용안 3기가 화차의 길을 막았다. 그 순간 화차에게 접근하는 용혼. 사업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화차도 속업이 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궁병과 화차가 모두 잡혔다.
살아서 돌아가는 병력은 일꾼이 전부다. 그마저 반으로 줄었다.
-김영민 선수가 이번 러시로 얻은게 무엇입니까?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개미 눈곱 만큼도 없습니다!
-아. 김영민 선수 도대체 왜 무리를 했을까요?
S1 벤치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첫 번째 공격은 그렇다 쳐도 방금 전, 두 번째 공격은 해서는 안될 공격이었다.
-궁병이 오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일꾼도 함께 온다는 걸 미리 파악하고 있던 게 주효했습니다.
-그 용안이 앞마당으로 가서 용안이 비비기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죠. 훈장 줘야합니다! 일등공신이에요!
이제 김영민이 이기려면 버티고, 또 버티며 전장을 반으로 갈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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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감히 치즈 러시를 들어와?
아직 네가 잘 모르나본데. 내가 그거 막는 거 장인이거든?
너희 팀에 있는 정명혁에게 물어봐.
잘 말해 줄거다.
솔직히 생 더블을 하면 치즈 러시를 할 줄 알았다. 여기까지 딱 내 계산에 있었지. 이걸 알면 약이 바짝 오르겠지?
김영민은 이영우같지만 이제운의 색이 훨씬 더 진한 선수다. 이렇게 틈을 보여주면 물어뜯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보여줬다.
한 번 들어와 보라고.
아마 용안을 그렇게 활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다. 그건 누가 와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작은 소로가 있는 청풍 밖에 못하는 거니까. 다른 전장은 궁병이 넓게 퍼질 수 있지만 청풍은 세로로 올 수 밖에 없다.
김영민은 몰랐고 난 알았다.
그 것이 지금 차이를 만들어냈다.
상황은 굉장히 좋다.
그래도 방심해선 안 된다.
청풍은 2인용 전장.
더군다나 중앙이 이중 언덕으로 되어 있어 환국이 선을 긋기 편하다.
중앙을 기점으로 서로 반땅 싸움을 가게 되면 최대 확보할 수 있는 금광은 4개.
그렇게 여유 있는 수는 아니다.
이제 찌르기를 통해 천자총통의 수를 줄여줄 생각이다.
조금씩 차이를 벌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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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난리가 났지만 김영민은 냉정 그 자체였다.
‘무리했어. 이제는 공격 타이밍은 없어. 일단 내 쪽 확장은 다 가져가자.’
차분히 손익을 계산하는 김영민.
속이 쓰리다. 너무 큰 손해를 봤다.
2/1업 타이밍 러시, 3/2업 사기 같은 건 이제 기대할 수 없다. 방금 공격으로 공격권을 모두 잃었다. 전장을 반으로 긋고 버티는 수 밖에 없다.
크게 봐야한다.
멀리 봐야한다.
당장은 답이 없다.
‘한번 해보는거야.’
못할 것도 없다. 비우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김영민의 눈이 맑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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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빛나면!!!!
지리구연!